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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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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라고!! 내가 진짜 헤르만이야!!"

"어이, 다들 이 십새끼 말을 믿는 건 아니지!? 야, 만티코어! 네 두 눈으로 똑똑히 봐봐! 내 몸에 있는 흉터, 네가 인간인 시절에 같이 실험하다가 생긴 자국이잖아! 설마 알아보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

만티코어 뿐만이 아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전원이 당혹을 금치 못했다.

"하… 이 가짜 새끼가 흉터까지 따라하고 지랄이네, 자, 내 몸을 보라고!!"

헤르만이 두 명이다.

이는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음을 의미한다.

암흑 학파의 성질 급한 마법사, 헤르만.

주특기로 가장 잘 다루는 흑마법은 속박 계열.

마법을 사용할 때 아랫 입술을 깨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헤르만들은 자신이 어떻게든 헤르만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애를 쓰고, 소리를 지르고, 마나와 스톡을 사용했으나, 두 녀석 모두 헤르만이라는 결과가 도출될 뿐이다.

그 말은 즉슨.

다룰 수 있는 마법, 습관, 기억, 행적까지.

두 사람은 닮아 있었다. 아니, 완전히 똑같았다.

"이건 도대체…."

"마법은 아니야. 마법이 아닌데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지?"

만티코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가짜 헤르만을 알아내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이 있었고, 제 아무리 까다로운 마법이라고 한들 간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유의미한 성과는 낼 수 없었으니.

'이건 규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 세상에 마법으로도 이룰 수 없는 일이 존재한다면.

그건 바로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풍경이겠지.

"지금 당장 이 가짜 새끼를 죽여야해!"

"그건 내가 할 소리다! 다들 뭐하고 있어! 이 새끼를 죽여!"

일행들은 지금 당장 이 이변을 해결하고 넘어가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무방비한 사이에 가짜가 모두를 죽일 수도 있을 테니까.

이건 드림랜드의 명백한 함정이었다.

또한, 지금은 극한 상황이다.

탈출로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더러 언제 또 다른 위협이 들이닥칠지 모른다.

두 헤르만은 공포와 분노에 잠식되어 있었다.

그야 범인이 피해자에게 재판장에서 살인 누명을 씌우는 꼴과 다를 게 없으니까.

자신과 똑같은 누군가가 본인이 진짜라고 주장하고, 자기를 보고 가짜라고 이야기한다면,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과연 동요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들은 지독한 불쾌감을 해소해야 했다.

자신이 진짜임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동료들에게 살해당하는 건 자신이 될 테니까!

가장 명쾌하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

그건 바로 살인이다.

"뭐해!! 도와줘!!"

"내가 진짜 헤르만이야!!"

서로를 죽고 죽이기 시작한 헤르만들과 달리 일행은 얼어붙어 있을 뿐이다.

도대체 누구를 돕고 누구를 죽여야하지?

"뭐해── 이 멍청한 새끼들아! 내가 진짜 헤르만이니까 가만히 구경하지말고 저 가짜 새끼를 당장 죽여어어어어어!!"

"기분 나빠, 기분 나빠, 기분 나빠, 기분 나빠, 나랑 똑같은 얼굴로 쳐다보지마!"

"제발 죽어! 사라지고꺼지라고개좆같은씨발새끼야아아아아악──!"

비명 소리가 미로 안을 가득 채운다.

그 끔찍하고 기괴한 혈투에 아무도 나설 수 없었다.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아파, 아파, 아파아아아아아아아악!!"

모두가 방관한 그 결과.

한 헤르만은 완전히 죽었다.

"……."

흑마법사들은 서로를 마주했다.

아마도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으리라.

푹-

털썩.

만신창이가 된 헤르만을 죽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흑마법사들은 피가 묻은 손을 닦았다.

두 헤르만이 흘린 피가 물웅덩이를 빨갛게 감염시킨다.

생기를 잃은 공허한 것들이 서로를 노려보며 쓰러져 있다.

그 모습은 죽었음에도 아직도 증오를 품고 있는 듯 보였다.

"……."

한동안 침묵은 깨지지 않았다.


던전 탐색 7일차.

헤르만의 죽음.

단순한 죽음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테지만, 앞서 겪었던 충격적인 사건이 인간의 공포를 자극시켰다.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다.

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순간에서부터 시작된다.

고블린이든, 트롤이든, 인간이든, 그렇게 설계됐다.

이는 공포를 느끼는 게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포식자와 적을 구별하기 위한 일종의 생체 경보 장치였으니까.

"죽었네."

"……그럼 진짜로 죽었지 가짜로 죽었겠냐. 도대체 그건 뭐였을까, 마법도, 주술도, 그 어떤 방법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한 무언가였어…."

다들 조사는 뒷전으로 미루었다.

합류 포인트에서 흑마법사들과 만티코어는 어제 있었던 기이한 일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내뱉었다.

"방금 전에 확인했는데, 시체는 여전히 두 개야."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정말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이들이 많았다.

당장 이 공포를 어떻게든 달래지 않으면, 도저히 편히 있을 수가 없을 듯 싶었다.

"지금 당장 이 던전을 나가야하나?"

"탈출 스크롤도 없는데, 그게 가능하겠어…?"

"시발, 복도도 기분 나빠 죽겠는데 괴상한 일들만 가득하잖아! 빌어먹을… 돈이 급하지만 않았어도 이딴 으스스하고 음침한 던전에 들어오지 않았던 건데!"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하다.

좋다고 따라올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니 흑마법사들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만티코어를 노려봤다.

"이봐, 만티코어,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네가 끌고 온 던전이잖아! 빨리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신생 던전이라는 걸 모두가 들어온 건데, 누가보면 강제로 징용해서 끌고온 줄 알겠다.

하지만.

지금 이 타이밍에 발끈해서 혹시라도 흑마법사들과 싸움을 하게 된다면... 글쎄다.

분명, 그 끝이 안 좋겠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이제 마석을 챙기고 던전 밖으로 나가는 일 뿐이다."

만티코어는 짜증을 참았다.

그리고 최대한 좋게좋게 이야기하려 노력하자, 그 정성은 먹혔다.

"젠장…."

"죽기 싫으면 녀석 말대로 던전 밖으로 나가야지. 저 빌어먹을 물 웅덩이들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으니까, 조만간 복도가 물바다가 될지 몰라."

'이런 멍청한 새끼들과 던전을 돌파하는 게 최선의 수라니, 다시 생각해도 좆같군.'

여기서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이변을 발견하고 코어룸을 직행할 수 있으면 좋을련만.

세상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니, 앞 길이 막막하다.

"지금부터 2인 1조로 편성해서 움직인다."

"어제와 같은 괴현상을 또 겪으면 곤란하니까, 그게 좋겠어."

"그래. 한 놈이 남으니까, 그 녀석은 내가 데려가도록 하지."

흑마법사들은 일어섰다.

그리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부디 어제와 같은 괴현상이 일어나지 않기를.

그리고.

그 날 저녁, 두 명이 합류 포인트로 돌아오지 않았다.

새롭게 발견된 시신은 세 구였다.


던전 탐색 8일차.

"이제는 웅덩이가 아니라 바닥에 물이 차는 수준인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진짜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라고, 여기는!"

남은 인원은 만티코어를 포함해 7명.

전원 착잡한 표정으로 합류 포인트에 앉아 있다.

어제 두 명이 죽었다.

발견된 시체는 세 구.

따라쟁이에 의해 일행들의 평정심은 흔들렸다.

"집에 돌아가고 싶어, 집에 돌아가고 싶어, 집에 돌아가고 싶어…."

"씨발, 지금 너만 힘들어!? 징징거리지마라!"

"안 그래도 골치 아픈데… 이 이상으로 시간을 끌면…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일행들은 그 기괴한 무언가에게 따라쟁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상황은 최악이다.

미로의 비밀은 아직 풀리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차오르는 물 때문에 거동이 불편해진다. 그리고 그제도 어제도 따라쟁이가 나타났다.

아마도 오늘도 나타나리라.

'살아남은 녀석은 제코, 벨레브, 더스틴, 오르긴, 베르바, 그리고 나.'

현재 미로 탐사율은 22%.

인원이 줄어서 진행이 더디다.

다들 따라쟁이가 나타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 느려질 예정이겠지.

무엇보다 2인 1조도 무사하지 않다는 걸 확인했다.

그렇다면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원을 늘리고 조를 줄여야했다.

이대로면 답이 없었다.

안 그래도 넓은 미로인데, 이대로면 보름을 투자해도 미로를 전부 확인하는 건 불가능.

이는 운이 좋지 않는 이상, 모두가 익사할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잠깐 시체 좀 확인하고 오지."

"그래. 다녀와라."

만티코어는 어제 새롭게 발견한 시신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말로 육안으로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았다.

육안 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게 일치했다.

마나 회로, 들고 있는 소지품, 그리고.

기억과 습관까지 말이야.

어떻게하면 따라쟁이와 진짜를 구별할 수 있을까.

만티코어는 그 자리에 엎드려서 골똘히 고민했다.

괴물이 되기 전부터 녀석은 항상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분명 모든 일에는 방법이 있다.

일을 실천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판가름하고 절망하는 건 방법을 알고난 후에도 늦지 않는다.

하지만.

역시 답이 보이지 않았다.

만티코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리에 일어나서 걸음을 옮겼다.

포기한 건 아니다.

이런 생각은 나중에 번뜩하고 떠오르니까.

잠시 머리를 쉴 시간을 주기로 했다.

합류 포인트로 돌아가는 길목.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네 발로 걷던 만티코어는.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합류 포인트에는 따라쟁이가 이미 와있었다.

만티코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것은 기척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아."

그것은 통로에 서있는 만티코어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만티코어는 처음으로 자신의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