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Ex2-novel-agent/content/references/novelpia/326040/64.md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1 KiB

승자는 모든 걸 취할 권리가 있다.

약육강식의 세계란 그런 것이다.

나는 라벤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마법 내놓으세요.”

“…마법을 가르쳐 달라는 거냐?”

“아니요.”

이 말을 하면 사람들이 전부 오해를 한다.

그거 아니라니까.

내놓으라고.

“설마 상대의 마법을 뺏을 수 있는 건가?”

“거래가 되는 거예요. 뭐든 소원 하나 들어주기로 했으니 마법 하나 내놓으세요.”

“…….”

라벤이 경악한다.

마법의 양도가 가능하다는 소리를 듣고 충격에 빠진 건데, 그러게 누가 함부로 내기하래?

마법 내놔.

나는 라벤과 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는 후미진 곳으로 이동했다.

라벤은 한숨을 쉬며 자신이 지닌 마법 목록을 늘어놨다.

“―그리고 블랙룸이 있지.”

“그거 마법이었어요?”

“마법은 아니고 기프트다만, 왜 그러지. 마법만 거래가 되나?”

당연한 소리를.

이 녀석이 거래 사기를 치려고 해?

“저는 정품만 받아요.”

“까다롭군.”

나는 라벤이 말한 마법 목록 중 가장 좋아 보이는 녀석을 골랐다.

암속성 웅덩이를 만드는 마법.

적의 기동력이 빠를수록 귀찮아지는 내게 알맞은 마법이었다.

끼익. 내 손에 무언가가 잡혔다.

마치 누군가 세상을 오려 붙이기라도 한 듯, 전조도 없이 갑작스럽게.

의 왼쪽 접시에 웅덩이 마법이 올라가고, 기운다.

이어서 오른쪽 접시에 약속이 올라간다.

대가는 동등.

이 평형을 이룬다.

뎅! 맑은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나는 하얀 불꽃으로 변한 천칭을 음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지.

나는 손에 검은색 파도를 일으켰다가, 지웠다.

그 광경이 속이 쓰린지 미간을 찌푸렸던 라벤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음에 보자.”

“다음엔 더 좋은 마법 부탁해요.”

“쯧.”

혀를 차고 사라지는 라벤.

나는 희희낙락하며 마법을 가지고 놀았다.

그러자 옆에서 라이젤이 끼어들었다.

“그거 대체 뭐야? 마법이 거래가 돼?”

“저는 돼요.”

을 목격한 사람은 모두 저런 반응을 보이곤 한다.

그만큼 말도 안 되는 마법이었다.

“대체 무슨 마법이길래, 거래의 마법이야?”

“천칭이에요.”

“어떤 원리로 마법의 거래가 되는 거야?”

“서로 동등하다고 여긴 대가를 접시에 올리면 거래가 돼요. 마법을 상대에게 양도하는 거죠.”

“양도만 돼?”

“공유도 되죠.”

“신기하네, 음.”

라이젤은 잠깐 고민하다가, 웃으며 말을 꺼냈다.

“나도 마법 하나 줄까?”

“라이젤도 마법사였어요?”

전혀 그런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

상대가 마법사라는 걸 알아보는 건 어디까지나 마력을 풍길 때였다.

마력을 몸 안에 완벽하게 갈무리한다? 상대가 마법을 쓰기 전까진 알아채기 힘들었다.

라이젤이 마법사였구나.

이제야 알았네.

“마법사라기엔 거창하고, 마법을 살짝 배우긴 했어.”

“그게 마법사죠.”

“아예 주는 건 내 밥줄이라 곤란하고, 공유해줄까?”

“좋아요. 뭘 해드릴까요?”

“그냥 공유해줄게. 우리 사이잖아.”

이래서 가족이 좋다는 거구나.

진짜 좋은 거였네?

여태까지 소설에서 읽었던 상투적인 문구가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깨달았다.

“라이젤은 무슨 원소 적성을 타고났나요.”

“나? 화염이야.”

“저랑 같네요.”

끼익. 나는 허공에 을 소환했다.

라이젤은 천칭의 왼쪽 접시에 불꽃 화살 마법을 올리고, 오른편에 마음을 올렸다.

그것은, 기쁨이었다.

나랑 마법을 공유하는 게 어지간히 좋은 모양이었다.

나는 새로 얻은 불꽃 화살 마법도 이리저리 사용해 봤다.

1위계라 위력은 그저 그랬지만, 나는 모든 마법을 사랑하는 박애주의자. 그 어떤 마법도 환영이었다.

“잘 쓸게요.”

“루이나가 써준다면 언제든 환영이지.”

이것으로 대충 상황이 마무리됐다.

나는 몸을 돌렸다.

슬슬 여관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는데.

“그나저나 다행이다. 잘 끝나서. 영 꺼림칙했거든.”

갑자기 라이젤이 꺼낸 얘기에 나는 멈칫했다.

꺼림칙하다고?

“뭐가 꺼림칙하다는 건가요.”

“응? 아, 별 건 아니고. 아까 그 까마귀 수인 있잖아? 걔가 늑대 수인을 일부러 네 쪽으로 던지더라고.”

…일부러 내 쪽으로 늑대 수인을 던졌다면 이유는 하나였다.

시비를 걸기 위해서.

왜?

“확실한가요?”

“어…. 내 느낌은 그랬어. 페란트? 너는 어때?”

“저요? 음. 듣고 보니 그랬던 거 같기도 하네요.”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나한테 시비를 걸어서, 굳이 결투까지 할 이유가 있나?

그냥 둘이 착각한 거 아니야?

나는 이마를 툭툭 치며 생각에 잠겼다.

문득 까마귀 수인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떠올랐다.

네메리온 학파의 계승 마법을 강탈한 탐욕스러운 일화였는데, 빛나는 걸 환장해 모으는 까마귀가 떠오르는 짓이었다.

짐승은 이래서 안 된다니까.

마법이라.

네메리온 학파가 어쩌다 계승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제3자의 입장에선 까마귀 수인족과 한바탕 다툼을 벌인 네메리온 학파가, 그 뒤로 계승 마법이 바뀌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었으니까?

…마법을 빼앗는 기프트라도 있나?

아니면 제약을 거는 기프트?

그런데 내가 겪은 기프트는 위계를 반전시키는 블랙룸이었는데?

짐승의 기프트라는 게 워낙 다양하니 다른 게 존재해도 자연스러웠지만, 영 아닌 거 같단 말이지.

모르겠다.

어차피 끝난 일인데 더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상념을 털어내고 입술을 뗐다.

“제가 마음에 들었나 보죠. 제가 또 한 외모 하잖아요.”

“다 태워 먹었잖아.”

“까마귀 수인에게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눈이라도 있나 보죠. 새니까 눈은 좋을 거 아니에요.”

적당히 대꾸한 나는 여관으로 돌아갔다.

여관에 도착하자마자 늘어지게 엎드려 있던 크리스가 손을 흔들었다.

“루이나 님? 왔어?”

“크리스 님은 언제나 여유롭네요. 안 바쁜가 봐요.”

“혹시 그거 ‘내가 투자한 돈 안 굴리고 놀기만 하네’라는 뜻이야?”

“역시 크리스 님이에요.”

“노는 거 아니야. 구상 중이라고.”

“역시 크리스 님이에요.”

나는 자리에 앉아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었다.

한바탕 싸우고 와서 그런가. 니코틴이 당겼다.

담배에 불이 붙고, 나는 제리에게 질문했다.

“조사는 어떻게 됐나요.”

“적당히 끝났습니다.”

짧은 회의 끝에 레온이 다른 세력 조사를, 제리가 바젯 조사를 하기로 했었다.

내 물음에 제리는 자리에 앉으며 대답했다.

“바젯의 괴소문을 조금 더 파봤습니다만, 흥미로운 증언이 나왔습니다.”

“어떤 증언인가요.”

“바젯이 특이한 마법사를 좋아했다더군요.”

특이한 마법사?

“혹시 성적 취향이 특이한 마법사를 좋아했다는 건 아니죠?”

“루이나 님. 그걸 왜 저를 보면서 말하는 거죠. 저는 성적 취향이 특이하지도 않고, 마법사도 아닙니다만.”

“레온 님이 마침 정면에 있었을 뿐이에요. 하여간, 제리 님?”

“당연히 그런 건 아니고, 마법이 특이한 마법사를 좋아했다는 뜻입니다.”

마법이 특이하다라.

마법은 원래 특이하다. 왜냐하면 마법은 제각각 찾아낸 특징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저마다의 삶이 반영된 마법은 위력이라면 몰라도 희귀도는 전부 유니크했는데, 굳이 저렇게 강조하는 걸 보면 아마 그중에서도 특이한 마법을 좋아했다는 모양이었다.

“맞습니다. 구체적인 예시는 못 들어봤지만, 보기 드문 마법을 지닌 마법사를 우대한 건 확실합니다.”

“그런데 그게 왜요?”

희귀한 마법사를 우대한다. 사실 이건 특이할 것도 없었다.

왜냐하면 모든 마법과 관련된 집단이 그러니까.

특별하다는 건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대우를 받았다.

마법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허나 내 말에 제리가 고개를 저었다.

“이게, 세상엔 특이하기만 한 마법도 있지 않습니까?”

“희귀하긴 한데, 별 쓸모없는 마법 말이죠?”

“그런 마법사도 환영했다고 합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매 순간이 실전인 용병이 그런 마법사를 환영하다니.”

“으음.”

확실히 이상하긴 했지만, 이것도 애매했다.

바젯은 용병이지만 톨트피어를 쫓는다는 낭만가기도 했다.

다른 사람은 쓸모가 없다고 여겼어도, 바젯은 쓸모 있다고 판단했어도 부자연스럽지는 않았다.

음, 일단 넘어가자.

“끝인가요?”

“제가 모아온 정보는 이게 다입니다.”

“그렇군요. 레온 님?”

“현재 다른 세력 전부 결계를 해제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켠 상태입니다. 그것 외의 특이 사항은 없었습니다.”

“레온 님.”

“말씀하시죠.”

“요즘 은근 하는 거 없네요?”

내 말에 크리스가 크게 웃음이 터졌다.

“레온 님 요즘 우유 마시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안 하긴 해.”

“조용히 하세요. 투자금 도둑.”

“아니, 루이나 님. 나 열심히 구상 중이라니까? 믿어 달라니까?”

“조용히 하세요. 시간 도둑.”

뭐, 됐다.

바젯도 수상하고 까마귀 수인도 수상했지만, 애당초 여기는 욕망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모두가 톨트피어의 유산에 홀린 지금은 누구나 수상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조차 다른 이가 보기엔 수상쩍은 집단일 테니까.

결국 중요한 건 그거였다.

설사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는다고 해도, 바로 대처가 가능하도록 준비만 잘하는 것

그거면 됐다.

“루이나.”

나는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뒤로 젖혔다.

바젯이었다.

어느새 우리를 찾아온 바젯은 나직이 말을 뱉었다.

“내일이다.”

“확인이에요.”

바젯이 떠난다.

나는 연기를 천장에 흘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니.

일단은 바젯을 믿고 함께한다.

그게 가장 성배를 획득할 확률이 높았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