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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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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 휴식, 호텔 지하층 - '살아있는 수영장' (1)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3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지하층, 당구장

현자의 조언 : 3]

“아니, 너는 뭔 큐대를 그냥 쭉 미는 것도 못하는 거냐? 형이 시범 보여 줬잖아, 그 잡는 부분 꽉 잡고, 끝부분을 왼손으로 각도 유지하면서 직선으로 그냥 딱!”

“아 형 저 당구 안 쳐봤다니까요….”

“아니 대학생이 당구 안 치면 뭘 하고 산 거야? 아까 말하는 거 듣기로는 게임? 그것도 거의 하지 않는다며? 너는 대체 뭘 하고 산 거냐?”

억울하다. 세상에 당구랑 게임 말고 할 게 얼마나 많은데 고작 그 두 개를 못 한다고 진철 형은 20분째 타박 중이다. 다행스럽게도 편의 시설을 대충 돌아다니는 동안 딱히 ‘현자의 조언’은 작동하지 않았다. 분명 첫날 엘리베이터로 지하로 내려가려 했을 때 뭐라 했더라? ‘지금 내려가면 위험하다! 했었는데 왜 오늘은 괜찮은 걸까?

첫날과 오늘의 차이.

생각해보면 첫날은 프런트에서 괴물이 덮쳤었지. 그 괴물이 어느 순간 사라졌었는데…. 어쩌면 지하에 있던 것인가. 아직 이 호텔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실이 많다.

편의 시설과 관련되어서는 어제 은솔 누나가 했던 예측이 맞았다. 시설 자체는 밖에서 보기엔 객실과 똑같다. 바깥에서 보면 도저히 무슨 수영장이니 동물원이니 하는 게 들어갈 수가 없는 크기인데 방문을 열면 거짓말처럼 모든 게 다 있었다.

이제는 새삼 이런 걸로 우리가 놀랄 시기도 아니다. 그래서 다들 그냥 즐거워하며 각자 있고 싶은 곳에 가서 놀기 시작했다.

은솔 누나는 무슨 바에 가서 칵테일을 마시기 시작했고, 송이는 동물원, 엘레나는 수영장, 승엽이는 PC방.

다들 가고 싶은 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겠구나. 나만 빼고. 나는 어디서 뭘 할까 서성거리다가 이렇게 진철 형에게 붙들려버렸다. 이 호텔에는 그야말로 거의 모든 것이 다 있었지만, 딱 하나 우리를 제외한 사람이 없었고 당구는 혼자서 칠 수 없으니까.

“그런데…. 뭔가, 시설도 좋고 다 좋은데, 사람이 우리만 있으니 놀기도 좀 애매하네요.”

“그러게 말이지. 은솔 누님은 혼자 칵테일바 가셔서 재미가 있으시려나 모르겠다. 동물원이야 뭐 동물은 있을 것 같고. 승엽이 그 녀석도 PC방 가서 할 게 있나?”

“걔가 하는 게임은 딱히 옆에 친구랑 붙어서 하는 게 아닐걸요.”

“그건 나도 안다. 롤 모르는 사람이 어딨다고. 근데, 인터넷이 안 될 것 같지 않냐. 핸드폰 먹통 된 것만 해도 그렇고, 외부와 소통을 시켜줄 분위기는 아닌데.”

“음…. 애매하네요. 적당히 그냥 다 같이 모이는 게 더 재밌을지도.”

탁 -

시원하게, 내 큐대가 허공을 가른 후 공 옆의 테이블 모서리를 찍었다. 그걸 보자마자 진철 형은 큐대를 내려놓고 일어섰다.

“야 야 고만하자. 이거 뭐, 공을 맞히지도 못하는 애랑 당구 해서 이겨봐야 뭐하겠냐. 나도 재미없고, 너도 재미없고. 다른 사람들이나 만나러 가자.”

그것참 다행이다.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바로 떠오른 장소?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인정하겠다. 여기서 세상 남자의 95%는 똑같은 생각일걸? 수영장이다!

진짜 진작부터 이놈의 큐대는 던져버리고 수영장에 갈 생각만 가득했다! 사람이라면, 아니 남자라면 진철 형도 다를 리가 없다! 100% 확신한다.

“형! 역시, 수영장 어떨까요! 우리가 뭐 게임 배울 것도 아니고, 칵테일은 전 마셔본 적도 없어요. 동물원은 당연히 아닐 거고.”

“수영장…? 나도 그 수영복이 없는데.”

“엘레나 씨도 수영복 없는 채로 갔는데 나오지 않고 잘 있는 것 보면, 수영복도 안에 다 있는 것 아닐까요? 당구장도 지금 보니까 큐대고 뭐고 다 있는데?

“아니, 당구장에 큐대는 당연히 있는 거고…. 수영장에 수영복은, 사람들 사이즈도 모르는데 있을리가 있냐?”

“형. 그건 보통 호텔이고, 우리 그동안 먹고 마시고 할 때마다 귀신같이 딱 취향 맞춰 나오던데 인제 와서 새삼 수영복 크기를 모르겠어요?”

뭔가 이상하다. 아니 어떻게 이 형은 이 상황에서 수영장을 가기 싫은 티를 낼 수가 있지? 평소 엘레나 씨랑 말할 때마다 싱글벙글 했던 거 보면 나랑 생각이 똑같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설득했다. 어차피 딱히 다른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방을 나와서 옮겨가다 보니, 복도 건너편에서 승엽이와 은솔 누나가 나와 있었다.

“음, 너네도 나왔네.”

“아하, 누나도 혼자 있으니까 좀 그랬나요?”

“뭐, 하다못해 무슨 바텐더도 없는 곳에서 혼자 청승맞게 칵테일 마시니까 이게 대체 뭔가 싶어서 나왔어. 나와보니 얘는 미리부터 나왔던데?”

“인터넷이 안 돼요…. 컴퓨터는 겁나 좋은데 세상에 인터넷이 안 되는 컴퓨터로 대체 뭘 하라는 건지….”

“너희 쪽으로 갈까 하고 있었는데, 너네도 나왔네. 당구도 별로였어?”

“누님, 말도 못 합니다. 이놈은 무슨 큐대로 공을 못 맞춰요. 어휴 대체 뭘 하고 산 건지.”

“아하하하, 그래서 다들 어디 갈까요?”

“내가 맞춰볼게. 너희 수영장 갈려고 나왔지!”

뜨끔.

솔직히 사실이지만, 그래도 정면에서 지적당하니 왠지 부끄럽다. 하지만 이미 4명이 나왔고, 솔직히 송이가 있는 ‘동물원’은 좀 아니지 않은가! 어차피 남은 건 수영장뿐이다! 움찔 하고 있자 누나가 킥킥대다가 돌아섰다.

“아 귀엽다 귀여워~. 수영장 가자. 뭔가 뭐가 많은 것 치고는 은근히 갈 곳이 없네.”

다 같이 수영장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제가 여기 제일 먼저 나왔잖아요? 기다리고 있는데 뭔가 좀 이상한 소리 들렸어요. 다른 분들은 들은 것 없나요?”

“나는 못 들었는데? 무슨 소리 말하는 건데?”

“우리 호텔 디스플레이에 뭐 뜰 때마다 띵! 하잖아요. 그 소리가 멀찍이서 들린 것 같았는데. 아닌가?”

“가인아?”

“음, ‘조언’에는 아무 알림 없어요.”

“그럼 괜찮을 것 같은데. 그동안 심상찮다 싶으면 항상 조언이 떴잖아.”

첫날의 원숭이 사태, 정문, 엘리베이터, 저주의 방 등 모든 장소에서 현자의 조언은 위기 시마다 적절한 조언을 던져줬다. 갑자기 뒤통수를 칠 리는 없다. 곧 승엽이도 아마 잘못 들은 것 같다고 말하며 멋쩍게 웃은 후, 다 같이 수영장을 향했다.

/오늘의 깜짝 이벤트! ‘살아있는 수영장’ 개장합니다!/

왜 오전 내내 당구로 면박을 주던 형이 수영장을 가자는 말에 떨떠름해 했는지 이해했다. 본인도 몸이야 자신 있을 것이고, 무려 ‘엘레나’가 수영 중인데!

이 형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맥주병이다.

"후욱, 후욱, 후욱"

"쿨럭! 어푸푸! 퉷, 으억!"

참으로 다채로운 소리가 수영장을 가득 채운다.

“내가 분명히 어제 듣기로 수영 기본 정도는 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헉, 헉, 헉…. 제가, 그 어릴 때 분명히 배우긴 했거든요.”

“어릴 때라는 게 혹시 엄마 뱃속에서 헤엄친 걸 말하는 거니.”

“하하, 헤엑, 농담도 잘하십니다.”

전혀 농담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 은솔 누나는 진심 100%를 담아서 말했고 나도 똑같은 생각이다. 이게…. 이럴 수가 있나? 그냥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사람의 몸은 자연스럽게 물에 뜬다. 그 상태로 하다못해 개헤엄만 쳐도 최소한 앞으로는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힘은 무지하게 세서 거의 천둥소리를 낼 정도로 다리를 휘젓는 것 같은데 어째서 다리를 뒤로 뻗지를 못하는가.

그냥 숨만 들이마셔도 떠오를 것 같은데, 온몸을 뒤틀자 점점 가라앉는 게 내 눈에도 보인다. 형의 너무나 놀라운 실력 덕에 돌고래를 방불케 하는 빛나는 수영 실력(어디까지나 수영 실력!)에도 불구하고 엘레나조차 어느 순간 존재감이 사라졌다. 모두가 벽에 기대서 진철 형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190의 거한이 온몸을 뒤틀고 허우적거리면서 점점 물속으로 가라앉는 장면은 돈을 내고도 구경할 가치가 있다.

오전 내내 당구공을 못 맞춘다고 잔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이 구경은 더더욱 재밌었다. 다 같이 낄낄대던 사이에 어느샌가 송이가 들어왔다.

“아! 다들 여기 있었네요. 당구장도 가보고 바도 가봤는데 아무도 없어서 어딨나 했는데.”

“송이도 바로 갈아입고 와! 저쪽 끝에서 두 번째, 옷 그려진 방에 들어가면 수영복이 탓! 하고 나올 거야. 혹시 안 보이면 잠깐 뒤를 돌았다가 다시 보면 어느샌가 있어.”

“그런 이야기를 태연하게 하는 걸 보니 우리가 진짜 이상한 곳에 와 있긴 하네요.”

정말로 이상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나눴다.

“동물원은 재밌었어? 동물 많이 있어? 코끼리라던가?

“아 가인 오빠, 동물원은…. 음. 나중에 다 같이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조금 이상한 동물원이라.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동물원 아니에요.”

어느샌가 물 밖으로 나온 진철 형이 대답했다.

“이상한 동물원이라니? 이 호텔에서 이상하지 않은 게 없는데. 이 수영장부터가 겁나 이상한데, 이런 이상한 곳에서조차 특히 이상하면 대체 뭐가 있는거냐. 설마 사람도 동물이라고 하고 가둬두는 거 아니겠지?”

“그런 거는 아니고, 그냥 생전 처음 보는 동물들이 가득해요. 무슨 사슴, 여우, 이런 게 아니고…. 진짜 처음 보는 동물들.”

“그냥 송이가 모르는 동물 아니야? 내가 예전에 그 살아있는 지구라고 유명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놀랐었는데, 세상에 진짜 이상한 동물이 많더라고.”

“몇 종류는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물론 동물원이 하도 넓어서 제가 몇 종류 못 봤지만, 그래도 10종류 이상은 봤는데 전부 다 모르겠어요.”

“그러면…. 사실 다 같이 가보는 게 아니고, 다 같이 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그런가?”

이상한 동물원. 기억해 뒀다. 느낌상 식물원도 비슷할 것 같다. 어디에도 없는 동물이 가득 찬 동물원. 일반인이 모르는 특이한 동물만 모아서 가둬둔 걸까? 그렇다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어쩌면 이 호텔 기준으로는 평범한 동물이라면, 어딘가 있는 동물이라면 -

불길한 상념이 시작될 무렵,

이변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