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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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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헛소리를 반복하는 크로닐의 말을 끊었다.

크로닐이 고유 마법을 얻었을 때의 과정이 궁금했지만, 이런 건 마법사의 비밀이기도 하니까. 말하기 싫어도 이해는 됐다.

“그래서 저는 왜 찾으셨나요.”

“…루이나 남작님이 흥미를 가질 정보를 얻어서 말입니다.”

“정말인가요?”

“그렇습니다.”

크로닐이 당당히 말한다. 정보에 자신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크로닐의 의욕이 살짝 사라진 느낌도 들었다. 미소도 덜 느끼해졌다. 담백함이 살아난 것이다.

큼. 목을 가다듬은 크로닐이 말을 이었다.

“최근 검림에 도는 소문입니다. ‘초대 황제 폐하의 검이 발견됐다.’”

“초대 황제 폐하의 검이요?”

“네. 각지에 흩어진 검주들이 모이는 중이라, 신빙성도 상당합니다.”

“놀랍네요.”

적당히 호응한 나는 크로닐을 빤히 응시했다. 나와 눈을 마주친 크로닐이 눈을 깜빡인다. 약간의 침묵이 이어지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했다.

“그다음은요?”

“…이게 끝입니다.”

“끝이라고요.”

대체 방금 대화의 어디에 내가 흥미를 가질 정보가 있다는 거야.

크로닐 이 녀석, 아직도 나를 몰라?

“섭섭하네요. 저는 크로닐 님이 어렸을 때 좋아했던 소꿉친구에게 약혼자가 생겨서 엉엉 운 것도 전부 아는데요.”

“대, 대체 그런 걸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어떻게 알긴.

그냥 관상과 행동을 보면 알아.

나는 덜덜 떠는 크로닐의 어깨를 두들겨준 다음 확실히 알려줬다.

“저는 마법이 아니면 관심이 없어요. 다음에는 마법 관련, 특히 불사 관련 소식을 가져오세요.”

“그…초대 황제 폐하의 검이 그거입니다만.”

“뭐가요.”

“초대 황제 폐하의 검이 불사와 관련된 건, 굉장히 유명한 일화입니다….”

“그게 사실인가요.”

진짜 아예 몰랐다.

그도 그럴 게, 검 따위에 달린 기능이 뭔지 내가 알 게 뭐야.

흐음. 나는 볼을 톡톡 쳤다. 상념에 잠기기 위해서였는데, 그러자 앞에서 크로닐이 침을 꿀꺽 삼켰다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가 아주 난리를 피웠다.

왜 저래 쟤는.

무시하고 나는 방금 들은 정보를 정리했다.

초대 황제의 검이라.

정말 거기에 불사가 깃들었다면, 확인해서 나쁠 건 없었다.

좋아.

우선 나는 동행할 일행을 찾았다.

“루이나 님. 나 바빠. 거래의 마녀 루이나의 리치킹 토벌전을 집필해야 돼.”

“첫 번째. 저는 거래의 마녀가 아니에요. 두 번째. 제가 죽인 건 아크 리치도 못 된 평범한 리치예요. 리치킹이 아니라요.”

“원래 창작물은 과장이 섞여야 재밌어.”

크리스는 장사로 바빠서 탈락.

“세스. 마법은 결국 체계가 핵심이다. 체계를 단단하게 쌓은 자만이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다.”

“네.”

제리는 고급 마법 보관소를 만드는 중이라 탈락.

“교국의 학생들을 지도하기로 했습니다. 당분간은 힘들 듯합니다.”

“알겠어요.”

레온도 선약이 있어서 탈락.

“노아 님.”

“스승님. 학생은 공부를 해야 돼.”

노아도 탈락.

“뮤란 님? 언젠가부터 저 연금술을 안 가르쳐주는 거 같은데요?”

“…밤마다 찾아가서 알려주잖아요. 저도 바빠요.”

뮤란도 탈락.

혼자 남겨진 나는 이마를 긁었다.

뭐, 됐다. 내가 언제부터 사람들이랑 몰려다녔다고.

이번엔 혼자 가야겠다.

세상은 오직 1등만을 기억한다. 2등이란 1등에게 패한, 완전성에 흠집이 난 불완전한 존재니까. 그런 존재를 기억해 주기엔 인간의 뇌가 할 일이 너무 많았다.

허나 이것도 만고의 진리는 아니었다.

모든 건 상대적인 법이다.

꼭 이기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누구에게 패배했는가. 그에 따라 사람의 가치는 달라졌다.

초대 황제에게 밀려 2인자가 된 로즈릭 클라클은,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한 2인자로 남게 됐다.

언젠가 초대 황제가 ‘기껏 좆같은 놈들 쫓아냈는데 굳이 우리끼리 싸워야 되냐? 그냥 네가 이긴 걸로 해’라고 한 적이 있었다.

검림(劍林)의 기둥은, 그 말이 나온 직후 세워졌다.

나는 과장 없이 하늘에 닿은 매우 거대한 검을 올려봤다.

검림의 상징이자 로즈릭 클라클의 심상병기(心想兵器), 단성겁(斷星劫)의 위용을 시야에 담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연단 마법의 궁극이다.

궁극에 닿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닿기만 하면 어마어마한 위력을 보여줬다.

물론 이 말을 들은 누군가는 ‘초대 황제의 라이벌이 초대 황제가 만든 연단 마법을 써? 라이벌 맞아?’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이에 대한 로즈릭 추종자들의 변명은 늘 똑같았다.

‘우연히 똑같은 거지, 로즈릭의 연단 마법은 로즈릭이 만든 건데?

그걸 넘어 급진적인 로즈릭파는 초대 황제가 로즈릭의 마법을 훔쳤다고 주장했는데, 솔직한 내 의견을 말하자면 오히려 반대가 아닐까. 훔쳐도 로즈릭이 초대 황제의 연단 마법을 훔쳤겠지.

왜냐고?

초대 황제가 1등이고 로즈릭이 2등이잖아.

2등의 것을 훔치는 1등이 어딨는가. 후발주자를 약탈하다 못 해 인수까지 해버리는 현대의 기업들이라면 몰라도, 낭만이 넘치는 마법의 세계에서는 아니 될 말이었다.

하여간.

나는 피닉스에서 내려 검림에 들어갔다.

검림은 검의 성지였다. 전 세계의 검사들이 꿈을 찾아 모이는 곳이었고, 따라서 검림에서 속세의 신분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단 하나였다. 검. 오직 그것만이 검림에서 가치를 가졌다.

나는 근처의 여관에 들어갔다. 적당히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였는데, 내가 여관에 들어가자마자 수많은 시선이 꽂혔다.

굉장히 익숙한 광경이었다. 이런 걸 어디서 봤더라. 맞다.

전생에 마법을 찾아 시골 마을에 들어갔을 때, 딱 이런 시선을 받았다.

내가 뒤집어쓴 로브를 훑던 사람들은 곧 내 허리춤을 살폈다. 그리고 내 허리춤에 검이 잘 걸려있는 걸 확인하고 고개를 돌렸다.

무서운 곳이었다. 내가 만약 검을 안 사용했으면 어떻게 됐던 거지. 그대로 저잣거리에 매달려 죽나?

적당한 곳에 앉은 나는 벌꿀주를 주문했다.

그러나 내 말에 종업원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저희는 벌꿀주를 취급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벌꿀주를 취급하지 않는 여관도 있다고요?”

신 중의 신인 술의 신이 자비와 은혜를 베풀어 언제든 시원하고 달콤한 벌꿀주를 마실 수 있게 해줬는데, 어째서?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 물었다.

“혹시 벌꿀주와 악연이라도 있나요?”

“정확합니다. 초대 황제가 좋아했던 벌꿀주를 로즈릭 님이 싫어한 건 유명한 일화죠.”

아니.

진짜였어?

근데 그게 너네가 벌꿀주를 싫어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로즈릭 미친 새끼. 그런 쪼잔한 이유로 인류의 희망이자 보물인 벌꿀주를 배척해? 네가 그러니까 영원히 2인자로 사는 거야. 알아?

고된 여행의 피로는 오직 벌꿀주로만 씻을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 눈물이 날 거 같았다.

그렇게 내가 시무룩해져 기운이 빠졌을 때였다.

종업원이 웃으며 말했다.

“대신 로즈릭 님이 자주 드셨던 죽엽청은 어떠신가요.”

“제가 죽엽청 좋아하는 건 또 어떻게 알고, 당장 가져오세요.”

살면서 어떻게 단것만 먹고 살겠는가. 가끔은 청량하고 상쾌한 것도 먹어야 됐다.

거기에 죽엽청은 은근히 달았기에, 가히 벌꿀주와 필적하는 술이라 할 수 있겠다.

근데 무슨 해피 중세랜드에 죽엽청이 있냐. 해피 중세랜드라 그런가. 새드 중세랜드였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종업원은 죽엽청과 함께 훈제 고기를 내왔다.

나는 훈제 고기를 한입 먹고 죽엽청을 들이켰다.

이 맑고 매콤하지만, 동시에 달콤한 맛.

나는 눈을 깜빡였다.

어라. 내가 아는 죽엽청이랑 좀 다른데?

확실히 기본 베이스는 죽엽청과 같지만, 술이라는 것이 이렇게 진짜 음료처럼 맛있을 수가 없는데, 뭐지.

고개를 갸웃거린 나는 마침 지나가는 종업원을 멈춰 세우고 질문했다.

“혹시 이거 술의 신의 권능으로 만든 건가요?”

“세계를 구원한 초대 황제와 로즈릭 님을 기리며 술의 신이 권능으로 하사한 술이 2개 있습니다. 벌꿀주와 죽엽청이죠.”

“진짜였다고요.”

내가 술의 신이 신 중의 신이라고 했지. 못 하는 게 없네 진짜.

나는 신나게 죽엽청을 들이켜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좋은 걸 이제야 알았다니, 인생 절반 손해 봤다.

오히려 이해가 안 됐다. 이 좋은 술을 왜 검림에서만 판매하는지.

벌꿀주도 팔고 죽엽청도 팔면 좋잖아. 왜 모두 하나만 파는 거야.

안 되겠다.

“여기 죽엽청 5병 추가요!”

“……5병이요?”

“아, 잘못 말했어요. 6병 추가요!”

“……일단 알겠습니다.”

나는 주방으로 떠나는 종업원을 뒤로한 채 죽엽청을 홀짝였다.

시끄러운 여관 속에서 홀로 술을 들이켜는 건 왠지 운치가 있었다. 여유를 곱씹는 게 가능하다고 해야 되나. 어쨌건 누군가와 떠들며 술을 들이켤 때와는 다른 기분이 느껴졌다.

딱 이럴 때 구경거리만 있으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한 직후였다.

종업원이 내게 다가왔다.

“손님? 죄송하지만 합석을 해도 되겠습니까? 자리가 부족해서 말입니다.”

“상관없어요.”

“감사합니다.”

종업원은 식탁에 죽엽청 6병과 고기파이를 내려놓고 누군가를 데려왔다.

갈색 머리와 갈색 눈동자라는, 제국에서 가장 흔한 특징을 가진 미형의 남자였다.

남자는 내 얼굴을 흘긋 살폈다가, 무심하게 죽엽청을 가져가 한 모금 마셨다. 고기파이를 먹은 건 덤이었다.

그런 남자에게 나는, 웃으며 말을 걸었다.

“대놓고 도둑질이라니. 안 본 사이에 손버릇이 많이 안 좋아지셨네요.”

“……이게 전부 네가 시킨 거라고? 내 것도 섞인 게 아니라? 아니 그것보다.”

남자는.

제국제일검의 제자이자 적영의 아빠 헤이즈는, 당황하며 입을 벌렸다.

“너.”

“네.”

“너 루이나냐?”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