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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은 가늘게 어깨를 떨며 하염없이 눈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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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은 품속에 가지고 다니던 손수건을 꺼내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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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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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훌쩍이는 소리가 조금 귀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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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이 고개를 돌리고 손수건으로 연신 눈가를 찍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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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과거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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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없기에 그녀가 진정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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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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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민했지만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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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로 위로하기란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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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겪어보지 못했지만, 감수성 풍부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그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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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손으로 친한 시녀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건 커다란 상처였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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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성인도 아니고 어린아이였다면 더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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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유성의 손수건이 흠뻑 젖었을 무렵, 그녀가 간신히 울음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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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빨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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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깨끗이 빨아서 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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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돌려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나저나, 힘드셨겠군요. 고인의 일은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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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안 죽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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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이 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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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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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깊숙이 베였다길래 죽은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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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사람을 고인 취급했으니 남궁유린의 눈빛이 고울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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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급히 말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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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다행입니다. 그럼 혹시 어떤 상태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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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끔찍한 기억을 떠올린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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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길게 베이긴 했지만 목숨은 건졌어요. 대신 상처를 좀… 많이 꿰매야 했어요. 흉이 심하게 남았죠. 결국 언니는 파혼당했어요. 다 저 때문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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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얼굴 안 보고 혼인하는 게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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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라고 여자의 미모가 중요하지 않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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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안예쁜 건 괜찮아도 흉측한 흉이 남아 있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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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상대를 다치게 했다는 수준이 아니라, 혼인을 앞두고 벌어진 사고로 한 여자의 인생을 망쳤다고 자책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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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현의 대련을 지켜본 게 계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대련 중 일어난 사고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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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들이 대련에 대한 괴로운 기억을 가지게 만들었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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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련을 지켜보는 것조차 괴로우신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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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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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여린 남궁유린이 큰 충격을 받았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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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트라우마의 치료를 목적으로 과거사를 들었지만, 지금은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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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하는데 까지는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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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분은 남궁 소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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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생각하기에 그건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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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용서해준다면 남궁유린의 마음의 짐이 훨씬 가벼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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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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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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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그날의 일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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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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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충격을 받으면 단기 기억이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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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그런 경우에 걸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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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기억이 없다면 진심으로 용서 받지도 못하게 되었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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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가는 동안 남궁유린의 트라우마가 깊어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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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네요. 그런데 시녀분은 가문 내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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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받고 있다면 훨씬 나을 텐데, 남궁유린은 이번에도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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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정반대예요. 언니는 따가운 눈총 받으며 지내요.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주연 언니가 방심해서 저에게 당한 거라고 생각하시거든요. 오히려 언니의 방심 때문에 제가 이렇게 됐다고 여기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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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런 생각하실수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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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말을 믿어 주시지 않으신거죠. 의각주님도 물론 믿기 힘드시겠지만 전 거짓말 한 게 하나도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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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 가는 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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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지도 않은 창궁무애검법을 펼쳤다는 걸 안 믿어 준다는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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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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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왕조차 믿어 주지 않았다니, 타인이 무공 펼치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건 그도 할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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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처지에서는 한참 아래 실력이던 남궁유린이 갑자기 배우지도 않은 상승무공을 펼치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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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때 창궁무애검법을 다시 펼쳤으면 믿어 주시지 않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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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싶었어요. 그런데 다시 시도해 봤는데, 놀라서 그런지 도저히 펼쳐지지 않았어요. 얼마 후에는 정식으로 창궁무애검법을 가르쳐 주셔서… 결국 해명하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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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답답하셨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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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런데… 혹시 제 말을 믿어 주시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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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은 의구심을 가득 담아 유성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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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대련을 지켜보고 배운 적도 없는 창궁무애검법을 펼쳤다는 그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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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육도 믿어 주지 않았는데, 유성은 마치 믿는 눈치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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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배려해 믿는 척하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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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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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믿습니다. 초식을 따라 했다는 것도, 무공을 펼칠 때 답답함을 느꼈다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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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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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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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은 유성의 눈빛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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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려 들어갈 것처럼 깊은 눈동자에 강한 신뢰가 서려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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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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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육도 믿어 주지 않는 말을 선뜻 믿어 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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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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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어리진 마음 한구석이 약간 풀리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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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정에 이끌려 그런 거짓말로 시녀를 감싸줄 필요는 없다고, 마음 단단히 먹으라는 말만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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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유성은 진심으로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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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시 직접 경험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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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도 백가장의 무공을 펼칠 때 답답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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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뻗어야 하지? 약간만 틀어도 위력이 훨씬 나아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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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답답함은 유성이 끊임없이 무공을 발전시켜 나가려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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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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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 운용은 곧바로 따라 하기 힘들지만, 유성도 한번 본 무공 초식을 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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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뿌리를 둔 남궁세가의 심법을 익혔으니 남궁유린은 창궁무애검법을 흉내 낼 수 있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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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가지 조건만 충족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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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이 검왕과 남궁유현을 훌쩍 뛰어넘는 천재라면 말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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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닥 할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정말 그녀의 무재가 심상치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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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천재가 트라우마로 무공을 익히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니,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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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정화 스킬을 열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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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도 여러 대화를 나누어 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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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마음의 상처가 당장 해결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기다려 주시면 제가 꼭 치료해드리겠습니다. 시녀분 얼굴의 흉터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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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아물어 흉진 상처는 지금 치유 스킬로는 무리지만, 치유 스킬의 다음 단계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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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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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요? 저도, 언니의 흉터도 치료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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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저 믿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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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신뢰를 심어 주는 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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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상처가 더 악화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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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은 조금 전에 펑펑 울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촉촉한 눈으로 눈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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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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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오늘 본 표정 중에 제일 밝고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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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의각으로 찾아간 이튿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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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칠은 한 가지 소문을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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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백유성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조심하지만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문에는 여전히 귀를 귀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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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남궁유린이 검왕 앞에서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대.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넌 뭐 좀 들은 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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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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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아, 무림학관에 연무장 하나를 검왕이 요청했다던데 여기 좀 머무르실건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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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정보를 전해주는 친구에게 적당히 맞장구 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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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모르겠다고 했지만 장칠은 왠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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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남궁유린이 가문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소리에 유성이 그녀를 찾아간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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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정자에서 두 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라니… 역시 남궁유린님은 의각주님 때문에 돌아가지 않으셨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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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칠이 전에 본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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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남 선녀가 나란히 운치 있는 정자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무언가를 속삭이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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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해. 남궁유린님은 의각주님과 아주 가까운 사이야. 두 분도 너무 잘 어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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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깨달은 바가 있어 절대 입 밖으로 내지는 않을 거지만, 생각은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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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은 무림학관 생도 중 유일하게 의각에 지원하기도 했고, 종종 눈빛 교환 하는 모습도 목격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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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궁금해할까 봐, 장칠은 그에게 남궁유린의 근황에 대해 알게 되는대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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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님이 검왕께 무공을 배우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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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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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과도 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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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표정이 많이 밝아지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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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잘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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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의 기분도 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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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는 속상한 일이 있으신지 울적해 보이신다고… 전에 두 분이 계시던 정자쪽으로 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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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 네.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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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알아야 할 것 같은 상황, 그리고 장소까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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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이 어리둥절해했지만, 장칠은 그의 태도가 남궁유린과의 관계를 비밀로 하기 때문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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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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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준비 중이던 장칠에게 총군사 제갈영영이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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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주님 안에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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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을 찾아올 때는 항상 미간을 찌푸리던 그녀의 얼굴이 멀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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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도 다녀가셨으면서, 또 어디가 아프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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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이 들었지만 충실히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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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각주님은 퇴근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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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오늘 당직 아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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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원래 그랬는데 일이 있으셔서 차의원님과 당직일을 바꾸셨습니다. 혹시 어디가 아파서 오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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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건 아니구요. 그럼 의각주님은 어디 외출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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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계실 겁니다. 집에서 할 일이 있으시다고 가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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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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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유성의 숙소로 향하는 제갈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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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아픈데 왜…? 한때 그런 의심 한 적도 있지만 아닌줄 알았는데… 설마 의각주님이랑 총군사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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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칠은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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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영영이 유성에게 찾아온 건 일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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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죄송해요. 오늘까지 처리해야 할 안 건 때문에 급하게 찾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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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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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학관에 호남 백가장의 백진성도 지원했어요.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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