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85 lines
11 KiB
Markdown
285 lines
11 KiB
Markdown
|
||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헛소리를 반복하는 크로닐의 말을 끊었다.
|
||
|
||
크로닐이 고유 마법을 얻었을 때의 과정이 궁금했지만, 이런 건 마법사의 비밀이기도 하니까. 말하기 싫어도 이해는 됐다.
|
||
|
||
“그래서 저는 왜 찾으셨나요.”
|
||
|
||
“…루이나 남작님이 흥미를 가질 정보를 얻어서 말입니다.”
|
||
|
||
“정말인가요?”
|
||
|
||
“그렇습니다.”
|
||
|
||
크로닐이 당당히 말한다. 정보에 자신이 있는 듯했다.
|
||
|
||
하지만 어째서일까. 크로닐의 의욕이 살짝 사라진 느낌도 들었다. 미소도 덜 느끼해졌다. 담백함이 살아난 것이다.
|
||
|
||
큼. 목을 가다듬은 크로닐이 말을 이었다.
|
||
|
||
“최근 검림에 도는 소문입니다. ‘초대 황제 폐하의 검이 발견됐다.’”
|
||
|
||
“초대 황제 폐하의 검이요?”
|
||
|
||
“네. 각지에 흩어진 검주들이 모이는 중이라, 신빙성도 상당합니다.”
|
||
|
||
“놀랍네요.”
|
||
|
||
적당히 호응한 나는 크로닐을 빤히 응시했다. 나와 눈을 마주친 크로닐이 눈을 깜빡인다. 약간의 침묵이 이어지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했다.
|
||
|
||
“그다음은요?”
|
||
|
||
“…이게 끝입니다.”
|
||
|
||
“끝이라고요.”
|
||
|
||
대체 방금 대화의 어디에 내가 흥미를 가질 정보가 있다는 거야.
|
||
|
||
크로닐 이 녀석, 아직도 나를 몰라?
|
||
|
||
“섭섭하네요. 저는 크로닐 님이 어렸을 때 좋아했던 소꿉친구에게 약혼자가 생겨서 엉엉 운 것도 전부 아는데요.”
|
||
|
||
“대, 대체 그런 걸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
||
|
||
어떻게 알긴.
|
||
|
||
그냥 관상과 행동을 보면 알아.
|
||
|
||
나는 덜덜 떠는 크로닐의 어깨를 두들겨준 다음 확실히 알려줬다.
|
||
|
||
“저는 마법이 아니면 관심이 없어요. 다음에는 마법 관련, 특히 불사 관련 소식을 가져오세요.”
|
||
|
||
“그…초대 황제 폐하의 검이 그거입니다만.”
|
||
|
||
“뭐가요.”
|
||
|
||
“초대 황제 폐하의 검이 불사와 관련된 건, 굉장히 유명한 일화입니다….”
|
||
|
||
“그게 사실인가요.”
|
||
|
||
진짜 아예 몰랐다.
|
||
|
||
그도 그럴 게, 검 따위에 달린 기능이 뭔지 내가 알 게 뭐야.
|
||
|
||
흐음. 나는 볼을 톡톡 쳤다. 상념에 잠기기 위해서였는데, 그러자 앞에서 크로닐이 침을 꿀꺽 삼켰다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가 아주 난리를 피웠다.
|
||
|
||
왜 저래 쟤는.
|
||
|
||
무시하고 나는 방금 들은 정보를 정리했다.
|
||
|
||
초대 황제의 검이라.
|
||
|
||
정말 거기에 불사가 깃들었다면, 확인해서 나쁠 건 없었다.
|
||
|
||
좋아.
|
||
|
||
우선 나는 동행할 일행을 찾았다.
|
||
|
||
“루이나 님. 나 바빠. 거래의 마녀 루이나의 리치킹 토벌전을 집필해야 돼.”
|
||
|
||
“첫 번째. 저는 거래의 마녀가 아니에요. 두 번째. 제가 죽인 건 아크 리치도 못 된 평범한 리치예요. 리치킹이 아니라요.”
|
||
|
||
“원래 창작물은 과장이 섞여야 재밌어.”
|
||
|
||
크리스는 장사로 바빠서 탈락.
|
||
|
||
“세스. 마법은 결국 체계가 핵심이다. 체계를 단단하게 쌓은 자만이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다.”
|
||
|
||
“네.”
|
||
|
||
제리는 고급 마법 보관소를 만드는 중이라 탈락.
|
||
|
||
“교국의 학생들을 지도하기로 했습니다. 당분간은 힘들 듯합니다.”
|
||
|
||
“알겠어요.”
|
||
|
||
레온도 선약이 있어서 탈락.
|
||
|
||
“노아 님.”
|
||
|
||
“스승님. 학생은 공부를 해야 돼.”
|
||
|
||
노아도 탈락.
|
||
|
||
“뮤란 님? 언젠가부터 저 연금술을 안 가르쳐주는 거 같은데요?”
|
||
|
||
“…밤마다 찾아가서 알려주잖아요. 저도 바빠요.”
|
||
|
||
뮤란도 탈락.
|
||
|
||
혼자 남겨진 나는 이마를 긁었다.
|
||
|
||
뭐, 됐다. 내가 언제부터 사람들이랑 몰려다녔다고.
|
||
|
||
이번엔 혼자 가야겠다.
|
||
|
||
*
|
||
|
||
세상은 오직 1등만을 기억한다. 2등이란 1등에게 패한, 완전성에 흠집이 난 불완전한 존재니까. 그런 존재를 기억해 주기엔 인간의 뇌가 할 일이 너무 많았다.
|
||
|
||
허나 이것도 만고의 진리는 아니었다.
|
||
|
||
모든 건 상대적인 법이다.
|
||
|
||
꼭 이기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누구에게 패배했는가. 그에 따라 사람의 가치는 달라졌다.
|
||
|
||
초대 황제에게 밀려 2인자가 된 로즈릭 클라클은,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한 2인자로 남게 됐다.
|
||
|
||
언젠가 초대 황제가 ‘기껏 좆같은 놈들 쫓아냈는데 굳이 우리끼리 싸워야 되냐? 그냥 네가 이긴 걸로 해’라고 한 적이 있었다.
|
||
|
||
검림(劍林)의 기둥은, 그 말이 나온 직후 세워졌다.
|
||
|
||
나는 과장 없이 하늘에 닿은 매우 거대한 검을 올려봤다.
|
||
|
||
검림의 상징이자 로즈릭 클라클의 심상병기(心想兵器), 단성겁(斷星劫)의 위용을 시야에 담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
과연 연단 마법의 궁극이다.
|
||
|
||
궁극에 닿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닿기만 하면 어마어마한 위력을 보여줬다.
|
||
|
||
물론 이 말을 들은 누군가는 ‘초대 황제의 라이벌이 초대 황제가 만든 연단 마법을 써? 라이벌 맞아?’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이에 대한 로즈릭 추종자들의 변명은 늘 똑같았다.
|
||
|
||
‘우연히 똑같은 거지, 로즈릭의 연단 마법은 로즈릭이 만든 건데?’
|
||
|
||
그걸 넘어 급진적인 로즈릭파는 초대 황제가 로즈릭의 마법을 훔쳤다고 주장했는데, 솔직한 내 의견을 말하자면 오히려 반대가 아닐까. 훔쳐도 로즈릭이 초대 황제의 연단 마법을 훔쳤겠지.
|
||
|
||
왜냐고?
|
||
|
||
초대 황제가 1등이고 로즈릭이 2등이잖아.
|
||
|
||
2등의 것을 훔치는 1등이 어딨는가. 후발주자를 약탈하다 못 해 인수까지 해버리는 현대의 기업들이라면 몰라도, 낭만이 넘치는 마법의 세계에서는 아니 될 말이었다.
|
||
|
||
하여간.
|
||
|
||
나는 피닉스에서 내려 검림에 들어갔다.
|
||
|
||
검림은 검의 성지였다. 전 세계의 검사들이 꿈을 찾아 모이는 곳이었고, 따라서 검림에서 속세의 신분은 중요하지 않았다.
|
||
|
||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단 하나였다. 검. 오직 그것만이 검림에서 가치를 가졌다.
|
||
|
||
나는 근처의 여관에 들어갔다. 적당히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였는데, 내가 여관에 들어가자마자 수많은 시선이 꽂혔다.
|
||
|
||
굉장히 익숙한 광경이었다. 이런 걸 어디서 봤더라. 맞다.
|
||
|
||
전생에 마법을 찾아 시골 마을에 들어갔을 때, 딱 이런 시선을 받았다.
|
||
|
||
내가 뒤집어쓴 로브를 훑던 사람들은 곧 내 허리춤을 살폈다. 그리고 내 허리춤에 검이 잘 걸려있는 걸 확인하고 고개를 돌렸다.
|
||
|
||
무서운 곳이었다. 내가 만약 검을 안 사용했으면 어떻게 됐던 거지. 그대로 저잣거리에 매달려 죽나?
|
||
|
||
적당한 곳에 앉은 나는 벌꿀주를 주문했다.
|
||
|
||
그러나 내 말에 종업원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
||
|
||
“저희는 벌꿀주를 취급하지 않습니다.”
|
||
|
||
“……이 세상에 벌꿀주를 취급하지 않는 여관도 있다고요?”
|
||
|
||
신 중의 신인 술의 신이 자비와 은혜를 베풀어 언제든 시원하고 달콤한 벌꿀주를 마실 수 있게 해줬는데, 어째서?
|
||
|
||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 물었다.
|
||
|
||
“혹시 벌꿀주와 악연이라도 있나요?”
|
||
|
||
“정확합니다. 초대 황제가 좋아했던 벌꿀주를 로즈릭 님이 싫어한 건 유명한 일화죠.”
|
||
|
||
아니.
|
||
|
||
진짜였어?
|
||
|
||
근데 그게 너네가 벌꿀주를 싫어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로즈릭 미친 새끼. 그런 쪼잔한 이유로 인류의 희망이자 보물인 벌꿀주를 배척해? 네가 그러니까 영원히 2인자로 사는 거야. 알아?
|
||
|
||
고된 여행의 피로는 오직 벌꿀주로만 씻을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 눈물이 날 거 같았다.
|
||
|
||
그렇게 내가 시무룩해져 기운이 빠졌을 때였다.
|
||
|
||
종업원이 웃으며 말했다.
|
||
|
||
“대신 로즈릭 님이 자주 드셨던 죽엽청은 어떠신가요.”
|
||
|
||
“제가 죽엽청 좋아하는 건 또 어떻게 알고, 당장 가져오세요.”
|
||
|
||
살면서 어떻게 단것만 먹고 살겠는가. 가끔은 청량하고 상쾌한 것도 먹어야 됐다.
|
||
|
||
거기에 죽엽청은 은근히 달았기에, 가히 벌꿀주와 필적하는 술이라 할 수 있겠다.
|
||
|
||
근데 무슨 해피 중세랜드에 죽엽청이 있냐. 해피 중세랜드라 그런가. 새드 중세랜드였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
||
|
||
종업원은 죽엽청과 함께 훈제 고기를 내왔다.
|
||
|
||
나는 훈제 고기를 한입 먹고 죽엽청을 들이켰다.
|
||
|
||
이 맑고 매콤하지만, 동시에 달콤한 맛.
|
||
|
||
나는 눈을 깜빡였다.
|
||
|
||
어라. 내가 아는 죽엽청이랑 좀 다른데?
|
||
|
||
확실히 기본 베이스는 죽엽청과 같지만, 술이라는 것이 이렇게 진짜 음료처럼 맛있을 수가 없는데, 뭐지.
|
||
|
||
고개를 갸웃거린 나는 마침 지나가는 종업원을 멈춰 세우고 질문했다.
|
||
|
||
“혹시 이거 술의 신의 권능으로 만든 건가요?”
|
||
|
||
“세계를 구원한 초대 황제와 로즈릭 님을 기리며 술의 신이 권능으로 하사한 술이 2개 있습니다. 벌꿀주와 죽엽청이죠.”
|
||
|
||
“진짜였다고요.”
|
||
|
||
내가 술의 신이 신 중의 신이라고 했지. 못 하는 게 없네 진짜.
|
||
|
||
나는 신나게 죽엽청을 들이켜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
이 좋은 걸 이제야 알았다니, 인생 절반 손해 봤다.
|
||
|
||
오히려 이해가 안 됐다. 이 좋은 술을 왜 검림에서만 판매하는지.
|
||
|
||
벌꿀주도 팔고 죽엽청도 팔면 좋잖아. 왜 모두 하나만 파는 거야.
|
||
|
||
안 되겠다.
|
||
|
||
“여기 죽엽청 5병 추가요!”
|
||
|
||
“……5병이요?”
|
||
|
||
“아, 잘못 말했어요. 6병 추가요!”
|
||
|
||
“……일단 알겠습니다.”
|
||
|
||
나는 주방으로 떠나는 종업원을 뒤로한 채 죽엽청을 홀짝였다.
|
||
|
||
시끄러운 여관 속에서 홀로 술을 들이켜는 건 왠지 운치가 있었다. 여유를 곱씹는 게 가능하다고 해야 되나. 어쨌건 누군가와 떠들며 술을 들이켤 때와는 다른 기분이 느껴졌다.
|
||
|
||
딱 이럴 때 구경거리만 있으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한 직후였다.
|
||
|
||
종업원이 내게 다가왔다.
|
||
|
||
“손님? 죄송하지만 합석을 해도 되겠습니까? 자리가 부족해서 말입니다.”
|
||
|
||
“상관없어요.”
|
||
|
||
“감사합니다.”
|
||
|
||
종업원은 식탁에 죽엽청 6병과 고기파이를 내려놓고 누군가를 데려왔다.
|
||
|
||
갈색 머리와 갈색 눈동자라는, 제국에서 가장 흔한 특징을 가진 미형의 남자였다.
|
||
|
||
남자는 내 얼굴을 흘긋 살폈다가, 무심하게 죽엽청을 가져가 한 모금 마셨다. 고기파이를 먹은 건 덤이었다.
|
||
|
||
그런 남자에게 나는, 웃으며 말을 걸었다.
|
||
|
||
“대놓고 도둑질이라니. 안 본 사이에 손버릇이 많이 안 좋아지셨네요.”
|
||
|
||
“……이게 전부 네가 시킨 거라고? 내 것도 섞인 게 아니라? 아니 그것보다.”
|
||
|
||
남자는.
|
||
|
||
제국제일검의 제자이자 적영의 아빠 헤이즈는, 당황하며 입을 벌렸다.
|
||
|
||
“너.”
|
||
|
||
“네.”
|
||
|
||
“너 루이나냐?”
|
||
|
||
“안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