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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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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일단, 침착하게.

내가 가진 스킬들을 짚어보자.

하나. D급, 퀴클롭스의 손재주.

처음에는 노가다 판에서 생활비를 버는 데 유용하게 쓰였지만, 지금은 타이핑할 때 덜 피로해지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둘. C급. 헤르메스의 설득력.

로젤린이 킬각을 재고 들어왔을 때, 그리고 생각보다 일상생활 여기저기에서 협상이 필요할 때 꽤 유용하게 써먹고 있다.

셋. C급. 헤라클레스의 봉술.

아직 저번에 양아치들한테 삥 뜯길 뻔했을 때를 제외하고 써본 적은 없지만, 꽤 든든하게 사용했던 전투 스킬이었다.

마지막으로는 방금 획득한 B급, 헥토르의 용기.

설명으로 보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으며, 특히 단 둘이 마주한 상황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초월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스킬 합성 시스템.

일반적인 RPG 게임에 나오는 것처럼…….

직관적이었다.

낮은 등급 스킬 두 개를 합치면 확률적으로 높은 등급의 스킬이 나온다.

당연히 실패하면 둘 다 증발하고, 용도 불명의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다고 한다.

천장…… 개념인가?

포인트를 획득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그와 관련된 설명은 아직 확인할 수 없었다.

“리스크가 조금 크지 않나?”

내가 뭐 스킬을 몇십 개씩 들고 있는 스킬 부자면 모를까.

이제 걸음마를 뗀 응애인데, 굳이 여기서 무리수를 둘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애초에 교체가 가능하다니, RPG 게임에서 프리셋을 설정하는 것처럼 집필용, 생활용, 전투용, 뭐 이렇게 일단 기본 세팅부터 먼저 해두는 게 우선──

『맞서 싸우십시오. 쫄보십니까?』

“…….”

얘, 언제 괴담까지 학습 데이터에 넣었지?

그렇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런 말도 있지 않는가.

동양의 고사를 인용하면 성즉군왕 패즉역적.

그리고 인류사상 국가권력급 선동가가 말하길, ‘우리는 역대 가장 위대한 정치인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아니면 역사상 가장 악랄한 범죄자로.’라고도 하였다.

……물론 그 국가권력급 선동가님께서는 미대 입시 낙제생 친구와 함께 사이좋게 지옥으로 도망가 버렸지만.

어쨌든.

내 마음속 하남자가 쫄리기 전에 한번 도전해 보자.

“스킬 두 개를 합칠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어떤 스킬과 어떤 스킬을 합치는 게 좋을까?”

『시도해 볼 만한 가장 흥미롭고 전략적인 조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경우,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기 위해……』

히스토리에의 의견 또한 나와 비슷했다.

유일한 B급 스킬은 건드리긴 애매하다.

화술 또한 다방면에서 생존에 유용하다.

남은 후보는 딱 두 개.

퀴클롭스의 손재주와 헤라클레스의 봉술.

뭐, 방구석 글쟁이가 앞으로 싸워봤자 얼마나 싸울 일이 있겠어.

누가 나보고 용사하라고 할 것도 아니고.

“하하.”

내가 생각해도 바보 같은 농담이었다.

[스킬 합성]

[대상 1: [D급] 퀴클롭스의 손재주]

[대상 2: [C급] 헤라클레스의 봉술]

[예상 결과]

[A급 출현율 2% / B급 출현율 8% / C급 출현율 20% / D급 출현율 30% / 실패율 40%]

“…….”

확률적으로는.

압도적 손해에 가까웠다.

스킬 두 개를 투자하는 셈 치고는 확률이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나?

이득 10%, 본전 20%, 꽝 70%.

비합리적이다.

분명히…… 비합리적인데.

[합성을 시작합니다.]

“가즈아아아!”

원래 도박은 비합리적으로 하는 거다……!

내 몸에서 손 해병님의 영혼과 더불어 99강 물푸레나무 몽둥이의 기운이 두둥실 빠져나가는 듯한 기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리고 눈앞에서는 형형색색의 빛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가챠 연출도 아니고, 무슨…….”

B급, C급, D급, 실패, 각각의 글자가 룰렛이 돌아가는 것처럼 핑글핑글, 핑그르르.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등급 옆에는 스킬의 이름도 휘리릭 휘리릭 지나가고 있었다.

막상 실패라는 단어가 눈에 더 많이 보이니까…….

쫄린다.

많이 쫄린다……!

이럴 땐 용기의 주문을 외워보자.

“절호의 찬스잖아!”

페■와이즈님!

내게 힘을 주세요!

마음속에 풍선 한 다발을 품은 채, 두둥실 떠오르기만을 기다리는 감각으로 마구 흔들리는 룰렛에 정신을 집중했다.

띡, 띡, 띡, 띡, 띡──

룰렛의 속도가 점차 줄어들고.

획득할 수 있는 스킬이 가시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실패 - 5포인트]

[B급] [칼리오페의 웅변]

[실패 3포인트]

[실패 - 10포인트]

[C급] [아탈란테의 궁술]

[실패 - 5포인트]

[D급] [브리토마르티스의 낚싯대]

[C급] [카드모스의 스파르토이]

띡, 띡, 띡, 띡, 띡──

그리고…….

팜파카팜!

환청처럼 들려오는 효과음과 함께.

운명이 결정되었다.

“하하, 하하하……!”

결과를 보자마자 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부정적인 결과에 실성…….

했을 리가 있나?

“자, 떠오를 시간이다……!”

페니■이즈 투자법은 신이고 무적이다!

[합성 결과]

[A급] [피그말리온의 집념] [1회 사용 가능]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조각상에 반해, 조각상을 마치 사람처럼 아끼고 나아가 여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기도를 올려 결국 조각상을 진짜 사람으로 만들어 내는 데에 성공한 사내다. 그처럼, 너는 단 한 번, 네가 원하는 무엇이든 간에 생명을 부여할 수 있으리라.]

2%라는 희박한 확률을 뚫고 A급 스킬을 뽑아낸 자신에 대한 미친 듯이 쏟아지는 도파민을 즐기기도 잠시.

최초로 획득한 A급 스킬에다가, 심지어 생명 부여라는 거의 신에 가까운 권능이긴 했지만…….

“……그래서, 이걸 어디다 쓰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편 전개는 조금 마음에 안 드네……. 다음 편은 괜찮겠지?”

위대한 골드 드래곤의 일족.

고귀한 자, 금빛 섬광, 온갖 수식어를 통해 찬사된 영광.

에스테아는 오늘도 자신의 서재에 앉아 꼬리를 파닥거리면서 일주일 동안 출간된 인간들의 신문을 읽고 있었다.

마법공학이 발달한 세계니 심부름을 시켜도 금방 구할 수 있었고.

용언의 권능을 쓰면 원하는 신문을 매일 바로 손에 넣는 것이야 간단한 일이었지만.

“역시 소설은 몰아봐야 제맛이지.”

미천한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것 중 가장 쓸모 있는 것.

소설을 읽을 때 다소 과몰입하는 성향이 있었던 에스테아인지라, 이렇게 몰아서 보는 것이 속이 편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녀는 심미안이 몹시 뛰어난 드래곤이었다.

“드래곤이 어떻게 미천한 인간 따위랑 사랑에 빠질 수 있지? 그건 불가능함.”

고증에 맞지 않는 측면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입에 담기도 하며, 오늘도 여러 소설을 핥는 에스테아.

그리고 그녀는 단순히 입으로만 평을 남기는 것에 그치지 않았으니.

스윽, 스슥, 스슥──

[에스쟝: 쓰니 어디 살아? 위대하고 고귀한 드래곤이 인간 박이 같은 변태 짓을 할 리가 없잖아?]

독자로서 정당한 비판을 발송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물론 가끔 배송 과정의 문제인지 독자 의견란에 자신의 고견이 실리지 않는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독자로서 건강한 피드백과 더불어, 위대한 드래곤으로서 미개한 인간의 계몽 행위는 중요한 법이었다.

“보자아, 이번엔 뭘 볼까용!”

비록 혹평을 남기긴 했지만, 그래도 읽을 때는 재밌었으니.

에스테아의 꼬리가 힘차게 파닥거렸다.

그리고 그녀가 다음에 펼쳐 든 건.

“음…….”

진리일보였다.

최근에는 딱히 진리일보에서 재밌는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없었기에, 그대로 고이 접어서 묵혀둘지 살짝 고민한 에스테아였지만.

쫑긋──

‘신작’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그녀의 귀가 순간적으로 꿈틀했다.

“몰락 귀족이 정치를 잘함……?”

이게 도대체 무슨 제목이란 말인가.

자고로 제목이라고 하면.

달 아래에 꽃은 덧없이 지고.

몰락 뒤에는 영광의 노을.

뭐 이러한 감수성 넘치는 제목이 대세가 아닌가?

“뭐, 이렇게 노골적인 제목이…….”

하지만.

21세기식 웹소설 작명 감성은, 자극에 목말랐던 에스테아의 가슴속 깊은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었으니.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원래 보던 소설들을 모두 밀어놓은 후, 신작을 퍼먹기 시작했다.

이제 5화까지 연재된 따끈따끈한 신작.

그리고.

  • 저는, 아내와 이혼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이혼을 안 한다고? 왜?”

  • 이제 전략을 바꿔야 합니다.

“가산도 몰수당하고, 작위도 박탈당했는데…… 뭔가 새로운 전략이 있다고?”

  • 여성 신관들, 그녀들을 이용할 겁니다.

“신관이 몰락 귀족의 편을 왜 들어주지? 왜?”

악마와도 같은 재능.

‘절단신공’이라고 이름이 붙여질 일일 연재 소설의 대표적인 작문 기법에.

에스테아의 뇌가 점차 도파민에 지배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 직위가 박탈되었다고? 상관없다. 오히려 나에겐 잘된 일이야. 그렇다면, 나는…….

“아니! 뭐, 뭐가 잘 된 건데에에엑! 다음 화! 다음 화는!”

완벽하게 감정까지 지배당하고야 말았다.

“야!”

“부르셨습니까, 고귀한 존재시여.”

“진리일보! 내일부터 맨날 가져와!”

“알겠습니다, 고귀한 존재시여.”

팡, 팡, 팡!

파닥이는 에스테아의 꼬리가 바닥을 쉴 새 없이 내려쳤다.

드래곤 특유의 세로로 찢어진 동공이 더 가늘어지며.

“확 납치해 버려?”

고작 하루에 1편만 찍어내는 인간의 신문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그녀의 가슴 속에 응어리지기 시작했다.

왜 작가들은 하루에 한 편밖에 쓰지 않지?

하루에 세 편씩 쓰면 작가 좋고 독자 좋은 거 아닌가?

인간의 두뇌에는 창의력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오만한 드래곤적 발상이었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괜찮은 아이디어가 아닌가, 하고 꼬리를 흔들면서 고민했다.

그녀의 시선 끝에.

[몰락 귀족이 정치를 잘함]

[작가: 율리시스Ulysses]

율리시스라는 필명이 오래도록 아른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