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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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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회의실 내부.

다섯 명이 원탁을 기준으로 빙 둘러앉은 채, 회의실 내부로 들어오는 이안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중 두 사람은 이안에게도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김이서와 박민아. 이안의 집에도 찾아갔었던 관리국 요원들.

그리 친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일면식은 가진 이들이다. 그들이야 회의실에 있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다만 다른 세 사람은 이안도 처음 보는 얼굴들이다.

아마 관리국 요원이거나, 김율처럼 관리국과 협력하는 마법사들이겠지.

이안은 그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적당히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아 김이서를 돌아보았다. 화이트보드 앞에 서 있던 그녀가 이안과 시선을 마주하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법사님. 오는 길에 불편한 일은 없으셨습니까?”

“딱히 없었다. 그보다 건물을 도심 한복판에 지으면 출동이 불편하지 않나?”

“급한 임무를 처리할 때는 지하에 있는 루트를 이용하는 편입니다. 인사를 마치고 그곳 또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김이서가 그리 말하며 세 사람을 돌아보았다.

“관리국과 협력하는 마법사 두 분과 무당입니다.”

“…….”

이안은 테이블 아래로 손을 숨기며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들 또한 이안을 쳐다보았다.

관리국과 협력하는 마법사가 3명 있다는 이야기는 진즉에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무당이 하나 더 있을 줄은 몰랐다. 아마 최근에 합류했거나, 굳이 이야기할 필요 없어서 함구했던 거겠지.

뭐가 됐든 큰 상관은 없었다.

무당이 실존한다는 것쯤이야 이미 알고 있던 사실.

기본적으로 사기꾼들이 판을 치는 무속 신앙 사회지만, 그 안에는 진짜 무당들도 몇몇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 수가 절대적으로 적을 뿐, 유능함 자체는 바티칸의 구마 사제처럼 증명된 것과 다름이 없었다.

아무렴, 몇 세기 동안 존재했던 신비로운 집단이 어디 거짓만으로 이루어졌겠는가.

역사가 깊을수록 허무맹랑한 사실들도 진실일 가능성이 높았다. 무당이 그렇고, 아프리카의 부두술사들이 그렇다. 부두술사들은 사실상 마법사들이지만 아무튼.

이안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세 사람을 흘겨보았다.

그렇게 한참 시선을 교환하자, 무복을 입은 노파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두려운 아이로고.”

그녀가 이안을 응시하면서 숨을 짧게 내뱉었다.

“알 수 없는 수호신으로부터 보호받고 있구나. 대체 무슨 사술을 쓰는 게냐?”

“아, 할머니. 마법사들 사이에선 그런 거 물어보면 안 된다니까.”

무당의 말에, 그녀의 옆에 앉아 있던 남성이 대답했다.

“그러다 대가리에 고속도로 깔려.”

“나는 마법사가 아니다만.”

“우리가 그런 걸 신경 쓰는 족속은 아니잖아?”

“…….”

“그러니까 이쪽 불문율도 지켜줬으면 좋겠네. 그 사술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그만하고. 듣고 있으면 기분이 꽤 나쁘단 말이지.”

“요괴나 다루는 괴인과 대화할 정도로 오늘 내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구나.”

그녀가 혀를 쯧 차고 남성의 허리춤에 달린 책을 내려다보았다.

[산해경]이라 적힌 붉은 마도서가 짙은 향냄새와 피비린내를 흘려댄다. 이곳으로 오기 직전까지 마법을 사용했다는 증거였다. 그가 어떤 마법을 사용하는지 알고 있는 무당은, 불쾌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회의실 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일면식을 튼다는 목적이 끝났으면 나는 이만 가보겠네. 애초에 마법사들이라는 족속과 친하게 지낼 생각은 없으니까.”

그렇게 그녀가 문고리를 돌리는 순간, 그녀의 휴대폰이 진동하며 전화가 걸려 왔다. 무당은 전화를 받으면서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아이고, 예, 손님. 예예. 아, 굿이요? 굿은 기본 2천부터 시작인데, 괜찮으세요? 오호호.”

철컥.

회의실 문이 닫혔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던 마법사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저 돈에 미친 무당년. 인류를 위한다는 숭고한 뜻을 따르는 관리국에는 어울리지 않는 인재야.”

박민아가 그의 말을 듣고 헛웃음을 내뱉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안을 돌아보며 시원하게 웃었다.

“남궁민혁. 마도서 ‘산해경’의 주인이자 관리국과 협력한지는 3년 가까이 되어가는 마법사지.”

“…….”

“이쪽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니까, 너무 날카롭게 나올 필요는 없을 거야. 어차피 진심으로 관리국이랑 협력하는 건 아니잖아? 서로 이해관계가 맞으니까 하는 거지.”

그는 그리 말하면서 테이블에 놓인 믹스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나 같은 경우는 관리국의 시선을 피하는 게 귀찮아서 협력을 결정했거든. 내 마법이 좀 요란해서 말이지. 시선을 끌 수밖에 없어.”

딱히 궁금한 사안은 아니지만, 이안은 묵묵히 그가 하는 말을 들어주었다. 굳이 적대적으로 나갈 필요는 없었다.

‘커뮤니티에 가입한 마법사는 아닌 것 같은데.

마법사 커뮤니티에 가입한 마법사라고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칼라가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직감이라는 것이 있다.

커뮤니티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말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었다. 물론 그런 이들도 몇몇 있기야 하지만, 저 남자처럼 자신의 마법이 어떻고, 마도서의 이름이 뭐고 떠벌리는 이들은 하나도 없었다. 대부분이 아니라 모두가 자신이 어떤 마법을 쓰는지 숨긴 채 생활한다.

유일하게 대모만이 자신의 마도서가 레메게톤이라 밝힌 상태다.

다른 이들은 글쎄. 적어도 스스로 나서서 밝힌 인물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 남궁민혁은 커뮤니티에 가입한 마법사가 아닐 것이다. 그를 벌레 보듯이 쳐다보는 김율의 시선만으로 확신을 얻기엔 충분했다.

커뮤니티에 가입하지 않은 마법사가 있다는 것쯤이야 진즉에 알고 있었던 바.

지금 와서 크게 놀랄 필요는 없었다. 이안은 그의 말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어이쿠, 너무 내 소개만 했군.”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남궁민혁이 웃으며 다른 마법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쪽도 소개하지 그래?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될 동료인데.”

“당신이 입을 다물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어요. 당신 아내는 그 더러운 입담을 어떻게 버티면서 사는 거예요?”

지금까지 가만히 앉아 있던 녹색 머리카락의 여인이 높낮이 없는 어조로 내뱉었다. 민혁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내 아내는 이런 거 좋아해.”

“끼리끼리 만나는군요.”

그녀가 한숨을 푹 내쉬며 이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반가워요. 저는 아사카와 미카라고 해요. 일본에서 건너온 마법사로, 한국에서 생활한 지는 벌써 5년이 넘었죠..”

“……일본?”

“예. 일본은 마법사 배척이 심하거든요. 무녀나 초능력자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듭니다. 그래서 넘어왔어요.”

미카가 한숨을 내쉬며 꼬운 다리를 까딱거렸다.

“거기 관리국은 마법사를 거의 괴이 보듯이 하고, 무녀는 마법사를 불경하다며 죽이려 하고, 초능력자들은 뭔 마법 소녀 단체라는 이름의 이상한 단체에서 일하고…… 탈일본은 지능순입니다. 그리고 전 똑똑한 편이죠.”

딱히 일본 사회에는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거기도 나름 다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무녀라는 집단이 대충 어떻게 굴러가는지는 바이크를 거래하며 미코에게 들었지만, 관리국과 마법 소녀들은 또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관리국이야 뭐 그렇다고 치더라도, 마법 소녀들은 대체 뭐란 말인가. 초능력자 집단이 마법 소녀 단체라면 남자 능력자도 프릴 달린 드레스를 입고 다니는 건가?

“…….”

상상만 했음에도 역겨움이 치솟았다.

다행히 마법사가 됐다고 해서 성적 기호와 취향까지 바뀐 건 아닌 모양이다. 이안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존댓말을 하는 건 한국어가 어색해서 그런가?”

“아니요. 그냥 남들이 저를 미친년처럼 보는 걸 좋아해서 그렇습니다. 희열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래요.”

“…….”

“으응, 그 시선 너무 좋아. 미남의 더러운 눈빛, 젖을 것 같아.”

또라이가 따로 없었다.

대모랑은 다른 이유로서 행해지는 존칭. 굳이 대모에게 하는 것처럼 똑같이 존댓말로 응수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미카 씨.”

김이서가 무표정한 얼굴로 미카를 불렀다. 미카는 킥킥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에, 적당히 할 게요. 그보다 이제 가도 돼요? 저도 인사만 하러 온 거라서요.”

“급한 일이 있으신 겁니까? 몇 시간 후에 작전 브리핑입니다만.”

“급한 일 있죠. 오늘 나 데뷔 방송이란 말이야. 준비 열심히 해야 해요.”

“……그 저번에 하겠다고 말씀하셨던 버튜버인가 뭔가 하는 그거 말입니까?”

“네. 운 좋게 오디션 합격했거든요. 한 3시간 후에 다시 올 게요. 그때 봐요. 아, 저 닉네임은 이름 그대로 ‘미카’니까 궁금하면 구경 오세요.”

미카가 그 말을 끝으로 윙크하며 회의실을 나갔다. 잠시 후, 남궁민혁도 아내의 전화를 받으며 자리를 떴다. 당연히 돌아오지는 않았다.

누가 마법사 아니라고 할까 봐, 하나같이 제멋대로였다. 이안이라고 남 말할 처지는 아니었기에, 그는 테이블 위로 손을 올리며 김이서를 돌아보았다.

“이제 뭘 하면 되지? 나도 가면 되나?”

“……관리국 시설 안내를 해드릴 예정이었습니다. 같이 가시겠습니까?”

그녀가 답답한지 넥타이를 살짝 풀며 물었다. 이안이 잠깐 고민하다 재차 입을 열었다.

“안전한가?”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할 겁니다.”

장담한다는 듯이 내뱉은 말. 이안은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국의 구조를 알 수 있는 기회인데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비상시에 강제로 루트를 개방하거나 뒤틀어버릴 수도 있으니, 알아두는 게 여러모로 유용할 것이다. 혹시라도 그들이 뒤통수를 쳤을 때를 대비해서 테러를 일으키기에도 좋을 거고.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없을 거라 장담할 수는 없지 않나.

아직까진 무작정 믿을 정도의 신뢰를 쌓지 못했으니, 당분간은 지켜보는 게 옳은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출발하죠.”

김이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안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안이 그녀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잘 다녀와.”

“……이서야.”

각각 김율과 박민아의 배웅을 받으며 두 사람이 회의실을 나왔다. 이안보다 머리 하나 정도 키가 작은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며 주머니 속에서 꺼낸 작은 수첩 하나를 건네주었다.

“관리국 매뉴얼입니다. 보면서 따라오시면 됩니다.”

“흐음.”

이안이 침음성을 흘리며 매뉴얼을 펼치자, 김이서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일단 먼저 지하에 있는 격리 구역부터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