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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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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히나 류지는 정신을 차렸다.

“…여긴.”

어둑어둑한 공사장 건물 안.

그의 몸은 움직일 수 없게 밧줄로 꽁꽁 묶여있다.

“형님, 이 새끼 정신 차렸는데요?”

부하의 말에 뚜벅뚜벅 다가오는 한 남자.

류지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후 내뿜는 그는 강서구 최대규모의 폭력 서클인 백호파의 보스, 박기태였다.

“반갑다. 우리 사업에 번번이 훼방을 놓는 게 누군가 했더니, 드디어 낯짝을 보는군.”

“나야말로, 겁쟁이처럼 부하들 뒤에 꼭꼭 숨어계셔서 구경도 못 했는데 말이야.”

“…이 새끼가.”

박기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외부 활동은 철저히 피하다가, 류지가 붙잡혔다고 하니 출두한 걸 지적당했기 때문이다. 박기태는 욱하는 기분을 가라앉히고는 물었다.

“잡혀 온 상황에까지 그렇게 꼿꼿하다니, 깡 하나는 인정해야겠군. 너 이름은 뭐냐?”

“타카히나 류지.”

“일본 놈이었나? 아니 잠깐, 타카히나…?”

“왜 그러십니까 형님?”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는 박기태.

그는 허겁지겁 칼을 들었다.

“혀, 형님...?!”

촤아악!

박기태는 류지의 오른팔 부분의 겉옷을 칼로 갈라버렸다. 그리고는 이마를 탁 짚었다. 오른팔 부위에 오밀조밀한 모양의 용 문신이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 문양을 알고 있었다.

“젠장, 머리가 붉은색일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무영회 후계자였냐...!?”

“무, 무영회!!”

그 문신의 정체는 타카히나 가문의 직계이자, 무영회를 이어받게 될 후계자만 새기는 문신이다.

한국의 깡패와 일본의 야쿠자는 나라가 가까운 만큼, 활동반경이 겹칠 때가 간혹 있었다. 괜히 둘의 충돌이 바깥으로 새어 나가면 국제문제로 번질 수 있기에, 서로에게 터치 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었다.

그런데 무영회는 그런 게 없다. 한 번 빡돌면 불문율이고 나발이고 미친 듯이 칼춤을 추는 게 그들이었다. 백호파는 강서를 접수했다곤 하지만, 무영회에 비하면 아주 귀여운 수준의 세력이다. 조직원들은 슬슬 후환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형님, 이거 어떻게 하죠. 당장 풀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조용히 해봐.”

부하들을 진정시키고 생각에 잠긴 박기태.

그는 곧 비열한 웃음을 짓더니 한가지 결론을 내렸다.

“역시 죽여서 입을 다물게 하는 게 낫겠어.”

“혀, 형님!”

깜짝 놀란 부하들. 아무리 폭력을 일상처럼 휘두르는 그들이지만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는 해본 적이 없었다. 류지는 자신을 죽이니 마니 하는 이야기가 나왔음에도 덤덤했다.

“…감당할 자신 있어? 아주 지옥 끝까지 쫓아갈 텐데.”

“흥, 뒷처리는 충분하다. 아무리 상대가 무영회여도, 우리가 한 짓인 걸 알아내는 건 불가능해.”

저 말은 틀렸다.

무영회는 류지가 죽으면 이 주변에서 활동하는 모든 양아치를 족쳐서라도 정보를 얻어내고, 경찰에게 돈을 먹여서라도 범인을 추적할 거다. 결국엔 이놈들을 모조리 찾아내 대가를 치르게 하겠지.

‘저 멍청한 놈이 그걸 알기나 하겠어. 후우….

박기태는 그를 죽여도 절대 들키지 않으리라고 맹신하는 얼굴이다. 류지 입장에선 저 녀석이 안 들킬 거라고 믿고 그를 담가버리면 손쓸 도리가 없다. 어찌 보면 무영회의 복수조차, 류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뒤 벌이는 뒷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나 진짜 죽는 건가?'

목숨이 경각에 다른 지금 이 순간,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가족의 얼굴이다.

'노아, 미안하다. 무거운 짐을 너한테 남기게 됐네.'

아마 자신이 죽으면 노아가 무영회의 뒤를 잇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지금처럼 해맑게 웃을 수 있는 사람에서 점점 멀어지겠지. 류지는 그게 다른 무엇보다 죄책감이 들었다.

그리고 왜일까, 최근에 처음 만난 한 녀석도 문득 떠올랐다.

‘야구부에 들어와라, 타카히나 류지.

‘목표는 여름대회 우승이다.

“하아....”

죽기 직전에야 깨달았다.

그는 야구가 너무나도 하고 싶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그는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야구를 하지 못한다면, 충동에 못 이겨 주먹질이나 하고 다니는 쓰레기 같은 인생을 살겠지. 그럴 바에 죽는 게 나을지도.

백호파의 조직원이 칼을 들고 그에게 다가온다.

류지는 곧 자신의 인생이 끝남을 직감했다.

“…다음 생에는 좀 평범하게 살고 싶네.”

그렇게 조용히 읊조리며 눈을 감은 순간.

"굳이 다음 생까지 갈 거 뭐 있냐?"

“너…!?”

퍼어억-!!

“꾸에엑!!”

엄청난 타격음과 함께 백호파 조직원이 하늘을 날았다.

그림 같은 옆차기였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불청객의 등장.

신원을 가리기 위해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류지는 그가 금성묵임을 대번에 알아차렸다.

"여어, 구하러 왔다."

“너, 어떻게 여길….”

“그게 지금 중요하냐? 일단 이것부터 좀 풀자.”

투두둑!

모두가 정신이 없는 틈을 타 성묵은 작은 나이프를 주워 류지를 묶은 밧줄을 끊어냈다. 백호파 조직원들은 몹시 혼란스러운 상태다.

“뭐야, 저놈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부하들에게 닦달하는 보스 박기태.

높은 서열의 부하가 면목 없다는 듯 답했다.

“크윽, 납치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쳇, 쓸모없는 자식들.”

박기태가 혀를 찼다.

하지만 동시에 재밌다는 듯 씩 웃었다.

“고작 두 명이서 뭘 하겠다는 거지. 여기에 있는 백호파 조직원만 50명인데!”

우르르 박기태의 주변으로 몰려드는 부하들.

하나하나만 떼놓고 보면 금성묵과 류지의 상대가 되지는 않겠지만, 주먹깨나 쓴다는 양아치가 무려 50명씩이나 모인 상황이다. 쉽지 않다를 떠나 승산이 희박한 상황.

상황이 좋지 못함을 느낀 류지는 성묵에게 우려를 표했다.

"구해준 건 고마운데 괜찮겠어? 둘이서 50명은 쉽지 않을 거 같은데."

“두명 아닌데?”

“뭐?”

"혹시 몰라서 한 명 더 데려왔지."

“………??”

두 명이나 세 명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싶은 표정의 류지. 하지만 금성묵은 이 자리에 데려올 수 있는 사람중 가장 강한 사람을 데려왔다. 그것도 아주 든든한 탱커로 말이다.

"…아미타불."

복면을 뒤집어쓴 엄청난 거구의 사내, 석운강이 등장했다. 그는 왜인지 몹시 분노해있었다.

“다수가 소수를 핍박하며 목숨까지 빼앗으려 하다니. 참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악행이 아닐 수가 없소.”

그는 곧 금성묵과 류지의 앞에 서더니,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선포했다.

“지금부터 이 둘에 대한 접근을 금하오. 함부로 다가왔다가는 물리적인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소."

참으로 광오한 선언.

백호파 2인자 김성철은 비웃음을 터트리며 달려들었다.

"넌 뭔데, 이 꼰대 빡빡이 새끼야...! 뒈져!"

혀로 칼날을 쓱 핥고는 석운강에게 달려가기 시작하는 김성철. 류지가 금성묵과 착각할 만큼 나름 한 주먹 하는 금태양인 그였으나.

"…여래신장(如來神掌)."

데엥!

"쿠흐어업...!!"

맑은 범종 소리가 공사장에 울려 퍼졌다.

복부에 일장을 얻어맞은 김성철은 뒤로 사정없이 몇 바퀴를 구르더니, 기둥에 쾅 부딪히며 정신을 잃었다.

“굳이 벌주를 택하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중생이오.”

분노하며 스킬 ‘마승’의 효과가 발동된 석운강의 파워는 무려 S등급. 아무리 무협 소설에 나오는 정도는 아니라지만, 범종을 한 손으로 받아낼 정도로 엄청난 근력을 지닌 석운강의 파워는 일개 양아치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다가오는 적은 모조리 분쇄하는, 파괴승 석운강이 이 자리에 강림했다. 손바닥으로 퉁 밀치는 동작 하나로 간부를 쓰러트리자, 백호파의 혼란은 더욱 가속됐다.

“어떻게 저런 위력을…!”

"뭐야 저 새끼…! 당장 어떻게든 해봐…!!“

이런 기회를 가만히 두고 볼 금성묵이 아니다.

“으랏차!!”

빠악!

“쿠허억!!"

플라잉 니킥에 쳐맞은 조직원이 하늘을 날았다.

무려 상대가 50명이다. 태양신맥 3단계, 강발의 경지로 후려팰 샌드백이 50명이다? 이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야, 류지.“

“왜?”

“내기할까, 누가 더 많이 쓰러트리는지…!"

빠악, 빡! 빡!!

미친 망아지처럼 날뛰며 양아치들의 강냉이를 수집하기 시작한 금성묵. 류지는 피식 웃고는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아아, 그 내기 접수했다…!!”

퍼억, 빡! 빠악!!

류지 역시 질세라 백호파 조직원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용혈에 몸을 맡기며 백호파 인원들을 말 그대로 쓸어 담기 시작했다. 백호파는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도무지 대처가 되지 않았다.

"뭐야, 지금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고작 3명이라고, 3명...!"

믹서기 수준으로 조직원이 갈리고 있다.

서로 질 수 없다는 듯 미친 듯한 속도로 공격해오는 금성묵과 류지. 그런 둘을 저지하기 위해 들어오는 견제를 막아내는 석운강. 처음으로 손발을 맞춰보는 상황이나, 셋의 조화는 마치 하나의 정밀한 톱니바퀴처럼 돌아갔다.

훗날 고교 야구 역사상 최강의 클린업으로 꼽히게 될, ‘문혁고 3인방의 첫 조합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성묵아, 너 왼쪽에 세명!”

퍼억!

빠악!!

“너야말로 오른쪽 두 명 온다!!”

퍼억!!

퍽!

서로 등지고 다가오는 적을 분쇄하는 둘.

물론 그 둘이 전부 커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빈틈이다, 자식들아…!!”

각목을 들고 내려치는 백호파 조직원.

그러나 그 위치는 석운강이 지키고 있다.

“천근추(千斤錘).”

퍼엉!

“엣.”

석운강의 돌덩이처럼 단단한 피부에 막혀, 그대로 부러진 각목. 조직원은 각목과 사람이 맞부딪혀서 각목이 깨지는 걸 처음 봤다.

“여래신장(如來神掌).”

데엥-!!

“꾸헤엑…!”

맑은 종소리와 함께 데구르르 구르게 된 조직원.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씨, 이제 좀 손맛 좀 보나 싶었는데 벌써 끝났잖아.”

50명의 일반 조직원 및 간부.

문혁고 3인방에게 전멸.

“으윽…!!”

이제 남은 것은 단 한명.

그 대상은 백호파의 보스 박기태다.

금성묵은 피가 묻은 주먹을 탈탈 털며 박기태에게 다가갔다.

"오, 너가 두목인가 보네?"

“크윽, 네 놈들은 대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있는 박기태.

그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금성묵을 보며 식겁했다.

묵직-!

"허억.......!!"

금성묵이 입술을 혀로 쓱 핥았다.

그것도 불룩한 아랫도리와 함께.

박기태는 전신에서 삐질삐질 식은땀을 흐르기 시작했다. 칼을 들고 다가오는 깡패보다 지금의 금성묵이 더 공포스러웠다.

“아, 안돼...! 다가오지 맛...!!”

소년원 시절에도 겨우겨우 지켜낸 뒷구멍의 정조.

그러나 저 무지막지한 녀석을 상대로는 지켜낼 자신이 없다.

그의 눈과 코에서 물이 주륵주륵 나오기 시작했다. 힘이 풀린 다리를 겨우 끌어 뒤로 물러나는데, 금성묵이 손가락을 들어 무언가를 가리켰다.

“야야, 옆에 봐라 옆에.”

“뭐, 뭣?”

빠악!

“끄허억…!”

타카히나 류지의 강력한 발차기가 그의 머리에 작렬했다. 그 일격에 의식이 꺼진 박기태.

금성묵의 묵직함을 보고 오히려 재밌겠다며 달려드는 자와, 공포에 질려서 혼비백산 물러나는 자. 류지와 박기태의 격차는 거기서부터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이로써 백호파의 모든 인원이 정리됐다.

“후아,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저승의 문턱까지 다녀온 류지.

그는 이 위험한 상황에 달려와 준 둘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거기 덩치 큰 친구, 이름이 뭐야?”

“…석운강이라고 합니다.”

“스님인가 보네? 구해줘서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당연한 일을 한 것뿐입니다. 아미타불.”

우선 초면부터 이런 자리에 나타나 도와준 운강에게 류지는 감사를 표했다. 물론 가장 감사한 대상은 따로 있다.

“친구, 고맙다. 이 은혜는 갚을게.”

“오냐.”

타악!

쿨하게 악수하고는 별다른 첨언을 하지 않는 성묵. 류지는 궁금해서 물었다.

“뭐야, 야구부 권유 안 해?”

“왜, 안 물어봐 줘서 섭섭하냐?”

성묵의 말에 피식 웃은 류지.

그는 곧 성묵에게 손을 내밀었다.

“전화기 좀 빌려주라. 쟤네가 내 거 박살 냈거든.”

“자, 옜다.”

성묵의 핸드폰을 받아서 곧바로 어딘가에 전화를 거는 류지. 다름 아닌 아버지, 타카히나 류켄에게 거는 전화다.

“여, 아버지. 오랜만입니다.”

[너 이 자식, 대체 어쩌자고 연락도 끊고…!!]

스피커폰 너머로 엄청난 분노가 느껴지는 류켄의 목소리. 류지는 귀를 후비적 파고는 주제를 돌렸다.

“그건 나중에 따로 뵙고 사과드릴게요. 그나저나 제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이번에 목숨이 좀 위험했거든요.”

[뭣, 목숨이……?]

갑자기 아들이 목숨이 위험했다니 진지해진 류켄.

그는 정황을 듣고는 아까와는 달리 차분해졌다.

[…알겠다. 한국 지부 부하들에게 처리하라 할테니 신경 끄거라.]

“흠, 알겠어요.”

분명 한층 차분해진 목소리일 텐데, 그 안에서 깊은 농도의 분노가 느껴진다. 감히 무영회의 후계자임을 알면서도 처리하려고 했던 그 만용을 가만히 둘 수 없겠다는 감정이리라.

“설마 쟤네 다 드럼통 들어가는 거냐?”

“남의 나라에서 그런 깽판을 어떻게 쳐. 다시는 못 설치게 경고 좀 하고, 손가락 하나 정도 받고 끝내시겠지.”

‘그게 고작…?

역시 무서운 세계다. 라고 성묵은 문득 생각했다.

그렇게 자기가 닥친 상황을 말한 류지.

그는 곧바로 아버지에게 폭탄선언을 날렸다.

“아버지, 저 야쿠자 안 하렵니다.”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저, 진심으로 야구가 하고 싶어요.”

[뭣…!!]

충격받았는지 한동안 말이 없는 류켄.

곧 그는 그동안 류지를 설득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한 논리를 들고 왔다.

[그럼 무영회의 후계자 자리를 노아가 맡게 되어도 좋다는 소리냐?]

그동안의 류지라면 여기서 포기했겠지만, 그의 결심은 이미 강철같이 단단해져 있었다.

“그 아이의 미소, 아버지도 잃고 싶으신 건 아니시잖아요.”

[……!]

허를 찔렸다는 류켄의 반응.

사실 류지에게 야쿠자를 시키기 위해 한 말일 뿐. 그 역시 소중한 딸에게 조직의 뒤를 맡길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다.

“이번에 죽을 뻔하고 깨달았어요. 저는 역시 야구가 하고 싶다는 걸요. 그리고 그 생각을 처음 들게 한 건, 제게는 그 어떤 선수보다도 멋졌던 아버지의 등이었죠.”

[……….]

“그건 지금도 변함없어요.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은퇴했어도, 제가 닮고 싶은 선수는 늘 아버지예요.”

수화기 너머로 말을 잃은 류켄.

금성묵은 아무 말 없이 지켜보며 생각했다.

‘이 자식, 똥꼬 빠는 솜씨가 탁월한데?

실제로 아들의 절절한 숭배는 효과가 있었다.

류켄은 부끄러운 듯 헛기침하더니, 모두가 기다리던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딱 1년이다. 그 안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국물도 없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추한 모습으로 무영회의 이름에 먹칠했다간, 일본까지 수영해서 돌아와야 할 거다.]

“제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누구 아들인데, 그쵸?”

[흥,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그러면서도 내심 기쁜 모양인 류켄.

그는 곧 무언가 할 말이 떠오른 듯 성묵을 불렀다.

[거기 옆에 자네, 금성묵이라고 했던가. 야구부의 주장이라지?]

“예, 그렇습니다만.”

[우리 아들과 딸을 잘 부탁하겠네. 아직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 애들이라서 말이야.]

“걱정 붙들어 매시죠. 둘 다 제가 잘 챙기겠습니다.”

성묵의 말에 흡족한 반응을 보이는 류켄.

그는 성묵이 꽤 마음에 든 모양이다.

[맨입으로 부탁을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아들을 통해 좋은 선물을 보낼 테니 부담 갖지 말게나. 그럼 나는 이만….]

‘오…?

좋은 선물이라니, 성묵은 기왕이면 돈으로 줬으면 좋겠다고 내심 생각했다. 류지는 통화를 끊기 무섭게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우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푸하…!! 쫄려서 죽는 줄 알았네!”

“왜, 생각보단 친절하신데?”

“친절…? 만나보면 그런 소리 못할걸.”

질렸다는 표정을 짓고는 손을 팔랑팔랑 휘젓는 류지. 그는 곧 땅바닥을 홱 짚고 일어나더니, 몸을 탁탁 털고는 성묵을 향해 다가갔다.

“……으음, 막상 말하려니 좀 낯 뜨거운데.”

“뭔데?”

머리를 긁적이며 먼 산을 바라보던 류지.

그는 곧 성묵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해. 캡틴.”

씩 웃으며 손을 내민 류지.

성묵은 그 손을 강하게 맞잡았다.

“오냐, 잘 해보자 인마.”

꽈악!

그렇게 타카히나 류지의 영입에 성공한 성묵.

한 팀에 무려 세 명의 천타지체 보유자가 탄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고교는 물론, 리그에도 전례가 없는 일이지.

더 이상 문혁고는 평범한 신생 고교라 하기 힘들었다. 성묵은 자신이 처음 구상했던 것 보다 훨씬 포텐셜이 높은 팀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진심으로 노릴 만 해, 전국 우승.

성묵은 우두커니 서서 불어오는 봄바람을 느꼈다.

곧 벚꽃이 피어오를 때쯤이면, 모두가 문혁고의 돌풍에 열광하리라.

성묵은 그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아주 조금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