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53 lines
12 KiB
Markdown
253 lines
12 KiB
Markdown
|
||
클럽의 뒤쪽 자그마한 주차장.
|
||
|
||
이안은 주차장 옆에 마련된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며 하늘에 걸린 달을 올려다보았다.
|
||
|
||
딱히 감상에 젖은 것은 아니었다. 그냥 달이 중천에 걸린 지 한참인데, 아직 뱀파이어 헌터들이 나타나지 않아서 그랬을 뿐이다.
|
||
|
||
“……후우.”
|
||
|
||
담배 연기를 내뿜고 휴대폰을 꺼내 문자에 적힌 내용을 확인했다.
|
||
|
||
장소는 딱히 틀리지 않았다. 경기도 남부에 있는 제법 규모가 큰 클럽. 입장하기 위한 기준이 제법 높아서, 클럽 토박이들에게 물은 좋지만 까다롭다고 유명한 곳.
|
||
|
||
이안이야 클럽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아서 이쪽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마냥 깨끗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깨끗하기만 했으면 흡혈귀들이 여기 숨어들지도 않았겠지.
|
||
|
||
아무튼.
|
||
|
||
약속된 장소에 도착한 게 대략 10분 전이고, 약속까지 남은 시간은 정확히 5분이었다. 슬슬 모습을 드러낼 때도 되었건만, 아직 헌터들은 보이지 않았다.
|
||
|
||
‘설마 도망친 건 아니겠지.’
|
||
|
||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안은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
||
|
||
뱀파이어 헌터라는 이름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그래도 흡혈귀들을 눈앞에 두고 도망칠 정도로 등신 같은 놈들은 아닐 거다.
|
||
|
||
카르텔이 보장한 사람들이니, 최소한의 신뢰는 있을 터.
|
||
|
||
‘안 오면 뭐, 나라도 혼자 들어가야지.’
|
||
|
||
보수로 잡힌 금액이 무려 700만 원이다. 좋은 기회이니만큼, 놓칠 생각은 없었다.
|
||
|
||
이안이 그렇게 고개를 내리고 담배를 지져 꺼트리는 순간이었다. 돌연 흡연장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 2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
||
|
||
“…….”
|
||
|
||
“…….”
|
||
|
||
흡연장 안에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
||
|
||
두 남자는 잠깐 이안을 뚫어져라 응시하더니, 품에서 시가 하나를 꺼내 능숙하게 입에 물고 끄트머리를 잘라냈다. 그러곤 치익 불을 붙였다.
|
||
|
||
“쓰읍…… 후우…….”
|
||
|
||
그들의 입과 코에서 자욱한 담배 연기가 흘러나왔다. 이안은 꺼트린 담배를 재떨이에 던져넣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
||
|
||
“시간에 딱 맞춰서 왔군.”
|
||
|
||
이서아의 조언대로, 이안은 존댓말 대신 거만한 말투로 그들을 대했다.
|
||
|
||
예상했다는 듯, 그들이 시가를 손가락에 끼우며 웃음을 터트렸다.
|
||
|
||
“그쪽이 이번 흡혈귀 사냥에 참가하는 마법사인가? 샌님처럼 생겼군.”
|
||
|
||
“계획은 있나?”
|
||
|
||
이안은 그들과의 대화를 이어가는 대신 곧바로 본론부터 내뱉었다.
|
||
|
||
그게 퍽 마음에 들었는지, 뱀파이어 헌터 중 늙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
|
||
|
||
“클럽에 숨어든 흡혈귀는 총 15마리다. 인간으로 의태 하는 게 가능한 놈은 딱 1마리. 나머지는 모두 이성이 아닌, 본능대로 살아가는 흡혈귀다.”
|
||
|
||
단순한 괴물이라는 뜻이었다. 이안은 담배 하나를 더 꼬나물고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
||
|
||
“일단 클럽 안으로 들어가 흡혈귀들이 숨어있는 위치를 파악한다. 그 후, 의도적으로 소란을 일으켜 클럽 안에 있는 시민들을 대피시킨다. 그러고 나서 흡혈귀를 친다. 끝이다.”
|
||
|
||
“생각보다 간단하군. 위치를 파악하는 건 누가 하지?”
|
||
|
||
“네가 한다. 마법을 사용해서 알아내 줬으면 좋겠는데. 가능하겠지.”
|
||
|
||
노인의 날카로운 시선이 이안을 훑는다. 이안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가만히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비의 위치를 알아내는 마법은 마도서에도 적혀 있던 것이었다.
|
||
|
||
“화장실에서 마법을 사용하겠다.”
|
||
|
||
“좋아,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돌아다니며 그들의 위치를 알아내지. 움직일 때는 조심해라. 그들에게 물리면 뭘 하기도 전에 동족으로 바뀌어버리니까.”
|
||
|
||
노인의 옆에 있는 청년이 말했다. 그는 코트 안 주머니에 꽂아놓은 권총을 이안에게 보여주며 히죽 웃었다.
|
||
|
||
“우리가 네 머리통에 고속도로를 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
||
|
||
“……별걱정을 다 하는군.”
|
||
|
||
“자신 있으면 됐다. 그보다 이거나 받아라.”
|
||
|
||
청년이 이안의 품으로 권총 한 자루와 선글라스 하나를 던져주었다. 이안은 묵직한 권총의 무게에 눈을 찌푸리고 청년을 돌아보았다.
|
||
|
||
청년은 깐 마늘을 씹어먹으며 말했다.
|
||
|
||
“은탄을 넣어둔 물건이다. 우리가 만난 거야 카르텔 덕분이지만, 어쨌든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같은 목적을 가진 형제니까. 그걸로 몸을 지켜.”
|
||
|
||
“……후우. 사양하지는 않겠다. 고맙게 받지.”
|
||
|
||
의도치 않게 실총을 받게 되었으나, 이안은 침착하게 탄창에 들어간 총알의 개수를 확인하고, 슬라이드를 당겨보았다.
|
||
|
||
다행히 총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 같았다. 아직 방아쇠를 당겨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중요한 순간에 고장 나지는 않을 터.
|
||
|
||
그는 권총을 코트 안주머니에 집어넣고, 옷매무시를 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
“슬슬 가지. 여기서 담배만 피울 생각도 아니잖냐.”
|
||
|
||
“그래, 그래. 가자. 그보다 내가 너를 뭐라고 부르면 되겠나.”
|
||
|
||
노인이 물었다. 이안은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단순한 호칭을 내뱉었다.
|
||
|
||
“마법사라고 불러라.”
|
||
|
||
“좋아. 그럼 나는 알파, 저놈은 베타라고 불러라.”
|
||
|
||
“그러지.”
|
||
|
||
그걸로 통성명이 끝났다. 세 사람은 클럽의 정문으로 가서 입장하기 위한 줄에 끼어들었다.
|
||
|
||
잠시 후, 세 사람의 차례가 돌아왔다. 클럽 가드는 가장 먼저 이안의 얼굴을 확인하고 곧바로 입장을 허가했다. 베타는 애매한 눈으로 보다가, 마지못해 허락했다.
|
||
|
||
의외로 가드는 알파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베타가 아니꼬운 듯 눈을 찌푸렸지만, 그는 웃음을 흘릴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
|
||
“하아…….”
|
||
|
||
그렇게 베타의 한숨 소리를 들으며 클럽에 입장했다.
|
||
|
||
“와아아아악!!”
|
||
|
||
들어가자마자 귀가 터질 것만 같은 함성과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
||
|
||
사방에서 헐벗은 남녀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몸을 비벼댄다. 어두컴컴한 공간에 자그마한 불빛들만이 희미하게 반짝거렸다.
|
||
|
||
“움직이지.”
|
||
|
||
알파가 말했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곧바로 화장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
“어머, 오빠. 처음 보는 얼굴인데? 혹시 여기 오는 거 처음이야?”
|
||
|
||
도중에 어떤 여성이 이안에게 말을 걸었다. 이안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
“네, 맞습니다.”
|
||
|
||
“역시! 내가 이렇게 잘생긴 남자를 놓쳤을 리가 없거든! 자기, 우리 잠깐 저기 가서 단둘이 이야기나 좀 할까? 내가 술 한잔 살게.”
|
||
|
||
“아, 좋습니다. 근데 제가 지금 화장실이 급해서요. 잠시만 들렀다 오겠습니다.”
|
||
|
||
“응! 3번 테이블로 와!”
|
||
|
||
여성이 이안의 뺨에 키스를 쪽 갈기고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사라졌다.
|
||
|
||
이안은 그녀가 시야에 보일 때까지 미소를 머금고 있다가, 사라지는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뺨에 묻은 립스틱을 닦아냈다.
|
||
|
||
괜한 소동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부드럽게 응대했건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강하게 나갈 걸 그랬다.
|
||
|
||
이안은 한숨을 내쉬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
||
|
||
화장실에는 각양각색의 인간들이 다양한 몰골로 뒤집어져 있었다.
|
||
|
||
그들을 무시하고, 비어 있는 칸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
||
|
||
‘소환.’
|
||
|
||
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마도서가 손에 잡혔다. 그는 망설임 없이 마도서에 적힌 대로 마법을 사용했다.
|
||
|
||
[신비 추적]
|
||
|
||
[반경 20m 이내에 있는 신비의 위치를 파악한다.]
|
||
|
||
[재료: 괴이의 살점, 에테르.]
|
||
|
||
간단한 효과만큼이나 재료 또한 단순했다. 이안은 곧바로 주머니에 넣어온 큐브를 꺼내고, 펜으로 벽에 마법진을 그렸다.
|
||
|
||
그 위에 큐브를 올리자, 큐브는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마법진에 찰싹 달라붙어 미약한 빛을 흩뿌렸다.
|
||
|
||
이걸로 준비가 끝났다. 이안이 곧바로 주문을 외었다.
|
||
|
||
“찾아라. 그들을 벌할 자, 이곳에 있나니.”
|
||
|
||
마법진이 한 차례 진동하고, 큐브가 녹아 사라진다. 그 순간, 이안의 머릿속에 괴이의 위치에 대한 정보가 고스란히 들어왔다.
|
||
|
||
감각의 영역보다는 잊고 있던 지식을 새롭게 깨달은 듯한 느낌이다.
|
||
|
||
마치 처음부터 그들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고 있었던 것만 같은 기분.
|
||
|
||
‘지하에 셋. 클럽 내부에 다섯. 전부 상자에 웅크리고 있군. 천장에 있는 파이프에도 넷이 숨어있고, 직원 휴게실에 둘이 숨을 죽이고 있다. 이쪽은 이미 사냥을 마쳤어.’
|
||
|
||
가장 중요한 인간으로 의태 중인 흡혈귀의 위치는 곡을 연주 중인 DJ의 바로 앞이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마도서를 변기 뒤쪽에 숨겨놓았다.
|
||
|
||
[우웅!]
|
||
|
||
마도서가 불만이라는 듯 몸을 진동했다. 이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표지를 쓰다듬었다.
|
||
|
||
“미안해. 잠시만 여기 있어 줘. 금방 다시 소환할 테니까.”
|
||
|
||
진심이 통한 덕분인지, 마도서가 다시 잠잠해졌다. 그는 표지를 몇 번 더 쓰다듬어주고, 화장실 문을 열어 밖으로 나왔다.
|
||
|
||
여전히 사람이 득실거리는 클럽 내부를 휘저으며 알파를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
||
|
||
노인은 클럽의 2층, 난간에 기대어 서서 위스키를 홀짝거리고 있다. 이안이 그에게 다가가자 알파가 곧장 물었다.
|
||
|
||
“위치는?”
|
||
|
||
“지하에 셋. 클럽 내부에 다섯. 천장에 있는 파이프에도 넷, 직원 휴게실에 둘이다. 의태 중인 놈은 DJ 바로 앞에 있고.”
|
||
|
||
“음. 아마 의태 중인 건 저기 서 있는 금발 머리의 여자일 거다.”
|
||
|
||
“근거는?”
|
||
|
||
“피 냄새.”
|
||
|
||
알파가 픽 웃으며 코트 주머니에서 반다나 하나를 꺼내 얼굴을 가렸다.
|
||
|
||
“아무리 숨겨봤자. 흡혈귀 특유의 역겨운 냄새는 지워지지 않는 법이지.”
|
||
|
||
“…….”
|
||
|
||
“선글라스를 착용해라.”
|
||
|
||
알파가 말했다. 이안은 잠깐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
||
|
||
시야가 살짝 어두워졌지만, 이 정도는 별로 타격도 없다. 이안은 모자를 푹 눌러쓰기 시작하는 알파를 보며 물었다.
|
||
|
||
“소란은 언제 일으키지?”
|
||
|
||
“지금.”
|
||
|
||
이안이 되물을 틈도 없이, 돌연 2층에서 작은 구체 하나가 1층으로 떨어졌다.
|
||
|
||
연막탄이었다.
|
||
|
||
마늘 향을 첨가한 연막탄.
|
||
|
||
푸쉬이이익!!!
|
||
|
||
연막탄이 펑 터지며 사방으로 누런 연기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
||
|
||
이안은 번져오는 연기 너머, 연막탄을 곳곳에 던지고 있는 베타를 발견하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
||
|
||
“뭐, 뭐야 시발!”
|
||
|
||
“꺄아아악!! 테러다, 테러야! 전부 나가!”
|
||
|
||
갑작스러운 소란에 클럽 내부가 혼란스럽게 변했다. 가득 들어차 있던 인원들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계단을 타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클럽 가드들도 처음에는 사태를 수습하려 했으나, 연기가 사방으로 번지자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밖으로 몸을 내뺐다.
|
||
|
||
덕분에 클럽 내부에 남은 거라고는 마법사 하나와 두 명의 뱀파이어 헌터.
|
||
|
||
그리고.
|
||
|
||
콰아앙!!
|
||
|
||
“갸아아아악!!!”
|
||
|
||
15마리의 흡혈귀뿐이었다.
|
||
|
||
“후우…….”
|
||
|
||
이안은 마도서를 소환하고, 반대 손에 권총을 쥔 채 천장에서 떨어져 내린 흡혈귀를 노려보았다.
|
||
|
||
흥겹게 울려오는 클럽 특유의 EDM 사운드가 심장 고동을 따라 베이스를 두드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