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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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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면대에서 미지근한 물로 얼굴을 헹구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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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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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이솔의 행동과 생각을 종합해 보자면, 그건 이미 호감을 넘어선 무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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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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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호감을 느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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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문이 들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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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상으로 내가 뭘 한 적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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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떠올리자면, 중간고사 때 사소한 도움을 준 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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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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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울 앞에서 얼굴을 슥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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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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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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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이승아가 이쪽을 보고선 가던 길로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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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잇··· 왜 아침부터 지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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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미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총총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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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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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닌가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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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건을 들고 얌전히 물기를 닦은 뒤,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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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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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영향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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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잘생겨서 반했다고 하기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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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연예인 뺨칠 정도로 생긴 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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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엔 나보다 잘생긴 애들이 많았다. 외모라는 건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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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라면 이솔은 이미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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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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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니며 빵을 우물거리던 이승아가 쩝쩝거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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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한테 다 말해뒀으니까, 다음 주 행사 빠지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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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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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당히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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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행사가 주말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알바비도 조금 준다니까. 크게 불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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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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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리얼을 접시에 붓다가 눈을 좁혔다. 반대편에 이승아가 떡하고 앉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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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왜 여기서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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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도 잘 안 먹는 애가 앉아 있으니, 더 이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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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할 수도 없으니까, 일단 가만히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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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이상형 같은 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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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아가 돌연 그런 물음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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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뿜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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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라도 있으면 나중에 솔이 언니한테 슬쩍 말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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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미니미가 입꼬리를 올리고 있다. 계략의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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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읍··· 난 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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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가끔 말을 이상하게 끊어서, 사람 헷갈리게 만들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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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시리얼을 향해 신경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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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내가 해야 할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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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뜬금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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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안 들린다는 가정하에, 이게 가장 적당한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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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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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아가 오물거리던 입술을 멈췄다. 무안한 듯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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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읍··· 너무 성급하게 꺼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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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마가 턱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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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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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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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리얼을 와그작 씹으며 생각했다. 슬슬 이승아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지경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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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내게 신경 써주는 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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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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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도 나름의 템포라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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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보기엔 느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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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관계에 벽을 쌓은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일부는 정말 그럴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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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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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사람보다 인간관계에 느리고, 조심스러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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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생각이 들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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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으로 관계 맺음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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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미를 처음 보게 됐을 때, 그동안 잘 지내왔던 친구들과 전부 멀어졌을 정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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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썸녀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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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이건 생각하지 말자. 그리 좋은 기억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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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감정적 거리감을 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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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경험으로 몸에 밴 습관에 가까웠다. 잠깐의 시간으로 고쳐질 체질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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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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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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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솔을 떠올리며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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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비틀며 뭐라도 하고자 하는 녀석을 떠올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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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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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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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바뀌고자 해야 하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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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위기감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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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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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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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하나둘 등교하는 시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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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흑색 세계’가 공개되고 나서 제일 크게 변화된 것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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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마, 신아영 주변으로 서 있는 사람들의 성비 변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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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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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은밀히 주변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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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들은 멀리 떨어져서 자기네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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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이라이트 뉴튜브에 올라온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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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애들이 두런두런 말을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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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부탁은 언제부터인가 사라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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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드라마 얘기를 핑계로 말을 걸어오는 남학생이 부쩍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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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행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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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 이거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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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누리가 걸어들어오며 손에 들고 있던 과자 봉지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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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남자애들이 자연스레 제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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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누리나 이솔이 오면 그들도 은근슬쩍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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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는 은근히 눈치를 주고, 이솔은 대놓고 자기 자리에서 비키라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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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하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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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를 하나 집은 신아영은 내심 지누리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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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먹자 조금은 참을 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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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까지 앞으로 약 9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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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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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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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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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버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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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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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수업을 마치고 복도로 나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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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대편 복도 끝에서 걸어오던 이솔과 딱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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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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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의 행동이 멈췄다. 덜컥 떨리는 것이 여기까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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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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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미니미도 행동을 멈췄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노이즈가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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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거리는 걸음걸이. 하루 종일 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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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 몸 안 좋은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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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누리는 눈썹을 구부리며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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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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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이 삐걱삐걱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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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는 정반대다. 전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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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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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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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미의 노이즈가 더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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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춤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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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쪽팔’ 이나 ‘민망’같은 단어가 섞여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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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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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승아와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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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뭔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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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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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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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로는 알아낼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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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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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동아리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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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실에서 가방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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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연습 있어서. 솔아 이거 좀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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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누리가 사유서를 이솔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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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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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주는 건, 또 멀쩡히 잘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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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빠지는 것 같아서 좀 그렇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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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누리의 미니미가 작은 기타 케이스를 고쳐 매며 눈치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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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무대에서 연주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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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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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길거리 공연이라도 할 생각인가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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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나 먼저 가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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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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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리를 뜨는 지누리를 향해, 잘 가라며 적당히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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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단둘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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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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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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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이 말없이 끄덕였다. 가방을 쥔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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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긴장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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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생각이 안 읽히니, 확신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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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거의 부실까지 다다랐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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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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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이 먼저 부실로 들어가 보라며 몸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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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향을 보니 볼일이 급했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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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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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끄덕이며 먼저 부실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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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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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서자, 카드 게임을 하고 있던 부장과 부부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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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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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이 나를 힐끔 보더니, 다시 카드 뭉치로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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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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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아. 너한테 상담 들어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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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이 그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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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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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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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이 책상 위를 가리켰다. 그곳에 흰 봉투가 하나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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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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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상담을 하면 원하는 사람을 고를 수 있었다. 내담자가 상담 내용을 원하는 사람에게 말할 권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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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승호라면 알아서 잘하겠지······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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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탓인지, 미니미의 생각이 일부만 드문드문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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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는 카드 게임에 관련된 생각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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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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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약서를 쓴 후, 상담 신청서를 그걸 펼쳐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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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거 진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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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적힌 이름을 보자마자. 나는 의아함에 눈을 깜빡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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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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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덜터덜 아무도 없는 복도까지 온 신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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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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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내쉬던 그녀는 벽에 등을 붙였다. 어느새 진이 다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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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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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쓸어내리다가. 정신 차리자며 볼을 가볍게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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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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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꾀병이나 핑계가 아니라, 합법적인 연유로 동아리도 빠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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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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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수업이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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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탁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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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여태까지와는 다른 빠른 발걸음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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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계단을 토도도도 내려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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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앞에서 살짝 속도를 줄이며 눈웃음을 지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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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로 들어온 순간, 빠른 경보로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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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는 여느 때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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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문을 열고 상담실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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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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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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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장인 박민지가 제일 먼저 그녀를 맞이했다. 그 말에 부실에 앉아 있던 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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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도 있고, 그 옆에 부장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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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누리는 연습한다고 안 온 것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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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로 이솔이 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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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에 잠시 의문을 가진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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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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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드르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솔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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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머리가 살짝 젖어있다. 어디서 세수라도 하고 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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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왔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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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은 그녀를 보고 눈썹을 들썩이고선 살짝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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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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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의 맞은편에 털썩 주저앉았다. 평소보다는 조금 어색한 몸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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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디서 공부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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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오늘은 안 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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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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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의 표정이 멍해졌다. 이건 예상치도 못했다는 듯 엉덩이가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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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랑 상담이 잡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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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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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의 눈이 이전보다 더 커졌다. 방울만 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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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거리가 생겨서···. 오늘 상담 받기로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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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미안하다는 듯 양손을 모으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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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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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은 눈을 좌우로 굴렸다. 평소보다 조금 초조해진 듯 입술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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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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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1 상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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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러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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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은 승호 얘가 더 잘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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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아영이 이솔의 어깨를 부드러운 손길로 짚었다. 가볍게 선을 따라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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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솔이 너는 공부해야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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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가 한 달 하고도 반밖에 안 남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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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착실히 해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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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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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의 입술이 앙 다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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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공부는 민지 언니가 봐주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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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이 시선으로 옆을 슬쩍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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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지는 카드 게임을 하는 와중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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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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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의 대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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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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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이솔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걸 방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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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래, 그게 맞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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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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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이승호를 데리고 안쪽 상담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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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닫이식 문을 조용히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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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틈새 사이로 이솔의 벙찐 얼굴이 살짝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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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영은 그 모습을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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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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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쪽도 열심히 기다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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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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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루만 스트레스 풀려고 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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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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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아, 이 정도는 이해해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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