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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침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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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스킬들을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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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D급, 퀴클롭스의 손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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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노가다 판에서 생활비를 버는 데 유용하게 쓰였지만, 지금은 타이핑할 때 덜 피로해지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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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C급. 헤르메스의 설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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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젤린이 킬각을 재고 들어왔을 때, 그리고 생각보다 일상생활 여기저기에서 협상이 필요할 때 꽤 유용하게 써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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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C급. 헤라클레스의 봉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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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저번에 양아치들한테 삥 뜯길 뻔했을 때를 제외하고 써본 적은 없지만, 꽤 든든하게 사용했던 전투 스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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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방금 획득한 B급, 헥토르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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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으로 보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으며, 특히 단 둘이 마주한 상황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초월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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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스킬 합성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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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RPG 게임에 나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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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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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등급 스킬 두 개를 합치면 확률적으로 높은 등급의 스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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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실패하면 둘 다 증발하고, 용도 불명의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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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개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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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를 획득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그와 관련된 설명은 아직 확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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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가 조금 크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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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 스킬을 몇십 개씩 들고 있는 스킬 부자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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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걸음마를 뗀 응애인데, 굳이 여기서 무리수를 둘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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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애초에 교체가 가능하다니, RPG 게임에서 프리셋을 설정하는 것처럼 집필용, 생활용, 전투용, 뭐 이렇게 일단 기본 세팅부터 먼저 해두는 게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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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서 싸우십시오. 쫄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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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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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언제 괴담까지 학습 데이터에 넣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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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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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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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도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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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고사를 인용하면 성즉군왕 패즉역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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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인류사상 국가권력급 선동가가 말하길, ‘우리는 역대 가장 위대한 정치인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아니면 역사상 가장 악랄한 범죄자로.’라고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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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국가권력급 선동가님께서는 미대 입시 낙제생 친구와 함께 사이좋게 지옥으로 도망가 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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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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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 하남자가 쫄리기 전에 한번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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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두 개를 합칠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어떤 스킬과 어떤 스킬을 합치는 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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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해 볼 만한 가장 흥미롭고 전략적인 조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경우,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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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에의 의견 또한 나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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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B급 스킬은 건드리긴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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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술 또한 다방면에서 생존에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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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후보는 딱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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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클롭스의 손재주와 헤라클레스의 봉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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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방구석 글쟁이가 앞으로 싸워봤자 얼마나 싸울 일이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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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보고 용사하라고 할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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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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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해도 바보 같은 농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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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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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1: [D급] 퀴클롭스의 손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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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2: [C급] 헤라클레스의 봉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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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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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출현율 2% / B급 출현율 8% / C급 출현율 20% / D급 출현율 30% / 실패율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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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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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적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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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손해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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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두 개를 투자하는 셈 치고는 확률이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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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득 10%, 본전 20%, 꽝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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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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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비합리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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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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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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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도박은 비합리적으로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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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서 손 해병님의 영혼과 더불어 99강 물푸레나무 몽둥이의 기운이 두둥실 빠져나가는 듯한 기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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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눈앞에서는 형형색색의 빛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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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 연출도 아니고,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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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C급, D급, 실패, 각각의 글자가 룰렛이 돌아가는 것처럼 핑글핑글, 핑그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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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너무 빨라서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등급 옆에는 스킬의 이름도 휘리릭 휘리릭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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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실패라는 단어가 눈에 더 많이 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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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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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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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용기의 주문을 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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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호의 찬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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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와이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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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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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풍선 한 다발을 품은 채, 두둥실 떠오르기만을 기다리는 감각으로 마구 흔들리는 룰렛에 정신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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띡, 띡, 띡, 띡, 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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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렛의 속도가 점차 줄어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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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득할 수 있는 스킬이 가시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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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 5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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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칼리오페의 웅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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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 3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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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 10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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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급] [아탈란테의 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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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 5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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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급] [브리토마르티스의 낚싯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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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급] [카드모스의 스파르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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띡, 띡, 띡, 띡, 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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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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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파카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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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청처럼 들려오는 효과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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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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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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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보자마자 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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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결과에 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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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을 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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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떠오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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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이즈 투자법은 신이고 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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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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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피그말리온의 집념] [1회 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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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조각상에 반해, 조각상을 마치 사람처럼 아끼고 나아가 여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기도를 올려 결국 조각상을 진짜 사람으로 만들어 내는 데에 성공한 사내다. 그처럼, 너는 단 한 번, 네가 원하는 무엇이든 간에 생명을 부여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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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는 희박한 확률을 뚫고 A급 스킬을 뽑아낸 자신에 대한 미친 듯이 쏟아지는 도파민을 즐기기도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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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획득한 A급 스킬에다가, 심지어 생명 부여라는 거의 신에 가까운 권능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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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걸 어디다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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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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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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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 전개는 조금 마음에 안 드네……. 다음 편은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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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골드 드래곤의 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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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자, 금빛 섬광, 온갖 수식어를 통해 찬사된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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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아는 오늘도 자신의 서재에 앉아 꼬리를 파닥거리면서 일주일 동안 출간된 인간들의 신문을 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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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공학이 발달한 세계니 심부름을 시켜도 금방 구할 수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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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언의 권능을 쓰면 원하는 신문을 매일 바로 손에 넣는 것이야 간단한 일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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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소설은 몰아봐야 제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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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천한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것 중 가장 쓸모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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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을 때 다소 과몰입하는 성향이 있었던 에스테아인지라, 이렇게 몰아서 보는 것이 속이 편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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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녀는 심미안이 몹시 뛰어난 드래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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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이 어떻게 미천한 인간 따위랑 사랑에 빠질 수 있지? 그건 불가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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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에 맞지 않는 측면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입에 담기도 하며, 오늘도 여러 소설을 핥는 에스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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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는 단순히 입으로만 평을 남기는 것에 그치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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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윽, 스슥, 스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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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쟝: 쓰니 어디 살아? 위대하고 고귀한 드래곤이 인간 박이 같은 변태 짓을 할 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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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로서 정당한 비판을 발송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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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끔 배송 과정의 문제인지 독자 의견란에 자신의 고견이 실리지 않는 때도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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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독자로서 건강한 피드백과 더불어, 위대한 드래곤으로서 미개한 인간의 계몽 행위는 중요한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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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아, 이번엔 뭘 볼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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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혹평을 남기긴 했지만, 그래도 읽을 때는 재밌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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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아의 꼬리가 힘차게 파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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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가 다음에 펼쳐 든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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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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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일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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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딱히 진리일보에서 재밌는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없었기에, 그대로 고이 접어서 묵혀둘지 살짝 고민한 에스테아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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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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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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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귀가 순간적으로 꿈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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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 귀족이 정치를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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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도대체 무슨 제목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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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제목이라고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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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아래에 꽃은 덧없이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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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 뒤에는 영광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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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러한 감수성 넘치는 제목이 대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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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렇게 노골적인 제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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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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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식 웹소설 작명 감성은, 자극에 목말랐던 에스테아의 가슴속 깊은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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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원래 보던 소설들을 모두 밀어놓은 후, 신작을 퍼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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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5화까지 연재된 따끈따끈한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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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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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아내와 이혼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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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혼을 안 한다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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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전략을 바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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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도 몰수당하고, 작위도 박탈당했는데…… 뭔가 새로운 전략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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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신관들, 그녀들을 이용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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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관이 몰락 귀족의 편을 왜 들어주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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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도 같은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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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단신공’이라고 이름이 붙여질 일일 연재 소설의 대표적인 작문 기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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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아의 뇌가 점차 도파민에 지배당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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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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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위가 박탈되었다고? 상관없다. 오히려 나에겐 잘된 일이야. 그렇다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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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 뭐가 잘 된 건데에에엑! 다음 화! 다음 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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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감정까지 지배당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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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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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셨습니까, 고귀한 존재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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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일보! 내일부터 맨날 가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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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고귀한 존재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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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 팡, 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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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닥이는 에스테아의 꼬리가 바닥을 쉴 새 없이 내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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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특유의 세로로 찢어진 동공이 더 가늘어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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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납치해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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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하루에 1편만 찍어내는 인간의 신문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그녀의 가슴 속에 응어리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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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작가들은 하루에 한 편밖에 쓰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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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세 편씩 쓰면 작가 좋고 독자 좋은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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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두뇌에는 창의력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오만한 드래곤적 발상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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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진심으로 괜찮은 아이디어가 아닌가, 하고 꼬리를 흔들면서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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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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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 귀족이 정치를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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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율리시스Ulys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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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라는 필명이 오래도록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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