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403 lines
10 KiB
Markdown
403 lines
10 KiB
Markdown
|
||
* * *
|
||
|
||
“후···.”
|
||
|
||
문을 닫은 신아영은 고개를 숙였다. 두 눈망울이 달달 떨리고 있었다.
|
||
|
||
저질렀다.
|
||
|
||
결국은 저질러 버렸다.
|
||
|
||
쿵쿵. 심장이 뛰었다. 이마가 축축했다.
|
||
|
||
이건 이솔에 대한 미안함일까, 아니면 저지른 행위에 대한 일탈감일까.
|
||
|
||
···어쩌면.
|
||
|
||
둘 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
||
|
||
“스읍··· 후우···.”
|
||
|
||
신아영은 가슴 부근을 살살 쓸어내렸다.
|
||
|
||
진정하자.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기껏 일탈을 저지르며 그를 데려왔으니.
|
||
|
||
“우리 뭐 할래?”
|
||
|
||
신아영은 상담실 안쪽, 책상 밑에 있는 사물함을 열었다.
|
||
|
||
안에 수북이 쌓여있는 상자들을 둘러봤다. 그것들을 하나씩 탁자 위로 올렸다.
|
||
|
||
“보니까 할 건 이것저것 많아.”
|
||
|
||
“둘만으로 할 게 있어?”
|
||
|
||
이승호가 귀를 문지르다가.
|
||
|
||
“···기왕 할 거면 사람 많은 게 더 재밌지 않나?”
|
||
|
||
의자에서 슬쩍 몸을 일으켰다.
|
||
|
||
···일으키려고 했다.
|
||
|
||
단지 그 동작은 끝까지 완수되진 못했다. 신아영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
||
|
||
“···아.”
|
||
|
||
신아영은 짧은 단말마를 내뱉었다. 저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제가 한 행동에 스스로 놀란 듯 눈을 떨었다.
|
||
|
||
“···다들 공부한다고 바쁠 거야.”
|
||
|
||
그런 변명을 붙여본다.
|
||
|
||
게다가.
|
||
|
||
“개인 상담이잖아.”
|
||
|
||
신아영은 그의 어깨를 지그시 눌렀다.
|
||
|
||
지금은 상담에 집중했으면 했다.
|
||
|
||
“···.”
|
||
|
||
이승호의 대꾸는 없었다.
|
||
|
||
말없이 신아영의 주변을 슥 살피다가.
|
||
|
||
“그래.”
|
||
|
||
곧 힘을 풀고 도로 앉았다.
|
||
|
||
“···근데, 괜찮겠어?”
|
||
|
||
“뭐가···?”
|
||
|
||
그의 물음에 신아영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신경을 집중했다.
|
||
|
||
“아니, 상담이니까.”
|
||
|
||
이승호는 책상 위에 올려진 보드게임을 하나씩 옆으로 정리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
||
|
||
“진지한 내용이라면 선생님이 더 잘할 거고, 상담 자체는 민지 선배나 부장이 더 수월할 테니까.”
|
||
|
||
이승호가 재잘재잘 말을 전달했다. 신아영은 그 말에 어깨에 힘을 풀었다.
|
||
|
||
또 뭐라고.
|
||
|
||
되게 별거 아닌 내용이었다.
|
||
|
||
“동갑이니까 오히려 신청한 거야.”
|
||
|
||
신아영은 주억거렸다.
|
||
|
||
그래, 그런 것이다.
|
||
|
||
때로는 부장이나 부부장에게 말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
||
|
||
상담부에 다니는 동갑이라 해봐야. 이승호, 지누리, 이솔··· 이렇게 세 사람뿐인데.
|
||
|
||
아무리 생각해도.
|
||
|
||
“···다른 두 사람한테는 좀···.”
|
||
|
||
이솔은 공부 때문이라도 바쁠뿐더러.
|
||
|
||
지누리는 그리 상담을 잘할 것 같은 성격은 아니었다. 오히려 상담이랍시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 쪽에 가깝지 않을까.
|
||
|
||
“음···.”
|
||
|
||
이승호도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침묵을 유지했다.
|
||
|
||
“···.”
|
||
|
||
게다가.
|
||
|
||
두 사람만 있어서 게임이 재미없을까 봐 그런 거라면.
|
||
|
||
“보드게임도 생각보다 둘이서 할 수 있는 거 많은데? 카드 게임도 있고, 블록 게임도 있고···.”
|
||
|
||
신아영은 이런저런 보드게임을 꺼내 들었다.
|
||
|
||
이럴 줄 알고 미리 알아봤다.
|
||
|
||
“아. 여기 있네.”
|
||
|
||
벽면에 세워져 있던 상자를 집어 들었다.
|
||
|
||
“이 둘 중에 뭐? 하나는 블록 게임이고 이쪽은 카드 게임.”
|
||
|
||
신아영은 쫑알거리며 박스를 위로 들어 보였다.
|
||
|
||
“음··· 난 오른쪽?”
|
||
|
||
“오케, 그럼 이걸로.”
|
||
|
||
신아영은 그가 고른 보드게임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선. 나머지 박스들은 모조리 안쪽으로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
||
|
||
“···근데, 이런 게임도 있었나?”
|
||
|
||
그걸 내려다보던 이승호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
||
|
||
“이건 이번에 들여놓은 거야.”
|
||
|
||
“···뭐야, 네가 어떻게 알아.”
|
||
|
||
“내가 민지 언니한테 추천한 게임이니까.”
|
||
|
||
새로운 게임을 살지 고민하길래 말해두었다. 보니까 재밌을 것 같길래.
|
||
|
||
와르르—
|
||
|
||
신아영은 박스에서 부품을 밖으로 쏟아부었다.
|
||
|
||
바둑과 테트리스를 합쳐 놓은 것 같은 게임이었다. 게임이 끝난 시점에서 더 많은 땅을 차지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
|
||
|
||
룰을 숙지하기도 쉽고, 블록도 알록달록 예뻤다.
|
||
|
||
“내기?”
|
||
|
||
그리 말하며 신아영은 은은한 미소를 띠었다.
|
||
|
||
“무슨 내기.”
|
||
|
||
“아이스크림.”
|
||
|
||
“그러던지.”
|
||
|
||
툭. 툭. 툭.
|
||
|
||
정갈한 소리와 함께 블록이 차곡차곡 놓였다.
|
||
|
||
게임을 하는 와중에 이승호가 블록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
||
|
||
“···근데, 니가 보드게임 좋아하는 줄은 몰랐는데.”
|
||
|
||
“응?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
||
|
||
“피방을 더 좋아하지 않나?”
|
||
|
||
이승호의 말에 신이영이 입을 꾹 다물었다.
|
||
|
||
“아닌데? 보드게임도 좋아하는데?”
|
||
|
||
“···.”
|
||
|
||
이승호는 답이 없었다. 그냥 말없이 반달 같은 눈을 뜰 뿐이다.
|
||
|
||
“···왜, 뭐.”
|
||
|
||
신아영은 찔린 듯 목소리를 키웠다.
|
||
|
||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피방을 좋아하진 않는다.
|
||
|
||
“···보드게임 vs 룰.”
|
||
|
||
“어?”
|
||
|
||
“하나둘셋—?”
|
||
|
||
숫자까지 빠르게 세기 시작하자.
|
||
|
||
“···룰.”
|
||
|
||
신아영은 느릿하게 진실을 토로했다.
|
||
|
||
“···.”
|
||
|
||
이승호가 그럴 줄 알았다며 끄덕였다.
|
||
|
||
툭. 블록을 내려놓았다.
|
||
|
||
“아니, 보드게임도 좋아한다고.”
|
||
|
||
신아영은 변명을 해봤지만, 이미 그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
||
|
||
툭. 블록만을 내려놓았다.
|
||
|
||
그리고선 그는 슬쩍 물었다.
|
||
|
||
“보드게임, 평소에도 하는 편이야?”
|
||
|
||
“평소라면··· 뭐, 집에서?”
|
||
|
||
“어.”
|
||
|
||
“잘 안 하지. 같이 할 사람도 없고. 최근에 상담실 오면서 하게 된 거야.”
|
||
|
||
원래는 별생각 없었는데.
|
||
|
||
하다 보니까 이것도 이것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온라인 게임과는 또 다른 재미였다.
|
||
|
||
툭.
|
||
|
||
신아영이 블록을 내려놓았다. 이걸로 마지막.
|
||
|
||
“아.”
|
||
|
||
이승호가 단말마를 내뱉었다. 게임이 끝났다.
|
||
|
||
블록 수를 세어보니 신아영이 먹은 땅의 개수가 더 많았다.
|
||
|
||
“뭐야~? 왜 이렇게 못해. 혹시 상담이라고 봐 주는 거 아니지?”
|
||
|
||
신아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실실 웃었다.
|
||
|
||
“···스읍.”
|
||
|
||
이승호는 숨을 들이켰다.
|
||
|
||
그러고는 돌처럼 움직이지 않다가.
|
||
|
||
슬그머니 눈을 미묘하게 좁히더니, 일자로 닫혀있던 입술을 천천히 열었다.
|
||
|
||
* * *
|
||
|
||
······상담에 있어서 ‘미니미’는 확실히 도움이 되는 능력이다.
|
||
|
||
어쩌면 특화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
||
|
||
생각이 읽힌다는 시점에서부터 그렇다.
|
||
|
||
상대가 말하지 않는 것까지 알 수 있으니, 가벼운 상담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
||
|
||
하지만, 내담자의 상태가 나쁘다면.
|
||
|
||
상담 내용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
||
|
||
그 이점은 사라졌다.
|
||
|
||
······이것 보라.
|
||
|
||
— “--------겠지만.”
|
||
|
||
신아영의 미니미는 드문드문 끊어지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
||
|
||
아까부터 쭉— 이런 상황이었다.
|
||
|
||
생각을 좀처럼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
||
|
||
전보다야 작게 줄어든 상태였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
||
|
||
“···.”
|
||
|
||
이건, 신아영의 스트레스 해소가 거의 안 되고 있다는 뜻이다.
|
||
|
||
본인 딴에는 보드게임으로 해결해 보려 한 듯하나.
|
||
|
||
‘···안 될 것 같은데.’
|
||
|
||
잘 안된다.
|
||
|
||
이건 피시방 게임을 하러 가도 마찬가지일 거다.
|
||
|
||
미약한 도움은 될지 몰라도. 큰 변화를 노리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
||
|
||
게다가 그 방법이.
|
||
|
||
‘룰이면···.’
|
||
|
||
···더 그렇겠지.
|
||
|
||
잘못하면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
||
|
||
고무줄을 늘이면 늘릴수록 그 탄성을 점차 잃어가는 것처럼.
|
||
|
||
그녀의 심리적 부담은 그즈음에 도달한 게 아닐까.
|
||
|
||
단순히 게임으로 해결하기엔 무리처럼 느껴졌다.
|
||
|
||
“스읍.”
|
||
|
||
나는 턱을 쓸어내렸다.
|
||
|
||
“······우리 다른 게임 할까?”
|
||
|
||
신아영이 방금까지 하던 보드게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치 내 행동에 눈치를 보는 듯한 태도였다.
|
||
|
||
— “----재미 없었--------는-----.”
|
||
|
||
미니미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터덜터덜 다른 보드게임을 뒤적거렸다.
|
||
|
||
“···.”
|
||
|
||
계속 봤는데.
|
||
|
||
역시 이건 안 되겠다.
|
||
|
||
탁탁—
|
||
|
||
나는 책상을 살짝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
“밖으로 나가자.”
|
||
|
||
“···어?”
|
||
|
||
신아영이 의문 부호를 띄웠다.
|
||
|
||
당황한 어조로 물었다.
|
||
|
||
“혹시 재미없었어? 역시 이거 말고—”
|
||
|
||
“아니, 그게 아니라···.”
|
||
|
||
나는 말끝을 살짝 흐렸다.
|
||
|
||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
||
|
||
“···어쨌든 상담하러 온 거잖아. 여기서는 잘 안될 것 같아서 나가자고.”
|
||
|
||
“아.”
|
||
|
||
신아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
||
|
||
“응. 그렇지.”
|
||
|
||
어설프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
— “------었지. 상담--지.”
|
||
|
||
미니미가 큼큼거리며 눈을 굴렸다.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
||
|
||
어째 잊고 있었다는 반응이다.
|
||
|
||
신아영이 쭈뼛거리면서 물었다.
|
||
|
||
“그런데 우리 그래도 되는 거야? 막 밖으로 나가고···.”
|
||
|
||
“야외 상담한다고, 부장한테 말해놓으면 괜찮을 거야.”
|
||
|
||
상담이라고 해서 은밀한 장소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꼭 앉아서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
||
|
||
그리 자주는 아니지만 밖에서 행해지는 상담도 있다.
|
||
|
||
“여기서는 집중 안 될 것 같으니까.”
|
||
|
||
보드게임으로는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지도 않고.
|
||
|
||
더군다나.
|
||
|
||
— “---------!”
|
||
|
||
상담실 밖에서 들려오는 노이즈가 내 고막을 때렸다.
|
||
|
||
바깥에서 들리는 건, 아마··· 이솔.
|
||
|
||
안에서는 신아영.
|
||
|
||
양쪽에서 들려오는 잡음에 진짜 정신 나갈 것 같다.
|
||
|
||
먼저 신아영부터 해결하고보자.
|
||
|
||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자. 괜찮지?”
|
||
|
||
나는 이마를 지그시 누르며 일어나, 의자를 책상 아래로 밀어 넣었다.
|
||
|
||
우선 여기서 벗어나는 게 먼저일 것 같다.
|
||
|
||
“···.”
|
||
|
||
그 말에 신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
“그래, 그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