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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가짜 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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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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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은 예전부터 혈사교에 의해 지속해서 착취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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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도 한 때는 맞서 싸우려 했으나, 몇 번이나 실패로 돌아간 이후로는 저항을 완전히 단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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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지도자 역할을 하는 현자의 조언을 받아들여, 몇몇 주민을 제물로 바치는 것으로 연명하고 있던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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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현자의 정체가 혈사교의 끄나풀이었고, 이 마을은 사실 통째로 인간 농장이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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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떤 중간 과정을 거쳐야 혈사교의 마법사가 현자로서 마을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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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런 방법으로 주민들이 저항을 단념하도록 만들어서, 천천히 가축으로 전락시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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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런 처지에 의문을 품고 있던 이들이 우선적으로 제물이 되었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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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리 한번 재미있게도 굴리네, 존만한 새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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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득, 우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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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악!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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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에 잘근잘근 밟히고 있는 혈사교 마법사가 소리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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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인간 농장을 굴리고 있었던 주제에, 고작 양다리가 으스러진 것 두고 엄살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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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마 내 손에 의해 혈사교의 마법사들이 떼 몰살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이러는 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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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마법 같은 걸로 그 저택 지하의 상황을 눈치채고, 내가 마을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수를 써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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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에게 나와 에인을 혈사교의 일원이라 일러두고, 어떻게든 막으라고 지시하는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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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뒈질 거라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어서, 본인은 은폐 마법을 두르고 숨어있던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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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죽이지 않을 이유를 한번 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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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소롭기 짝이 없는 발버둥을 치는 현자를 계속해서 밟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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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부터 죽일 생각은 없는 상태였다. 마을의 현자라는 위치도 그렇고, 이놈에겐 쓸모가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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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말하면서 줘패다 보면 다른 것도 미주알고주알 불 게 뻔하니까. 안 하면 손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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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해두는데, 나를 죽이면 마을 주민들이 어쩌고 하는 개소리는 안 듣는다. 그딴 건 이유가 못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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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지만……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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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소리 말고 뭐든 어필이나 해, 개수작부리면 다리를 뜯어버릴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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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내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이 녀석의 쓸모는 세 가지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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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이놈이 마을의 원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우리의 편의를 봐주기에 상당히 좋은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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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말 한마디면 마을 주민들이 우리에게 최대한 협조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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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이놈이 혈사교의 마법사라는 것, 당연히 중요한 제물이었던 에인에 관해서도 이것저것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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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에인의 부모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낼 수 있을지 모르지.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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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로,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이놈은 혈사교라는 수상한 집단 출신이지만 어쨌든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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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한 마을에서 현자 노릇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름 실력이 있는 마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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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내 마력감지로부터 몸을 감추기 위해 사용했던 은폐 마법만 해도, 수준이 꽤 높았으니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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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18층에서의 내 원래 목표였던 마법 배우기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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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현자는 내 발밑을 기며 필사적으로 자신의 쓸모를 어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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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놈이 어필한 내용은 하나같이 별 영양가가 없었다. 오히려 예상보다 쓸모가 없는 편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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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이 마을의 주민들을 모두 제물로 바쳐 나를 강화해주겠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개소리가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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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업 수단이라면 뭐든 찾아다니는 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에픽 퀘스트가 꼬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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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꼬마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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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예, 그렇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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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놈은 에인의 신상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었다. 이 마을에서 수급해 온 제물이 아니라는 것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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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쨌든 마법은 배울 수 있을 것 같으니, 당장은 살려 둬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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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짜 현자놈과 적당히 말을 맞춘 다음, 무너진 건물 잔해를 박차며 밖으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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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현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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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건물 앞에 우르르 몰려 있었다. 에인은 그 사이 웬 떡대놈의 옆구리에 끼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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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하면 인질로 쓸 모양이었으려나, 가짜 현자가 말을 맞춰둔 대로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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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걱정 마시지요, 저는 무사합니다. 조금 오해가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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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나한테 매달릴 때랑은 말하는 투가 완전히 다르다. 신비로운 마법사 느낌을 내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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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말투만 그런 게 아니라, 뭔가 마법을 펼쳐서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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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내 [위압]스킬이랑 비슷한가. 체내 마력이 극도로 적은 이상 전혀 눈치채지 못할 속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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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분은 혈사교 일당이 아닙니다. 혈사교의 흑마법에 휘말려 버린 탓에, 마력에 영향을 받았을 뿐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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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게 사실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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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제 부족함 때문에 여러분에게 수고를 끼쳐 드렸군요. 그나마 다들 많이 다치지 않으셔서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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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이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다들 결국 별말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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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안 다친 게 아니라, 많이 다쳤다가 회복된 것뿐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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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짜 현자를 향한 존경심이나 뭐 그런 것 때문에 입에 담지는 않은 거겠지. 많이 안 다친 것 맞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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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다 죽여버리려다가 참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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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대로 싸웠으면 니들은 시체도 못 남기고 죽었어, 이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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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현자는 꾸며낸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주민들에게 우리를 손님으로 대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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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사교를 전멸시켰다는 이야기는 일부러 하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마을의 움직임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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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적당한 때에 이야기할 생각이긴 하다. 더는 인신공양의 공포에 떨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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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우리에게는 편하게 쓰라면서 빈집 하나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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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사교에게 끌려가 희생당한 이들이 많으므로, 이 마을에는 빈집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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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꼬마 에인을 데리고 빈 집 안으로 들어와, 간단하게 여러 아이템을 사용해 공간을 편하게 정돈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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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향초 같은 것도 피워두고, 이어서 에인을 욕조에 집어넣고 씻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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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알게 된 건데, 요 꼬마 마법사는 생긴 것과 맞지 않게 남자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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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2차 성징이 올 시기도 아직 한참 남았고- 본판이 워낙 예쁘장하니 구분이 안 될 만도 했던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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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라면 돌보기가 더 번거로워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러면 다행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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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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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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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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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성별을 재확인했다. 남자애라고 해도 귀여운 건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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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짜 현자에 관한 이야기는 에인에게도 대충 해 두었다. 혈사교라는 부분까지 자세히 밝힌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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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진짜 현자가 아니라 위장하고 있을 뿐인 평범한 마법사라고만 해두었다. 혹시 모르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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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현자님 아니야? 나 현자님이 꼭 보고 싶었는데, 소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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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은 욕조에서 물장구를 치며 아쉬워했다. 뭐, 동화책 속의 현자가 실존할 리는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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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그 동화는 엘프들이 나오는 7~9층에서 들었던 거라, 18층에서는 실화일 수가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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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는 아니지만 마법사는 맞아, 잠깐 이 마을에서 그놈한테 마법을 배우고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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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은 마법 잘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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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번에도 마법은 잘 모른다고 했잖아……봐, 이거 마법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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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에 오러를 피워올리며 말했다. 에인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게 뭐가 다르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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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내 이야기를 들은 에인도 의욕을 표했다. 자기도 함께 마법을 배우고 싶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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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어린애가 인신공양을 일삼는 미치광이 흑마법사에게 마법을 배워도 되는 걸까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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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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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짜 현자가 개수작을 부리면 내 선에서 컷하면 되니까, 상관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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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에게 마을에서 얻은 새 옷을 입히고, 함께 식사를 마친 뒤 마법을 배우기 위해 현자의 거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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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건물을 아작내 놓은 탓에, 가짜 현자는 공방을 포기하고 적당한 빈집에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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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건물이 멀쩡했어도 거기서 마법을 배울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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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자신의 공방 안에서 온갖 일을 할 수 있다고 하니까, 어떤 개수작을 부릴지 모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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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의 움직임으로 대강의 수작질은 감지할 수 있기도 하고, 솔직히 뭔 수작을 걸어와도 다 깨부술 자신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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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함께 마법을 배우고 싶어하는 에인은 사정이 다르니 말이지. 애초에 상대가 미친 흑마법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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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서 오십시오, 그럼 말씀드렸던 마법서부터 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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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현자는 고분고분 자신의 책장에서 가져온 마법서를 꺼내며, 마법 강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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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 마법서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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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너도 마법서 본 적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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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악마님이 보여준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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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에인은 시작부터 눈을 빛내며 집중했다. 우리가 지금부터 배울 것은 마법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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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가짜 현자는 에인과 마찬가지로 나를 악마 비슷한 걸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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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한테 마법을 가르친다는 것을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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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탓에, 마법을 가르쳐 달라는 것을 뭔가 시험을 당하고 있는 거로 생각하는 모양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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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쉽게 하라고 인마,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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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마법 강의의 내용은 더럽게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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