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99 lines
13 KiB
Markdown
299 lines
13 KiB
Markdown
|
|
제갈세가의 여식이, 그것도 무림맹 총군사가 멍청하다는 말을 하는 자는 천하인에게 욕을 먹을 것이다.
|
|
|
|
당연히 그녀는 뛰어났다.
|
|
|
|
유성의 특성이 사기적이었을 뿐.
|
|
|
|
혼란에 빠졌던 그녀도 곧 정신을 차렸다.
|
|
|
|
'아니야. 그래도 내가 멍청이는 아니야. 백 의원님이 천재인 거겠지.'
|
|
|
|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돌을 요리조리 옮기고 있는 유성에게 물었다.
|
|
|
|
"백의원님, 변수 계산을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하실 수 있죠? 제가 알려드린 방법으로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해서 계산이 이렇게 빠를 리 없어요. 혹시 특별한 방법을 가지고 계신 건가요?"
|
|
|
|
유성이 미소 지었다.
|
|
|
|
"수학입니다."
|
|
|
|
"수학이라면..."
|
|
|
|
"산학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상위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걸 적극 활용했습니다."
|
|
|
|
"그렇군요. 아까 변수 계산에 저도 산학을 활용했어요. 산학 지식 없이는 변수 계산은 불가능하니까요. 제가 아는 지식중에 없는 건데 수학은 어디서 배우신 건가요?"
|
|
|
|
"여기서 닿기 힘든 저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의 수학을 배웠습니다."
|
|
|
|
"그런 곳의 지식을 어떻게... 아무튼 수학이 중원의 산학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말씀이신가요?"
|
|
|
|
중원의 산학에 대해 따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그것들을 다 포함하여 후대로 전해진 것이 현대 수학이 아니겠는가?
|
|
|
|
"그렇습니다. 아마 수학에 한해서는 제가 총군사님보다 좀 더 많은 지식이 있는 것 같군요. 마침 잘 됐습니다. 두통 치료 한 번으로 진법을 배우게 되어 너무 과한 보답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수학을 좀 가르쳐 드릴까요?"
|
|
|
|
제갈영영도 어릴 때는 당연히 가문 내에서 공부 스승님을 모셨다.
|
|
|
|
그러나 배움의 속도가 너무 빨랐고, 머지 않아 스승은 두 손을 들었다.
|
|
|
|
주위를 놀라게 했던 그녀는 일정 수준이 지나서는 누군가에게 공부를 배운 적이 없었는데.
|
|
|
|
'이 남자 도대체 뭐야...?'
|
|
|
|
***
|
|
|
|
서로의 지식을 교환하는 유익한 시간이 지났다.
|
|
|
|
유성은 기본 진법을, 제갈영영은 현대 수학을 배웠다.
|
|
|
|
"오늘 찾아오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특히 숫자를 세는 방식은 정말 획기적이예요. 맹의 군사부에서도 적용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
|
|
|
"아라비아 숫자가 정말 편리하죠. 마음대로 쓰셔도 좋습니다."
|
|
|
|
"감사해요. 그리고 오늘 가르쳐 주신 수학은 인공물을 사용한 진법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겠어요. 제가 요즘 공부중인 진법책이 있는데 거기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
|
|
|
"저도 진법이 이렇게 유익한 것인 줄 몰랐습니다. 그럼 나머지는 매일 치료하러 의방에 오실 때 공부할 분량을 교환하는 것으로 하지요."
|
|
|
|
"좋아요."
|
|
|
|
그전까지 둘은 오직 환자와 의원의 관계였으나 지금은 서로에게 가르침을 주는 관계가 추가되었다.
|
|
|
|
"의원님도 쉬셔야 할 텐데 이만 가 봐야겠어요. 저도 어제 제대로 잠을 못 자 지금 꽤 피곤하거든요."
|
|
|
|
"오늘은 푹 주무실 수 있을 겁니다."
|
|
|
|
모용림이 척마대주에게 꼬리를 말았던 날도 푹 잘 수 있을 줄 알았다.
|
|
|
|
하지만 그날은 제갈영영에게 최악의 날 중 하나로 기억되고 말았다.
|
|
|
|
잠을 청하자 머리가 쥐어 짤 듯 아팠던 것이다.
|
|
|
|
천문진법총해를 공부한 당일보다 이튿날의 통증이 더 심하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
|
|
|
대체 가문의 다른 어르신들은 주위에 백유성과 같은 의원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두 번째 진법까지 익힌 것인지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
|
|
|
|
하지만 오늘은 정말 느낌이 좋다.
|
|
|
|
"그러게요. 이번에는 정말 푹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
|
|
|
제갈영영은 다시 장포를 두르고 죽립을 썼다.
|
|
|
|
유성이 살짝 고개를 저었다.
|
|
|
|
'거추장스럽기만 하고 별로 도움 안 되는 거 같은데...'
|
|
|
|
개방도들은 이미 제갈영영의 일거수 일투족을 파악하고 있는 듯했으니까.
|
|
|
|
"그럼 내일은 꼭 의방에서 봬요."
|
|
|
|
밤이 늦은 시각, 그녀가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며 돌아갔다.
|
|
|
|
잠시 그녀를 배웅하기 위해 나온 유성은 주위 곳곳의 개방도들과 눈이 마주쳤다.
|
|
|
|
가볍게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표현했다.
|
|
|
|
거지들이 아무곳에나 자리를 깔고 눕는다지만 지금 주위에 있는 거지들은 모두 무공 깨나 익힌 자들이다.
|
|
|
|
그런 고수들이 밤 늦은 시각까지 집 근처에 포진해 있는 것이다.
|
|
|
|
오직 유성을 보호하기 위해.
|
|
|
|
'머지 않아 해결을 봐야겠다. 다행히 진법이라는 무기도 생겼으니 계획을 세워 보자.'
|
|
|
|
***
|
|
|
|
휴무에 이어 이틀의 휴가를 사용한 유성은 오랜만에 낙양 의방으로 출근했다.
|
|
|
|
그리고 곧바로 기분 나쁜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
|
|
|
한동안 있는 듯 없는 듯하다가 최근 들어 다시 적극적으로 진료를 보기 시작한 조의원이었다.
|
|
|
|
그가 유성을 발견하고 빠르게 위아래를 훑었다.
|
|
|
|
'아무리 봐도 이 늙은이가 가장 수상하단 말이지. 정말 감시자를 이자가 보낸 게 아닐까?'
|
|
|
|
그러나 무언가 떠 볼 틈도 없이 조의원이 홱 몸을 돌려 그의 진료실로 사라져 버렸다.
|
|
|
|
"..."
|
|
|
|
소리 없는 적의를 마주하자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못했다.
|
|
|
|
그러나.
|
|
|
|
"의원님, 총군사님이 찾아오셨습니다."
|
|
|
|
하인의 안내로 제갈영영이 들어온 순간 유성의 표정이 사르르 풀렸다.
|
|
|
|
제갈영영의 입가에 걸린 부드러운 미소를 마주하자 꼬장꼬장한 늙은이에 대한 생각은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
|
|
|
"어서 오십시오, 총군사님."
|
|
|
|
"이게 얼마만인가요."
|
|
|
|
어제의 일은 둘만의 비밀로 남기기로 했다.
|
|
|
|
최소한 개방도의 정체를 모르는 그녀는 그렇게 알고 있을 것이다.
|
|
|
|
어쨌든, 유성도 제갈영영의 미소를 마주하자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
|
|
|
서로를 마주 보고 같은 미소를 짓던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
|
|
|
"쿡."
|
|
|
|
듣는 귀가 있을 수 있기에 서로 조심하고 있으나 둘은 모두 어제의 일을 떠올린 것이다.
|
|
|
|
딱 하루 유성의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을 뿐인데 부쩍 가까워진 기분이다.
|
|
|
|
싱그러운 아침이다.
|
|
|
|
그녀의 두통 치료가 끝난 후, 둘은 얇은 책자를 교환했다.
|
|
|
|
각자 진법과 수학 지식이 담긴 책으로 아침마다 교환하기로 한 것이다.
|
|
|
|
"그럼 이만 가 볼게요. 참, 그리고 머지 않아 무림맹에서 직접 실력 좋은 의원님을 모시는 시험을 칠 거예요."
|
|
|
|
"무림맹에서 직접이요?"
|
|
|
|
"네. 아무래도 낙양 의방의 경우 무림맹 직속이 아니니까요. 누가 며칠 휴가라도 써버리면 맹의 무사들이 의방에 방문했다가 헛걸음질 할 수도 있잖아요. 며칠 전 회의에서 통과되었고 지금은 실무진들이 논의중이에요."
|
|
|
|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슬쩍 웃었다.
|
|
|
|
아무래도 그의 손길을 가장 필요하는 제갈영영이 통과시킨 안건인 것 같다.
|
|
|
|
"그런데 그런 걸 저에게 말씀해주셔도 됩니까? 아직 무림맹 내부 사정일 텐데."
|
|
|
|
"글쎄요. 아마 백의원님도 적당한 시기에 전달 받으시는 셈일걸요? 그럼, 믿을게요."
|
|
|
|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가 버렸다.
|
|
|
|
'뭘 믿는다는 걸까?'
|
|
|
|
유성은 머지않아 그녀의 말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
|
|
|
잠시 휴식 시간이 되자마자 차의원이 쪼르르 달려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
|
|
|
"백의원! 내가 좋은 소식을 가져 왔네. 아니, 글쎄 무림맹에서 직접 의원을 뽑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지 뭔가. 급여도 아주 좋아. 다른 의원들도 각자 가진 인맥을 통해 알게 된 것 같네. 다들 모여서 그 이야기야."
|
|
|
|
"그렇군요. 차의원님도 지원하실 겁니까?"
|
|
|
|
"음... 아마 난 안 하지 싶네. 그런데 양의원님이 아주 큰 관심을 가지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네."
|
|
|
|
"양의원님이요?"
|
|
|
|
"그분이 좀 그런 게 있네. 스승님의 명예를 드높여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있으시거든. 무림맹 직속이면 아주 명예로운 자리라고 생각하실걸세."
|
|
|
|
"뭐 어떻습니까? 한, 두 명만 뽑지도 않을 테고."
|
|
|
|
차의원이 표정을 굳혔다.
|
|
|
|
"일단 한 명만 뽑는다더군."
|
|
|
|
"...그렇게 적게요?"
|
|
|
|
"시범적으로 한 명을 뽑아 운영해 보고 괜찮으면 인원을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해. 사실 그래서 내가 포기한걸세. 괜히 지원했다가 양의원님이나 자네에게 밀려났다는 소리나 들을 거 아닌가?"
|
|
|
|
한 명만 뽑는 자리.
|
|
|
|
믿는다는 제갈영영의 마지막 말.
|
|
|
|
'이거, 꼭 합격하라는 소리였네.'
|
|
|
|
잘 됐다.
|
|
|
|
안 그래도 유성은 낙양 의방을 벗어나 무림인들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리를 바래 왔다.
|
|
|
|
무림맹 직속 의원이 되는 것은 최상의 시나리오다.
|
|
|
|
각오를 다지는데 차의원이 슬쩍 말했다.
|
|
|
|
"난 자네가 양의원님보다 잘할 거라고 믿네. 그리고... 혹시 무림맹 내 의원을 늘려야 한다면 나를 제일 먼저 고려해주게. 큼."
|
|
|
|
역시 차의원이 굳이 찾아와서 소식을 전해 준 이유가 있었다.
|
|
|
|
"아직 된 것은 아니지만, 만약 합격한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
|
|
|
"고맙네!"
|
|
|
|
차의원은 유성에게 인사하고 이번에는 몰래 양의원을 만나러 갔다.
|
|
|
|
휴식 시간이 끝나고 다시 진료를 개시한 유성은 괜히 양의원이 신경 쓰였다.
|
|
|
|
하인에게 슬쩍 진료실마다 대기인원 상황을 물었다.
|
|
|
|
"양의원님의 대기 줄이 백의원님보다 약간 긴 것 같습니다."
|
|
|
|
"고맙습니다."
|
|
|
|
낙양 의방을 찾는 자들은 대부분 부유했다. 심각한 질병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
|
|
|
양의원 역시 의선에게 직접 배운 여러 치료법을 가지고 있으니 뛰어난 솜씨로 환자들을 보고 있다.
|
|
|
|
유성의 명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기존에 양의원만 찾던 자들은 쉽게 담당 의원을 바꾸지 않았다.
|
|
|
|
'시험이 어떤 방식으로 치러질지 모르겠지만 꼭 합격해야 한다.'
|
|
|
|
효과적으로 신성력을 늘리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
|
|
|
그러나 그의 무의식 속에는 제갈영영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약간 있었다.
|
|
|
|
***
|
|
|
|
낙양 의방 의원들의 위상은 두 가지에 따라 좌우된다.
|
|
|
|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찾는가, 그리고 얼마나 대단한 환자들이 찾는가.
|
|
|
|
지금까지는 그 두 가지를 양의원과 조의원이 적절히 나눠 차지하고 있었다.
|
|
|
|
하지만 최근 들어 조의원이 맡고 있던 환자들 중 많은 수가 양의원과 백유성에게 옮겨 갔다.
|
|
|
|
양의원이냐, 백의원이냐.
|
|
|
|
누가 더 뛰어난 의원인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
|
|
|
그러나 오늘, 예진실의 종학진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높은 위상을 가진 사람을 맞이했다.
|
|
|
|
"소승은 정해라고 하오."
|
|
|
|
"소, 소림사의 방장님이 아니십니까?"
|
|
|
|
"그렇소. 백유성 의원님과 할 이야기가 있어 찾아왔소만..."
|
|
|
|
"백유성 의원님은 제 십일 진료실에 계십니다. 마침 마지막 환자분이 진료 받는 중이니 지금 그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
|
|
|
"고맙소."
|
|
|
|
소림사 방장을 처음 만나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킨 종학진은 옆의 동료에게 물었다.
|
|
|
|
"백의원님이 정말 대단하시긴 하군. 총군사님, 척마대주님에 이어 소림사 방장님까지 찾아오시는 분이 되다니. 시험에 합격해 처음 여기 들어오셨을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 전혀 몰랐네."
|
|
|
|
"그러게 말일세. 그나저나 소림사 방장님이 찾아오셔서 나눌 이야기라는 게 도대체 뭘까?"
|
|
|
|
***
|
|
|
|
정해 대사가 유성을 찾아온 용건은 간단했다.
|
|
|
|
"백 시주 덕분에 결국 대환단 연단에 성공할 수 있었소. 다시 한번 감사드리오."
|
|
|
|
"축하드립니다. 초산과 제 노력이 헛되지 않았군요."
|
|
|
|
"그렇소."
|
|
|
|
정해 대사는 여러 이야기해주었다.
|
|
|
|
알 수 없는 이유로 대환단의 약효가 기존보다 무려 이할이나 더 뛰어나다는 점.
|
|
|
|
아마 신성력으로 키운 화령초의 효과가 아닌가 싶다.
|
|
|
|
그리고 혜강이 대환단 없이도 초절정 고수가 되었다는 말에는 유성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
|
|
|
"혜강이 말하길 벽을 넘을 수 있던 것은 모두 백 시주 덕분이라고 했소. 혜강도 직접 오고 싶어 했으나 거추장스러울 것 같아 혼자 오게 되었소."
|
|
|
|
"저는 특별히 한 게 없습니다만 어쨌든 축하드릴 일입니다."
|
|
|
|
마지막으로 정해 대사가 꺼낸 것은 귀한 목재로 만들어진 작은 목함이었다.
|
|
|
|
"..."
|
|
|
|
유성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목함을 열어 보았다.
|
|
|
|
표면에 붉은 기운을 머금은 단약이 은은한 약재 향을 품은 채로 그 안에 담겨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