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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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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Knight.
아아-
가증스러운 이름이여.
만일 아무것도 모르는 농부가 1미터 거리에서 기사와 만난다면 그는 칼을 휘두르는 것조차 보지 못할 것이며, 3미터 거리에서 만난다면 칼자루 잡는 것만 얼핏 볼 수 있을 것이고, 10미터 거리에서 만난다면 그제야 기사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기사란 존재는…………(후략)………….
에서 발췌.
저자 칼 보후텐.
***
열차의 복도는 무척이나 좁다.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으며, 좌석과 사람, 온갖 짐들이 통행에 방해가 된다.
괜히 납치범들이 열차를 목표물로 삼은 게 아니다. 이 안에서라면 기사들의 초인적인 움직임이나 마법사들의 마법 사용을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배우지 못 한 무지렁이들도 총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통해 초인을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실제론 아니었다.
“으, 으아아아악-!?”
총구를 마구 돌리며 상대를 겨낭한다. 그러나 상대를 조준하는 그 순간, 이미 상대는 그 자리에서 벗어난 뒤였다.
상대는 복도뿐만 아니라 좌석 의자, 벽, 천장. 밟을 수 있는 틈이 미세하게 존재하는 틈들에 거미처럼 달라붙었다.
인간의 움직임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기괴한 움직임. 그 움직임 앞에선 정말로 거미줄에 붙잡힌 벌레마냥 마땅한 저항도 하지 못 했다. 먹잇감을 노리는 노련한 사냥꾼에게 사냥당하듯, 어느 순간 날카로운 검끝이 딱 한 치 급소를 찌르고 지나간다.
“끄, 으으읅…!”
목에 구멍이 뚫린 납치범들은 생명을 담은 둑에 구멍이 난 것마냥 다급히 손으로 그 구멍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밑 빠진 둑에 물이 차오를 수 없듯이, 구멍난 신체를 그깟 응급조치로 되돌릴 수는 없었다.
털썩- 많은 피를 잃어버린 납치범이 쓰러지자, 엔리는 가볍게 검을 털어내며 앞칸으로 향했다. 그렇게 문을 연 순간, 그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납치범들이 곧장 총구를 들이밀었다.
그토록 소리내지 않으려 애썼음에도 결국 침입을 들키고 만 것이다.
“쏴─!”
납치범이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엔리의 시계(視界)가 멈춘다.
마치 세상이 한 폭의 그림에 담긴 듯 했다. 멈춰버린 세상 속, 엔리는 조용히 눈동자를 굴리며 납치범들을 바라보았다. 그 중에 한 명, 얼굴에 뒤집어 쓴 복면으로도 가리지 못 한 특징적인 귀가 눈에 띈다.
화살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온 귀. 엘프였다.
‘귀쟁이가 있었군.
어떻게 알았나 했더니만, 청력이 엔리 못지 않게 좋은 엘프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엔리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제게 겨눠진 총구를 바라보았다.
엔리가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총알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건 불가능했다. 마찬가지로 검을 대여섯 번 휘둘러 총알 대여섯 개를 베어내는 일또한 불가능했다. 그런 일이 가능했더라면 세상은 진즉에 엔리 왕국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노예들로 정리됐을 테니까.
그러나 총알보다 빠르게 움직이지 못 한다고 하여서 총알을 피할 수 없는 건 아니었고.
마찬가지로 총알보다 느리다고해서 총알을 벨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엔리의 시선이 총구가 향하는 그 끝을 향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저 총구가 향하는 방향이 마치 레이저처럼 선명하게 엿보였다. 그리하여 다섯 개의 총알이 겹치는 한 지점을 찾아낼 수 있었고.
서걱-.
“뭐, 뭐?”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제 몸을 향해 날아드는 총알을 모조리 베어낼 수 있었다. 사수가 한 번 기회를 놓치면 그 다음은 온전히 기사의 차례였다. 엔리는 잽싸게 달려가 당황하는 납치범들의 목을 베어냈고.
머뭇거릴 틈도 없이 곧장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다음 칸.
“─비겁하다고 하진 않겠지, 기사여.”
“아-.”
“우그러들어라.”
엔리는 마법에 의해 우그러지는 열차를 보았다.
* * *
아카데미 생도들의 납치를 주도한 건 반왕국연맹이지만, 납치범들 모두가 반왕국연맹의 일원인 건 아니었다. 납치범들 중에는 그냥 인생이 망해버린 범죄자나 귀족에게 엿을 먹이고자 하는 복수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두 명이면 모를까, 수십 명을 모조리 연맹원만으로 모집할 수는 없었다. 그만한 수를 몰래 모으는 것도 문제였지만 만에 하나 작전이 실패했을 경우 연맹에 크나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었으니.
그렇게 모은 납치범들은 당연히 문제가 많았다.
“우와- 씨이버어얼… 뭘 먹으면 젖탱이가 이렇게 커지십니까? 귀족 나으리?”
엘프 나린은 인상을 찌푸리며 범죄자 녀석이 총구로 아카데미 생도 중 한 명의 가슴을 쿡쿡 찌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왕자에게 그런 짓을 했다면 곧장 말렸겠지만, 귀족 한 명쯤 건드리는 건 그리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야. 이건 뭐, 내가 봤던 어떤 창녀보다도 크네. 나으리. 아예 그쪽으로 전향하시는 건 어떠십니까? 제가 단골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어떠십니까?”
“……그만하세요.”
“어이쿠, 무서워라. ─이 씨발련이.”
짜아악-!
이런 곳에서 들릴 거라 생각한 적 없는, 날 것의 폭력으로부터 발현된 소리가 울려퍼진다. 화들짝 놀란 귀족들이 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보는 가운데, 뺨을 얻어맞은 코델리아 영애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납치범을 올려다보았다.
귀족의 뺨을 후려친 납치범은 평민이 귀족의 몸에 손을 댔다는 배덕감에 흥분한 듯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여기가, 응? 아직도 너희 저택인 줄 알아? 여기가 안방 같아? 편안해? 불편하게 해줄까!”
“꺄아아악-!”
머리채를 휘어잡고 몸을 강제로 일으킨다. 고통과 공포에 젖은 코델리아는 그저 눈을 질끈 감고 덜덜 떨어댈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납치범이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가학심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열차 안 온도를 일순간 낮춰버릴 정도로 차갑고 매서운 목소리가 낮게 울려퍼진다.
“─어이.”
평민이라면 자연스럽게 몸이 굳을 수밖에 없는.
선천적인 푸른 피로 자아낸 카리스마가 강타한다.
“그녀에게 손끝 하나라도 대면,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한 꼴을 보게 해주마.”
“……하, 하하-! 어이쿠, 무서워라.”
납치범은 분명 그 목소리에 떨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상황에선 아무도 자신을 해칠 수 없으리란 이성이 본능을 이겨냈다.
“손.”
“읏-!”
꽈아아악-!
납치범의 손이 코델리아의 가슴을 거칠게 쥐어짠다. 창녀에게도 이렇게는 안 하겠다 싶을 정도로 강하게. 그저 고통을 주는 게 목적이라는 듯이.
“댔는데?”
씨익-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하자, 분개한 3왕자가 마구 몸을 흔들며 몸을 일으키려했다. 그러나 팔다리가 묶인 상황에서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 리가 만무. 납치범은 그런 3왕자를 비웃듯 내려다보며 나린에게 물었다.
“상처만 없으면 되는 거지? 이 년, 좀 써도 되나?”
“……다른 칸으론 가지 마라. 여차할 때를 대비해야 하니까.”
“사람들 앞에서 하는 취미는 없는데…… 귀족 아가씨랑 한다니까 이상하게 흥분되네?”
흐흐.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좌석 안쪽으로 코델리아를 집어던진 납치범이 천천히 바지춤을 풀기 시작하는 가운데, 나린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인간의 지저분한 성욕 배출 따위는 보고 싶지 않았다.
뭐, 금방 끝나겠지. 인간의 성교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고 들었으니까. 기껏해야 3분에서 5분…….
그 정도는 얼마든지 참아줄 수 있었다. 나린이 그리 생각하며 발광하는 아카데미 생도들을 경계하는 가운데.
─타아앙!
아주 미세한.
엘프의 청력으로나 겨우 들을 정도로 작달막한 소음이 나린의 귓가에 들려왔다.
안 그래도 열차는 시끄러운 물건이다. 마석을 태우며 내는 증기 소리, 굴러가는 바퀴 소리, 중간에 뻥 뚫린 객실에서 나는 바람 소리와 수많은 승객들이 내는 소음까지.
그러나 방금 들려온 총성은 그런 소음들 사이에서도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잠깐.”
“엉? 왜?”
“침입자다. 벌써 누군가 왔나보군.”
나린의 말에 납치범은 화들짝 놀라며 옷매무새를 추슬렀다. 기껏 재미 좀 보나 했더니만…… 그는 기다란 총기를 들어올리며 열차의 문쪽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퍼버벙!
이제는 인간인 납치범의 귀에도 들릴 정도로 총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침입자가 정말로 가까이 다가왔음을 깨달은 납치범이 꿀꺽 침을 삼키는 가운데, 나린은 정령들을 불러모으며 앞으로 나섰다.
“처리하고 오지. 여기서 기다리도록.”
철컥-.
나린이 범죄자에게 아카데미 생도들을 맡기고 빠져나간 그 순간.
그때만을 기다리고 있던 크리스토퍼가 밧줄을 풀어헤치고 범죄자를 덮쳤다.
“커허억-!?”
갑작스런 기습에 반응하지 못 한 범죄자는 총을 빼앗기고 마구 얻어맞았다. 얼굴이 피떡이 되어 원래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 할 정도가 되고 나서야, 크리스토퍼는 묶여있던 아카데미 생도들의 포박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전하. 조금 더 빨리 움직였어야 하는데…….”
“─나는 괜찮다. 그보다, 코델리아는-.”
“……저, 도. 괜찮아요.”
좌석 안쪽.
눈물을 훔치며 몸을 일으킨 코델리아는 애써 웃음을 되찾으려고 애썼다.
“아, 아하하- 이거 어쩌죠…… 더럽혀져, 버렸네요.”
“……코델리아. 그런 말 하지 마라. 너는 아무런 잘못도 없어. 끝까지 당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
물론 범죄자에게 몸 이곳저곳을 만져지기는 했지만 순결을 잃은 건 아니었다. 그리고 카시우스는 고작 그 정도로 더럽다며 사랑하는 여자를 쳐낼 정도로 순결에 집착하진 않았다.
슬피 우는 코델리아를 끌어안아 달래준 뒤, 압수당한 지팡이를 회수한 3왕자는 아카데미 생도들을 이끌고 나린이 향했던 방향으로 전진했다.
“원군이 우리를 구하러 왔다고는 하지만, 귀족된 몸으로서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는 없지.”
겉으로는 그런 명분이었지만, 실속도 있었다. 어쨌거나 이 열차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원군과 합류하는 쪽이 더 수월하리란 판단.
그렇게 열차의 뒷칸으로 향한 아카데미 생도들은─.
“뭐야, 저게……?”
그곳에서.
기사를 보았다.
* * *
까드드드득─!
‘마법!
열차가 우그러드는 순간, 마법임을 깨달은 엔리는 곧장 몸을 날려 창문으로 빠져나갔다. 창틀을 붙잡고 열차 위로 올라탄 순간, 그가 발 딛고 있던 열차가 마치 큐브처럼 쪼그라든다.
차량 안에 있던 좌석이요 쇳덩어리 차체까지 모조리 박살난 그 모습을 본 엔리는 옅게 신음했다.
‘안에 있었으면 죽었겠네…….
마법의 무서움이란 이런 것이었다. 강력한 초인 기사조차 죽여버리는 위험성. 이 마법이 전장에서 펼쳐졌더라면 수십에서 수백에 달하는 병사가 아무렇지 않게 죽어버렸으리란 걸 쉬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마법사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세상을 지배하지 못 한 이유가 앞 차량에 뻥 뚫린 구멍을 통해 열차 안으로 진입했다.
반왕국연맹이 열차를 나포할 때 만든 구멍이었다.
열차 한 량을 아무렇지 않게 박살낸 엘프 마법사는 구멍을 통해 들어선 엔리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걸 피해?”
그럼 순순히 맞아주겠냐.
엔리는 굳이 적과 대화하지 않고서 검을 들어올렸다.
포대보다 강력한 마법사들이 세상을 지배하지 못 한 이유.
그들이 마법을 사용하는 데에는 시간과 준비가 필요하며, 기사는 그런 빈틈을 찌르는데 특화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리가 공작저에서 일하며 베고 찌르며 죽인 마법사의 수가 두 자릿수를 가볍게 넘어가니- 이 거리에선 마법사가 무슨 수를 강구하던 기사를 이길 수 없었다.
“엘-드리온!”
엘프가 영창을 외우자 나무로 만들어진 차량이 꿈틀거리며 엔리의 몸을 노려온다. 그러나 그를 읽고 먼저 움직인 엔리는 그 공격들을 모조리 회피해내며 엘프의 앞까지 다가갔다.
코와 코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엔리의 눈동자를 본 엘프는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지만, 그보다 먼저 그의 검이 엘프의 목을 베어가른다.
“컥, 커어억…!”
납치범은 주동자로서 생포할 필요가 있었지만, 문제는 그가 강력한 마법사라는 점이었다. 그것도 차량 하나를 순식간에 우그러뜨릴 수 있는 강력한 존재다.
그가 아카데미 생도들에게 무슨 해를 끼칠 지 모르는 이상, 살려두는 건 악수였다.
푸욱- 검을 꽂아넣어 확인사살까지 마친 엔리는 제 뒷편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아무런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게 서 있는 3왕자와 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가볍게 검을 털어내며 납검한 엔리는 왕자 앞에 예를 갖추며 인사를 올렸다.
“구하러 왔습니다. 전하.”
“어, 어어- 그러니까…….”
“엔리. 클라우디아 령의 기사, 엔리입니다.”
결코 칭찬할 수는 없는 예법.
그러나 아카데미 생도들은 꿀꺽 침만 삼킬 뿐이었다.
그들 모두를 포함해 교수와 호위까지 혼자서 제압한 엘프 마법사를 단칼에 죽여버린 기사 앞에서 그깟 예법을 지적하는 귀족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