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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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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이안은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털며 천천히 침대 위로 몸을 일으켰다.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 2번째 마도서를 얻었다고 해서 정신이 곧바로 회까닥 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재창조의 손길은 적합성이 높아서 미치지 않는다고 했었지만, 심해견문록에는 따로 그런 내용이 적혀 있지 않았으니.

페이지를 뒤져보면 찾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좀 바쁜 날이었다. 그는 냉수를 들이켜며 수마를 떨쳐내고, 샤워를 한 뒤 집을 나왔다.

휴대폰을 꺼내서 어제 봐두었던 동물병원의 주소를 확인한다.

물리적으로 가깝지는 않은 거리지만, 그나마 근처에 있는 지점 중에서는 제일 가까웠다. 이안은 택시를 잡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은 병원은 영업준비로 한창 바빠 보였다. 간호사들이 무언가를 준비하고, 의사가 가운을 걸치며 기지개를 켜는 게 창문 너머로 고스란히 비친다.

“흠흠.”

이안은 한 차례 목을 가다듬은 뒤, 병원의 문을 벌컥 열었다.

“어라?”

딸랑, 거리는 종소리에 직원들의 시선이 이안을 향해 돌아간다. 동물들을 위한 사료를 세팅하고 있던 간호사 한 명이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응시했다.

“아, 손님. 아직은 영업시간이 아니라서요. 한 30분 후에 다시 찾아와주실 수 있을까요?”

이안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카르텔 어플을 들이밀었다.

그 순간, 간호사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그녀는 허리를 숙이며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안내는 안쪽에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따라오십시오.”

“병원 전체가 카르텔 직원으로 이루어진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딱히 특별한 일도 아니지요.”

앞장 서서 걷는 그녀를 따라 병원 내부로 들어간다. 직원들은 그에게 눈빛 하나 주지 않았다.

지하로 내려가는 문을 열고, 계단을 타서 지하실에 발을 들인다.

푸른빛이 점멸하는 지하실. 금고가 사방에 가득하고, 기괴하게 생긴 동물이 케이지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 간호사는 이안을 소파로 안내하며 홍차 한 잔을 타 그에게 슥 내밀었다.

“어떤 의뢰를 해결하셨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폐도서관. 마법사 전용 의뢰.”

“확인되셨습니다. 작성한 규칙서를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했다.

간호사는 이안이 건네준 규칙서를 빠르게 확인하고 고개를 주억였다.

“총 15개의 규칙이군요. 기본금 1억에 추가금 1억 5천. 총 2억 5천입니다. 거금이군요.”

“카르텔 입장에서도 그 정도로 많은 보수인가?”

“마법사가 아닌 분들을 기준으론 많지요. 물론 미지의 장소로 마법사님을 보내는데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다만 규칙을 이렇게 많이 작성한 것은 처음 보는 일입니다. 하물며 그 규칙이 쉬워 보이지도 않고요. 어떻게 하신 겁니까?”

이안은 웃으면서 홍차를 들이켰다.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보수는 계좌로 받지.”

“알겠습니다. 마법사님 명의의 계좌로 보내면 되겠습니까? 아니면 카르텔 쪽 계좌?”

“카르텔 계좌라는 게 있나?”

이안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간호사가 고개를 주억였다.

“사용해도 내역이 찍히지 않고, 카르텔 상점을 이용할 때마다 할인이 적용되는 계좌입니다. 만들지 않았다면, 오늘 개설하시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카드도 같이 제공됩니다.”

“내역이 찍히지 않는다는 건 추적당할 일도 없다는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사용하시죠.”

“개설 비용은?”

“카드와 계좌까지 합쳐서 총 1억입니다. 또한 계좌 신설부터 3개월 동안 인뎀니스 이용이 무료로 가능합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1억이라는 거금이 들어가는 건 조금 그랬지만, 안전 운행 서비스가 무료로 가능하다는 것만 해도 의뢰 해결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

무제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나름 솔깃했고, 무엇보다 추적을 피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뭐만 하면 전산 정보에 기록되어 추적당하기 쉬운 세상이다. 휴대폰은 대모 덕분에 안심할 수 있었지만, 다른 것들은 아직 안심하기 일렀다.

자의식과잉이라는 건 이안도 잘 알고 있었다. 관리국에선 딱히 관심도 없는데, 혼자 섀도복싱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그래도 조심해서 손해 볼 것은 없었다. 그는 간호사를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개설하지. 입금은 그쪽으로 바로 해줘.”

“알겠습니다. 계좌 신설을 축하드립니다. 해당 계좌와 이어진 카드로 카르텔 물품 구매 시 약 10퍼센트의 할인이 들어가며, 2천만 원 이상 사용 시 5백만 원 이하의 상품을 하나 서비스로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이 혜택은 딱 한 번만 이용이 가능합니다.”

“좋네. 조심해야 할 건?”

“달마다 최소 5백만 원 이상의 금액은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신체에서 그와 비슷한 가치를 가지는 장기를 꺼내갈 것입니다.”

“……그것부터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신입이라서. 원치 않으시면, 개설을 취소하겠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간호사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안은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아니, 그냥 그대로 개설해.”

달에 5백만 원이라는 돈을 사용해야 하기는 하지만, 고작 그것 때문에 다른 혜택들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예전이라면 기함을 토했을지도 모르나 수입원이 생긴 지금은 아니다. 마법사가 되고 한 달이 조금 지났는데, 벌써 통장에 2억에 가까운 돈이 생겼으니.

앞으로 계속 일한다고 가정하면 5백만 원이 아예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 충분히 낼 수 있다.

‘뭣하면 괴이들로 만든 정제품이라도 구매하면 되겠지.

하나당 몇백은 가볍게 남는 신비의 부산물들. 그것들만 구매해도 조건은 충분히 채울 수 있다.

“알겠습니다. 그럼 개설하겠습니다. 개설에는 총 3시간이 소모되며 카드는 자택으로 배송될 것입니다. 아니면 여기서 직접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직접 받지.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테니까 끝나면 연락해.”

“알겠습니다. 연락은 어플을 통해서 하면 되겠습니까?”

“그래.”

“확인했습니다. 출구는 후문입니다. 2시간 후에 뵙겠습니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여주고, 계단을 올라와 후문으로 나갔다. 주차장 옆에 마련된 흡연장에서 담배 하나를 태우며 그가 휴대폰을 꺼냈다.

‘근처에 뭐 있지.

3시간이라는 애매한 시간 탓에 집이나 공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힘들다. 자투리로 의뢰를 해결하는 것도 불가능. 그냥 근처에 있는 카페나 PC방에서 잠깐 쉬어야 할 듯싶었다.

다행히 병원과 가까운 거리에 PC방이 하나 있었다. 이안은 꽁초를 재떨이에 버리고, 직접 발걸음을 옮겨 PC방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들어오는 곳이지만, 분위기는 제법 친숙했다.

익숙하게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하고, 적당히 영상을 틀어놓은 채 휴대폰으로 커뮤니티를 들여다본다.

[야 근데 니들 마법사 경력 얼마나 되냐? 일단 나는 3년임.]

[유니콘사랑개]

마도서 주운 지 한 그쯤 된 것 같음. 니들은 어떰?

[추천 0][비추천 0]

[댓글]

-심각한마법중독자: 나는 8년이다. 제법 오래되었군.

-딸기요거트스무디: 나는 아직 6개월이다에요. 에큥.

ㄴ유니콘사랑개: 미친 좆뉴비였군. 근데 말본새가 그따위였음?

ㄴ딸기요거트스무디: ㅎㅎ 조오까라에요! 터트려버린다에요!

-★대모: 저는 10년이네요.

ㄴ유니콘사랑개: 씹련 ㅋㅋㅋ

ㄴ★대모: ?

ㄴㅇㅇ(112.415): 아 시발, 내가 미안해. 차단 풀어줘.

ㄴ★대모: (마법사 따봉 콘)

[경력,자랑하는게.퍽귀엽,구나!]

[스윗한할아버지]

나는,벌써40년,째다!

[추천 3][비추천 3]

[댓글]

-할배 슬슬 뒤질 때 안 됨?

ㄴ스윗한할아버지: 아직,한창이다,이놈아!

ㄴ고려장 마렵네.

ㄴ스윗할아버지: 예끼,이놈!! 너,내제자지!

ㄴ앗.

늘 그렇듯이 똥글이 난무하고, 그 사이로 정보글들이 몇 개 보인다. 이안은 가만히 앉아서 그것들을 둘러보다가 글 하나를 새로 작성했다.

[얘들아, 나 마도서 하나 더 주웠다.]

[ㅇㅇ]

갑자기 하나 나타나서 강제 간택당함.

혹시 나 같은 마붕이 더 있음? 아니면 역사적으로 그런 사례가 있나?

글을 남기고 댓글이 달릴 때까지 잠깐 인터넷을 뒤졌다. 중고 바이크나 자동차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인뎀니스의 무료 이용권을 받기는 했으나 의뢰를 갈 때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는 없었다. 거리가 말도 안 되게 멀다면 비행기나 기차를 타겠지만, 그게 아닌 이상 직접 운전해서 가는 게 훨씬 나았다. 택시 비용도 무시할 게 아니다.

물론 크게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돈이 생긴 이상 자가용 하나는 마련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흐음.”

너무 비싼 물건들은 굳이 건드리지 않는다.

통장에 억대가 생기기는 했으나 관리비나 월세, 생활비, 마법 용품 구매비 등등을 포함하면 금방 나가는 돈이다. 일단 원룸을 나와서 다른 집을 구하는 게 먼저니, 이동 수단에 큰돈을 집어넣을 수는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바이크가 나을 것 같은데. 들고 다니는 물품도 없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니까.

다만 바이크의 위험성을 생각해 보면 또 차가 더 낫기는 하다.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마법이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오토바이보다 차가 더 안전하다.

결국 장단점이 있는 것이다. 이안은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면서 침음성을 흘렸다.

그러기를 한참, 점심으로 시킨 라면이 도착했다.

적당히 허기진 위장을 라면으로 달래면서 작성한 글의 댓글을 확인한다.

[댓글]

-마도서가 2개라고? 이런 시발, 정신 나간 새끼.

-마도서를 2개 지닌 마법사가 없던 건 아닌데, 굉장히 희귀하다. 아마 내가 알기로 지금 시계탑의 주인이 2개인 걸로 아는데.

-개시발! 나는 찾아도 못 본 건데 왜 너만!!!!

ㄴ딸기요거트스무디: 마도서도 얼굴 본다에요. 킥킥이다에요.

ㄴ어디 사냐 시발련아.

-심해아귀: 마도서 2개? 다른 마법사들 표적 되기 딱 좋네.

-테이밍마스터: 그런 정보 함부로 뿌리지 마. 과거부터 지금까지 마도서를 2개 이상 보유한 마법사는 세 명도 안 된다.

-마도서들 기싸움 지린다고 시계탑 주인이 말했는데, 그거 못 버티면 오히려 네가 죽는다? 나이스 보트 엔딩임 ㅇㅇ

ㄴ(나누자 콘)

-ZI존짱짱쎈: 현대에는 시계탑 주인 한 명만 마도서를 두 개 보유하고 있음. 딱히 가지고 있다고 위험하지는 않은데, 마도서 사이의 관계를 조율해야 함. 윗댓 말처럼 기싸움 통제 못 하면 네가 죽어.

ㄴZI존짱짱쎈: 마도서가 마법사의 영원한 친구이자 보물인 건 맞음. 그렇다고 인간을 위하는 성자는 아님. 자기 주인 뺏길 것 같으면 그냥 너 죽고 나 죽자 스탠스 들어감.

ㄴ(성자라도 상대하는 줄 알았냐 콘)

ㄴ아니 이거 완전 얀데레 멘헤라잖아. 모든 마도서는 지뢰미소녀였던 거냐?

ㄴZI존짱짱쎈: 눈을 떴구나. 책박이 갤로 오거라.

“…….”

댓글을 읽은 이안이 옆자리에 놓아둔 가방을 응시했다.

가방 안에서 싸우는 건지, 계속해서 진동하는 두 마도서의 기운이 그대로 느껴진다.

살벌하다기보단 유치하기 그지없는 싸움. 딱히 위협적으로 다가오지도 않고, 그냥 어린아이들의 투정 섞인 싸움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데. 이것들이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고?

“……쓰읍.”

이안은 슬쩍 가방을 열어 딱 달라붙어 있는 두 마도서를 가볍게 쓸어주었다. 그러자 마도서들이 진정하고 그의 손에 몸을 비볐다.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은데.”

그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마도서의 표지를 살살 긁어주었다.

[우웅…….]

[우우웅…….]

상반되는 두 책이 기분 좋다는 듯 진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