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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문을 닫은 신아영은 고개를 숙였다. 두 눈망울이 달달 떨리고 있었다.
저질렀다.
결국은 저질러 버렸다.
쿵쿵. 심장이 뛰었다. 이마가 축축했다.
이건 이솔에 대한 미안함일까, 아니면 저지른 행위에 대한 일탈감일까.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스읍··· 후우···.”
신아영은 가슴 부근을 살살 쓸어내렸다.
진정하자.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기껏 일탈을 저지르며 그를 데려왔으니.
“우리 뭐 할래?”
신아영은 상담실 안쪽, 책상 밑에 있는 사물함을 열었다.
안에 수북이 쌓여있는 상자들을 둘러봤다. 그것들을 하나씩 탁자 위로 올렸다.
“보니까 할 건 이것저것 많아.”
“둘만으로 할 게 있어?”
이승호가 귀를 문지르다가.
“···기왕 할 거면 사람 많은 게 더 재밌지 않나?”
의자에서 슬쩍 몸을 일으켰다.
···일으키려고 했다.
단지 그 동작은 끝까지 완수되진 못했다. 신아영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
신아영은 짧은 단말마를 내뱉었다. 저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제가 한 행동에 스스로 놀란 듯 눈을 떨었다.
“···다들 공부한다고 바쁠 거야.”
그런 변명을 붙여본다.
게다가.
“개인 상담이잖아.”
신아영은 그의 어깨를 지그시 눌렀다.
지금은 상담에 집중했으면 했다.
“···.”
이승호의 대꾸는 없었다.
말없이 신아영의 주변을 슥 살피다가.
“그래.”
곧 힘을 풀고 도로 앉았다.
“···근데, 괜찮겠어?”
“뭐가···?”
그의 물음에 신아영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신경을 집중했다.
“아니, 상담이니까.”
이승호는 책상 위에 올려진 보드게임을 하나씩 옆으로 정리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진지한 내용이라면 선생님이 더 잘할 거고, 상담 자체는 민지 선배나 부장이 더 수월할 테니까.”
이승호가 재잘재잘 말을 전달했다. 신아영은 그 말에 어깨에 힘을 풀었다.
또 뭐라고.
되게 별거 아닌 내용이었다.
“동갑이니까 오히려 신청한 거야.”
신아영은 주억거렸다.
그래, 그런 것이다.
때로는 부장이나 부부장에게 말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상담부에 다니는 동갑이라 해봐야. 이승호, 지누리, 이솔··· 이렇게 세 사람뿐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두 사람한테는 좀···.”
이솔은 공부 때문이라도 바쁠뿐더러.
지누리는 그리 상담을 잘할 것 같은 성격은 아니었다. 오히려 상담이랍시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 쪽에 가깝지 않을까.
“음···.”
이승호도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침묵을 유지했다.
“···.”
게다가.
두 사람만 있어서 게임이 재미없을까 봐 그런 거라면.
“보드게임도 생각보다 둘이서 할 수 있는 거 많은데? 카드 게임도 있고, 블록 게임도 있고···.”
신아영은 이런저런 보드게임을 꺼내 들었다.
이럴 줄 알고 미리 알아봤다.
“아. 여기 있네.”
벽면에 세워져 있던 상자를 집어 들었다.
“이 둘 중에 뭐? 하나는 블록 게임이고 이쪽은 카드 게임.”
신아영은 쫑알거리며 박스를 위로 들어 보였다.
“음··· 난 오른쪽?”
“오케, 그럼 이걸로.”
신아영은 그가 고른 보드게임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선. 나머지 박스들은 모조리 안쪽으로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근데, 이런 게임도 있었나?”
그걸 내려다보던 이승호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건 이번에 들여놓은 거야.”
“···뭐야, 네가 어떻게 알아.”
“내가 민지 언니한테 추천한 게임이니까.”
새로운 게임을 살지 고민하길래 말해두었다. 보니까 재밌을 것 같길래.
와르르—
신아영은 박스에서 부품을 밖으로 쏟아부었다.
바둑과 테트리스를 합쳐 놓은 것 같은 게임이었다. 게임이 끝난 시점에서 더 많은 땅을 차지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
룰을 숙지하기도 쉽고, 블록도 알록달록 예뻤다.
“내기?”
그리 말하며 신아영은 은은한 미소를 띠었다.
“무슨 내기.”
“아이스크림.”
“그러던지.”
툭. 툭. 툭.
정갈한 소리와 함께 블록이 차곡차곡 놓였다.
게임을 하는 와중에 이승호가 블록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근데, 니가 보드게임 좋아하는 줄은 몰랐는데.”
“응?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피방을 더 좋아하지 않나?”
이승호의 말에 신이영이 입을 꾹 다물었다.
“아닌데? 보드게임도 좋아하는데?”
“···.”
이승호는 답이 없었다. 그냥 말없이 반달 같은 눈을 뜰 뿐이다.
“···왜, 뭐.”
신아영은 찔린 듯 목소리를 키웠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피방을 좋아하진 않는다.
“···보드게임 vs 룰.”
“어?”
“하나둘셋—?”
숫자까지 빠르게 세기 시작하자.
“···룰.”
신아영은 느릿하게 진실을 토로했다.
“···.”
이승호가 그럴 줄 알았다며 끄덕였다.
툭. 블록을 내려놓았다.
“아니, 보드게임도 좋아한다고.”
신아영은 변명을 해봤지만, 이미 그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툭. 블록만을 내려놓았다.
그리고선 그는 슬쩍 물었다.
“보드게임, 평소에도 하는 편이야?”
“평소라면··· 뭐, 집에서?”
“어.”
“잘 안 하지. 같이 할 사람도 없고. 최근에 상담실 오면서 하게 된 거야.”
원래는 별생각 없었는데.
하다 보니까 이것도 이것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온라인 게임과는 또 다른 재미였다.
툭.
신아영이 블록을 내려놓았다. 이걸로 마지막.
“아.”
이승호가 단말마를 내뱉었다. 게임이 끝났다.
블록 수를 세어보니 신아영이 먹은 땅의 개수가 더 많았다.
“뭐야~? 왜 이렇게 못해. 혹시 상담이라고 봐 주는 거 아니지?”
신아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실실 웃었다.
“···스읍.”
이승호는 숨을 들이켰다.
그러고는 돌처럼 움직이지 않다가.
슬그머니 눈을 미묘하게 좁히더니, 일자로 닫혀있던 입술을 천천히 열었다.
······상담에 있어서 ‘미니미’는 확실히 도움이 되는 능력이다.
어쩌면 특화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생각이 읽힌다는 시점에서부터 그렇다.
상대가 말하지 않는 것까지 알 수 있으니, 가벼운 상담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내담자의 상태가 나쁘다면.
상담 내용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그 이점은 사라졌다.
······이것 보라.
— “--------겠지만.”
신아영의 미니미는 드문드문 끊어지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까부터 쭉— 이런 상황이었다.
생각을 좀처럼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전보다야 작게 줄어든 상태였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
이건, 신아영의 스트레스 해소가 거의 안 되고 있다는 뜻이다.
본인 딴에는 보드게임으로 해결해 보려 한 듯하나.
‘···안 될 것 같은데.’
잘 안된다.
이건 피시방 게임을 하러 가도 마찬가지일 거다.
미약한 도움은 될지 몰라도. 큰 변화를 노리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게다가 그 방법이.
‘룰이면···.’
···더 그렇겠지.
잘못하면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고무줄을 늘이면 늘릴수록 그 탄성을 점차 잃어가는 것처럼.
그녀의 심리적 부담은 그즈음에 도달한 게 아닐까.
단순히 게임으로 해결하기엔 무리처럼 느껴졌다.
“스읍.”
나는 턱을 쓸어내렸다.
“······우리 다른 게임 할까?”
신아영이 방금까지 하던 보드게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치 내 행동에 눈치를 보는 듯한 태도였다.
— “----재미 없었--------는-----.”
미니미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터덜터덜 다른 보드게임을 뒤적거렸다.
“···.”
계속 봤는데.
역시 이건 안 되겠다.
탁탁—
나는 책상을 살짝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으로 나가자.”
“···어?”
신아영이 의문 부호를 띄웠다.
당황한 어조로 물었다.
“혹시 재미없었어? 역시 이거 말고—”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말끝을 살짝 흐렸다.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어쨌든 상담하러 온 거잖아. 여기서는 잘 안될 것 같아서 나가자고.”
“아.”
신아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응. 그렇지.”
어설프게 고개를 끄덕였다.
— “------었지. 상담--지.”
미니미가 큼큼거리며 눈을 굴렸다.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어째 잊고 있었다는 반응이다.
신아영이 쭈뼛거리면서 물었다.
“그런데 우리 그래도 되는 거야? 막 밖으로 나가고···.”
“야외 상담한다고, 부장한테 말해놓으면 괜찮을 거야.”
상담이라고 해서 은밀한 장소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꼭 앉아서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리 자주는 아니지만 밖에서 행해지는 상담도 있다.
“여기서는 집중 안 될 것 같으니까.”
보드게임으로는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지도 않고.
더군다나.
— “---------!”
상담실 밖에서 들려오는 노이즈가 내 고막을 때렸다.
바깥에서 들리는 건, 아마··· 이솔.
안에서는 신아영.
양쪽에서 들려오는 잡음에 진짜 정신 나갈 것 같다.
먼저 신아영부터 해결하고보자.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자. 괜찮지?”
나는 이마를 지그시 누르며 일어나, 의자를 책상 아래로 밀어 넣었다.
우선 여기서 벗어나는 게 먼저일 것 같다.
“···.”
그 말에 신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