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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독에 중독되어 오랜 시간 해독하지 못한다면 죽거나 폐인이 되는 것이 상식.
그러나 신의 힘을 사용하는 유성에게는 평범한 상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단계별로 강력해지는 치유 스킬과 다르게 해독 스킬에는 상위 등급이 없다.
해독 스킬이 먹히지 않으면 독이 아닌 것이고 만약 정말 독에 중독된 것이라면 해독 한 방이면 해결된다.
의식이 없는 무사가 독에 중독된 것이 분명하기에 유성은 그를 해독할 자신이 있었으나.
'지켜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 조금 곤란한데.'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여기 모인 자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도 아니고.
모두 각 지역에서 한 가닥 하는 의원들이다.
'난 지금 가진 약도 없고 침만 가지고 있는데 이걸로 단숨에 해독 시키는 건 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여기서 못하겠다고 하는 선택지는 내키지 않는다.
힐끔 바라본 곳에는 제갈영영이 부담스러운 눈빛을 보내오고 있다.
'백 의원님이라면 치료할 수 있으시죠...?'
유성을 매개체로 척마대주와도 상당히 친분을 쌓은 제갈영영은 유성의 실력에 대단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무사의 목숨도 그렇고, 자존심 상 못하겠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방법이 하나 있다. 해독을 사용해 본 경험은 저번에 살수에게 쓴 게 처음이지만, 치유처럼 그 효과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면 사람들을 속일 수 있을 거다. 한번 도전해보자.'
유성은 장침을 꺼내 들고 시험 삼아 신성력을 불어 넣어보았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해독 스킬을 사용해야 하는지 감을 잡기 위함.
"후..."
심호흡하고.
"양의원님, 제가 잠시 봐도 되겠습니까?"
"...그러게. 내 실력으로는 무리군. 부탁하네."
부탁한다는 그의 표정이 약간 쓸쓸해 보였으나 이것저것 따질 상황은 아니라 유성은 얼른 자리 잡았다.
"일단 독을 억제한 후 조용한 장소로 데려가 시간을 두고 완전히 해독하겠습니다."
한 의원들이 말했다.
"그런 방법도 가능하단 말인가? 확실히 독을 억제할 수 있다면 해독제를 찾을 시간을 벌 수 있겠지."
"해 봐야지요."
유성은 신중하게 침을 심장 인근으로 찔러넣었다. 심장을 찌르지 않도록 조심해서.
피를 밀어내는 장기라 독을 해독하기 가장 효과적이다.
'여기서는 일부만 해독해야 해. 순식간에 완전 해독되어 버리면 곤란해. 난 할 수 있다.'
침을 통해 신성력을 흘려 넣고.
[해독]
아주 조심스럽게 스킬을 발현했다.
절정 고수가 되어 기를 다뤘을 때보다 신성력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능력이 더 늘어났다.
스스스-
무사의 들끓던 핏줄이 가라앉고 시커먼 얼굴 색도 점차 옅어진다.
이미 독을 억제하는 과정이라 설명했으니 다들 그렇게 이해해 줄 거다.
'휴, 다행히 한 번에 성공했다. 완전 해독하지 않고 조금만 남겨두었으니 이제 굳이 내 손을 필요로 하지는 않겠지.'
유심히 무사의 얼굴을 관찰하던 의원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오오오! 정말 피부색이 돌아오는군! 독이 억제되고 있나 보군!"
"어떻게 침 한 방으로 그런 조화를! 그 혈자리를 확실하게 기억해 놔야겠군. 깊이는, 어느 정도 깊이로 침을 놓으면 되겠소, 백의원?"
통성명도 한 적 없는 의원들이 유성의 방법에 지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급하게 필기구를 준비하는 자도 있었다.
'이거 댁들이 함부로 따라 하다가 해독 할 수 있는 사람도 죽일 수 있습니다만...'
잘못된 지식의 전파를 막아야 한다.
그때.
짝-!
경쾌한 박수 소리.
"역시 영술이었군!"
무언가 깨달은 자의 외침.
"...?"
유성이 돌아본 곳에는 도사 복장을 한 중년인이 손뼉치고 있었다.
"영술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청운 장로."
옆 사람의 물음에 청운 장로라고 불린 자가 신난 어조로 설명했다.
"빈도가 곤륜파에 몸담기 전 약간의 의술을 배운 적이 있소. 은밀히 도는 소문으로, 백의원이라는 의원이 아무리 위중한 환자의 병이라도 침 하나로 다스릴 수 있다더군. 내 지식으로는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의아했던 참인데 그 비밀이 영술이었구려."
"영술이 도대체 뭐길래 그러시오?"
"큰 영력을 타고난 자들이 부리는 신비한 술법이오. 빈도는 쓸 만한 영력을 타고나지 못했으나 영력을 느끼는 데는 약간의 소질이 있어 백의원이 영력을 사용했음을 알아볼 수 있었소."
유성은 전에 모산파 진영주 장로로부터 신성력도 영력으로 인식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적 있다.
그때와 비교해서 신성력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영력을 느낄 수 있다는 청운 장로가 착각할 만했다.
사람들 중 누군가가 말했다.
"혹시 모산파?"
"그렇소, 모산파에는 영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하오. 혹시 백 의원도 모산파 출신이시오?"
청운 장로의 물음에 유성은 고민했다.
'청운 장로처럼 누군가는 내가 환자를 치료하는 방식에 의문을 가지고 있겠지. 마침 좋은 핑계가 생겼다.'
곤륜파 출신의 무림맹 장로.
게다가 소싯적에 의술도 약간 익혔으며 영술에 대한 지식도 있다.
그의 공언이 더해진다면 묻어갈 수 있다.
모산파에도 할 말이 있고.
마음을 굳힌 유성은 사람들의 진한 호기심과 마주했다.
"제가 개인적으로 모산파와 친분이 있으나 그곳에서 배운 재주는 아닙니다. 시중에서 배운 의술과 혼자 깨달은 영술을 함께 사용하고 있으니 제 방식은 다른 의원분들이 따라 할 수 없습니다."
"아... 그랬군. 그럼 방금 독을 억제한 것도?"
"네, 영술을 사용하지 못하면 위험한 방식이니 따라 하지 마십시오."
아쉬워하던 의원이 이번에는 영술에 관심을 가졌다.
"그럼 그 영술이라는 걸 나도 배울 수 있겠소?"
"큼, 영술은 큰 영력을 타고난 자가 아니면 절대 익힐 수 없으니 미련을 버리시오. 그렇지 않소, 백 의원?"
"정확하십니다."
청운 도사가 신이 나 유성을 대신해 영력과 영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모르겠지만 유성에게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 제약이 조금 더 사라졌다. 이전보다 과감하게 신성력을 사용해도 의심하는 사람은 없겠어. 대신 신변 보호에 더 힘써야겠는데.'
유성만 사용할 수 있는 재주라는 게 널리 알려진다면 날파리가 꼬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림맹의 보호를 받는 게 가장 안전하겠지. 무림맹 의각 시험에 합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으니 어쩌면 가산점을 받아 시험 결과와 상관없이 의각 의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제갈영영의 눈빛에 감탄이 떠올라 있어 더 뿌듯하다.
미녀에게 인정받는 것은 역시 즐거운 일.
그녀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있어 보이지만 주위에 사람들이 많아 꾹 참는 느낌이다.
'나중에 잔뜩 치켜세워주면 좋겠다.'
남들 몰래 슬쩍 눈을 마주치고 있는데 양의원이 말을 걸었다.
"그런 비밀이 있었군. 나는 자네가 이자의 독을 쉽게 억제하는 걸 보고 실력 격차에 약간 실망했었네. 그런데 영술이라는 재주가 있는지는 전혀 몰랐네."
"남들에게 말해도 쉽게 믿기 힘든지라 굳이 말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순수 의술만으로 어찌 평생 의술에 정진해온 양의원님과 의선의 지식에 맞설 수 있겠습니까?"
"너무 겸양떨지 않아도 괜찮네. 자네의 특별한 영술도 스스로 깨달은 거라고 하지 않았나? 그 역시 자네의 성과네.
그리고 정말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이자는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걸세. 이자는 평소 나를 자주 찾는 환자라네.
혹시 괜찮다면 뒷 일은 내가 맡아도 되겠나? 마무리 치료라도 내가 해주고 싶네."
"물론입니다. 아까처럼 독이 날뛰지 않을 테니 여유가 있을 겁니다."
훈훈한 대화였다.
어쩌면 시험 결과에도 영향을 끼칠지 모르는.
"오늘의 진정한 승자는 백의원이 아니겠소?"
"맞소. 시험 결과를 확인할 필요도 없겠군. 백의원이 없었다면 이 자는 무사할 수 없었을 거요."
"역시 일침신의! 헛소문이 아님을 알게 되었소!"
"축하하오, 백의원. 나는 섬서의 허지경이라고 하오."
"허허, 나는 마구상이라고 부르면 된다오. 나도 허가놈처럼 섬서에서 왔소. 그리고 고맙소!"
마지막 사람은 뭐가 고맙다는지 모르겠으나 일단 승리할 확률이 오른 듯하다.
장로들 사이에서 날카롭게 찢어진 눈을 가진 노인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모두 정숙하시오. 상황이 마무리되었으니 시험 결과를 확인해야 하지 않겠소?"
"..."
유성은 여론에 힘입어 양의원을 이길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서 내심 즐기고 있었다.
여론을 주도한다는 오명을 피하고 싶어 한 발자국 떨어져 있었으나.
갑자기 나선 그를 보고 속으로 악담을 퍼부었다.
'찢어진 눈이면 우리 총군사님을 괴롭힌다는 그자일까? 꼬장꼬장해 보이는군.'
제갈영영이 그자의 정체를 밝혀주었다.
"모용림 장로님. 의원분들의 말도 일리가 있지 않을까요? 이 시험을 치른 것도 가장 실력 좋은 의원을 뽑기 위함이었으니 백 의원님의 활약도 고려해야 마땅할 거예요."
역시나 말로만 듣던 모용림 장로.
마음속에서 이루어지는 악담의 강도가 거세졌다.
"총군사. 우리는 항상 공정해야 하는 정파의 기둥 무림맹이오. 시험을 치르지 않았으면 모를까 이미 시험을 치렀는데 변수에 의해 승자를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는다면 누가 무림맹을 신뢰할 수 있겠소?"
제갈영영이 이를 갈았다.
유성을 위해 무리해 나선 감이 있기에 정론으로 치고 들어오면 반박하기 쉽지 않다.
한 가지 희망에 걸어보았다.
"물론 그렇죠.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아직 채점이 다 끝나지 않았고 결과 발표 전에 벌어진 일이었으니 시험관의 재량에 따라 방금의 상황을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답니다."
시험관이 모용림 장로와 친분이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공과 사가 확실한 사람일 수도 있다.
제갈영영은 그를 끌어들였다.
"하긴, 우리끼리 이야기 해서 뭐하겠소? 시험관이 결정할 문제지."
모용림도 물러서자 눈치를 보던 시험관이 앞으로 나섰다.
"본 시험관의-"
무언가 말하려던 시험관이 말을 끊고 눈에 초점이 살짝 흐려졌다.
소매를 들어 입가를 가리고 있는 모용림 장로.
'설마 입술을 가리고 전음을 보내는 거야?'
제갈영영이 이의를 제기하기도 전에 모용림은 헛기침을 몇 번 하고 소매를 내렸다.
순식간에 증거가 사라져 버렸다.
시험관이 모용림 장로를 힐끗 보더니 다시 목을 가다듬었다.
"큼, 본 시험관의 재량으로 처리하겠소. 이미 실기 시험의 채점은 마무리 되었으므로 방금의 상황은 없었던 것으로 하고, 필기시험의 결과만 나온다면 합격자를 발표하도록 하겠소."
"..."
뒤에서 시험 보조인들이 열심히 필기시험지들을 채점하고 있다.
실기는 그때그때 평가하기에 이미 채점이 마무리되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다.
유성은 제갈영영이 보내는 미안한 눈빛을 읽었으나 그녀가 애썼다는 사실을 알기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믿을 건 결국, 내 실력 뿐인가.'
머지않아 필기 결과가 취합되었는지 시험관이 결과지를 받아들고 확인하는 모습이 보인다.
표정이 미묘하다.
시험관이 슬쩍 모용림에게 손짓 하자 그가 시험관에게 슬금슬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유성은 제갈영영 역시 시험관에게 달려가는걸 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