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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라고!! 내가 진짜 헤르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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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다들 이 십새끼 말을 믿는 건 아니지!? 야, 만티코어! 네 두 눈으로 똑똑히 봐봐! 내 몸에 있는 흉터, 네가 인간인 시절에 같이 실험하다가 생긴 자국이잖아! 설마 알아보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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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티코어 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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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자리에 있는 전원이 당혹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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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이 가짜 새끼가 흉터까지 따라하고 지랄이네, 자, 내 몸을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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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이 두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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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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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학파의 성질 급한 마법사, 헤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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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특기로 가장 잘 다루는 흑마법은 속박 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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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사용할 때 아랫 입술을 깨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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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들은 자신이 어떻게든 헤르만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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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를 쓰고, 소리를 지르고, 마나와 스톡을 사용했으나, 두 녀석 모두 헤르만이라는 결과가 도출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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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즉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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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룰 수 있는 마법, 습관, 기억, 행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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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닮아 있었다. 아니, 완전히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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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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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아니야. 마법이 아닌데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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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티코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가짜 헤르만을 알아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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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이 있었고, 제 아무리 까다로운 마법이라고 한들 간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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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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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유의미한 성과는 낼 수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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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규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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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마법으로도 이룰 수 없는 일이 존재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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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로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풍경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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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이 가짜 새끼를 죽여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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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내가 할 소리다! 다들 뭐하고 있어! 이 새끼를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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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들은 지금 당장 이 이변을 해결하고 넘어가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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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으면 무방비한 사이에 가짜가 모두를 죽일 수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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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드림랜드의 명백한 함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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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금은 극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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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로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더러 언제 또 다른 위협이 들이닥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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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헤르만은 공포와 분노에 잠식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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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범인이 피해자에게 재판장에서 살인 누명을 씌우는 꼴과 다를 게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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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똑같은 누군가가 본인이 진짜라고 주장하고, 자기를 보고 가짜라고 이야기한다면,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과연 동요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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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지독한 불쾌감을 해소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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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진짜임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동료들에게 살해당하는 건 자신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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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명쾌하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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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로 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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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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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헤르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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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죽고 죽이기 시작한 헤르만들과 달리 일행은 얼어붙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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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구를 돕고 누구를 죽여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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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 이 멍청한 새끼들아! 내가 진짜 헤르만이니까 가만히 구경하지말고 저 가짜 새끼를 당장 죽여어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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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나빠, 기분 나빠, 기분 나빠, 기분 나빠, 나랑 똑같은 얼굴로 쳐다보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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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죽어! 사라지고꺼지라고개좆같은씨발새끼야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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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소리가 미로 안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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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끔찍하고 기괴한 혈투에 아무도 나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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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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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 아파, 아파아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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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방관한 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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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헤르만은 완전히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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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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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들은 서로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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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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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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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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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창이가 된 헤르만을 죽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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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들은 피가 묻은 손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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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헤르만이 흘린 피가 물웅덩이를 빨갛게 감염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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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를 잃은 공허한 것들이 서로를 노려보며 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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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은 죽었음에도 아직도 증오를 품고 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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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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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침묵은 깨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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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탐색 7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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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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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죽음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테지만, 앞서 겪었던 충격적인 사건이 인간의 공포를 자극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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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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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순간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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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이든, 트롤이든, 인간이든, 그렇게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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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공포를 느끼는 게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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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자와 적을 구별하기 위한 일종의 생체 경보 장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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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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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진짜로 죽었지 가짜로 죽었겠냐. 도대체 그건 뭐였을까, 마법도, 주술도, 그 어떤 방법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한 무언가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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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조사는 뒷전으로 미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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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류 포인트에서 흑마법사들과 만티코어는 어제 있었던 기이한 일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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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에 확인했는데, 시체는 여전히 두 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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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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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이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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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이 공포를 어떻게든 달래지 않으면, 도저히 편히 있을 수가 없을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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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이 던전을 나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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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스크롤도 없는데, 그게 가능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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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복도도 기분 나빠 죽겠는데 괴상한 일들만 가득하잖아! 빌어먹을… 돈이 급하지만 않았어도 이딴 으스스하고 음침한 던전에 들어오지 않았던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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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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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고 따라올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니 흑마법사들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만티코어를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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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만티코어, 이제 어떻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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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끌고 온 던전이잖아! 빨리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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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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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던전이라는 걸 모두가 들어온 건데, 누가보면 강제로 징용해서 끌고온 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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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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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타이밍에 발끈해서 혹시라도 흑마법사들과 싸움을 하게 된다면...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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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 끝이 안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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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이제 마석을 챙기고 던전 밖으로 나가는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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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티코어는 짜증을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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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대한 좋게좋게 이야기하려 노력하자, 그 정성은 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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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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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싫으면 녀석 말대로 던전 밖으로 나가야지. 저 빌어먹을 물 웅덩이들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으니까, 조만간 복도가 물바다가 될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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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멍청한 새끼들과 던전을 돌파하는 게 최선의 수라니, 다시 생각해도 좆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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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이변을 발견하고 코어룸을 직행할 수 있으면 좋을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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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니, 앞 길이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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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2인 1조로 편성해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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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같은 괴현상을 또 겪으면 곤란하니까, 그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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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한 놈이 남으니까, 그 녀석은 내가 데려가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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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들은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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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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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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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어제와 같은 괴현상이 일어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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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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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저녁, 두 명이 합류 포인트로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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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발견된 시신은 세 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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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탐색 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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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웅덩이가 아니라 바닥에 물이 차는 수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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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진짜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라고, 여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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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인원은 만티코어를 포함해 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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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착잡한 표정으로 합류 포인트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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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두 명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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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된 시체는 세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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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쟁이에 의해 일행들의 평정심은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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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가고 싶어, 집에 돌아가고 싶어, 집에 돌아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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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지금 너만 힘들어!? 징징거리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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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골치 아픈데… 이 이상으로 시간을 끌면…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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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들은 그 기괴한 무언가에게 따라쟁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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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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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의 비밀은 아직 풀리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차오르는 물 때문에 거동이 불편해진다. 그리고 그제도 어제도 따라쟁이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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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오늘도 나타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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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녀석은 제코, 벨레브, 더스틴, 오르긴, 베르바,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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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로 탐사율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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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이 줄어서 진행이 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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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따라쟁이가 나타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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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더욱 느려질 예정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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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2인 1조도 무사하지 않다는 걸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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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원을 늘리고 조를 줄여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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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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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넓은 미로인데, 이대로면 보름을 투자해도 미로를 전부 확인하는 건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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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운이 좋지 않는 이상, 모두가 익사할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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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시체 좀 확인하고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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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다녀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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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티코어는 어제 새롭게 발견한 시신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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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육안으로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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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안 뿐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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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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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 회로, 들고 있는 소지품,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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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습관까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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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하면 따라쟁이와 진짜를 구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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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티코어는 그 자리에 엎드려서 골똘히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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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되기 전부터 녀석은 항상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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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모든 일에는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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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실천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판가름하고 절망하는 건 방법을 알고난 후에도 늦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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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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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답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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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티코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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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일어나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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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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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은 나중에 번뜩하고 떠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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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리를 쉴 시간을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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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류 포인트로 돌아가는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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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네 발로 걷던 만티코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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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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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류 포인트에는 따라쟁이가 이미 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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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티코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것은 기척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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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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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통로에 서있는 만티코어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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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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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티코어는 처음으로 자신의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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