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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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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익.

이름 없는 뒷산의 한 중턱. 끊어진 도로 위로 검은색 밴이 올라왔다.

빠르게 도로를 주파하던 밴은 도로의 끝이 보이자 속도를 점점 줄였다.

“도착했다.”

선글라스를 착용한 운전자가 운전대를 돌려 갓길에 주차한다. 차량 문이 열리며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녀들이 쏟아져 나왔다.

관리국의 대응과 요원들이었다. 다만 기본적으로 팀 단위로 움직이는 것과 달리, 이곳에 모인 요원들은 모두 팀이 뒤죽박죽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테마파크에 입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은 티켓을 소지하는 것이다. 그 탓에 티켓을 얻지 못한 이들은 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었다. 아무리 초능력을 지닌 베테랑이라 하더라도 조건 없이 괴현상 속으로 전이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덕분에 이곳에 있는 건 대응과 3팀에서 둘, 그리고 5팀에서 셋. 마지막으로 6팀에서 하나였다.

총 6인으로 구성된 대응팀.

수가 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많지도 않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현상을 조사하고 처리하는 데에는 애매한 숫자였다.

하지만 불평만 늘어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애초에 불합리함으로 자아를 뻗댈 인재는 관리국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도 없었다.

신비가 언제부터 인간들 사정을 고려해 줬다고.

불리한 환경은 대응과에게 있어서 일상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불만을 토로하는 대신 빠르게 태세를 가다듬고 돌입할 준비를 시작했다.

“티켓을 지닌 정찰과 인원의 신호가 여기서 뚝 끊어졌습니다. 티켓에 적힌 주소가 거짓은 아니었던 모양이에요.”

박지아가 말했다.

그녀는 능숙하게 단말기를 조작하여 모두에게 화면을 보여줬다.

“총 3인으로 구성된 팀이 끊어진 도로를 기점으로 모두 사라졌습니다. 생명 신호도 끊어졌고요.”

“죽었다는 뜻이군. 안으로 들어가고 몇 분 만에 발생한 일이지?”

등에 거대한 산탄총을 멘 남자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물었다. 박지아가 곧장 답했다.

“15분입니다. 사인은…… 변이? 라고 적혀 있군요.”

“변이라. 무슨 좀비 테마파크라도 되는 건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15분 만에 세 사람 모두 변이가 일어났을 정도라면, 쉽게 볼 일이 아니란 건 확실합니다.”

“그렇겠지. 애초에 이런 식으로 현실을 이공간과 이어 붙이는 괴현상이 쉬울 리가 없잖아.”

쓰읍, 후우.

남자는 능숙하게 담배 연기를 들이쉬고, 자신과 같은 팀 요원들을 돌아보았다.

“빨리 연장 챙기고 들어가자. 싸우는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그게 우리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니까.”

“예.”

“빌어먹을 도끼 같으니. 무겁기는 더럽게 무거워서……!”

남자를 포함한 5팀 요원들이 각자 무기를 챙긴다.

“…….”

6팀 소속 요원, 미르가 혼자 티켓을 흔들며 허리춤의 검을 만지작거렸다.

대응과에서도 가장 강한 이들로만 이루어진 게 6팀이다. 아마 테마파크에서 큰 활약을 하는 건 그녀가 될 것이 분명했다.

박지아는 잠깐 미르의 뒷모습을 응시하다가, 건 케이스를 등에 멘 김이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상태는 어때?”

“멀쩡해. 다친 것도 다 나았어.”

김이서가 팔척에게 당했던 허벅지를 톡톡 두드리며 대답했다. 그녀의 분홍색 머리카락이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흩날렸다.

“너는 어때? 컨디션은 괜찮아?”

“나쁘지 않아. 팀을 서포트하기에는 충분해.”

김이서의 물음에 박지아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김이서가 그 미소에 마주 웃어준 순간, 여태까지 가만히 있던 미르가 티켓을 들고 돌아왔다.

“다들 티켓을 처음 발견한 게 언제쯤이죠?”

뜬금없는 질문이었으나, 관리국 일행은 의아해하지 않는 대신 곧바로 각자 티켓을 꺼내며 대답했다.

“저는 오늘로 3일 차입니다.”

“저는 5일 차군요.”

박지아와 김이서가 말했다. 5팀 인원들도 일주일 이내에 발견했다고 알렸다.

그러나 딱 한 명.

오늘로 딱 일주일 차가 되는 남자가 하나 있었다.

“정확히 일주일 전, 오후 3시쯤에 숙소 앞에서 발견했습니다.”

“……일주일 전이라. 딱 무슨 일이 생기기 좋은 시간이군요. 특이 사항은 없었습니까?”

“딱히 없습니다. 정신 상태도 멀쩡하고, 신체적인 문제도 없군요.”

남자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었다.

세상의 분침이 돌아가 정확히 오후 3시를 가리켰다.

그리고 남자가 일행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아무런 전조 증상도 없었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남자의 신형이 없어졌다.

퍼엉!

대신 그가 서 있던 자리 아래에서 자그마한 광대 인형이 나타났다. 목에 풍선 줄을 감고, 죽은 것처럼 축 늘어진 인형이 미친 듯이 발작하다가 곧 핏물을 흘리며 터졌다.

“……!”

“이런 시발!”

요원들의 기세가 돌변했다. 그들은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각자 티켓을 쥔 채로 테마파크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돌입, 돌입! 작전 개시해!”

“박지아 요원! 티켓을 지닌 채 일주일이 지나면 강제 전이! 기록해서 곧바로 관리국으로 넘겨!”

“네, 네! 기록 중입니다!”

달리는 상태 그대로 단말기를 두드린다.

그렇게 한 걸음, 두 걸음, 이윽고 세 걸음을 넘었을 때.

“……아.”

세상이 달라졌다.

카르텔에서 내건 의뢰의 조건은 관리자의 심장을 뽑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관리자가 어디에 있는지 찾는 건 어려웠다.

“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저기 있는 타워가 아닐까 싶어…….”

유나가 테마파크의 중심에 세워진 거대한 핏빛 타워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안도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있다면 저기겠지.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무턱대고 들어갔다가 갇히면 골치 아파지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있다고 한들, 지금 당장 놈을 죽일 수는 없어.”

“마, 맞…… 탈출 방법부터 마련해야 해…….”

심장을 뽑았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걸 가지고 이 테마파크를 벗어나야만 한다.

관리자를 죽여서 이 공간이 무너져 내린다면 상관없지만, 그렇다는 확신이 없는 이상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일단 테마파크에 있는 어트랙션들을 3개 이상 체험하여 탈출구를 미리 확보하는 게 옳은 일이다.

하지만 놀이기구라고 있는 것들이 죄다 제정신은 아니었다.

안전바가 없는 건 기본에, 톱날 사이를 달리는 롤러코스터, 살인귀가 쫓아오는 귀신의 집, 떨어지지 않고 하늘로 계속 올라가 광대 구름에게 산 채로 잡아먹히는 자이로드롭 등.

인간을 죽이기 위한 악의로 똘똘 뭉친 것들이 사방에 가득했다. 뭘 이용하든, 일반인은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다만 마법사라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것도 몇 가지 존재했다.

그것들만 공략하면 탈출구를 미리 확보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터.

이안은 책자에 적힌 어트랙션들을 한 차례 더 살펴보며 미리 동선을 짰다.

“어, 어……?”

그 순간이었다. 돌연 유나가 광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목소리를 냈다.

“저, 저기 갑자기 사람이 나타났는데……?”

“……뭐?”

그녀의 말에 이안이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홱 돌렸다.

핏빛 분수가 흐르는 광장. 기괴한 차림의 광대들과 인형, 손님들이 기어다니는 그 한중간에 정장을 입은 남자 한 명이 돌연 나타났다.

다른 괴이들과 달리, 멀쩡한 차림이던 그는 순간 자신에게 나타난 변화를 깨닫지 못하고 멍한 얼굴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곧 허리춤의 권총을 뽑으며 옆으로 기어가는 벌레를 겨눴다.

“이, 이게 뭐야, 시발!”

당혹스러움과 공포, 두려움으로 물든 얼굴. 이안은 그의 옷차림과 권총을 보는 순간, 그가 관리국 소속 요원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유나도 같은 결론을 내놨는지, 입술을 오물거리며 기타 케이스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하지만 요원은 두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아니, 그럴 여유도 없었다.

“…….”

“…….”

그의 등장과 함께 광장에서 활기차게 움직이던 괴이들이 동시에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곤 고개만 삐그덕 돌려 그를 응시했다.

광장뿐만이 아니다. 놀이기구에 탑승해 있던 이들도, 음식을 팔던 놈들도, 하늘의 광대 구름도.

그를 뚫어져라 노려보며 두 눈에 그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짐칫 소름이 끼치는 모습이었다. 이안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엮어서 좋을 게 없어 보이는군.

그가 어떤 연유로, 어떻게 이곳까지 날아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추측하건대, 관리국 측에서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요원을 파견하는 과정 중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닐까 싶었다.

분명 좋은 일은 아니리라.

“주, 죽겠다…….”

유나가 요원을 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슬픔이나 동정심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현실을 내뱉을 뿐이었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렸다.

“움직이자. 광장에 계속 있다가 이쪽까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으니.”

“으, 응…… 우선 귀, 귀신의 집부터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동선상 여기는 무조건 통과해야 하는 곳이라…….”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보다, 혹시 저 요원을 구할 생각은 있나?”

“으, 응……? 굳이……? 어차피 늦었는데……?”

유나가 뺨을 긁으며 어색하게 대답했다.

“그보다 가자…… 이제 시작할 것 같아…….”

유나가 뒤를 슬쩍 보며 말했다. 이안도 그녀를 따라 고개를 살짝 돌렸다.

[침입자 발생. 침입자 발생.]

광장의 벤치 옆에 세워진 스피커에서 기괴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본 테마파크의 모든 직원들은 신속하게 침입자를 제거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본 테마파크의 직원들은 신속하게 침입자를 제거해 주시길 바랍니다.]

[웨에에에엥!!]

사이렌 소리와 함께 가만히 서 있던 직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관리국 요원이 소리를 지르며 권총을 발사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몇 마리 고작 처리하는 것으로 끝날 뿐이었다.

푸욱!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의 팔이 그의 복부를 꿰뚫고, 장기를 뜯어내 질겅질겅 씹어버렸다. 힘을 잃은 그의 육체가 바닥에 엎어지고, 싹둑 잘려 나간 팔이 정확히 두 마법사를 향해 떨어졌다.

“이히히히!”

“케륵, 쿠헤에엑!!”

쓰러진 요원의 근처로 직원과 손님들이 모여든다. 그러곤 그의 육체를 만찬 삼아 뜯어먹었다.

이안은 그 모습을 잠깐 응시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총은 통하는 모양이야.

의도치 않았지만, 좋은 정보를 얻었다.

이안은 속으로 남자의 명복을 빌어주며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