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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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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짜 현자

사연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이 마을은 예전부터 혈사교에 의해 지속해서 착취당하고 있었다.

주민들도 한 때는 맞서 싸우려 했으나, 몇 번이나 실패로 돌아간 이후로는 저항을 완전히 단념.

마을의 지도자 역할을 하는 현자의 조언을 받아들여, 몇몇 주민을 제물로 바치는 것으로 연명하고 있던 상태.

하지만 그 현자의 정체가 혈사교의 끄나풀이었고, 이 마을은 사실 통째로 인간 농장이었던 거다.

대체 어떤 중간 과정을 거쳐야 혈사교의 마법사가 현자로서 마을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방법으로 주민들이 저항을 단념하도록 만들어서, 천천히 가축으로 전락시킨 것.

아마 이런 처지에 의문을 품고 있던 이들이 우선적으로 제물이 되었을 테지.

“대가리 한번 재미있게도 굴리네, 존만한 새끼들이.”

-우득, 우득!

“아아아아악!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내 발에 잘근잘근 밟히고 있는 혈사교 마법사가 소리 질렀다.

지는 인간 농장을 굴리고 있었던 주제에, 고작 양다리가 으스러진 것 두고 엄살이 심하다.

뭐, 아마 내 손에 의해 혈사교의 마법사들이 떼 몰살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이러는 거겠지만.

통신 마법 같은 걸로 그 저택 지하의 상황을 눈치채고, 내가 마을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수를 써둔 거겠지.

마을 주민들에게 나와 에인을 혈사교의 일원이라 일러두고, 어떻게든 막으라고 지시하는 식으로.

걸리면 뒈질 거라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어서, 본인은 은폐 마법을 두르고 숨어있던 거고.

“내가 너를 죽이지 않을 이유를 한번 대 봐.”

나는 가소롭기 짝이 없는 발버둥을 치는 현자를 계속해서 밟으며 물었다.

사실 처음부터 죽일 생각은 없는 상태였다. 마을의 현자라는 위치도 그렇고, 이놈에겐 쓸모가 많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서 줘패다 보면 다른 것도 미주알고주알 불 게 뻔하니까. 안 하면 손해지.

“미리 말해두는데, 나를 죽이면 마을 주민들이 어쩌고 하는 개소리는 안 듣는다. 그딴 건 이유가 못 돼.”

“하, 하지만……끄아악!”

“쓸데없는 소리 말고 뭐든 어필이나 해, 개수작부리면 다리를 뜯어버릴라니깐.”

당장 내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이 녀석의 쓸모는 세 가지쯤 된다.

첫째는 이놈이 마을의 원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우리의 편의를 봐주기에 상당히 좋은 조건이다.

이놈의 말 한마디면 마을 주민들이 우리에게 최대한 협조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둘째는 이놈이 혈사교의 마법사라는 것, 당연히 중요한 제물이었던 에인에 관해서도 이것저것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에인의 부모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낼 수 있을지 모르지.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만.

셋째로,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이놈은 혈사교라는 수상한 집단 출신이지만 어쨌든 마법사.

그것도 한 마을에서 현자 노릇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름 실력이 있는 마법사다.

당장 내 마력감지로부터 몸을 감추기 위해 사용했던 은폐 마법만 해도, 수준이 꽤 높았으니 말이지.

고로, 18층에서의 내 원래 목표였던 마법 배우기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

자칭 현자는 내 발밑을 기며 필사적으로 자신의 쓸모를 어필했다.

아쉽게도 놈이 어필한 내용은 하나같이 별 영양가가 없었다. 오히려 예상보다 쓸모가 없는 편이었지.

뭔, 이 마을의 주민들을 모두 제물로 바쳐 나를 강화해주겠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개소리가 대부분이었다.

스펙업 수단이라면 뭐든 찾아다니는 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에픽 퀘스트가 꼬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그 꼬마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고?”

“예, 예, 그렇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그리고 이 놈은 에인의 신상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었다. 이 마을에서 수급해 온 제물이 아니라는 것밖에는.

하지만 어쨌든 마법은 배울 수 있을 것 같으니, 당장은 살려 둬야겠지.

나는 가짜 현자놈과 적당히 말을 맞춘 다음, 무너진 건물 잔해를 박차며 밖으로 올라왔다.

“혀, 현자님!”

주민들은 건물 앞에 우르르 몰려 있었다. 에인은 그 사이 웬 떡대놈의 옆구리에 끼워져 있었다.

여차하면 인질로 쓸 모양이었으려나, 가짜 현자가 말을 맞춰둔 대로 앞으로 나섰다.

“다들 걱정 마시지요, 저는 무사합니다. 조금 오해가 있었군요.”

오호라, 나한테 매달릴 때랑은 말하는 투가 완전히 다르다. 신비로운 마법사 느낌을 내는걸.

단순히 말투만 그런 게 아니라, 뭔가 마법을 펼쳐서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대충 내 [위압]스킬이랑 비슷한가. 체내 마력이 극도로 적은 이상 전혀 눈치채지 못할 속임수다.

“여기 이분은 혈사교 일당이 아닙니다. 혈사교의 흑마법에 휘말려 버린 탓에, 마력에 영향을 받았을 뿐이더군요.”

“그, 그게 사실입니까……?”

“예, 제 부족함 때문에 여러분에게 수고를 끼쳐 드렸군요. 그나마 다들 많이 다치지 않으셔서 참 다행입니다.”

마을 주민들이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다들 결국 별말은 하지 않았다.

많이 안 다친 게 아니라, 많이 다쳤다가 회복된 것뿐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이 가짜 현자를 향한 존경심이나 뭐 그런 것 때문에 입에 담지는 않은 거겠지. 많이 안 다친 것 맞는데 말이야.

“원래 다 죽여버리려다가 참은 거야.”

내가 제대로 싸웠으면 니들은 시체도 못 남기고 죽었어, 이것들아.

**

가짜 현자는 꾸며낸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주민들에게 우리를 손님으로 대하라고 말했다.

혈사교를 전멸시켰다는 이야기는 일부러 하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마을의 움직임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서.

하지만 적당한 때에 이야기할 생각이긴 하다. 더는 인신공양의 공포에 떨지 않도록 말이다.

이후, 우리에게는 편하게 쓰라면서 빈집 하나가 주어졌다.

혈사교에게 끌려가 희생당한 이들이 많으므로, 이 마을에는 빈집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나는 꼬마 에인을 데리고 빈 집 안으로 들어와, 간단하게 여러 아이템을 사용해 공간을 편하게 정돈해 두었다.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향초 같은 것도 피워두고, 이어서 에인을 욕조에 집어넣고 씻기기도 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건데, 요 꼬마 마법사는 생긴 것과 맞지 않게 남자아이였다.

뭐, 2차 성징이 올 시기도 아직 한참 남았고- 본판이 워낙 예쁘장하니 구분이 안 될 만도 했던 것 같네.

여자아이라면 돌보기가 더 번거로워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러면 다행이군.

“나는 남자야?”

“어, 남자.”

“그렇구나.”

에인은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성별을 재확인했다. 남자애라고 해도 귀여운 건 변하지 않는다.

아, 가짜 현자에 관한 이야기는 에인에게도 대충 해 두었다. 혈사교라는 부분까지 자세히 밝힌 건 아니고.

대충 진짜 현자가 아니라 위장하고 있을 뿐인 평범한 마법사라고만 해두었다. 혹시 모르는 거니까.

“그럼 현자님 아니야? 나 현자님이 꼭 보고 싶었는데, 소원이었는데.”

에인은 욕조에서 물장구를 치며 아쉬워했다. 뭐, 동화책 속의 현자가 실존할 리는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애초에 그 동화는 엘프들이 나오는 7~9층에서 들었던 거라, 18층에서는 실화일 수가 없거든.

“현자는 아니지만 마법사는 맞아, 잠깐 이 마을에서 그놈한테 마법을 배우고 가려고.”

“진혁악마님은 마법 잘하잖아.”

“아니, 저번에도 마법은 잘 모른다고 했잖아……봐, 이거 마법 아니라니까?”

나는 손에 오러를 피워올리며 말했다. 에인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게 뭐가 다르냐고 물었다.

어쨌든, 내 이야기를 들은 에인도 의욕을 표했다. 자기도 함께 마법을 배우고 싶다면서.

요 어린애가 인신공양을 일삼는 미치광이 흑마법사에게 마법을 배워도 되는 걸까 싶은데.

“괜찮겠지, 뭐.”

그 가짜 현자가 개수작을 부리면 내 선에서 컷하면 되니까, 상관없으려나.

**

에인에게 마을에서 얻은 새 옷을 입히고, 함께 식사를 마친 뒤 마법을 배우기 위해 현자의 거처로 향했다.

내가 건물을 아작내 놓은 탓에, 가짜 현자는 공방을 포기하고 적당한 빈집에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사실 그 건물이 멀쩡했어도 거기서 마법을 배울 생각은 없었다.

마법사는 자신의 공방 안에서 온갖 일을 할 수 있다고 하니까, 어떤 개수작을 부릴지 모르지 않나.

마력의 움직임으로 대강의 수작질은 감지할 수 있기도 하고, 솔직히 뭔 수작을 걸어와도 다 깨부술 자신이 있지만.

나와 함께 마법을 배우고 싶어하는 에인은 사정이 다르니 말이지. 애초에 상대가 미친 흑마법사니까.

“어, 어서 오십시오, 그럼 말씀드렸던 마법서부터 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가짜 현자는 고분고분 자신의 책장에서 가져온 마법서를 꺼내며, 마법 강의를 시작했다.

“진혁악마님, 마법서래.”

“알아, 너도 마법서 본 적 있잖아.”

“진혁악마님이 보여준 그거?”

꼬마 에인은 시작부터 눈을 빛내며 집중했다. 우리가 지금부터 배울 것은 마법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참고로 이 가짜 현자는 에인과 마찬가지로 나를 악마 비슷한 걸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나한테 마법을 가르친다는 것을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상태다.

그 탓에, 마법을 가르쳐 달라는 것을 뭔가 시험을 당하고 있는 거로 생각하는 모양이었고.

“좀 쉽게 하라고 인마, 쉽게!”

당연히 마법 강의의 내용은 더럽게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