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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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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세가의 여식이, 그것도 무림맹 총군사가 멍청하다는 말을 하는 자는 천하인에게 욕을 먹을 것이다.

당연히 그녀는 뛰어났다.

유성의 특성이 사기적이었을 뿐.

혼란에 빠졌던 그녀도 곧 정신을 차렸다.

'아니야. 그래도 내가 멍청이는 아니야. 백 의원님이 천재인 거겠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돌을 요리조리 옮기고 있는 유성에게 물었다.

"백의원님, 변수 계산을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하실 수 있죠? 제가 알려드린 방법으로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해서 계산이 이렇게 빠를 리 없어요. 혹시 특별한 방법을 가지고 계신 건가요?"

유성이 미소 지었다.

"수학입니다."

"수학이라면..."

"산학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상위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걸 적극 활용했습니다."

"그렇군요. 아까 변수 계산에 저도 산학을 활용했어요. 산학 지식 없이는 변수 계산은 불가능하니까요. 제가 아는 지식중에 없는 건데 수학은 어디서 배우신 건가요?"

"여기서 닿기 힘든 저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의 수학을 배웠습니다."

"그런 곳의 지식을 어떻게... 아무튼 수학이 중원의 산학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말씀이신가요?"

중원의 산학에 대해 따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그것들을 다 포함하여 후대로 전해진 것이 현대 수학이 아니겠는가?

"그렇습니다. 아마 수학에 한해서는 제가 총군사님보다 좀 더 많은 지식이 있는 것 같군요. 마침 잘 됐습니다. 두통 치료 한 번으로 진법을 배우게 되어 너무 과한 보답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수학을 좀 가르쳐 드릴까요?"

제갈영영도 어릴 때는 당연히 가문 내에서 공부 스승님을 모셨다.

그러나 배움의 속도가 너무 빨랐고, 머지 않아 스승은 두 손을 들었다.

주위를 놀라게 했던 그녀는 일정 수준이 지나서는 누군가에게 공부를 배운 적이 없었는데.

'이 남자 도대체 뭐야...?'


서로의 지식을 교환하는 유익한 시간이 지났다.

유성은 기본 진법을, 제갈영영은 현대 수학을 배웠다.

"오늘 찾아오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특히 숫자를 세는 방식은 정말 획기적이예요. 맹의 군사부에서도 적용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아라비아 숫자가 정말 편리하죠. 마음대로 쓰셔도 좋습니다."

"감사해요. 그리고 오늘 가르쳐 주신 수학은 인공물을 사용한 진법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겠어요. 제가 요즘 공부중인 진법책이 있는데 거기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저도 진법이 이렇게 유익한 것인 줄 몰랐습니다. 그럼 나머지는 매일 치료하러 의방에 오실 때 공부할 분량을 교환하는 것으로 하지요."

"좋아요."

그전까지 둘은 오직 환자와 의원의 관계였으나 지금은 서로에게 가르침을 주는 관계가 추가되었다.

"의원님도 쉬셔야 할 텐데 이만 가 봐야겠어요. 저도 어제 제대로 잠을 못 자 지금 꽤 피곤하거든요."

"오늘은 푹 주무실 수 있을 겁니다."

모용림이 척마대주에게 꼬리를 말았던 날도 푹 잘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날은 제갈영영에게 최악의 날 중 하나로 기억되고 말았다.

잠을 청하자 머리가 쥐어 짤 듯 아팠던 것이다.

천문진법총해를 공부한 당일보다 이튿날의 통증이 더 심하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대체 가문의 다른 어르신들은 주위에 백유성과 같은 의원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두 번째 진법까지 익힌 것인지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느낌이 좋다.

"그러게요. 이번에는 정말 푹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갈영영은 다시 장포를 두르고 죽립을 썼다.

유성이 살짝 고개를 저었다.

'거추장스럽기만 하고 별로 도움 안 되는 거 같은데...'

개방도들은 이미 제갈영영의 일거수 일투족을 파악하고 있는 듯했으니까.

"그럼 내일은 꼭 의방에서 봬요."

밤이 늦은 시각, 그녀가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며 돌아갔다.

잠시 그녀를 배웅하기 위해 나온 유성은 주위 곳곳의 개방도들과 눈이 마주쳤다.

가볍게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표현했다.

거지들이 아무곳에나 자리를 깔고 눕는다지만 지금 주위에 있는 거지들은 모두 무공 깨나 익힌 자들이다.

그런 고수들이 밤 늦은 시각까지 집 근처에 포진해 있는 것이다.

오직 유성을 보호하기 위해.

'머지 않아 해결을 봐야겠다. 다행히 진법이라는 무기도 생겼으니 계획을 세워 보자.'


휴무에 이어 이틀의 휴가를 사용한 유성은 오랜만에 낙양 의방으로 출근했다.

그리고 곧바로 기분 나쁜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한동안 있는 듯 없는 듯하다가 최근 들어 다시 적극적으로 진료를 보기 시작한 조의원이었다.

그가 유성을 발견하고 빠르게 위아래를 훑었다.

'아무리 봐도 이 늙은이가 가장 수상하단 말이지. 정말 감시자를 이자가 보낸 게 아닐까?'

그러나 무언가 떠 볼 틈도 없이 조의원이 홱 몸을 돌려 그의 진료실로 사라져 버렸다.

"..."

소리 없는 적의를 마주하자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못했다.

그러나.

"의원님, 총군사님이 찾아오셨습니다."

하인의 안내로 제갈영영이 들어온 순간 유성의 표정이 사르르 풀렸다.

제갈영영의 입가에 걸린 부드러운 미소를 마주하자 꼬장꼬장한 늙은이에 대한 생각은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어서 오십시오, 총군사님."

"이게 얼마만인가요."

어제의 일은 둘만의 비밀로 남기기로 했다.

최소한 개방도의 정체를 모르는 그녀는 그렇게 알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유성도 제갈영영의 미소를 마주하자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서로를 마주 보고 같은 미소를 짓던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쿡."

듣는 귀가 있을 수 있기에 서로 조심하고 있으나 둘은 모두 어제의 일을 떠올린 것이다.

딱 하루 유성의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을 뿐인데 부쩍 가까워진 기분이다.

싱그러운 아침이다.

그녀의 두통 치료가 끝난 후, 둘은 얇은 책자를 교환했다.

각자 진법과 수학 지식이 담긴 책으로 아침마다 교환하기로 한 것이다.

"그럼 이만 가 볼게요. 참, 그리고 머지 않아 무림맹에서 직접 실력 좋은 의원님을 모시는 시험을 칠 거예요."

"무림맹에서 직접이요?"

"네. 아무래도 낙양 의방의 경우 무림맹 직속이 아니니까요. 누가 며칠 휴가라도 써버리면 맹의 무사들이 의방에 방문했다가 헛걸음질 할 수도 있잖아요. 며칠 전 회의에서 통과되었고 지금은 실무진들이 논의중이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슬쩍 웃었다.

아무래도 그의 손길을 가장 필요하는 제갈영영이 통과시킨 안건인 것 같다.

"그런데 그런 걸 저에게 말씀해주셔도 됩니까? 아직 무림맹 내부 사정일 텐데."

"글쎄요. 아마 백의원님도 적당한 시기에 전달 받으시는 셈일걸요? 그럼, 믿을게요."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가 버렸다.

'뭘 믿는다는 걸까?'

유성은 머지않아 그녀의 말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잠시 휴식 시간이 되자마자 차의원이 쪼르르 달려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백의원! 내가 좋은 소식을 가져 왔네. 아니, 글쎄 무림맹에서 직접 의원을 뽑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지 뭔가. 급여도 아주 좋아. 다른 의원들도 각자 가진 인맥을 통해 알게 된 것 같네. 다들 모여서 그 이야기야."

"그렇군요. 차의원님도 지원하실 겁니까?"

"음... 아마 난 안 하지 싶네. 그런데 양의원님이 아주 큰 관심을 가지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네."

"양의원님이요?"

"그분이 좀 그런 게 있네. 스승님의 명예를 드높여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있으시거든. 무림맹 직속이면 아주 명예로운 자리라고 생각하실걸세."

"뭐 어떻습니까? 한, 두 명만 뽑지도 않을 테고."

차의원이 표정을 굳혔다.

"일단 한 명만 뽑는다더군."

"...그렇게 적게요?"

"시범적으로 한 명을 뽑아 운영해 보고 괜찮으면 인원을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해. 사실 그래서 내가 포기한걸세. 괜히 지원했다가 양의원님이나 자네에게 밀려났다는 소리나 들을 거 아닌가?"

한 명만 뽑는 자리.

믿는다는 제갈영영의 마지막 말.

'이거, 꼭 합격하라는 소리였네.'

잘 됐다.

안 그래도 유성은 낙양 의방을 벗어나 무림인들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리를 바래 왔다.

무림맹 직속 의원이 되는 것은 최상의 시나리오다.

각오를 다지는데 차의원이 슬쩍 말했다.

"난 자네가 양의원님보다 잘할 거라고 믿네. 그리고... 혹시 무림맹 내 의원을 늘려야 한다면 나를 제일 먼저 고려해주게. 큼."

역시 차의원이 굳이 찾아와서 소식을 전해 준 이유가 있었다.

"아직 된 것은 아니지만, 만약 합격한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고맙네!"

차의원은 유성에게 인사하고 이번에는 몰래 양의원을 만나러 갔다.

휴식 시간이 끝나고 다시 진료를 개시한 유성은 괜히 양의원이 신경 쓰였다.

하인에게 슬쩍 진료실마다 대기인원 상황을 물었다.

"양의원님의 대기 줄이 백의원님보다 약간 긴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낙양 의방을 찾는 자들은 대부분 부유했다. 심각한 질병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양의원 역시 의선에게 직접 배운 여러 치료법을 가지고 있으니 뛰어난 솜씨로 환자들을 보고 있다.

유성의 명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기존에 양의원만 찾던 자들은 쉽게 담당 의원을 바꾸지 않았다.

'시험이 어떤 방식으로 치러질지 모르겠지만 꼭 합격해야 한다.'

효과적으로 신성력을 늘리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의 무의식 속에는 제갈영영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약간 있었다.


낙양 의방 의원들의 위상은 두 가지에 따라 좌우된다.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찾는가, 그리고 얼마나 대단한 환자들이 찾는가.

지금까지는 그 두 가지를 양의원과 조의원이 적절히 나눠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의원이 맡고 있던 환자들 중 많은 수가 양의원과 백유성에게 옮겨 갔다.

양의원이냐, 백의원이냐.

누가 더 뛰어난 의원인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그러나 오늘, 예진실의 종학진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높은 위상을 가진 사람을 맞이했다.

"소승은 정해라고 하오."

"소, 소림사의 방장님이 아니십니까?"

"그렇소. 백유성 의원님과 할 이야기가 있어 찾아왔소만..."

"백유성 의원님은 제 십일 진료실에 계십니다. 마침 마지막 환자분이 진료 받는 중이니 지금 그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고맙소."

소림사 방장을 처음 만나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킨 종학진은 옆의 동료에게 물었다.

"백의원님이 정말 대단하시긴 하군. 총군사님, 척마대주님에 이어 소림사 방장님까지 찾아오시는 분이 되다니. 시험에 합격해 처음 여기 들어오셨을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 전혀 몰랐네."

"그러게 말일세. 그나저나 소림사 방장님이 찾아오셔서 나눌 이야기라는 게 도대체 뭘까?"


정해 대사가 유성을 찾아온 용건은 간단했다.

"백 시주 덕분에 결국 대환단 연단에 성공할 수 있었소. 다시 한번 감사드리오."

"축하드립니다. 초산과 제 노력이 헛되지 않았군요."

"그렇소."

정해 대사는 여러 이야기해주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대환단의 약효가 기존보다 무려 이할이나 더 뛰어나다는 점.

아마 신성력으로 키운 화령초의 효과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혜강이 대환단 없이도 초절정 고수가 되었다는 말에는 유성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혜강이 말하길 벽을 넘을 수 있던 것은 모두 백 시주 덕분이라고 했소. 혜강도 직접 오고 싶어 했으나 거추장스러울 것 같아 혼자 오게 되었소."

"저는 특별히 한 게 없습니다만 어쨌든 축하드릴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정해 대사가 꺼낸 것은 귀한 목재로 만들어진 작은 목함이었다.

"..."

유성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목함을 열어 보았다.

표면에 붉은 기운을 머금은 단약이 은은한 약재 향을 품은 채로 그 안에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