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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동백검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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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 나 오늘 운동 못 나갈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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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 왜? 어디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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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 어디 갈 일이 생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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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 그렇구나…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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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오늘 아침 운동도 스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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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계속 빠지는 것 같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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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 니들을 위한 것이니, 양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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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씨, 무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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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직 길을 안 들여서 그런지, 굉장히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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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검을 땅바닥에 내려놓은 뒤, 다시 나갈 채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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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백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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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에 도착하자, 예상대로 주말이라 사람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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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가로 가는 사람들, 외출이나 외박을 즐기려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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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특유의 분주한 공기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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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 누구도 외출이나 외박을 백두산으로 가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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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 또한 외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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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외박이긴 한데 결국 오늘 안으로 집에 돌아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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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문제만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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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은 공식적으로 협회가 지정한 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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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통 포탈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고, 반드시 협회의 승인이 있어야만 진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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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우선은 서울로 가는 포탈을 먼저 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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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빛이 내 시야를 가렸다가, 다시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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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터미널은 가온보다 훨씬 혼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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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반적인 포탈이 아닌, 협회에서 주관하는 특수 포탈 터미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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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포탈 터미널은 일반 구역보다 훨씬 조용했지만, 긴장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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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는 다소 피곤한 기색의 안내원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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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가가 그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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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을 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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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원은 나를 힐끔 쳐다보며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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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포탈은 사전 신청하셨거나, 자격이 있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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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망설이다 주머니에서 가온 학생증을 꺼내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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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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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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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은 일류 아카데미고, 우수한 영웅 후보생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어디서든 통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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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원은 학생증을 받아들고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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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온 학생이면 거의 다 되긴 하는데요… 백두산은 좀 예외입니다. 워낙 험한 곳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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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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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협회에서 발행한 신분증을 꺼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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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 이아노 무덤 이후, 묵귀라는 새로운 이명으로 발급받은 영웅 신분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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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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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순간,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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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무슨 백두산을 가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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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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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보니 전투복을 입은 무리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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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리더로 보이는 자의 갑주에는 연꽃 모양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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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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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문양을 상징으로 쓰는 길드는 거기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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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걷던 남자가 나를 비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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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무슨 허풍을… 여기는 장난칠 곳이 아니란다. 옆으로 비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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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를 한 번 쳐다봤지만, 무시하고 다시 안내원과 대화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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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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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영웅 신분증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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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충분히 자격이 증명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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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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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안 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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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내 손목이 강하게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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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들려온 낮고 거친 목소리에 안내원조차 움찔하며 한 걸음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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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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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길드, 2팀의 선봉, 우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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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깡패 같은 성격으로 유명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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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영웅으로 실력은 뛰어나지만, 그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항상 좋지 않은 소문이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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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장훈은 내 신분증을 힐끔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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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짜 신분증으로 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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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 손목을 더 강하게 쥐며 비아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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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같이 생긴 놈을 내가 살면서 본 적이 없단다. 얘야. 영웅 사칭은 중죄인 거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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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짧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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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을 거는 성격은 아니지만, 걸려 오는 싸움을 피하는 성격은 또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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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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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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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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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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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처리가 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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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명확히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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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과 이유 모두 내 쪽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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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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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저지르는 게 깔끔하겠다는 판단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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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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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문제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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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차분한 목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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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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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강아린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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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당당한 태도로 걸어오며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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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오늘, 저랑 백두산 탐사를 할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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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은 우장훈을 바라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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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근 발생한 파장 때문에 로터스에서도 마음이 급한 건 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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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한 발 더 다가오며 우장훈 앞에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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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그의 팔에 시선을 잠시 내리며, 눈빛을 차갑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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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길드 정도라면, 규정과 절차에 대해 더 잘 알고 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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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장훈의 표정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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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저희 산하 길드인 글로리가 기본적으로 로터스보다 우선 공략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알고 계실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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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에 우장훈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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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강아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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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서둘러 태도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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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눈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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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님의 일행인지 몰랐습니다. 제가 실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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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을 끝맺기 전에, 강아린이 그의 팔을 쳐내며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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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놓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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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도 명확한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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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다시 안내원을 돌아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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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 학생과 저는 협회의 허가를 받았다는 걸로 처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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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원은 우장훈과 강아린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가, 서둘러 작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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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장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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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롭게 일이 진행되자, 강아린은 나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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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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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부드럽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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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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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봐도 날 도와주려 하는 것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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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웬 존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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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따라 포탈로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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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과 나는 백두산 초입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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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바로 뒤에서 로터스의 2팀이 따라붙었으니, 자연스러운 동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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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은 준비해둔 별도의 루트가 있었는지 어느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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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갈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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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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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존댓말을 하던 그녀는 로터스의 팀이 떠나자마자 익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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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게 나도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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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 먼저 간다. 아까는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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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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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준 이유가 궁금하긴 했지만, 딱히 물어도 알려줄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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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그녀도 내가 백두산에 온 이유를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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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서로의 목적을 굳이 들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각자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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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내가 산을 등정할 방법은 누군가에게 보여지면 곤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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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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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은 원작에서 가장 난도 높은 구역 중 하나로 설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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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내가 찾으려는 조화의 편린은 네 개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속성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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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자연스레 성시우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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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깊은 곳에 묻혀 있는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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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그 편린을 찾으러 가는 과정이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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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백두산에서 나타난 이상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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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편린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일으킨 영향일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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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여러 길드가 공략팀을 보내고 있을 것이고, 강아린과 로터스 또한 그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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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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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지인 데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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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의 팀들이 몰려드는 마수들을 뚫고 천지까지 가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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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도 스토리 최 후반부의 스펙을 가진 팀만이 겨우 공략할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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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는 어떻게 갈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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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나는 마물이 나오기 시작하는 구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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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는 커다란 표지판이 서 있었고, 그 위에는 빨간 글씨로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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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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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이 이렇게 험지가 된 것은 50년 전, 197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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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의 편린이 천지에 생성된 후 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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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린이 뿜어내는 고차원의 에너지가 환경을 왜곡시켰고, 마물들은 그 에너지를 먹고 자라 더욱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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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편린이 생성된 직후의 과거로 돌아가, 천지에 묻힌 편린을 손에 넣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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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가장 적은 힘으로 편린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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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과거에서 편린을 습득하면, 현재에서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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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획에는 숨겨진 기믹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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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 처음으로 백두산 공략에 성공한 플레이어만이 발견할 수 있는 비밀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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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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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차에서 엄청난 고생을 하며 편린을 얻은 플레이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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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회차부터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정된 장치였다. 일종의 세이브 파일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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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그 산장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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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장의 대략적인 위치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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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이 출현하기 시작하는 고도 근처,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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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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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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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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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략적이라는 정보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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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산장은, 해가 지고 나서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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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비까지 쏟아지기 시작했지만, 산장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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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은 온몸을 휘감았고, 나는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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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나는 점점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산속을 헤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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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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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른 날에 다시 시도해야겠다고 생각한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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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 낡고 쓰러질 듯한 산장의 형태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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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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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비바람을 뚫고 산장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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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오래된 나무 냄새가 코를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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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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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단 한 가지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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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벽에 걸린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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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가가 달력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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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가구들이 먼지에 뒤덮여 있는 것과는 다르게, 유일하게 새 것에 가까운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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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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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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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오늘 날짜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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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손길이 닿은지 오래됐고, 인적이 드문 위치의 산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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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날짜로 갱신되어있는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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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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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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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워치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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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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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시간은 굉장히 많이 흘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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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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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되면 이 산장은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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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화의 편린이 생성된 직후의 시간대로 나를 보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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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린 낡은 시계의 초침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나는 천천히 시간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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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지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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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떠 시각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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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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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남지 않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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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커지며 긴장감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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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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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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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세차게 열리며 차가운 공기가 산장 안으로 밀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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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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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황급히 몸을 돌리자, 낯익은 얼굴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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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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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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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흠뻑 젖은 셔츠를 쭉 짜며. 그녀는 당당히 산장으로 걸어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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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위험해!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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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놀라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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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장은 한 명만을 과거로 보낼 수 있도록 설정된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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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이상이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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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해. 이 날씨에 나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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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은 태연하게 대답하며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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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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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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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티셔츠가 몸에 밀착되어 그녀의 굴곡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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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도와줬는데, 섭섭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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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게 아니고… 지금 당장 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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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 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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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시계의 초침 소리가 산장의 고요함 속에서 유난히 크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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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꾹, 뻐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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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벽에 걸린 오래된 뻐꾸기 자명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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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산한 울림과 함께, 자정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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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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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나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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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동자가 은은하게 빛나며 미소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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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열두 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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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산장 내부의 공기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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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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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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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술을 깨물며 그녀를 바라봤지만, 강아린은 그저 천연덕스럽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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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 공간을 가득 채우는 눈부신 빛이 모든 것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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