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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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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머리 위의 천장은 높게 뻗어 있었다.
이 거대한 공동의 끝자락에는 미약한 빛줄기가 새어 들어와 암흑 속 공간을 간신히 밝혔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 빛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그 미약한 빛줄기가 새어 들어오는 출구의 계단.
그곳, 계단 위에는 누군가가 앉아있다.
그는 등을 구부린 채 고개를 숙인 상태였다.
한 손에는 창을 들고 무언가를 툭툭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그를 눈에 담기 시작한 순간까지 그의 존재를 느낄 수 없었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쳤다.
아무 말 없이, 움직임도 없지만, 그에게서 나오는 귀기 어린 기운은 서늘하고 날카로웠다.
‘싸우면 진다… 아니.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죽는다.
어둠 속 그의 실루엣은 나와 비슷한 체격이었다. 그러나 존재감만큼은 나를 완벽히 압도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멈추어 섰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안녕?”
그가 입을 열었다.
“음… 반갑긴 한데, 아직 여기 오기에는 좀 이른 것 같네.”
형체의 얼굴은 여전히 알아볼 수 없었다.
“영약 때문인가. 그래도… 정말 잘 먹였어.”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움직임이 거슬림 하나 없이 매끄러웠다.
나는 허리춤에 찬 창을, 아주 강하게 쥐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팟-
저 멀리 있던 형체가 일순간에 사라졌다.
본능적으로 창을 뽑아 정면을 막았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싸늘한 감각이 목을 스친다. 목덜미에 닿은 창의 날이 차갑게 느껴졌다.
그는 이미 눈앞에 도착해 있었다.
코앞에 있었지만, 여전하게도.
마치 노이즈가 낀 듯한 모습에, 나는 그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미안해. 깨우려면, 이 방법 뿐이어서.”
목에 칼날이 파고드는 감각과 함께.
“다음에 보자.”
내 시야가 암전됐다.
“아마 기억 못하겠지만.”
***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어딘지 모를 깊은 꿈에서 막 깨어난 듯한 기분.
신체는 오히려 상쾌했다. 온종일 푹신한 침대에서 잔 것 같은 개운함이 느껴졌다.
부드럽고 포근한 침대의 감촉이 등 아래로 전해졌고, 정신 또한 서서히 깨어나면서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낯선 천장이었다.
-벌떡
“여기가 어디야.”
주위를 둘러보자, 넓고 깨끗한 입원실이 눈에 들어왔다. 창문 너머로는 고층 빌딩의 정경이 펼쳐져 있다.
이불을 내려다보니 병원복을 입고 있는 내 모습이 드러났다.
그리고, 이제야 떠오르는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 기억.
‘옳지… 옳지… 쭉 들이켜.
아. 미친.
나는 급하게 눈을 감고 심호흡하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퍼져나가는 맥박의 고동을 느끼며 마나의 흐름을 확인했다.
-두근, 두근
심장 박동의 소리가 고조될수록 마나의 통로를 가늠할 수 있었다.
3배… 4배
머릿속에서 빠르게 계산을 이어갔다.
‘아니야… 5배.
속도, 효율, 그리고 그 절대적인 양까지. 모든 것이 이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나는 끌어올리는 마나를 멈추고 머리를 짚으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짓을….”
이 영약은 단순히 마신다고 해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
물론 마시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는 있다. 어쨌든 수백 년의 자연지기가 농축된 천혜의 영약이니까.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응축된 자연지기들은 거칠고 제어가 어렵다.
섭취한 자는 그 기세를 감당하지 못해 기절하거나, 심할 경우 생명에 위협을 끼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호법(護法)을 서줄 사람이 필요했다. 마나를 섬세하게 다뤄 몸 구석구석으로 영약의 기운을 퍼뜨리고, 과잉된 부분은 적절히 다스려야 한다.
그런데 몸에서 날뛰는 마나들은 마치 완벽하게 길들여진 듯, 효율적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 솔직히 야무질 정도로 잘해놨다.
마치 한 톨의 영약도 허투루 흘리지 않겠다는 듯 아주 꼼꼼하게.
천여울은 그 과정마저 완벽하게 수행한 듯했다.
“으응… 일어났어?”
부드럽고 살짝 나른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오른쪽 아래로 눈길을 내리자 환자용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시온이 몸을 구부리며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내가 움직이는 소리에 깨어난 듯, 그녀는 눈을 비비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나 때문에 깼구나. 미안.”
“응, 아니야. 어차피 일어나려던 참이었어….”
-하암.
그녀는 입을 손으로 가리며 길게 하품했다.
“여기서 왜 그러고 있어?”
“밤중에 잘못될까 봐 옆에서 지켜보라더라. 그래서 그냥 있었지.”
“고마워.”
내 짧은 대답에 시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기 시작했다.
-벌컥
그때, 묵직한 소리와 함께 병실 문이 열렸다.
고개를 살짝 숙이며 병실로 들어오는 인물.
2m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키와 단정히 빗어 넘긴 백발, 그리고 턱에서 뺨까지 이어진 깊은 상처.
영감이었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잠시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다시 떴다.
“쓰려졌다길래 와봤는데 멀쩡한 걸 보니 괜히 왔군.”
묵직한 목소리가 병실 안을 울렸다.
“에이, 할아버지 또 그러시네. 어제 저녁에도 오셔놓고.”
영감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그의 눈길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그의 눈빛이 내게 고정된 채 눈이 푸른색으로 일렁였다.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물었다.
“… 대체 어디서 뭘 주워 먹은 거냐?”
영감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는 묵직한 의문과 경계가 담겨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리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영감은 내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일어서 봐라.”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심장 박동은 안정적이군. 마나는…”
그의 눈이 살짝 좁혀졌다.
“단단하다.”
영감이 조용히 내뱉었다.
“그러나 검사를 받아보긴 해야겠어.”
나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수긍했다.
“그래야죠.”
그는 침대 옆에 붙어있던 인터폰을 들어 짧게 대화했다.
이내 전화를 끊은 영감은 손목을 굴리며 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움직여라.”
명령 같은 한마디.
“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라갔다.
***
검사 결과를 듣고 나오는 길이다.
‘건강에 아무런 이상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건강해서 탈이네요, 허허.
대한민국 최고의 의료시설로 꼽히는 영광 병원의 의사가 직접 한 말이다. 틀리지는 않을 터였다.
‘그럴 것 같았다.
‘다행이다~
영감과 시온은 의사의 설명을 듣고는 무심하게 떠났다.
시온은 등교했어야 했고, 영감은 워낙에 바쁜 사람이다.
나 또한 퇴원 절차를 밟고 병원을 나왔다.
‘네? 누가요?
결제 대금은 이미 전부 처리되어 있었다. 누가 그랬는지 알려달라고 했는데, 알려주질 않았다.
“누구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영감일 것이다.
그렇게 병원 문을 나선 순간, 문 앞에 검은색 고급 세단이 눈에 들어왔다.
문이 열리더니, 날렵한 정장을 입은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깔끔하게 다려진 깃, 완벽한 각도의 넥타이.
‘협회.
한눈에 봐도 협회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별일 없이 퇴원하셔서 다행입니다, ‘묵귀’님. 저는 협회 소속 영웅 김길규입니다.”
“혹시 시간 괜찮으시다면, 이아노의 무덤 건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글쎄요, 제가 등교해야 해서.”
그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가온과는 협의가 끝난 상태입니다. 머리를 식히며 오늘까지만 정양하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협회에서는 미리 손을 써놓은 듯했다.
사실 어차피 따라갈 생각이긴 했다.
그냥 한번 튕겨봤다.
“예, 그러죠.”
세단의 내부는 넓었다. 좌석은 푹신했고,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출발하겠습니다.”
차가 출발하자, 나는 어깨를 기대며 가방을 쥐었다.
십자가는 가방 안에 그대로 있었다.
“성녀 후보님께 들었습니다.”
차가 도로를 달리길 몇 분, 운전을 하고 있던 그가 입을 열었다.
“이아노의 무덤을 발견하신 것도 정해인님이며, 모든 권리는 정해인 님에게 있다고 말입니다.”
“네,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 어제 저녁부터 일본 영웅 협회에서 온 인사들이 정해인 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벌써 거기까지 소문이 퍼졌던 모양.
일본에 있어서 이아노는 상징적인 인물이기에 한걸음에 달려온 듯했다.
“… 영약, 그리고 이아노의 십자가까지. 혹시 어떻게 사용하실 예정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러나 그는 아차 싶었는지, 급히 말을 덧붙였다.
“아 물론, 저희는 영웅의 던전 권리를 완벽히 존중합니다. 하지만 아는 것이 있어야 일본 측에 대한 대응과 협의가 더 수월할 테니, 혹여 협조해 주실 부분이 있다면….”
“먹었어요.”
“예…?”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게 됐다.
“제가.”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