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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 휴식, 호텔 지하층 - '살아있는 수영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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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 한가인(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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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3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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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치 : 계층 지하층, 당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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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조언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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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너는 뭔 큐대를 그냥 쭉 미는 것도 못하는 거냐? 형이 시범 보여 줬잖아, 그 잡는 부분 꽉 잡고, 끝부분을 왼손으로 각도 유지하면서 직선으로 그냥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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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 저 당구 안 쳐봤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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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대학생이 당구 안 치면 뭘 하고 산 거야? 아까 말하는 거 듣기로는 게임? 그것도 거의 하지 않는다며? 너는 대체 뭘 하고 산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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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다. 세상에 당구랑 게임 말고 할 게 얼마나 많은데 고작 그 두 개를 못 한다고 진철 형은 20분째 타박 중이다. 다행스럽게도 편의 시설을 대충 돌아다니는 동안 딱히 ‘현자의 조언’은 작동하지 않았다. 분명 첫날 엘리베이터로 지하로 내려가려 했을 때 뭐라 했더라? ‘지금 내려가면 위험하다!’ 했었는데 왜 오늘은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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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과 오늘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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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첫날은 프런트에서 괴물이 덮쳤었지. 그 괴물이 어느 순간 사라졌었는데…. 어쩌면 지하에 있던 것인가. 아직 이 호텔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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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 시설과 관련되어서는 어제 은솔 누나가 했던 예측이 맞았다. 시설 자체는 밖에서 보기엔 객실과 똑같다. 바깥에서 보면 도저히 무슨 수영장이니 동물원이니 하는 게 들어갈 수가 없는 크기인데 방문을 열면 거짓말처럼 모든 게 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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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새삼 이런 걸로 우리가 놀랄 시기도 아니다. 그래서 다들 그냥 즐거워하며 각자 있고 싶은 곳에 가서 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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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솔 누나는 무슨 바에 가서 칵테일을 마시기 시작했고, 송이는 동물원, 엘레나는 수영장, 승엽이는 PC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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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가고 싶은 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겠구나. 나만 빼고. 나는 어디서 뭘 할까 서성거리다가 이렇게 진철 형에게 붙들려버렸다. 이 호텔에는 그야말로 거의 모든 것이 다 있었지만, 딱 하나 우리를 제외한 사람이 없었고 당구는 혼자서 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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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뭔가, 시설도 좋고 다 좋은데, 사람이 우리만 있으니 놀기도 좀 애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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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이지. 은솔 누님은 혼자 칵테일바 가셔서 재미가 있으시려나 모르겠다. 동물원이야 뭐 동물은 있을 것 같고. 승엽이 그 녀석도 PC방 가서 할 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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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가 하는 게임은 딱히 옆에 친구랑 붙어서 하는 게 아닐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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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나도 안다. 롤 모르는 사람이 어딨다고. 근데, 인터넷이 안 될 것 같지 않냐. 핸드폰 먹통 된 것만 해도 그렇고, 외부와 소통을 시켜줄 분위기는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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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애매하네요. 적당히 그냥 다 같이 모이는 게 더 재밌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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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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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내 큐대가 허공을 가른 후 공 옆의 테이블 모서리를 찍었다. 그걸 보자마자 진철 형은 큐대를 내려놓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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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고만하자. 이거 뭐, 공을 맞히지도 못하는 애랑 당구 해서 이겨봐야 뭐하겠냐. 나도 재미없고, 너도 재미없고. 다른 사람들이나 만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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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참 다행이다.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바로 떠오른 장소?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인정하겠다. 여기서 세상 남자의 95%는 똑같은 생각일걸? 수영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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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진작부터 이놈의 큐대는 던져버리고 수영장에 갈 생각만 가득했다! 사람이라면, 아니 남자라면 진철 형도 다를 리가 없다! 100%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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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역시, 수영장 어떨까요! 우리가 뭐 게임 배울 것도 아니고, 칵테일은 전 마셔본 적도 없어요. 동물원은 당연히 아닐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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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나도 그 수영복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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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 씨도 수영복 없는 채로 갔는데 나오지 않고 잘 있는 것 보면, 수영복도 안에 다 있는 것 아닐까요? 당구장도 지금 보니까 큐대고 뭐고 다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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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당구장에 큐대는 당연히 있는 거고…. 수영장에 수영복은, 사람들 사이즈도 모르는데 있을리가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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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그건 보통 호텔이고, 우리 그동안 먹고 마시고 할 때마다 귀신같이 딱 취향 맞춰 나오던데 인제 와서 새삼 수영복 크기를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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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하다. 아니 어떻게 이 형은 이 상황에서 수영장을 가기 싫은 티를 낼 수가 있지? 평소 엘레나 씨랑 말할 때마다 싱글벙글 했던 거 보면 나랑 생각이 똑같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설득했다. 어차피 딱히 다른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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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나와서 옮겨가다 보니, 복도 건너편에서 승엽이와 은솔 누나가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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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너네도 나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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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누나도 혼자 있으니까 좀 그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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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다못해 무슨 바텐더도 없는 곳에서 혼자 청승맞게 칵테일 마시니까 이게 대체 뭔가 싶어서 나왔어. 나와보니 얘는 미리부터 나왔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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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안 돼요…. 컴퓨터는 겁나 좋은데 세상에 인터넷이 안 되는 컴퓨터로 대체 뭘 하라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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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쪽으로 갈까 하고 있었는데, 너네도 나왔네. 당구도 별로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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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 말도 못 합니다. 이놈은 무슨 큐대로 공을 못 맞춰요. 어휴 대체 뭘 하고 산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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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하, 그래서 다들 어디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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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맞춰볼게. 너희 수영장 갈려고 나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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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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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사실이지만, 그래도 정면에서 지적당하니 왠지 부끄럽다. 하지만 이미 4명이 나왔고, 솔직히 송이가 있는 ‘동물원’은 좀 아니지 않은가! 어차피 남은 건 수영장뿐이다! 움찔 하고 있자 누나가 킥킥대다가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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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엽다 귀여워~. 수영장 가자. 뭔가 뭐가 많은 것 치고는 은근히 갈 곳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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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수영장에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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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가 여기 제일 먼저 나왔잖아요? 기다리고 있는데 뭔가 좀 이상한 소리 들렸어요. 다른 분들은 들은 것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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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못 들었는데? 무슨 소리 말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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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호텔 디스플레이에 뭐 뜰 때마다 띵! 하잖아요. 그 소리가 멀찍이서 들린 것 같았는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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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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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조언’에는 아무 알림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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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괜찮을 것 같은데. 그동안 심상찮다 싶으면 항상 조언이 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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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의 원숭이 사태, 정문, 엘리베이터, 저주의 방 등 모든 장소에서 현자의 조언은 위기 시마다 적절한 조언을 던져줬다. 갑자기 뒤통수를 칠 리는 없다. 곧 승엽이도 아마 잘못 들은 것 같다고 말하며 멋쩍게 웃은 후, 다 같이 수영장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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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깜짝 이벤트! ‘살아있는 수영장’ 개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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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전 내내 당구로 면박을 주던 형이 수영장을 가자는 말에 떨떠름해 했는지 이해했다. 본인도 몸이야 자신 있을 것이고, 무려 ‘엘레나’가 수영 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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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형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맥주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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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후욱, 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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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어푸푸! 퉷, 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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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다채로운 소리가 수영장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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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분명히 어제 듣기로 수영 기본 정도는 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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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헉, 헉…. 제가, 그 어릴 때 분명히 배우긴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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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라는 게 혹시 엄마 뱃속에서 헤엄친 걸 말하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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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헤엑, 농담도 잘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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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농담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 은솔 누나는 진심 100%를 담아서 말했고 나도 똑같은 생각이다. 이게…. 이럴 수가 있나? 그냥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사람의 몸은 자연스럽게 물에 뜬다. 그 상태로 하다못해 개헤엄만 쳐도 최소한 앞으로는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힘은 무지하게 세서 거의 천둥소리를 낼 정도로 다리를 휘젓는 것 같은데 어째서 다리를 뒤로 뻗지를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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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숨만 들이마셔도 떠오를 것 같은데, 온몸을 뒤틀자 점점 가라앉는 게 내 눈에도 보인다. 형의 너무나 놀라운 실력 덕에 돌고래를 방불케 하는 빛나는 수영 실력(어디까지나 수영 실력!)에도 불구하고 엘레나조차 어느 순간 존재감이 사라졌다. 모두가 벽에 기대서 진철 형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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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의 거한이 온몸을 뒤틀고 허우적거리면서 점점 물속으로 가라앉는 장면은 돈을 내고도 구경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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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내내 당구공을 못 맞춘다고 잔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이 구경은 더더욱 재밌었다. 다 같이 낄낄대던 사이에 어느샌가 송이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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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들 여기 있었네요. 당구장도 가보고 바도 가봤는데 아무도 없어서 어딨나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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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도 바로 갈아입고 와! 저쪽 끝에서 두 번째, 옷 그려진 방에 들어가면 수영복이 탓! 하고 나올 거야. 혹시 안 보이면 잠깐 뒤를 돌았다가 다시 보면 어느샌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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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야기를 태연하게 하는 걸 보니 우리가 진짜 이상한 곳에 와 있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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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이상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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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은 재밌었어? 동물 많이 있어? 코끼리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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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인 오빠, 동물원은…. 음. 나중에 다 같이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조금 이상한 동물원이라.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동물원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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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물 밖으로 나온 진철 형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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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동물원이라니? 이 호텔에서 이상하지 않은 게 없는데. 이 수영장부터가 겁나 이상한데, 이런 이상한 곳에서조차 특히 이상하면 대체 뭐가 있는거냐. 설마 사람도 동물이라고 하고 가둬두는 거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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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는 아니고, 그냥 생전 처음 보는 동물들이 가득해요. 무슨 사슴, 여우, 이런 게 아니고…. 진짜 처음 보는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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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송이가 모르는 동물 아니야? 내가 예전에 그 살아있는 지구라고 유명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놀랐었는데, 세상에 진짜 이상한 동물이 많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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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종류는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물론 동물원이 하도 넓어서 제가 몇 종류 못 봤지만, 그래도 10종류 이상은 봤는데 전부 다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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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사실 다 같이 가보는 게 아니고, 다 같이 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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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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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동물원. 기억해 뒀다. 느낌상 식물원도 비슷할 것 같다. 어디에도 없는 동물이 가득 찬 동물원. 일반인이 모르는 특이한 동물만 모아서 가둬둔 걸까? 그렇다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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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호텔 기준으로는 평범한 동물이라면, 어딘가 있는 동물이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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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한 상념이 시작될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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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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