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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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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울리는 발소리가 천지를 진동시켰다. 이안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알 수 없는 꺼림칙함에 마도서를 강하게 쥐었다.

기운이 심상치가 않다. 이안에게 타인의 기운을 완벽하게 감지하는 탐지 마법 같은 것은 없지만, 그럼에도 곰이나 호랑이를 보고 포식자라 느끼는 것 정도는 가능하듯이. 지금 저 위에서 내려오고 있는 게 평범한 괴이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빌어먹을.”

가만히 있으면 전멸이다. 감시자의 촉수는 여전히 계단 안을 헤집으며 괴이들을 도륙내고 있었으나, 거대한 무언가는 그딴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계단을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저 괴이가, 최소 감시자와 필적할 정도의 무력을 지녔다는 것.

“빨리 차 찾으라고, 이 머저리 새끼야!”

관리국 요원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주차장 경비를 채근했다. 그들도 위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무언가의 정체를 짐작한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처음부터 알고 있다고 보는 게 옳은 일이겠지.

‘자살에 가까운 방법. 공간에서 허락하지 않은 탈출. 오류…….

단편적으로 얻은 지식을 조합하여 현재 상황을 관조한다. 등을 콕콕 찌르는 압도적인 살기가 느껴졌지만, 어떻게든 차분하게 머리를 굴린다.

본래 병원의 탈출 방법은 이런 식으로 경비를 핍박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에게 퇴원 절차를 받고, 보호자와 환자가 한 그룹이 되어 정문으로 나가는 것이 정석적인 탈출 방법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지금 하는 짓거리는 오류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신비가, 그 오류를 허락해 줄 리가 없었다.

‘병원에 속하지 않는 인물이라면 사실상 불순물이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불순물은 제거하는 게 옳은 일이었다.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바이러스 같은 것을, 굳이 가만히 놔둘 이유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대체 누가 불순물을, 바이러스를 제거하나? 백신? 면역 세포?

아니, 아니다. 그것들은 이미 의사나 간호사들이 대신하는 중이었다. 유용하지는 않더라도, 물량을 쏟아부어 불순물들을 지워버리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상태다. 하지만 그들은 유용할지언정 유효하지 않았고, 불순물들은 여전히 활개를 치며 살아서 이곳을 떠나려 하는 중이다.

그런 바이러스들을 죽이기 위해선 더욱 높은 명령권자. 백신을 사용하는 주인이자 세포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다루는 신체의 주인이 직접 나설 필요가 있었다.

달리 말하자면, 이 공간의 주인.

정확히 말하자면.

“병원장.”

쿵!

이안의 중얼거리는 순간, 발소리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

당장 바로 위다. 무언가 꾸르륵, 하고 들끓는 소리가 미약하게 들려왔다.

“경비, 이 개새끼야아아! 빨리 차 찾으라고오오!!”

박희수가 진동하는 대지에 몸을 비틀거리며 소리쳤다. 경비는 어버버거리다가, 돌연 눈을 반짝거리며 대답했다.

“찾았습니다! 차 한 대랑 오토바이 2대! 맞으십니까?”

“……! 어, 그거 맞으니까 다 내놔!”

“그럼 차량 번호 확인하겠습니다. 번호가 뭔지 아십ㅡ”

탕!

경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안이 놈의 미간에 총탄을 처박았다. 탄환은 정확히 괴이의 머리를 으깨버리고, 피와 뇌수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털썩, 거리는 소리와 함께 경비의 시체가 바닥에 엎어졌다. 귓가를 스치고 지나간 탄환에 순간 기겁했던 박희수가 이안을 돌아보며 입술을 오물거렸다.

“야 이, 시발…… 좀 조심해서 쏴……!”

“그런 상황이 아닌 것 같아서. 빨리 가지. 저기 차량들이 소환됐다.”

이안이 주차장의 끄트머리에 돌연 생겨난 차들을 향해 턱짓했다.

평범한 승용차 한 대와 레플리카 형태의 바이크 2대.

일행은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차량으로 달려갔다. 관리국 요원들이 익숙하게 승용차에 탑승했고, 이안과 체칠리아가 각자 바이크에 올라탔다.

“운전할 줄 알아?”

“응. 좋은 이동 수단.”

부우웅!

체칠리아가 능숙하게 바이크의 시동을 걸었다. 이안도 꽂혀있는 열쇠를 돌려 시동을 걸고, 고정대를 푼 뒤 액셀을 밟았다. 클러치를 조작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법 살벌한 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아간 바이크. 이미 고등학생 때 면허를 따 두었기에 조작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는 가장 앞장서서 뻥 뚫린 주차장을 뚫고 나아가 피로 범벅이 된 출구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감시자가 이미 다 정리해 둔 덕분에 장애물은 없었다. 이안은 백미러로 자신을 따라오는 이들을 흘깃 응시한 후, 속력을 올려 주차장을 완전히 빠져나왔다.

부아아아앙!!

요란한 배기음을 터트리며 지상으로 올라오자마자 보인 광경은, 사방에 즐비한 시체들과 하늘을 날아다니는 감시자가 전부였다. 수백, 수천의 촉수들이 여전히 병원 외벽을 꿰뚫은 상태였으나, 그럼에도 여력이 남아있는지 촉수 몇 가닥이 중력을 따라 아래로 축 늘어져 있었다.

딱히 배가 고픈 상태는 아닌 것 같았다. 눈빛은 여전히 살벌했으나, 그 안에서 굶주림은 느껴지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달려, 시발! 이 공간의 경계선까지 달려!”

승용차 뒷좌석에 탄 박희수가 창문 너머로 상반신을 내밀며 산탄총을 난사했다. 이안도 감시자를 관찰하는 걸 그만두고 액셀을 당겼다. 체칠리아가 그를 스쳐 지나갔다.

콰가가각!!

촉수가 꿈틀거릴 때마다 병원 안쪽에서 시체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시독(屍毒)으로 인해 오염된 공기가 역겨운 냄새를 품었다. 맡고 있으면 비강이 통째로 마비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얼마나 많은 괴이들이 이곳에서 죽어 나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고작 감시자 하나 풀었다고 해서 괴담 하나를 통째로 뭉개버릴 줄이야.

강하다는 것은 대충 묘사를 보고 알고 있었지만, 이건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만약 이곳이 공간형 신비가 아니라 현실이었다면, 정말 대참사가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가능하면 현실에선 약한 놈들로만 뽑는 게 낮겠어. 도시에선 아예 쓰지 않는 게 더 나을 것 같ㅡ’

생각하는 순간.

콰아아아아앙!!!

주차장의 출입구가 박살 나며 거대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이안이 바이크와 같이 위태롭게 휘청거리다가, 이를 악물고 간신히 균형을 되찾는다.

“우와아앗!”

“운전대 꽉 잡아, 이 새끼야!”

“하, 하고 있습니다!”

관리국 요원들이 탑승한 차가 좌우로 드리프트하고, 체칠리아가 이안의 곁으로 다가와 크게 소리쳤다.

“병원장!”

“……!”

이안이 고개를 뒤로 돌려 박살 난 주차장 출입구를 확인했다.

[…….]

무너진 건물. 그 속에서 길쭉한 뇌가 걸어 나온다.

말 그대로 ‘뇌’였다. 달린 거라고는 길쭉한 팔 4개와 꿈틀거리며 살짝 풀린 뇌 주름, 그리고 질질 흘러나오는 뇌수가 전부였다. 마치 심장처럼 박동하는 뇌 덩어리가 사방으로 투명한 액체를 흩뿌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이 없으나 시신경이 있고, 귀가 없으나 청각피질이 있으니. 모든 오감을 아무런 중간 과정 없이 습득한 그것이 이안과 나머지 일행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빠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콰가가가가각!!!

4개의 팔이 마치 사족보행 하는 짐승처럼 바닥을 짚는다. 후두엽에 처박힌 새파란 명찰이 하늘의 붉은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정신과 의사]

[병원장]

[요한]

이안의 예상대로 병원장이었다. 그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속력을 더욱 올렸다.

박희수는 속으로만 욕을 지껄이지 않았다.

“개시바아아알!!!”

그가 두려우면서도 신난다는 표정으로 산탄총을 겨누며 크게 웃었다. 극한의 상황에 놓인 뇌가 펄펄 끓으며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을 뿜어댄 탓이었다. 그는 굳이 자신의 호르몬을 거스르지 않았다.

“존나 징그러어어억!”

타다다당!!

산탄총이 불을 뿜으며 병원장의 대뇌피질을 공격한다. 하지만 총알은 뇌수에 닿는 순간, 작은 신생아처럼 변해 바닥으로 투두둑 떨어져 내렸다.

“응애! 응애! 응ㅡ”

콰직!

떨어진 신생아를 병원장이 손으로 잡아채 으깨고, 그 피를 뇌에 쏟아부었다. 어처구니없는 자태에 여울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무기물을 유기물로 바꾸는 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 안 되니까 신비지! 우아아악, 가까워진다! 브레이크에서 발 떼고 액셀만 밟아 신이입!!”

“그러고 있어요!”

부아아아앙!!

뻥 뚫린 도로를 타고 바이크 2대, 승용차 1대, 그리고 거대한 뇌가 달려간다. 이미 속력은 시속 140km를 넘었건만, 병원장은 무슨 시속 200km라도 되는 것처럼 질주했다.

육중한 몸뚱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속도. 김이서가 건케이스에 넣어온 저격총으로 대응하는 중이지만, 탄은 놈의 뇌수를 뚫지도 못하고 빗겨나가거나 신생아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물리적인 공격이 전혀 안 먹히는 놈이라는 뜻이다. 아마 뇌의 형태라 정신 공격이 유효할 텐데, 작금의 일행에겐 정신 공격 수단이 전무했다.

사면초가.

이안이 그렇게 생각하며 대응 방법을 찾아 마도서를 찾던 그 순간, 그의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무심코 고개를 들어 올리자, 어느새 하늘을 헤엄쳐 온 감시자와 그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 눈빛이 마치 ‘도와줘?’라고 묻는 것 같아서, 이안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마도서를 접고 입꼬리를 비틀었다.

“먹어 치워.”

[……킥.]

감시자의 눈가가 호선으로 굽어졌다. 놈은 곧바로 몸을 휙 돌리더니, 억에 가까운 촉수들을 병원장에게 일제히 날려 보냈다.

투두두두!

마치 포탄처럼 쏟아진 촉수들이 병원장의 뇌수를 꿰뚫고, 사방으로 핏물을 터트린다.

순식간에 육편으로 변한 병원장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 흩어지고, 감시자가 촉수에 달린 무수한 입으로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고 한들, 그게 외신의 생물에게까지 통용되는 법칙은 아닌 모양이다.

박희수는 사방으로 찢겨나간 병원장의 모습을 보고 크게 소리쳤다.

“해치웠나?!”

“아, 이 미친놈아! 관리국에서 그 말은 금지된 것 몰라?!”

박민아가 그의 뒤통수를 후려치며 기겁하는 순간, 으깨졌던 뇌들이 다시 뭉쳐지며 재생했다.

“거 봐!”

콰드드득!

병원장이 바닥을 미끄러지듯이 움직여 두 쌍의 팔을 빠르게 휘두른다. 인지를 초월한 속도로 움직인 팔이 감시자의 모든 촉수를 붙잡고, 그대로 뜯어버린다.

[캭!]

뜯겨나간 촉수에서 새파란 피가 쏟아진다. 이미 피를 잔뜩 끼얹은 이안의 머리가 푸른색으로 물들고, 감시자가 촉수를 재생하며 그물 같은 형태를 만들어 바닥을 내리찍는다.

병원장이 그물 모양으로 잘게 쪼개졌다가 다시 합쳐진다. 그러곤 풀린 뇌 주름을 작살처럼 사용해 감시자의 몸뚱이를 꿰뚫고, 망치로 내리치듯이 바닥으로 휘두른다.

콰아아아앙!!

으깨진 감시자의 몸에서 푸른 피가 폭탄처럼 터졌다. 이안이 그 피를 뒤집어쓰고 입을 쩍 벌렸다.

설마, 설마 외해의 생물과 싸움이 성립하는 괴이가 있을 줄이야.

비록 압도당하거나 무력하게 지는 모습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전투가 이루어진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무적인 줄 알았던 존재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충격이 뇌를 후려쳤다.

‘이건 감시자가 약한 게 아니야. 병원장이 이상할 정도로 강한 거다.

평범한 공간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만약 감시자보다 조금이라도 약한 생물을 소환했다면…… 지금 이렇게 멀쩡히 도로를 달리고 있지는 못했을 터.

생각할수록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이안은 입에 살짝 들어온 피를 뱉어내고, 다시 재생하고 싸우기 시작한 감시자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놈이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지금 이 기회를 굳이 놓칠 필요는 없었다. 이안은 몸을 낮추고, 액셀을 풀로 당겼다.

“체칠리아!”

“응!”

체칠리아가 그와 똑같은 자세로 도로를 내달린다. 귀가 멀어버릴 정도의 바람 소리와 배기음, 덜덜 떨리는 엔진의 진동이 심장을 따라 요동친다. 이안은 얼굴에 묻은 피를 왼손으로 닦아내며 이를 악물었다.

반면 운전대를 잡고 있지 않던 박희수는 치고받고 싸우는 두 괴물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슈퍼 괴물 대전이잖아…….”

“개쩔어요!”

신입이 풀악셀을 밟으며 그의 말에 동조했다. 보조석에 앉아 있던 여울이 그의 머리를 후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