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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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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들을 사로잡은 흑장미 기사단은 그리 생포한 엘프들을 말 등에 짐 싣듯이 실어놓고서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엔리는 기사단을 이끄는 루카를 향해 당부했다.
“조심해서 전달해라. 중간에 딴 길로 새지 말고.”
“넵! 누구 명령인데요.”
“그리고 만약 들키면─ 베어버려.”
살인멸구. 목격자가 있다면 죽여서라도 그 입을 틀어막으라는 엔리의 말에 루카는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확답했다. 이 일은 결코 들켜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무고한 평민이 목격한다면 죽여서라도 그 입을 틀어막아야 할 정도로.
물론 이번 작전에 참여한 기사들 중에서도 자신들처럼 엘프를 뒤로 빼돌리려는 이들이 있으리라. 엘프 아닌가. 숲의 요정. 미의 종족. 아름다우며 마법적인 적성마저 뛰어난 생물.
그 숫자만 많았더라도 인간을 넘어 이 세상을 지배했을 상위 종족.
“가라.”
“조심하세요. 단장.”
“조심? 누가?”
루카의 걱정에 엔리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제야 루카는 누가 누굴 걱정하냐는 듯 헛웃음을 털털 내뱉으며 고삐를 쥐었다.
엘프들을 데리고 작전 구역을 빠져나가는 부하들을 바라보던 엔리는 저 멀리, 숲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멈춰선 걸 확인했다. 화포로 인해 발생한 화재가 꺼진 것이다.
그 모습을 확인한 엔리는 엘프들이 빠져나왔던 땅굴을 바라보았다.
“일하러 가볼까.”
잠시 후, 엔리는 땅굴 속으로 휙- 몸을 내던졌다.
* * *
활활 타오른 숲.
새카만 잿더미들이 이곳에 숲이 있었다는 걸 증명하듯 우뚝 솟아 있었다.
마법으로 화재를 진압한 엘프들은 그 광경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평생 살아온, 또 지켜온 숲이 하루 아침에 초토화가 되었으니.
“마르실 님. 도망치셔야 합니다.”
“……너희들 먼저 가라.”
“그렇지만─.”
“누군가는, 누군가는 뒤를 지켜야하지 않겠느냐.”
반왕국연맹의 간부인 마르실은 그리 말하며 씁쓸한 미소를 피어냈다. 그 표정을 본 엘프들은 더 지체할 수 없다는 듯 하나 둘 땅굴 속으로 몸을 내던졌다.
엘프들이 땅 속으로 숨어드는 모습을 지켜보던 마르실은 대체 언제부터 엘프의 위상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는지 모르겠단 생각에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시간이라는 게, 참으로 야속하구나.”
엘프의 위상은 이렇지 않았다. 과거엔 이러지 않았다. 엘프들은 모든 종족보다 훨씬 많은 땅을 제것마냥 활보했으며, 그 발걸음은 누구에게도 붙잡히지 않았고, 찬란한 태양은 늘 엘프들을 축복하듯 내리쬐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엘프들은 이제 햇볕 한 점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숲 속에서 숨어산다. 숲 바깥으로 나돌아다니다가 인간에게 붙잡혀 노예가 된 엘프가 수두룩하며, 그 영역은 전성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치 좁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었다.
엘프들을 이런 상태로 내몬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
휘이이익-!
저 멀리 날아드는 익숙한 화살 소리에 마르실은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휘적거렸다. 그녀 몸 위로 피어오른 배리어가 날아드는 화살을 튕겨냈다.
“─엘프다!”
“여기에 있다!”
“조심해, 화살을 튕겨낸 걸 보니 마법사다!”
숲을 불태운 인간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전원이 마법으로 강화된 갑옷과 칼을 찬 기사들이었다.
기사들은 마르실 한 사람을 보고도 결코 방심하거나 달려들지 않았다. 오히려 소리를 내질러 다른 동료들이 모일 때까지를 기다렸다. 마르실 또한 그런 기사들을 보며 굳이 마법을 영창해 자극하거나 하지 않고 얌전히 기다렸다.
“여기 있었구나. 추악한 엘프.”
뒤늦게 도착한 로엔그람이 선두에 서서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기수를 쥐었다. 그의 뒤로 대열한 기사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거대한 창 한 자루가 자신을 향해 겨눠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선두에 선 로엔그람이 이들의 대장이라는 걸 직감한 마르실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추악? 인간에게 들으니 웃음이 절로 나오는 군. 인간들에겐 거울도 없나?”
“시끄럽다. 더러운 반역자여! 위대한 그라시아 왕국의 혈족을 건드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리라!”
“─한 가지 묻고 싶다만.”
마르실은.
자신만만하게 창을 겨누는 인간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인간은, 너희는 우리가 뭘 잘못했기에 이렇게까지 핍박하는 거지? 이 땅은 원래 우리 엘프들의 땅이었고. 우리들의 고향이었다. 우리가 우리 고향에 사는 것이 그토록 불만이더냐?”
“헛소리를.”
다만 그 물음에 로엔그람은 일갈했다.
“이 땅은 위대하신 초대 그라시아 국왕 폐하께서 정복한 영토요, 패배한 너희들은 초대 국왕 폐하께서 허락하신 땅에서만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주제 넘게 자신들에게 허락된 것 이상을 넘본 죄! 패배한 주제에 더 한 것을 넘보는 오만함!”
엘프들의 잘못이란 바로.
"약한 주제에 강자의 것을 넘본 것이 잘못이로다! 기사단, 거창하라!”
“거창!”
창을 겨드랑이에 꽂아넣은 기사들이 박차를 가했다. 신호를 받은 말들이 매섭게 달려드는 가운데, 그 앞에 선 마르실은 열차가 제게 달려드는 듯한 압박을 받았다.
하나하나가 초인인 기사들의 결집은 마치 마법과도 같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르실은 쓴웃음을 내지으며 손을 들어올렸다.
“약한 게 죄라 이거지.”
그렇다면.
너희들이야말로 죄인이 아니더냐.
“끄아아아악-!”
“무슨-!?”
“하마下馬! 하마하라!”
반왕국연맹의 간부.
엘프 대마법사 마르실의 마법이 기사들의 결집을 와해시키며 솟구쳐 올랐다. 대마법사의 마법 앞에 와해된 기사들이 마구 낙마하는 가운데, 마르실은 그리 바닥을 구르는 기사들을 보며 다시 한 번 마법을 주창했다.
“이곳이 어디라고 생각하느냐.”
물론.
마법사는 기사를 이기지 못 한다.
그러나 준비를 마친 마법사는 기사를 상대할 수 있으며.
숲을 제 공방처럼 사용하는 대마법사는 능히 정면에서 기사단을 깨부술 수 있었다.
“죽어라, 쓰레기들.”
대마법사의 마법이 기사단을 향해 내리꽂힌다.
* * *
“하아, 하아…….”
마르실은 숨을 헐떡이며 몸 안에서 요동치는 마력을 가라앉혔다. 짧은 사이에 상당한 량의 마력을 소모해서인지, 머리가 핑 돌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더 이상 그녀에게 해를 끼칠 기사가 남아있지 않다는 점.
기사들은 모조리 바닥에 쓰러져 기절해 있었다. 갑옷에 걸린 마법이 생명을 보호한 모양이지. 그러나 기절한 이상 그것도 의미 없었다.
기사들을 마무리하기 위해 마법을 영창하려던 그때였다.
“그 사람을 죽이는 건 조금 곤란한데.”
“─!!”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아무런 기척도 느끼지 못 했던 마르실이 다급히 뒤를 돌아보았을 무렵, 그녀는 제 팔이 하늘 높이 수놓는 모습을 보았다.
대체 언제 꺼내서 휘두른 건지도 모를 검이 녹색 머리 기사의 손에 들려 있었다. 마르실은 잘려나간 팔뚝을 부여잡고서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너는?”
"엔리. 클라우디아 령의 기사.”
“……마르실이다.”
“그래, 마르실. 부탁이 하나 있는데."
엔리는 자신이 빠져나왔던 땅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막아주지 않을래?”
“……뭐?”
“다른 사람들이 못 찾게. 무너뜨려달라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물론 그가 그런 부탁을 하지 않았더라도 마르실은 땅굴을 무너뜨려 그 흔적을 찾을 수 없게 할 예정이었지만…… 자신을 공격한 인간이 그런 부탁을 해오다니?
영문을 알 수 없어 그를 매섭게 노려보는 가운데, 엔리는 뭐 어쩔 거냐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이 땅굴이 다른 기사들한테 발견되면 조금 곤란하거든.”
“……하겠다.”
“고마워.”
그 의도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건.
마르실은 마법을 영창해 땅굴을 무너뜨렸다. 이것으로 인간들은 이곳에 땅굴이 있었단 사실도, 이 땅굴이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 지도 알아내지 못 할 것이다.
도망친 엘프들은 이것으로 살아남을 수 있겠지. 마르실은 그리 생각하며 녹색 머리의 기사를 바라보았다.
“─죽일 건가, 인간.”
“음…… 아무래도?”
“역시 그런가.”
엔리는 미안하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검을 들어올렸다. 그녀를 살려주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대마법사인 건 틀림 없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빼돌릴 만큼의 가치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제아무리 엔리라고 할 지라도 이 장소에서 들키지 않고 그녀를 빼돌리는 건 무리였다. 적어도 이 장소에 있는 모든 기사를 죽이든가 해야겠지.
그리고 아무리 엘프 대마법사라 할 지라도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기사를 죽이고 그들이 모시는 귀족 군주들과 척을 질 정도로 가치 있지는 않다.
“그렇다면.”
그 사실을 깨달은 마르실은 최후의 저항을 시작했다. 자신의 모든 마력을 끌어올려 조금이라도 더 많은 피해를 입히고자했다.
허나.
발버둥친다고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엔리가 만만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마력을 끌어올리기가 무섭게 복부에 칼이 박혔고, 그녀는 내장을 쏟아내며 바닥을 굴렀다.
유언을 남길 시간도 없었다. 엔리는 고통이라도 덜어주고자 빼낸 칼날을 다시 한 번 휘둘렀다. 피가 낭자하고 머리가 바닥을 구른다.
아무리 엘프 대마법사라 할 지라도 내장을 뽑아내고 머리를 잘랐는데 살아나진 않겠지. 그리 생각한 엔리는 시체를 뒤로 하고 바닥을 구르는 기사들을 향해 다가갔다.
품 속에서 포션을 꺼내 그들의 입 안에 흘러넣자, 하나둘 정신을 차린 기사들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여긴…….”
“깼으면 어서 일어나시죠. 로엔그람 경.”
“엔리 경…? 자네가 여긴 대체.”
엔리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몸을 돌려 바닥을 구르는 마르실의 시체를 가리켰다. 그 시체를 본 로엔그람은 뒤늦게 현 상황을 파악하고 기절 하기 전 기억을 떠올렸다.
엘프 대마법사의 마법에 휩쓸려 차례차례 쓸려나가던 그 기억. 왕실 제2 기사단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당하던 그 장면들….
“……자네가, 쓰러트린 건가?”
“모두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하하- 말이라도 고맙군.”
엔리의 갑옷에 생채기는커녕 흙먼지 하나 묻어있지 않음을 확인한 로엔그람은 엔리가 자신들을 띄워주기 위해 입 바른 말이나 하는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허나, 굳이 그 사실을 지적하진 않았다. 자신들보다 실력이 뛰어난 기사가 자신들을 띄워주는데 그걸 굳이 반박할 정도로 아둔하진 않았다.
다만…….
“정보로 들었던 것보다 엘프들의 수가 적더군. 분명 어딘가 숨겨져 있는 게 분명하네.”
“아- 그렇군요.”
“같이 찾아보겠나?”
로엔그람은 공을 나누겠다고 제안했다. 마르실만한 대마법사가 둘이나 있을 거라곤 생각되지 않으니, 이제부터 만나는 것들은 아무런 힘 없는 엘프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말을 타고 움직이는 기사들의 사냥감.
그러나 엔리는 잠시 고민하는 척 침음성을 흘리더니, 웃으며 거절의 멘트를 날렸다.
“아뇨, 사양 하겠습니다.”
“정말 괜찮겠나?”
“예, 뭐. 괜찮습니다.”
엔리는 바닥을 바라보았다. 로엔그람이 따라 시선을 돌리자, 그곳엔 굴러다니는 엘프 대마법사의 머리가 있었다. 어째선지 홀로 주변과 색이 다른 땅도…….
“공은 이미 충분하거든요.”
그 말에 로엔그람은 기사의 귀감을 만났다는 듯 감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