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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페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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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들에게 있어서 귀는 상당히 민감한 부위라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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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으로 민감하다는 게 아니라, 정서적으로 민감한 부위라나. 함부로 건드리면 큰 실례가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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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인간에게 매우 우호적이고 개방적인 다크엘프들도 만져지는 것을 조금 꺼리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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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노어는 오히려 만져보라고 자꾸 들이대긴 했는데, 그건 걔가 변태라서 그런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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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하이엘프 사이에서의 인식은 또 어떤가 하면- 예전에 봤던 커뮤니티 글로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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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진호#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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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이 씨발 개씹좆프새끼들 왜 지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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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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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한번 만진거가지고 존나 발작하네 미친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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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며칠째 뭔 아동성폭행범 보는것마냥 꼴아보는데 어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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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만지는게 그렇게 심각한 일이냐? 내 잘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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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좆좆좆좆을 고른 니 잘못이 맞다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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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 어떡해 너는 강간범이 뭐 하면 용서해줄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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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이게 시발 강간이 나올 정도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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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아직 숲깐프새끼들 혐성맛을 덜봤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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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빵깐프 누님들도 귀는 함부로 못만지게하는거 모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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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숲깐프 절벽년들 추행한거면 걍 아동성폭행이랑 똑같은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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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숲깐프는 슬렌더야 씹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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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페도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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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어린이사랑꾼’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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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서 하이엘프의 귀는, 건드리는 순간 호감도가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버튼 취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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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메르세데스도 내 공격에 귀가 살짝 베였을 때, 유난히 불편한 표정을 지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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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순간, 나는 그 귀를 아예 잘라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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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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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는 완전 절단, 그리고 그 아래의 어깨에까지 칼날이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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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강화로 인한 방어능력 탓에 크리티컬이 터지는 치명상은 아니지만, 무시하지 못할 수준의 유효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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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타격을 넣은 직후, 메르세데스의 검이 빛살처럼 쏘아져 나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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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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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뚝에 이어서 오른쪽 가슴 근처를 꽤 깊이 찔렸다. 재빨리 발을 놀려 놈의 공격거리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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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추격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그런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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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는 잘려나간 귀를 한 손으로 붙잡은 채, 한껏 찡그린 표정으로 헐떡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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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니다. 이를 악물었는지 턱이 부들부들 떨리고, 세게 쥐어 잡은 검손잡이가 절그럭거리며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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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 이, 인간,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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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말까지 심하게 더듬고 있었다. 이제 와서 지구력 부족으로 헐떡이고 있는 건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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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빡쳤네, 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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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런 상황에서 개빡친 상대방이 보일 수 있는 패턴은 두 가지 정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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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머리에 피가 쏠려서 사리분별도 못하고 무작정 덤벼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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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이게 가장 좋다. 이 잡템 세례를 이용한 빈틈 만들기도 슬슬 한계를 보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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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의 용량은 끝이 없더라도, 인벤토리 안의 내 아이템에는 분명한 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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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효한 장애물이 되어주는 [내구]풀강 갑옷들은 죄다 걸레짝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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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잡템들은 아예 다 박살 나서 회수도 못 하게 돼버린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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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집광] 디코이에도 점점 적응하고 있으니, 여기서 슬슬 약해져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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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둘째는, 분노를 계기로 뭔가 각성을 하거나 숨겨둔 힘을 꺼내는 경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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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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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마력의 빛이 갑작스레 거칠어진 것을 보면, 아마 후자가 당첨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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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하다 하다 3페이즈까지 있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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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적인 의미로 발광하기 시작한 메르세데스의 힘은 아주 강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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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주마, 죽여주마, 인간족 놈, 죽여주마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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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콰앙! 콰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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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격 한번 한번에 땅이 갈라지고 충격파가 터져 나온다. 주변에 널브러진 아이템들이 마구 조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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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와 근력 모두 조금 전보다 더 강력해졌고, 당연히 그 공격에 정면으로 노출된 나는 무사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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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입은 상처를 회복할 틈도 없이, 몸에 자꾸만 상처가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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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딱히 치명상은 입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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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갔죠? 안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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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식,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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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가 열이 뻗칠 대로 뻗친 탓에, 침착함을 잃고 무식하게 덤비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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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력도 순발력도 올랐지만 정작 중요한 기술의 날카로움이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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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기능사 최길현이 그랬던 것처럼,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공격 패턴이 단순하면 그냥 호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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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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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길현이랑은 다르게, 이쪽은 무식하게 덤벼들어도 무시하기 힘들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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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기밖에 못하던 최길현과 비교하면,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태로도 달인급 솜씨를 내고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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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하나 잘린 게 그렇게 빡쳐? 느그 왕자님 욕하는 것보다 그게 더 빡쳐? 흠, 이거 기사 탈락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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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겨운 자식이, 그 저급한 혓바닥으로 기사의 자격을 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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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역겨운 짓은 그쪽이 더 많이 하지 않았나? 허연 귀쟁이 새끼들은 내로남불이 패시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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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부러 부상을 입어 가면서도 속을 박박 긁어대고 있다. 녀석이 침착함을 되찾지 못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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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족, 주제에,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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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봐도 점점 화가 가라앉아가고 있다. 반면에 내 몸에는 점점 상처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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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여 HP는 대략 60%, 정타를 맞지 않은 상태로 이 정도까지 까였다는 건 심각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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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티컬급 공격을 맞으면 한번에 반피 이상이 나가는 것도 가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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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점은, 녀석의 몸 상태가 조금씩 나빠져 가는 게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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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강화의 출력을 억지로 끌어올린 대가와, 내가 아이템을 던져대며 살포한 독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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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6층에서 얻을 수 있었던 일부 독 계열 포션을, 아이템 사이에 섞어서 주변에 계속 흩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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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뿌린 독은 당연히 효과가 강하지도 않고, 범위 안에 있는 나도 함께 피해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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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런 식으로 쓰라고 있는 물건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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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레벨이나 스펙에 비해 비정상적인 수준의 내성 스킬을 갖고 있기에, 그 점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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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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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분노가 아니라 상태가 나빠진 탓에 거친 숨을 뱉고 있는 메르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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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전히 표정도 일그러져 있어, 아직 완전히 이성을 찾은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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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족 놈……가만두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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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감했다. 지금이야말로 저 깐프년에게 결정타를 먹일 수 있는 타이밍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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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상 상태가 안 좋아지더라도, 녀석이 냉정함을 되찾으면 이기기 힘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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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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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스킬로 민첩을 증폭시키며, 검과 방패를 들고 정면으로 달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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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역시 희번뜩한 눈빛으로 맞서 달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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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는 무시무시하지만, 이를 악물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모습이 완전히 빈틈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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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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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타이밍에 맞추어, 왼손의 방패를 전력으로 집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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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날아든 방패에 대처하느라 몸의 중심이 크게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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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한 발자국, 이 타이밍, 이건 무조건 적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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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휘두른 순간, 무언가 내 가슴팍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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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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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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꽂혀들어온 것은, 닿을 리 없는 거리에 있던 유백색의 아름다운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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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네가 속았구나, 인간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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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가 검을 집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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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부터 이미 냉정함을 되찾고, 화를 내는 척하고 있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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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타이밍에 페이크를 걸고 투척 따위를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특히 저 하이엘프의 성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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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이, 발……이럴 거면서 아까는 잘도, 비겁하다고, 지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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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들은 말을 그대로 돌려주마, 네놈에 비하면 별것도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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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씹좆프 새끼들, 인성 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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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는 내 몸에서 메르세데스의 검이 뽑혀나갔다. 피가 주르륵 흐르며 눈앞이 어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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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겼다고 생각해서 너무 방심하고 있었던 걸까. 남 말 할 처지가 아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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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길 말은 그게 전부인가? 보나 마나 항복을 입에 담을 것 같지는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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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소리를 한다. 이 상황까지 와서 누가 항복을 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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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츠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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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의 몸에서 마력강화의 빛이 줄어들어 간다. 한계에 도달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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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상을 입고 HP도 절반 이하로 내려간 나에 비해, 아직 여력이 남아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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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강화가 꺼진 상태로도 나보다 스펙이 높을 테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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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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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죽어가는 나를 마무리짓기 위해, 메르세데스의 검이 높이 들어 올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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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족 치고는 제법이었다.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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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창이가 된 내 몸으로는 여유롭게 내리쳐지는 검을 피할 방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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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 병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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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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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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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 않게 검을 피해내고, 카운터로 녀석의 팔을 베어버렸다. 피가 분수처럼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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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 억……네놈, 어떻게, 그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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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가 뭐 어쨌다고, 귀쟁이 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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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억,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떠듬거리는 메르세데스의 명치를 걷어차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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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상태가 안 좋긴 하다. 출혈이 심해서 눈앞이 살짝 어지럽고, 몸도 성한 곳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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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새끼야, 내 전투 지속 레벨이 몇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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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이라면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상처를 입고도, 나는 전투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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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헉, 끅, 이놈, 뭐냐, 이 힘은……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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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길질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메르세데스가 이어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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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내 근력이 조금 전보다 더 강해진 것에 의문을 느낀 모양이다. 거 궁금한 것도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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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거 아니다, 이건 1층 클리어 보상으로 얻은 어떤 스킬의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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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가 일정 수치 이하로 떨어지면 모든 스탯이 상승하는 패시브 스킬, 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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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과 방어력까지 별개로 올라가진 않지만, 모든 스탯이 상승한다는 점에서 마력강화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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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걸 구구절절이 설명해 줄 생각은 없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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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뭘 모른다는 듯 물어보고 앉았냐. 니들도 이런 거 많이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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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긴 뭐야, 반피 까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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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힘을 쏟아부어 반죽음으로 만들어 놨더니, 난데없이 숨겨둔 힘을 꺼내서 파워업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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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2페이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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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는 결투에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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