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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즈
엘프들에게 있어서 귀는 상당히 민감한 부위라고 들었다.
감각적으로 민감하다는 게 아니라, 정서적으로 민감한 부위라나. 함부로 건드리면 큰 실례가 된다고 한다.
실제로, 인간에게 매우 우호적이고 개방적인 다크엘프들도 만져지는 것을 조금 꺼리는 눈치였다.
엘레노어는 오히려 만져보라고 자꾸 들이대긴 했는데, 그건 걔가 변태라서 그런 것 같고.
그렇다면, 하이엘프 사이에서의 인식은 또 어떤가 하면- 예전에 봤던 커뮤니티 글로 쉽게 알 수 있다.
[작성자 : 박진호#1556]
[제목 : 이 씨발 개씹좆프새끼들 왜 지랄이냐]
(사진)
귀 한번 만진거가지고 존나 발작하네 미친새끼들
지금 며칠째 뭔 아동성폭행범 보는것마냥 꼴아보는데 어카냐?
귀 만지는게 그렇게 심각한 일이냐? 내 잘못임?
-
이건 좆좆좆좆을 고른 니 잘못이 맞다 ㅇㅇ
-
뭘 어떡해 너는 강간범이 뭐 하면 용서해줄거임?
-
ㄴ이게 시발 강간이 나올 정도 일이라고?
-
ㄴ아직 숲깐프새끼들 혐성맛을 덜봤네 ㅋㅋ
-
빵빵깐프 누님들도 귀는 함부로 못만지게하는거 모르냐?
-
근데 숲깐프 절벽년들 추행한거면 걍 아동성폭행이랑 똑같은거 아니냐?
-
ㄴ숲깐프는 슬렌더야 씹련아
-
ㄴ페도검거
-
ㄴ‘어린이사랑꾼’입니다만?
커뮤니티에서 하이엘프의 귀는, 건드리는 순간 호감도가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버튼 취급이었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도 내 공격에 귀가 살짝 베였을 때, 유난히 불편한 표정을 지었었지.
그리고 이 순간, 나는 그 귀를 아예 잘라내 버렸다.
-촤악!
귀는 완전 절단, 그리고 그 아래의 어깨에까지 칼날이 박혔다.
마력강화로 인한 방어능력 탓에 크리티컬이 터지는 치명상은 아니지만, 무시하지 못할 수준의 유효타.
하지만 타격을 넣은 직후, 메르세데스의 검이 빛살처럼 쏘아져 나를 덮쳤다.
-푹!
팔뚝에 이어서 오른쪽 가슴 근처를 꽤 깊이 찔렸다. 재빨리 발을 놀려 놈의 공격거리에서 벗어났다.
바로 추격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그런 일은 없었다.
메르세데스는 잘려나간 귀를 한 손으로 붙잡은 채, 한껏 찡그린 표정으로 헐떡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를 악물었는지 턱이 부들부들 떨리고, 세게 쥐어 잡은 검손잡이가 절그럭거리며 흔들린다.
“이, 이, 이, 인간, 놈이……”
심지어 말까지 심하게 더듬고 있었다. 이제 와서 지구력 부족으로 헐떡이고 있는 건 아닐 거다.
개빡쳤네, 저거.
보통 이런 상황에서 개빡친 상대방이 보일 수 있는 패턴은 두 가지 정도가 있다.
첫째는 머리에 피가 쏠려서 사리분별도 못하고 무작정 덤벼드는 것.
나한테는 이게 가장 좋다. 이 잡템 세례를 이용한 빈틈 만들기도 슬슬 한계를 보이고 있으니까.
인벤토리의 용량은 끝이 없더라도, 인벤토리 안의 내 아이템에는 분명한 끝이 있다.
가장 유효한 장애물이 되어주는 [내구]풀강 갑옷들은 죄다 걸레짝이 되어버렸다.
기타 잡템들은 아예 다 박살 나서 회수도 못 하게 돼버린 것들이 많다.
게다가 [집광] 디코이에도 점점 적응하고 있으니, 여기서 슬슬 약해져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그리고 둘째는, 분노를 계기로 뭔가 각성을 하거나 숨겨둔 힘을 꺼내는 경우인데.
-쿠르르릉!
녀석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마력의 빛이 갑작스레 거칠어진 것을 보면, 아마 후자가 당첨인 모양이다.
이젠 하다 하다 3페이즈까지 있는 거냐.
**
중의적인 의미로 발광하기 시작한 메르세데스의 힘은 아주 강력했다.
“죽여주마, 죽여주마, 인간족 놈, 죽여주마아앗!”
-쾅! 콰앙! 콰광!
검격 한번 한번에 땅이 갈라지고 충격파가 터져 나온다. 주변에 널브러진 아이템들이 마구 조각난다.
속도와 근력 모두 조금 전보다 더 강력해졌고, 당연히 그 공격에 정면으로 노출된 나는 무사하기 힘들었다.
조금 전에 입은 상처를 회복할 틈도 없이, 몸에 자꾸만 상처가 늘어간다.
하지만 딱히 치명상은 입지 않았다.
“빗나갔죠? 안 맞죠?”
“이 자식, 죽인다!”
메르세데스가 열이 뻗칠 대로 뻗친 탓에, 침착함을 잃고 무식하게 덤비고 있기 때문이었다.
위력도 순발력도 올랐지만 정작 중요한 기술의 날카로움이 크게 줄었다.
창 기능사 최길현이 그랬던 것처럼,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공격 패턴이 단순하면 그냥 호구에 불과하다.
-콰과광!
물론 최길현이랑은 다르게, 이쪽은 무식하게 덤벼들어도 무시하기 힘들긴 하지만 말이다.
찌르기밖에 못하던 최길현과 비교하면,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태로도 달인급 솜씨를 내고 있기도 하고.
“귀 하나 잘린 게 그렇게 빡쳐? 느그 왕자님 욕하는 것보다 그게 더 빡쳐? 흠, 이거 기사 탈락 아닌가?”
“이 역겨운 자식이, 그 저급한 혓바닥으로 기사의 자격을 논해!”
“흠, 역겨운 짓은 그쪽이 더 많이 하지 않았나? 허연 귀쟁이 새끼들은 내로남불이 패시브인가?”
그래서 일부러 부상을 입어 가면서도 속을 박박 긁어대고 있다. 녀석이 침착함을 되찾지 못하도록.
“인간족, 주제에, 감히……!”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점점 화가 가라앉아가고 있다. 반면에 내 몸에는 점점 상처가 늘어나고 있다.
잔여 HP는 대략 60%, 정타를 맞지 않은 상태로 이 정도까지 까였다는 건 심각한 거다.
크리티컬급 공격을 맞으면 한번에 반피 이상이 나가는 것도 가능하니까.
그나마 다행인 점은, 녀석의 몸 상태가 조금씩 나빠져 가는 게 보인다는 것이다.
마력강화의 출력을 억지로 끌어올린 대가와, 내가 아이템을 던져대며 살포한 독 때문이다.
나는 6층에서 얻을 수 있었던 일부 독 계열 포션을, 아이템 사이에 섞어서 주변에 계속 흩뿌리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뿌린 독은 당연히 효과가 강하지도 않고, 범위 안에 있는 나도 함께 피해를 입는다.
애초에 이런 식으로 쓰라고 있는 물건이 아니니까.
하지만 나는 레벨이나 스펙에 비해 비정상적인 수준의 내성 스킬을 갖고 있기에, 그 점은 괜찮다.
“허억……허억……”
이제는 분노가 아니라 상태가 나빠진 탓에 거친 숨을 뱉고 있는 메르세데스.
물론 여전히 표정도 일그러져 있어, 아직 완전히 이성을 찾은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인간족 놈……가만두지 않겠다……!”
나는 직감했다. 지금이야말로 저 깐프년에게 결정타를 먹일 수 있는 타이밍임을.
이 이상 상태가 안 좋아지더라도, 녀석이 냉정함을 되찾으면 이기기 힘들 거다.
-타닥!
[혼신]스킬로 민첩을 증폭시키며, 검과 방패를 들고 정면으로 달려나간다.
메르세데스 역시 희번뜩한 눈빛으로 맞서 달려온다.
속도는 무시무시하지만, 이를 악물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모습이 완전히 빈틈투성이다.
“흐읍!”
정확한 타이밍에 맞추어, 왼손의 방패를 전력으로 집어 던졌다.
갑작스럽게 날아든 방패에 대처하느라 몸의 중심이 크게 기울었다.
앞으로 한 발자국, 이 타이밍, 이건 무조건 적중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휘두른 순간, 무언가 내 가슴팍에 꽂혔다.
-푹!
“뭐.”
꽂혀들어온 것은, 닿을 리 없는 거리에 있던 유백색의 아름다운 칼날.
“이번에는 네가 속았구나, 인간족.”
메르세데스가 검을 집어던졌다.
**
중간부터 이미 냉정함을 되찾고, 화를 내는 척하고 있었던 건가.
이 타이밍에 페이크를 걸고 투척 따위를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특히 저 하이엘프의 성격으로.
“씨이, 발……이럴 거면서 아까는 잘도, 비겁하다고, 지랄을……!”
“아까 들은 말을 그대로 돌려주마, 네놈에 비하면 별것도 아닐 텐데?”
“이 개씹좆프 새끼들, 인성 하고는……”
휘청이는 내 몸에서 메르세데스의 검이 뽑혀나갔다. 피가 주르륵 흐르며 눈앞이 어지러워졌다.
다 이겼다고 생각해서 너무 방심하고 있었던 걸까. 남 말 할 처지가 아니었네.
“남길 말은 그게 전부인가? 보나 마나 항복을 입에 담을 것 같지는 않은데.”
당연한 소리를 한다. 이 상황까지 와서 누가 항복을 할 수 있겠어.
-츠츠츠……
메르세데스의 몸에서 마력강화의 빛이 줄어들어 간다. 한계에 도달한 모양이다.
하지만 중상을 입고 HP도 절반 이하로 내려간 나에 비해, 아직 여력이 남아 있는 분위기다.
마력강화가 꺼진 상태로도 나보다 스펙이 높을 테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스릉.
반쯤 죽어가는 나를 마무리짓기 위해, 메르세데스의 검이 높이 들어 올려진다.
“인간족 치고는 제법이었다. 잘 가라.”
만신창이가 된 내 몸으로는 여유롭게 내리쳐지는 검을 피할 방법이-
“뭐래, 병신이.”
-존나게 많았다.
-촤악!
어렵지 않게 검을 피해내고, 카운터로 녀석의 팔을 베어버렸다. 피가 분수처럼 튀었다.
“커, 억……네놈, 어떻게, 그 상태로……”
“상태가 뭐 어쨌다고, 귀쟁이 년아.”
뻐억,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떠듬거리는 메르세데스의 명치를 걷어차 날려버렸다.
확실히 상태가 안 좋긴 하다. 출혈이 심해서 눈앞이 살짝 어지럽고, 몸도 성한 곳이 별로 없다.
근데 이 새끼야, 내 전투 지속 레벨이 몇이게?
보통이라면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상처를 입고도, 나는 전투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커헉, 끅, 이놈, 뭐냐, 이 힘은……대체……”
내 발길질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메르세데스가 이어서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내 근력이 조금 전보다 더 강해진 것에 의문을 느낀 모양이다. 거 궁금한 것도 많지.
별 거 아니다, 이건 1층 클리어 보상으로 얻은 어떤 스킬의 효과다.
HP가 일정 수치 이하로 떨어지면 모든 스탯이 상승하는 패시브 스킬, 불굴.
공격력과 방어력까지 별개로 올라가진 않지만, 모든 스탯이 상승한다는 점에서 마력강화와 비슷하다.
하지만 그걸 구구절절이 설명해 줄 생각은 없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애초에, 뭘 모른다는 듯 물어보고 앉았냐. 니들도 이런 거 많이 하잖아?
“뭐긴 뭐야, 반피 까였잖아.”
온 힘을 쏟아부어 반죽음으로 만들어 놨더니, 난데없이 숨겨둔 힘을 꺼내서 파워업하는 거.
“이제부터 2페이즈다.”
이렇게 나는 결투에서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