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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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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뒷산의 한 중턱. 끊어진 도로 위로 검은색 밴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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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도로를 주파하던 밴은 도로의 끝이 보이자 속도를 점점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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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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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를 착용한 운전자가 운전대를 돌려 갓길에 주차한다. 차량 문이 열리며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녀들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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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의 대응과 요원들이었다. 다만 기본적으로 팀 단위로 움직이는 것과 달리, 이곳에 모인 요원들은 모두 팀이 뒤죽박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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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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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에 입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은 티켓을 소지하는 것이다. 그 탓에 티켓을 얻지 못한 이들은 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었다. 아무리 초능력을 지닌 베테랑이라 하더라도 조건 없이 괴현상 속으로 전이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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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이곳에 있는 건 대응과 3팀에서 둘, 그리고 5팀에서 셋. 마지막으로 6팀에서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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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인으로 구성된 대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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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많지도 않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현상을 조사하고 처리하는 데에는 애매한 숫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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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평만 늘어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애초에 불합리함으로 자아를 뻗댈 인재는 관리국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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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가 언제부터 인간들 사정을 고려해 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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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한 환경은 대응과에게 있어서 일상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불만을 토로하는 대신 빠르게 태세를 가다듬고 돌입할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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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을 지닌 정찰과 인원의 신호가 여기서 뚝 끊어졌습니다. 티켓에 적힌 주소가 거짓은 아니었던 모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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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아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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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능숙하게 단말기를 조작하여 모두에게 화면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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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인으로 구성된 팀이 끊어진 도로를 기점으로 모두 사라졌습니다. 생명 신호도 끊어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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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는 뜻이군. 안으로 들어가고 몇 분 만에 발생한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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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거대한 산탄총을 멘 남자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물었다. 박지아가 곧장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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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입니다. 사인은…… 변이? 라고 적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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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라. 무슨 좀비 테마파크라도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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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습니다. 다만 15분 만에 세 사람 모두 변이가 일어났을 정도라면, 쉽게 볼 일이 아니란 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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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겠지. 애초에 이런 식으로 현실을 이공간과 이어 붙이는 괴현상이 쉬울 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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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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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능숙하게 담배 연기를 들이쉬고, 자신과 같은 팀 요원들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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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연장 챙기고 들어가자. 싸우는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그게 우리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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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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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도끼 같으니. 무겁기는 더럽게 무거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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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포함한 5팀 요원들이 각자 무기를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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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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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팀 소속 요원, 미르가 혼자 티켓을 흔들며 허리춤의 검을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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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과에서도 가장 강한 이들로만 이루어진 게 6팀이다. 아마 테마파크에서 큰 활약을 하는 건 그녀가 될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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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아는 잠깐 미르의 뒷모습을 응시하다가, 건 케이스를 등에 멘 김이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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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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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해. 다친 것도 다 나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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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서가 팔척에게 당했던 허벅지를 톡톡 두드리며 대답했다. 그녀의 분홍색 머리카락이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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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때? 컨디션은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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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아. 팀을 서포트하기에는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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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서의 물음에 박지아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김이서가 그 미소에 마주 웃어준 순간, 여태까지 가만히 있던 미르가 티켓을 들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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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티켓을 처음 발견한 게 언제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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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질문이었으나, 관리국 일행은 의아해하지 않는 대신 곧바로 각자 티켓을 꺼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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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로 3일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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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5일 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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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아와 김이서가 말했다. 5팀 인원들도 일주일 이내에 발견했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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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딱 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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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딱 일주일 차가 되는 남자가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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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일주일 전, 오후 3시쯤에 숙소 앞에서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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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이라. 딱 무슨 일이 생기기 좋은 시간이군요. 특이 사항은 없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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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없습니다. 정신 상태도 멀쩡하고, 신체적인 문제도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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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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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분침이 돌아가 정확히 오후 3시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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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자가 일행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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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전조 증상도 없었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남자의 신형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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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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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그가 서 있던 자리 아래에서 자그마한 광대 인형이 나타났다. 목에 풍선 줄을 감고, 죽은 것처럼 축 늘어진 인형이 미친 듯이 발작하다가 곧 핏물을 흘리며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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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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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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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들의 기세가 돌변했다. 그들은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각자 티켓을 쥔 채로 테마파크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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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입, 돌입! 작전 개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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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아 요원! 티켓을 지닌 채 일주일이 지나면 강제 전이! 기록해서 곧바로 관리국으로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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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기록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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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상태 그대로 단말기를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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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걸음, 두 걸음, 이윽고 세 걸음을 넘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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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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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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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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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텔에서 내건 의뢰의 조건은 관리자의 심장을 뽑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관리자가 어디에 있는지 찾는 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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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저기 있는 타워가 아닐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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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테마파크의 중심에 세워진 거대한 핏빛 타워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안도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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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면 저기겠지.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무턱대고 들어갔다가 갇히면 골치 아파지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있다고 한들, 지금 당장 놈을 죽일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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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맞…… 탈출 방법부터 마련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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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을 뽑았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걸 가지고 이 테마파크를 벗어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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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를 죽여서 이 공간이 무너져 내린다면 상관없지만, 그렇다는 확신이 없는 이상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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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테마파크에 있는 어트랙션들을 3개 이상 체험하여 탈출구를 미리 확보하는 게 옳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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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놀이기구라고 있는 것들이 죄다 제정신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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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바가 없는 건 기본에, 톱날 사이를 달리는 롤러코스터, 살인귀가 쫓아오는 귀신의 집, 떨어지지 않고 하늘로 계속 올라가 광대 구름에게 산 채로 잡아먹히는 자이로드롭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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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죽이기 위한 악의로 똘똘 뭉친 것들이 사방에 가득했다. 뭘 이용하든, 일반인은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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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마법사라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것도 몇 가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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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만 공략하면 탈출구를 미리 확보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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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책자에 적힌 어트랙션들을 한 차례 더 살펴보며 미리 동선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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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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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이었다. 돌연 유나가 광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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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기 갑자기 사람이 나타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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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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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에 이안이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홱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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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분수가 흐르는 광장. 기괴한 차림의 광대들과 인형, 손님들이 기어다니는 그 한중간에 정장을 입은 남자 한 명이 돌연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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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괴이들과 달리, 멀쩡한 차림이던 그는 순간 자신에게 나타난 변화를 깨닫지 못하고 멍한 얼굴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곧 허리춤의 권총을 뽑으며 옆으로 기어가는 벌레를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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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뭐야,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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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러움과 공포, 두려움으로 물든 얼굴. 이안은 그의 옷차림과 권총을 보는 순간, 그가 관리국 소속 요원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유나도 같은 결론을 내놨는지, 입술을 오물거리며 기타 케이스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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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원은 두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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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럴 여유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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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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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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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등장과 함께 광장에서 활기차게 움직이던 괴이들이 동시에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곤 고개만 삐그덕 돌려 그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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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뿐만이 아니다. 놀이기구에 탑승해 있던 이들도, 음식을 팔던 놈들도, 하늘의 광대 구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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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뚫어져라 노려보며 두 눈에 그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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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칫 소름이 끼치는 모습이었다. 이안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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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엮어서 좋을 게 없어 보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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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어떤 연유로, 어떻게 이곳까지 날아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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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추측하건대, 관리국 측에서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요원을 파견하는 과정 중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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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좋은 일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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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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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요원을 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슬픔이나 동정심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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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담담하게 현실을 내뱉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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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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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자. 광장에 계속 있다가 이쪽까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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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응…… 우선 귀, 귀신의 집부터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동선상 여기는 무조건 통과해야 하는 곳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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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보다, 혹시 저 요원을 구할 생각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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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응……? 굳이……? 어차피 늦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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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뺨을 긁으며 어색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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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가자…… 이제 시작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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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뒤를 슬쩍 보며 말했다. 이안도 그녀를 따라 고개를 살짝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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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 발생. 침입자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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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벤치 옆에 세워진 스피커에서 기괴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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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테마파크의 모든 직원들은 신속하게 침입자를 제거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본 테마파크의 직원들은 신속하게 침입자를 제거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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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에에에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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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 소리와 함께 가만히 서 있던 직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관리국 요원이 소리를 지르며 권총을 발사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몇 마리 고작 처리하는 것으로 끝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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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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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의 팔이 그의 복부를 꿰뚫고, 장기를 뜯어내 질겅질겅 씹어버렸다. 힘을 잃은 그의 육체가 바닥에 엎어지고, 싹둑 잘려 나간 팔이 정확히 두 마법사를 향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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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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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륵, 쿠헤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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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요원의 근처로 직원과 손님들이 모여든다. 그러곤 그의 육체를 만찬 삼아 뜯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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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그 모습을 잠깐 응시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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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총은 통하는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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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았지만, 좋은 정보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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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속으로 남자의 명복을 빌어주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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