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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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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유린은 가늘게 어깨를 떨며 하염없이 눈물 흘렸다.

유성은 품속에 가지고 다니던 손수건을 꺼내 건넸다.

“흑, 가, 감사해요.”

코 훌쩍이는 소리가 조금 귀엽게 느껴진다.

남궁유린이 고개를 돌리고 손수건으로 연신 눈가를 찍어댔다.

‘내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과거사인데…’

유성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없기에 그녀가 진정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포기했다.

말 한마디로 위로하기란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이다.

몇 번 겪어보지 못했지만, 감수성 풍부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그녀가 아닌가?

그녀의 손으로 친한 시녀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건 커다란 상처였을 거다.

지금처럼 성인도 아니고 어린아이였다면 더 그렇고.

잠시 후, 유성의 손수건이 흠뻑 젖었을 무렵, 그녀가 간신히 울음을 멈추었다.

눈이 빨갛다.

“이거 깨끗이 빨아서 돌려드릴게요.”

“굳이 돌려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나저나, 힘드셨겠군요. 고인의 일은 안타깝습니다.”

“언니 안 죽었거든요?”

남궁유린이 째려보았다.

“앗, 죄송합니다.”

얼굴이 깊숙이 베였다길래 죽은 줄.

살아 있는 사람을 고인 취급했으니 남궁유린의 눈빛이 고울리 없다.

황급히 말을 바꾸었다.

“천만다행입니다. 그럼 혹시 어떤 상태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녀가 끔찍한 기억을 떠올린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얼굴이 길게 베이긴 했지만 목숨은 건졌어요. 대신 상처를 좀… 많이 꿰매야 했어요. 흉이 심하게 남았죠. 결국 언니는 파혼당했어요. 다 저 때문이예요.”

서로 얼굴 안 보고 혼인하는 게 아니면,

이 시대라고 여자의 미모가 중요하지 않을 리 없다.

조금 안예쁜 건 괜찮아도 흉측한 흉이 남아 있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

단순히 상대를 다치게 했다는 수준이 아니라, 혼인을 앞두고 벌어진 사고로 한 여자의 인생을 망쳤다고 자책하는 듯하다.

남궁유현의 대련을 지켜본 게 계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대련 중 일어난 사고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그런 점들이 대련에 대한 괴로운 기억을 가지게 만들었을 테고.

“그래서 대련을 지켜보는 것조차 괴로우신 거군요.”

“네…”

마음이 여린 남궁유린이 큰 충격을 받았을 만 하다.

유성이 트라우마의 치료를 목적으로 과거사를 들었지만, 지금은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하는데 까지는 해보자.

“시녀분은 남궁 소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유성이 생각하기에 그건 사고다.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용서해준다면 남궁유린의 마음의 짐이 훨씬 가벼워지지 않을까?

그러나.

남궁유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언니는 그날의 일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더라구요.”

‘첩첩산중이네.

큰 충격을 받으면 단기 기억이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

하필 그런 경우에 걸린 모양이다.

그날의 기억이 없다면 진심으로 용서 받지도 못하게 되었을 테고.

결국,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가는 동안 남궁유린의 트라우마가 깊어진 모양이다.

“안타깝네요. 그런데 시녀분은 가문 내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까?”

대우받고 있다면 훨씬 나을 텐데, 남궁유린은 이번에도 한숨을 내쉬었다.

“휴, 정반대예요. 언니는 따가운 눈총 받으며 지내요.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주연 언니가 방심해서 저에게 당한 거라고 생각하시거든요. 오히려 언니의 방심 때문에 제가 이렇게 됐다고 여기시죠.”

“어떻게 그런 생각하실수가 있습니까?”

“제 말을 믿어 주시지 않으신거죠. 의각주님도 물론 믿기 힘드시겠지만 전 거짓말 한 게 하나도 없거든요.”

짐작 가는 건 하나.

“배우지도 않은 창궁무애검법을 펼쳤다는 걸 안 믿어 준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검왕조차 믿어 주지 않았다니, 타인이 무공 펼치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건 그도 할 수 없나보다.

시녀 처지에서는 한참 아래 실력이던 남궁유린이 갑자기 배우지도 않은 상승무공을 펼치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그럼 그때 창궁무애검법을 다시 펼쳤으면 믿어 주시지 않았겠습니까?”

“그러고 싶었어요. 그런데 다시 시도해 봤는데, 놀라서 그런지 도저히 펼쳐지지 않았어요. 얼마 후에는 정식으로 창궁무애검법을 가르쳐 주셔서… 결국 해명하지 못했어요.”

“많이 답답하셨겠군요.”

“네. 그런데… 혹시 제 말을 믿어 주시는 건가요?”

남궁유린은 의구심을 가득 담아 유성을 바라보았다.

잠깐 대련을 지켜보고 배운 적도 없는 창궁무애검법을 펼쳤다는 그녀의 이야기.

혈육도 믿어 주지 않았는데, 유성은 마치 믿는 눈치이지 않은가?

그녀를 배려해 믿는 척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연히 믿습니다. 초식을 따라 했다는 것도, 무공을 펼칠 때 답답함을 느꼈다는 것도요.”

“...정말요?”

“물론입니다.”

남궁유린은 유성의 눈빛을 살폈다.

빨려 들어갈 것처럼 깊은 눈동자에 강한 신뢰가 서려 있는 듯하다.

‘진심 같은데…?

혈육도 믿어 주지 않는 말을 선뜻 믿어 준 거다.

‘나, 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응어리진 마음 한구석이 약간 풀리는 느낌이다.

할아버지는 정에 이끌려 그런 거짓말로 시녀를 감싸줄 필요는 없다고, 마음 단단히 먹으라는 말만 했는데…

물론 유성은 진심으로 믿었다.

그 역시 직접 경험했지 않은가.

유성도 백가장의 무공을 펼칠 때 답답함을 느꼈다.

‘왜 이렇게 뻗어야 하지? 약간만 틀어도 위력이 훨씬 나아질텐데.

그런 답답함은 유성이 끊임없이 무공을 발전시켜 나가려는 이유 중 하나다.

그리고.

내공 운용은 곧바로 따라 하기 힘들지만, 유성도 한번 본 무공 초식을 따라 할 수 있다.

같은 뿌리를 둔 남궁세가의 심법을 익혔으니 남궁유린은 창궁무애검법을 흉내 낼 수 있었을 거다.

단, 한 가지 조건만 충족 된다면.

‘남궁유린이 검왕과 남궁유현을 훌쩍 뛰어넘는 천재라면 말이 돼.

한 가닥 할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정말 그녀의 무재가 심상치 않은 듯하다.

이 정도 천재가 트라우마로 무공을 익히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니,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빨리 정화 스킬을 열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추가되었다.

그 후로도 여러 대화를 나누어 본 결과.

“아쉽지만 마음의 상처가 당장 해결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기다려 주시면 제가 꼭 치료해드리겠습니다. 시녀분 얼굴의 흉터도요.”

이미 아물어 흉진 상처는 지금 치유 스킬로는 무리지만, 치유 스킬의 다음 단계가 있으니까.

남궁유린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정말요? 저도, 언니의 흉터도 치료할 수 있어요?”

“물론입니다. 저 믿으시죠?”

환자에게 신뢰를 심어 주는 건 중요하다.

그래야 상처가 더 악화되지 않을 테니까.

남궁유린은 조금 전에 펑펑 울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촉촉한 눈으로 눈웃음 지었다.

“당연히 믿어요.”

유성이 오늘 본 표정 중에 제일 밝고 예뻤다.


유성이 의각으로 찾아간 이튿날.

장칠은 한 가지 소문을 듣게 되었다.

그는 백유성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조심하지만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문에는 여전히 귀를 귀울였다.

“어제 남궁유린이 검왕 앞에서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대.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넌 뭐 좀 들은 거 있어?”

“나도 모르는데.”

“그래? 아, 무림학관에 연무장 하나를 검왕이 요청했다던데 여기 좀 머무르실건가 봐.”

여러 정보를 전해주는 친구에게 적당히 맞장구 쳐주었다.

그에게 모르겠다고 했지만 장칠은 왠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제는 남궁유린이 가문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소리에 유성이 그녀를 찾아간 날이다.

‘전에 정자에서 두 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라니… 역시 남궁유린님은 의각주님 때문에 돌아가지 않으셨을 거야.

장칠이 전에 본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렸다.

선남 선녀가 나란히 운치 있는 정자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무언가를 속삭이던 모습.

‘확실해. 남궁유린님은 의각주님과 아주 가까운 사이야. 두 분도 너무 잘 어울리고.

이번에 깨달은 바가 있어 절대 입 밖으로 내지는 않을 거지만, 생각은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법이다.

남궁유린은 무림학관 생도 중 유일하게 의각에 지원하기도 했고, 종종 눈빛 교환 하는 모습도 목격했지 않나?

유성이 궁금해할까 봐, 장칠은 그에게 남궁유린의 근황에 대해 알게 되는대로 전했다.

“남궁유린님이 검왕께 무공을 배우신답니다.”

“그렇군요.”

평범한 일과도 전하고.

“요즘 표정이 많이 밝아지셨답니다.”

“그래요? 잘됐네요.”

남궁유린의 기분도 전하고.

“조금 전에는 속상한 일이 있으신지 울적해 보이신다고… 전에 두 분이 계시던 정자쪽으로 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네? 아, 네. 그렇군요.”

꼭 알아야 할 것 같은 상황, 그리고 장소까지 전했다.

유성이 어리둥절해했지만, 장칠은 그의 태도가 남궁유린과의 관계를 비밀로 하기 때문이라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교대 준비 중이던 장칠에게 총군사 제갈영영이 말을 걸었다.

“의각주님 안에 계신가요?”

의각을 찾아올 때는 항상 미간을 찌푸리던 그녀의 얼굴이 멀쩡하다.

‘아침에도 다녀가셨으면서, 또 어디가 아프신가?

의문이 들었지만 충실히 답했다.

“의각주님은 퇴근하셨습니다.”

“어? 오늘 당직 아니세요?”

“아… 원래 그랬는데 일이 있으셔서 차의원님과 당직일을 바꾸셨습니다. 혹시 어디가 아파서 오셨는지요?”

“아픈 건 아니구요. 그럼 의각주님은 어디 외출하셨나요?”

“숙소에 계실 겁니다. 집에서 할 일이 있으시다고 가셨거든요.”

“그래요? 고마워요.”

자연스럽게 유성의 숙소로 향하는 제갈영영.

‘안 아픈데 왜…? 한때 그런 의심 한 적도 있지만 아닌줄 알았는데… 설마 의각주님이랑 총군사님도?

장칠은 혼란스러웠다.


제갈영영이 유성에게 찾아온 건 일 때문이었다.

“밤늦게 죄송해요. 오늘까지 처리해야 할 안 건 때문에 급하게 찾아왔어요.”

“그게 뭡니까?”

“무림학관에 호남 백가장의 백진성도 지원했어요.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