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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회의실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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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이 원탁을 기준으로 빙 둘러앉은 채, 회의실 내부로 들어오는 이안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중 두 사람은 이안에게도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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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서와 박민아. 이안의 집에도 찾아갔었던 관리국 요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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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친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일면식은 가진 이들이다. 그들이야 회의실에 있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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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다른 세 사람은 이안도 처음 보는 얼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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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관리국 요원이거나, 김율처럼 관리국과 협력하는 마법사들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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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그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적당히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아 김이서를 돌아보았다. 화이트보드 앞에 서 있던 그녀가 이안과 시선을 마주하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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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법사님. 오는 길에 불편한 일은 없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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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없었다. 그보다 건물을 도심 한복판에 지으면 출동이 불편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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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임무를 처리할 때는 지하에 있는 루트를 이용하는 편입니다. 인사를 마치고 그곳 또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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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서가 그리 말하며 세 사람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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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과 협력하는 마법사 두 분과 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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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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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테이블 아래로 손을 숨기며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들 또한 이안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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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과 협력하는 마법사가 3명 있다는 이야기는 진즉에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무당이 하나 더 있을 줄은 몰랐다. 아마 최근에 합류했거나, 굳이 이야기할 필요 없어서 함구했던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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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됐든 큰 상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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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이 실존한다는 것쯤이야 이미 알고 있던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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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사기꾼들이 판을 치는 무속 신앙 사회지만, 그 안에는 진짜 무당들도 몇몇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 수가 절대적으로 적을 뿐, 유능함 자체는 바티칸의 구마 사제처럼 증명된 것과 다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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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몇 세기 동안 존재했던 신비로운 집단이 어디 거짓만으로 이루어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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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깊을수록 허무맹랑한 사실들도 진실일 가능성이 높았다. 무당이 그렇고, 아프리카의 부두술사들이 그렇다. 부두술사들은 사실상 마법사들이지만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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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세 사람을 흘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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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 시선을 교환하자, 무복을 입은 노파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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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운 아이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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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이안을 응시하면서 숨을 짧게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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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수호신으로부터 보호받고 있구나. 대체 무슨 사술을 쓰는 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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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할머니. 마법사들 사이에선 그런 거 물어보면 안 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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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의 말에, 그녀의 옆에 앉아 있던 남성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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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대가리에 고속도로 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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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사가 아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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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런 걸 신경 쓰는 족속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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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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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쪽 불문율도 지켜줬으면 좋겠네. 그 사술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그만하고. 듣고 있으면 기분이 꽤 나쁘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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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나 다루는 괴인과 대화할 정도로 오늘 내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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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혀를 쯧 차고 남성의 허리춤에 달린 책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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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경]이라 적힌 붉은 마도서가 짙은 향냄새와 피비린내를 흘려댄다. 이곳으로 오기 직전까지 마법을 사용했다는 증거였다. 그가 어떤 마법을 사용하는지 알고 있는 무당은, 불쾌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회의실 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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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을 튼다는 목적이 끝났으면 나는 이만 가보겠네. 애초에 마법사들이라는 족속과 친하게 지낼 생각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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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녀가 문고리를 돌리는 순간, 그녀의 휴대폰이 진동하며 전화가 걸려 왔다. 무당은 전화를 받으면서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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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예, 손님. 예예. 아, 굿이요? 굿은 기본 2천부터 시작인데, 괜찮으세요? 오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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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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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 문이 닫혔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던 마법사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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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돈에 미친 무당년. 인류를 위한다는 숭고한 뜻을 따르는 관리국에는 어울리지 않는 인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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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아가 그의 말을 듣고 헛웃음을 내뱉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안을 돌아보며 시원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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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혁. 마도서 ‘산해경’의 주인이자 관리국과 협력한지는 3년 가까이 되어가는 마법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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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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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니까, 너무 날카롭게 나올 필요는 없을 거야. 어차피 진심으로 관리국이랑 협력하는 건 아니잖아? 서로 이해관계가 맞으니까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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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리 말하면서 테이블에 놓인 믹스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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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경우는 관리국의 시선을 피하는 게 귀찮아서 협력을 결정했거든. 내 마법이 좀 요란해서 말이지. 시선을 끌 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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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궁금한 사안은 아니지만, 이안은 묵묵히 그가 하는 말을 들어주었다. 굳이 적대적으로 나갈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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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 가입한 마법사는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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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커뮤니티에 가입한 마법사라고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칼라가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직감이라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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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말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었다. 물론 그런 이들도 몇몇 있기야 하지만, 저 남자처럼 자신의 마법이 어떻고, 마도서의 이름이 뭐고 떠벌리는 이들은 하나도 없었다. 대부분이 아니라 모두가 자신이 어떤 마법을 쓰는지 숨긴 채 생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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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대모만이 자신의 마도서가 레메게톤이라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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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은 글쎄. 적어도 스스로 나서서 밝힌 인물은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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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남궁민혁은 커뮤니티에 가입한 마법사가 아닐 것이다. 그를 벌레 보듯이 쳐다보는 김율의 시선만으로 확신을 얻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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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 가입하지 않은 마법사가 있다는 것쯤이야 진즉에 알고 있었던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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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크게 놀랄 필요는 없었다. 이안은 그의 말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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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너무 내 소개만 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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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남궁민혁이 웃으며 다른 마법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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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도 소개하지 그래?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될 동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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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입을 다물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어요. 당신 아내는 그 더러운 입담을 어떻게 버티면서 사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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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가만히 앉아 있던 녹색 머리카락의 여인이 높낮이 없는 어조로 내뱉었다. 민혁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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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는 이런 거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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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 만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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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한숨을 푹 내쉬며 이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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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저는 아사카와 미카라고 해요. 일본에서 건너온 마법사로, 한국에서 생활한 지는 벌써 5년이 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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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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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일본은 마법사 배척이 심하거든요. 무녀나 초능력자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듭니다. 그래서 넘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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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가 한숨을 내쉬며 꼬운 다리를 까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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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관리국은 마법사를 거의 괴이 보듯이 하고, 무녀는 마법사를 불경하다며 죽이려 하고, 초능력자들은 뭔 마법 소녀 단체라는 이름의 이상한 단체에서 일하고…… 탈일본은 지능순입니다. 그리고 전 똑똑한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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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일본 사회에는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거기도 나름 다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무녀라는 집단이 대충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바이크를 거래하며 미코에게 들었지만, 관리국과 마법 소녀들은 또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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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이야 뭐 그렇다고 치더라도, 마법 소녀들은 대체 뭐란 말인가. 초능력자 집단이 마법 소녀 단체라면 남자 능력자도 프릴 달린 드레스를 입고 다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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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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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만 했음에도 역겨움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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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마법사가 됐다고 해서 성적 기호와 취향까지 바뀐 건 아닌 모양이다. 이안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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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댓말을 하는 건 한국어가 어색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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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그냥 남들이 저를 미친년처럼 보는 걸 좋아해서 그렇습니다. 희열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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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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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그 시선 너무 좋아. 미남의 더러운 눈빛, 젖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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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가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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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모랑은 다른 이유로서 행해지는 존칭. 굳이 대모에게 하는 것처럼 똑같이 존댓말로 응수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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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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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서가 무표정한 얼굴로 미카를 불렀다. 미카는 킥킥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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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적당히 할 게요. 그보다 이제 가도 돼요? 저도 인사만 하러 온 거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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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일이 있으신 겁니까? 몇 시간 후에 작전 브리핑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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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일 있죠. 오늘 나 데뷔 방송이란 말이야. 준비 열심히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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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저번에 하겠다고 말씀하셨던 버튜버인가 뭔가 하는 그거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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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운 좋게 오디션 합격했거든요. 한 3시간 후에 다시 올 게요. 그때 봐요. 아, 저 닉네임은 이름 그대로 ‘미카’니까 궁금하면 구경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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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가 그 말을 끝으로 윙크하며 회의실을 나갔다. 잠시 후, 남궁민혁도 아내의 전화를 받으며 자리를 떴다. 당연히 돌아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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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마법사 아니라고 할까 봐, 하나같이 제멋대로였다. 이안이라고 남 말할 처지는 아니었기에, 그는 테이블 위로 손을 올리며 김이서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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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뭘 하면 되지? 나도 가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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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 시설 안내를 해드릴 예정이었습니다. 같이 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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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답답한지 넥타이를 살짝 풀며 물었다. 이안이 잠깐 고민하다 재차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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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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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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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담한다는 듯이 내뱉은 말. 이안은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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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의 구조를 알 수 있는 기회인데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비상시에 강제로 루트를 개방하거나 뒤틀어버릴 수도 있으니, 알아두는 게 여러모로 유용할 것이다. 혹시라도 그들이 뒤통수를 쳤을 때를 대비해서 테러를 일으키기에도 좋을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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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없을 거라 장담할 수는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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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진 무작정 믿을 정도의 신뢰를 쌓지 못했으니, 당분간은 지켜보는 게 옳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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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출발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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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안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안이 그녀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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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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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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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김율과 박민아의 배웅을 받으며 두 사람이 회의실을 나왔다. 이안보다 머리 하나 정도 키가 작은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며 주머니 속에서 꺼낸 작은 수첩 하나를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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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 매뉴얼입니다. 보면서 따라오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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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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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침음성을 흘리며 매뉴얼을 펼치자, 김이서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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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먼저 지하에 있는 격리 구역부터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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