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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알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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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만에 다시 보는 국왕 앞에 무릎 꿇은 엔리는 왕에게서 치하를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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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하다. 엔리 경. 필마단기로 왕자와 생도들의 목숨을 구한 것. 더할나위 없는 용맹의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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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납치된 열차 안으로 쳐들어가 도적떼들을 베어내고 왕족과 귀족, 그리고 시민들의 목숨을 구한 것. 국왕은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발표하여 왕국의 명예와 위세를 지키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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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왕국에는 이 정도의 저력이 있다! 상대가 누구든 전혀 두렵지 않으니 얼마든지 덤벼 보라는 기세등등한 모습을 내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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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용맹한 기사에게는 그만한 포상이 주어지는 법. 기사Knight 엔리 경. 자네에게 아카데미 교수직을 부여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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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은 싱긋 웃으며 그리 이야기했다. 엔리의 나이 열여덟. 다른 이들은 아카데미에 다니거나 다른 기사의 밑에서 종자 생활이나 하고 있을 나이에 교수직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건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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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엔리는 그 제안을 그닥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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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 싫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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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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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의 의사를 입에 담은 그 순간, 알현실 안에 적막이 가득 내려앉는다. 왕의 제안을 거부하는 것은 불경스러운 행위. 곧장 불경죄로 감옥에 가두어도 할 말이 없는 일이었지만, 국왕은 침착을 유지하며 침음성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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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렇군. 엔리 경. 그렇다면 원하는 포상이 따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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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그를 영웅으로 만들어놓았거늘, 그를 체포해서 이 분위기를 깨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나중에 따로 트집을 잡을 지언정, 지금 당장 그를 처벌하는 것은 악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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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폐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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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보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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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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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는 기억을 더듬으며 국왕에게 제 의사를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왕실의 보물로 널리 알려진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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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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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 령으로 복귀한 엔리는 이브 공녀에게 멱살을 붙잡힌 채 탈탈 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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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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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공녀는 눈빛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몸소 알려주겠다는 양, 무척이나 날카로운 눈빛으로 엔리를 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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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앞에서 그딴 망발을 저지르고, 저딴 거나 받아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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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켁, 아가씨. 슬슬 숨이 안 쉬어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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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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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예. 그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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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멍청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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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우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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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는 주먹을 쥐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음 같아선 이 멍청이를 한 대 후려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제 주먹만 아플 거라는 사실을 알기에 가까스로 참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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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화를 참아낸 이브는 씩씩 숨을 몰아쉬며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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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건 왜 받아온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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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손가락이 창 밖, 공작저의 마당에서 뛰놀고 있는 한 마리 말을 가리켰다. 오자마자 공작령의 마구간을 정복하고, 마당을 제 집 안방마냥 뛰어다니는 왕실의 말. 명마 호르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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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아가씨께서 예전에 갖고 싶다고 말씀하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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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십년도 더 된 이야기잖아! 이 멍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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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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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분을 참지 못 하고 주먹을 내지른 이브는 무슨 강철이라도 넣어놨나 싶을 정도로 단단한 엔리의 가슴팍에 까진 손등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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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멍청이가 악질적인 것은 평소 중요한 것들은 죄다 기억하지 못 하는 주제에 흘러가듯 내뱉은 말 한 마디는 쓸데없이 잘 기억한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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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여덟 살 때 갖고 놀던 장난감을 아직도 좋아하는 줄 알고 열여덟의 딸에게 선물한 아빠와도 같다. 이브는 자신이 이런 경험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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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 게 있으면 먼저 나한테 물어를 보던가! 아니면 당장 쓸만한 마도구나 왕실 비전 마법 같은 걸 받아오든가! 호르스가 뭐야 호르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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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호르스가 나쁜 건 아니다. 실제로 십년 전. 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말을 고르자면 누구나 호르스를 꼽던 시기가 있다. 이브가 당시 호르스를 원했던 것도 왕국 최고의 말을 갖고 있으면 영입할 수 있는 기사의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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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로부터 십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왕국은 그동안 다양한 말들을 육성했고, 호르스는 최고의 위치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공작쯤되면 호르스 정도의 말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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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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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바꿔? 너 무슨 저잣거리 시장에서 물건 산 줄 아니? 그딴 소리나 하고 앉아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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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지적할 힘도 잃어버린 이브가 의자에 털썩 주저 앉는 가운데, 엔리는 뭐 어쩌겠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호르스. 최고는 아니지만 최상급은 되는 말이었다. 당장 공작저의 마구간에도 그와 비슷한 급이 몇 없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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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최고라는 영광을 지녔던 말. 시간이 흘러 그 영광에 녹이 슬기는 했지만…… 엔리는 그닥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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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많으면 좋은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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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간 이제 막 지쳐 쓰러진 이브 공녀가 1코인을 획득한 마리오마냥 펄떡 뛸 거라는 사실을 알기에 입을 꾹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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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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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스의 울음소리가 정원으로부터 울려퍼졌다. 여전히 자신이 최고인 줄 아는 과거의 영광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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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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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의 좌하변. 남서부에 위치한 클라우디아 령은 왕국 전체의 식량을 담당하는 초거대 곡창지대였다. 당연히 이를 노리는 무뢰배들이 셀 수 없이 많았으며, 왕국 외부 야만족들이나 몬스터들이 가장 많이 노리는 목표물도 바로 이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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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막기 위해 클라우디아 공작령에선 기사 영입에 상당한 공을 들였는데, 이브 클라우디아가 실권을 잡으며 기존의 기사단을 모조리 갈아버리고 만든 것이 바로 흑장미 기사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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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에 장미와도 같은 미모, 그러면서도 가시 돋은 성격의 아가씨를 상징하는 흑장미를 심볼로 삼은 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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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이 흑장미 기사단은 왕국 제일의 기사단과 자웅을 겨룰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기사단이었다. 엔리를 제외해놓고 보더라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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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는 아무리 공작령이라지만 왕실에 뒤처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한 적이 있었다. 이브는 그저 웃음지으며 선구안이 좋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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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말하자면 그녀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선구안이 좋다. 그럴 수밖에. 그야 그녀는 회귀자요, 회귀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한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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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장미 기사단. 영지 순찰을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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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정보. 그를 통한 시장 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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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는 지금으로부터 십여년 뒤, 어떤 기사가 이름을 날리고 또 어떤 기사가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는지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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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사가 아직 이름을 널리 떨치지 못 했을 때. 그때 신입 기사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많은 돈과 이권을 제시하며 영입한다면- 당연하게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기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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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장미 기사단은 그렇게 왕국 제일의 기사단 자리를 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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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순찰 중 마주친 몬스터 무리의 위치와 도적떼의 위치를 기록한 지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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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래, 수고했어. 다른 특이사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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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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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는 루카의 보고를 들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난 회차에서 그녀를 따르며 끝까지 충절을 지키던 흑장미의 기사. 지난 번에는 기사단장이었지만 이번 생에는 엔리라는 돌연변이를 만난 덕택에 부단장으로 영입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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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녀 본인은 부단장이라는 위치에 만족하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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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만족을 넘어서 뭐랄까…… 사람 자체가 바뀐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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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는 그녀를 볼 때마다 시간이 되돌아갔음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그도 그럴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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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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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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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를 마친 루카가 때마침 방으로 들어서던 엔리를 발견하고 잽싸게 달라붙는다. 그 모습을 본 엔리는 징글거린다는 듯 질색하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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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단장. 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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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래. 떨어져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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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데요? 오랜만에 만난 부단장한테 너무 섭섭하신 거 아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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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부단장은 그리 말하며 볼을 부풀렸다. 숱한 기사들이 그녀의 웃는 얼굴 한 번 보고자 목숨을 내던지는 걸 생각해본다면 그 모습에는 금화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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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그녀를 매달고 있는 엔리는 관심 없다는 듯 마구 밀어내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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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는 그 모습을 보며 저 루카가 자신이 알던 루카가 맞는지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 회차 때의 그녀는 어땠는가? 평생 웃음기 한 번 없는 얼굴로 사람을 죽이던 철혈의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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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저 푼수 같은 모습에서 기사단장으로서의 품위나 체면 따위는 일절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저게 그녀의 본 모습일 수도 있겠지. 기사단장이라는 자리에 짓눌려 개화하지 못 한 소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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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노닥거리는 건 거기까지 하도록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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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말에 두 사람은 표정을 굳히고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한량 같은 모습이나 푼수 같은 모습을 연출하기는 했지만 두 사람의 정체성은 기사. 군주의 말을 따르며 적을 베어내는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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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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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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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긴 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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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리 말하며 왕실로부터 내려온 공문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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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소집령이라는 글자가 끄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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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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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류연맹 토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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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왕족을 건드린 일에 대한 철저한 복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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