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67 lines
13 KiB
Markdown
267 lines
13 KiB
Markdown
|
||
아침.
|
||
|
||
이안은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털며 천천히 침대 위로 몸을 일으켰다.
|
||
|
||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 2번째 마도서를 얻었다고 해서 정신이 곧바로 회까닥 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재창조의 손길은 적합성이 높아서 미치지 않는다고 했었지만, 심해견문록에는 따로 그런 내용이 적혀 있지 않았으니.
|
||
|
||
페이지를 뒤져보면 찾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좀 바쁜 날이었다. 그는 냉수를 들이켜며 수마를 떨쳐내고, 샤워를 한 뒤 집을 나왔다.
|
||
|
||
휴대폰을 꺼내서 어제 봐두었던 동물병원의 주소를 확인한다.
|
||
|
||
물리적으로 가깝지는 않은 거리지만, 그나마 근처에 있는 지점 중에서는 제일 가까웠다. 이안은 택시를 잡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
||
|
||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
||
|
||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은 병원은 영업준비로 한창 바빠 보였다. 간호사들이 무언가를 준비하고, 의사가 가운을 걸치며 기지개를 켜는 게 창문 너머로 고스란히 비친다.
|
||
|
||
“흠흠.”
|
||
|
||
이안은 한 차례 목을 가다듬은 뒤, 병원의 문을 벌컥 열었다.
|
||
|
||
“어라?”
|
||
|
||
딸랑, 거리는 종소리에 직원들의 시선이 이안을 향해 돌아간다. 동물들을 위한 사료를 세팅하고 있던 간호사 한 명이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응시했다.
|
||
|
||
“아, 손님. 아직은 영업시간이 아니라서요. 한 30분 후에 다시 찾아와주실 수 있을까요?”
|
||
|
||
이안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카르텔 어플을 들이밀었다.
|
||
|
||
그 순간, 간호사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그녀는 허리를 숙이며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
|
||
|
||
“실례했습니다. 안내는 안쪽에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따라오십시오.”
|
||
|
||
“병원 전체가 카르텔 직원으로 이루어진 모양이군.”
|
||
|
||
“그렇습니다. 딱히 특별한 일도 아니지요.”
|
||
|
||
앞장 서서 걷는 그녀를 따라 병원 내부로 들어간다. 직원들은 그에게 눈빛 하나 주지 않았다.
|
||
|
||
지하로 내려가는 문을 열고, 계단을 타서 지하실에 발을 들인다.
|
||
|
||
푸른빛이 점멸하는 지하실. 금고가 사방에 가득하고, 기괴하게 생긴 동물이 케이지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 간호사는 이안을 소파로 안내하며 홍차 한 잔을 타 그에게 슥 내밀었다.
|
||
|
||
“어떤 의뢰를 해결하셨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
||
|
||
“폐도서관. 마법사 전용 의뢰.”
|
||
|
||
“확인되셨습니다. 작성한 규칙서를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
||
|
||
그렇게 했다.
|
||
|
||
간호사는 이안이 건네준 규칙서를 빠르게 확인하고 고개를 주억였다.
|
||
|
||
“총 15개의 규칙이군요. 기본금 1억에 추가금 1억 5천. 총 2억 5천입니다. 거금이군요.”
|
||
|
||
“카르텔 입장에서도 그 정도로 많은 보수인가?”
|
||
|
||
“마법사가 아닌 분들을 기준으론 많지요. 물론 미지의 장소로 마법사님을 보내는데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다만 규칙을 이렇게 많이 작성한 것은 처음 보는 일입니다. 하물며 그 규칙이 쉬워 보이지도 않고요. 어떻게 하신 겁니까?”
|
||
|
||
이안은 웃으면서 홍차를 들이켰다.
|
||
|
||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보수는 계좌로 받지.”
|
||
|
||
“알겠습니다. 마법사님 명의의 계좌로 보내면 되겠습니까? 아니면 카르텔 쪽 계좌?”
|
||
|
||
“카르텔 계좌라는 게 있나?”
|
||
|
||
이안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간호사가 고개를 주억였다.
|
||
|
||
“사용해도 내역이 찍히지 않고, 카르텔 상점을 이용할 때마다 할인이 적용되는 계좌입니다. 만들지 않았다면, 오늘 개설하시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카드도 같이 제공됩니다.”
|
||
|
||
“내역이 찍히지 않는다는 건 추적당할 일도 없다는 것 같은데.”
|
||
|
||
“그렇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사용하시죠.”
|
||
|
||
“개설 비용은?”
|
||
|
||
“카드와 계좌까지 합쳐서 총 1억입니다. 또한 계좌 신설부터 3개월 동안 인뎀니스 이용이 무료로 가능합니다.”
|
||
|
||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1억이라는 거금이 들어가는 건 조금 그랬지만, 안전 운행 서비스가 무료로 가능하다는 것만 해도 의뢰 해결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
|
||
|
||
무제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나름 솔깃했고, 무엇보다 추적을 피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
||
|
||
뭐만 하면 전산 정보에 기록되어 추적당하기 쉬운 세상이다. 휴대폰은 대모 덕분에 안심할 수 있었지만, 다른 것들은 아직 안심하기 일렀다.
|
||
|
||
자의식과잉이라는 건 이안도 잘 알고 있었다. 관리국에선 딱히 관심도 없는데, 혼자 섀도복싱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
||
|
||
그래도 조심해서 손해 볼 것은 없었다. 그는 간호사를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
“개설하지. 입금은 그쪽으로 바로 해줘.”
|
||
|
||
“알겠습니다. 계좌 신설을 축하드립니다. 해당 계좌와 이어진 카드로 카르텔 물품 구매 시 약 10퍼센트의 할인이 들어가며, 2천만 원 이상 사용 시 5백만 원 이하의 상품을 하나 서비스로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이 혜택은 딱 한 번만 이용이 가능합니다.”
|
||
|
||
“좋네. 조심해야 할 건?”
|
||
|
||
“달마다 최소 5백만 원 이상의 금액은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신체에서 그와 비슷한 가치를 가지는 장기를 꺼내갈 것입니다.”
|
||
|
||
“……그것부터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
||
|
||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신입이라서. 원치 않으시면, 개설을 취소하겠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
|
||
간호사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안은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
||
|
||
“아니, 그냥 그대로 개설해.”
|
||
|
||
달에 5백만 원이라는 돈을 사용해야 하기는 하지만, 고작 그것 때문에 다른 혜택들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
||
|
||
예전이라면 기함을 토했을지도 모르나 수입원이 생긴 지금은 아니다. 마법사가 되고 한 달이 조금 지났는데, 벌써 통장에 2억에 가까운 돈이 생겼으니.
|
||
|
||
앞으로 계속 일한다고 가정하면 5백만 원이 아예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 충분히 낼 수 있다.
|
||
|
||
‘뭣하면 괴이들로 만든 정제품이라도 구매하면 되겠지.’
|
||
|
||
하나당 몇백은 가볍게 남는 신비의 부산물들. 그것들만 구매해도 조건은 충분히 채울 수 있다.
|
||
|
||
“알겠습니다. 그럼 개설하겠습니다. 개설에는 총 3시간이 소모되며 카드는 자택으로 배송될 것입니다. 아니면 여기서 직접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
||
|
||
“직접 받지.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테니까 끝나면 연락해.”
|
||
|
||
“알겠습니다. 연락은 어플을 통해서 하면 되겠습니까?”
|
||
|
||
“그래.”
|
||
|
||
“확인했습니다. 출구는 후문입니다. 2시간 후에 뵙겠습니다.”
|
||
|
||
이안은 고개를 끄덕여주고, 계단을 올라와 후문으로 나갔다. 주차장 옆에 마련된 흡연장에서 담배 하나를 태우며 그가 휴대폰을 꺼냈다.
|
||
|
||
‘근처에 뭐 있지.’
|
||
|
||
3시간이라는 애매한 시간 탓에 집이나 공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힘들다. 자투리로 의뢰를 해결하는 것도 불가능. 그냥 근처에 있는 카페나 PC방에서 잠깐 쉬어야 할 듯싶었다.
|
||
|
||
다행히 병원과 가까운 거리에 PC방이 하나 있었다. 이안은 꽁초를 재떨이에 버리고, 직접 발걸음을 옮겨 PC방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들어오는 곳이지만, 분위기는 제법 친숙했다.
|
||
|
||
익숙하게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하고, 적당히 영상을 틀어놓은 채 휴대폰으로 커뮤니티를 들여다본다.
|
||
|
||
[야 근데 니들 마법사 경력 얼마나 되냐? 일단 나는 3년임.]
|
||
|
||
[유니콘사랑개]
|
||
|
||
마도서 주운 지 한 그쯤 된 것 같음. 니들은 어떰?
|
||
|
||
[추천 0][비추천 0]
|
||
|
||
[댓글]
|
||
|
||
-심각한마법중독자: 나는 8년이다. 제법 오래되었군.
|
||
|
||
-딸기요거트스무디: 나는 아직 6개월이다에요. 에큥.
|
||
|
||
ㄴ유니콘사랑개: 미친 좆뉴비였군. 근데 말본새가 그따위였음?
|
||
|
||
ㄴ딸기요거트스무디: ㅎㅎ 조오까라에요! 터트려버린다에요!
|
||
|
||
-★대모: 저는 10년이네요.
|
||
|
||
ㄴ유니콘사랑개: 씹련 ㅋㅋㅋ
|
||
|
||
ㄴ★대모: ?
|
||
|
||
ㄴㅇㅇ(112.415): 아 시발, 내가 미안해. 차단 풀어줘.
|
||
|
||
ㄴ★대모: (마법사 따봉 콘)
|
||
|
||
[경력,자랑하는게.퍽귀엽,구나!]
|
||
|
||
[스윗한할아버지]
|
||
|
||
나는,벌써40년,째다!
|
||
|
||
[추천 3][비추천 3]
|
||
|
||
[댓글]
|
||
|
||
-할배 슬슬 뒤질 때 안 됨?
|
||
|
||
ㄴ스윗한할아버지: 아직,한창이다,이놈아!
|
||
|
||
ㄴ고려장 마렵네.
|
||
|
||
ㄴ스윗할아버지: 예끼,이놈!! 너,내제자지!
|
||
|
||
ㄴ앗.
|
||
|
||
늘 그렇듯이 똥글이 난무하고, 그 사이로 정보글들이 몇 개 보인다. 이안은 가만히 앉아서 그것들을 둘러보다가 글 하나를 새로 작성했다.
|
||
|
||
[얘들아, 나 마도서 하나 더 주웠다.]
|
||
|
||
[ㅇㅇ]
|
||
|
||
갑자기 하나 나타나서 강제 간택당함.
|
||
|
||
혹시 나 같은 마붕이 더 있음? 아니면 역사적으로 그런 사례가 있나?
|
||
|
||
글을 남기고 댓글이 달릴 때까지 잠깐 인터넷을 뒤졌다. 중고 바이크나 자동차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
||
|
||
인뎀니스의 무료 이용권을 받기는 했으나 의뢰를 갈 때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는 없었다. 거리가 말도 안 되게 멀다면 비행기나 기차를 타겠지만, 그게 아닌 이상 직접 운전해서 가는 게 훨씬 나았다. 택시 비용도 무시할 게 아니다.
|
||
|
||
물론 크게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돈이 생긴 이상 자가용 하나는 마련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
||
|
||
“흐음.”
|
||
|
||
너무 비싼 물건들은 굳이 건드리지 않는다.
|
||
|
||
통장에 억대가 생기기는 했으나 관리비나 월세, 생활비, 마법 용품 구매비 등등을 포함하면 금방 나가는 돈이다. 일단 원룸을 나와서 다른 집을 구하는 게 먼저니, 이동 수단에 큰돈을 집어넣을 수는 없었다.
|
||
|
||
‘개인적으로는 바이크가 나을 것 같은데. 들고 다니는 물품도 없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니까.’
|
||
|
||
다만 바이크의 위험성을 생각해 보면 또 차가 더 낫기는 하다.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마법이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오토바이보다 차가 더 안전하다.
|
||
|
||
결국 장단점이 있는 것이다. 이안은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면서 침음성을 흘렸다.
|
||
|
||
그러기를 한참, 점심으로 시킨 라면이 도착했다.
|
||
|
||
적당히 허기진 위장을 라면으로 달래면서 작성한 글의 댓글을 확인한다.
|
||
|
||
[댓글]
|
||
|
||
-마도서가 2개라고? 이런 시발, 정신 나간 새끼.
|
||
|
||
-마도서를 2개 지닌 마법사가 없던 건 아닌데, 굉장히 희귀하다. 아마 내가 알기로 지금 시계탑의 주인이 2개인 걸로 아는데.
|
||
|
||
-개시발! 나는 찾아도 못 본 건데 왜 너만!!!!
|
||
|
||
ㄴ딸기요거트스무디: 마도서도 얼굴 본다에요. 킥킥이다에요.
|
||
|
||
ㄴ어디 사냐 시발련아.
|
||
|
||
-심해아귀: 마도서 2개? 다른 마법사들 표적 되기 딱 좋네.
|
||
|
||
-테이밍마스터: 그런 정보 함부로 뿌리지 마. 과거부터 지금까지 마도서를 2개 이상 보유한 마법사는 세 명도 안 된다.
|
||
|
||
-마도서들 기싸움 지린다고 시계탑 주인이 말했는데, 그거 못 버티면 오히려 네가 죽는다? 나이스 보트 엔딩임 ㅇㅇ
|
||
|
||
ㄴ(나누자 콘)
|
||
|
||
-ZI존짱짱쎈: 현대에는 시계탑 주인 한 명만 마도서를 두 개 보유하고 있음. 딱히 가지고 있다고 위험하지는 않은데, 마도서 사이의 관계를 조율해야 함. 윗댓 말처럼 기싸움 통제 못 하면 네가 죽어.
|
||
|
||
ㄴZI존짱짱쎈: 마도서가 마법사의 영원한 친구이자 보물인 건 맞음. 그렇다고 인간을 위하는 성자는 아님. 자기 주인 뺏길 것 같으면 그냥 너 죽고 나 죽자 스탠스 들어감.
|
||
|
||
ㄴ(성자라도 상대하는 줄 알았냐 콘)
|
||
|
||
ㄴ아니 이거 완전 얀데레 멘헤라잖아. 모든 마도서는 지뢰미소녀였던 거냐?
|
||
|
||
ㄴZI존짱짱쎈: 눈을 떴구나. 책박이 갤로 오거라.
|
||
|
||
“…….”
|
||
|
||
댓글을 읽은 이안이 옆자리에 놓아둔 가방을 응시했다.
|
||
|
||
가방 안에서 싸우는 건지, 계속해서 진동하는 두 마도서의 기운이 그대로 느껴진다.
|
||
|
||
살벌하다기보단 유치하기 그지없는 싸움. 딱히 위협적으로 다가오지도 않고, 그냥 어린아이들의 투정 섞인 싸움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데. 이것들이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고?
|
||
|
||
“……쓰읍.”
|
||
|
||
이안은 슬쩍 가방을 열어 딱 달라붙어 있는 두 마도서를 가볍게 쓸어주었다. 그러자 마도서들이 진정하고 그의 손에 몸을 비볐다.
|
||
|
||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은데.”
|
||
|
||
그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마도서의 표지를 살살 긁어주었다.
|
||
|
||
[우웅…….]
|
||
|
||
[우우웅…….]
|
||
|
||
상반되는 두 책이 기분 좋다는 듯 진동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