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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 의뢰를 처리하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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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리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겨왔다. 커플들이 사방에 가득하고, 가게 내부에서 캐롤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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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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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천애 고아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가 없었고, 보육원에서 평생을 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바로 자립하기는 했지만, 어린 시절은 모두 보육원에서 보냈다. 동심 가득한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도 전부 그곳에 두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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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 활동으로 찾아온 산타 코스플레이어. 그 사람이 주는 양말 한 켤레를 받고 좋아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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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모두 과거의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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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그립지는 않았다. 하느님을 섬기는 보육원이라서 생활이 되게 빡빡했던 터라, 굳이 따지자면 지금 생활이 더욱 나았다. 설마 소설에나 나올 법한 마법사가 되어 세상의 이면에 몸을 담그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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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참 특이했다. 이안은 픽 웃으며 믹스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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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죄송합니다. 제가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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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던 부동산 가게 사장님이 청포도 사탕 하나를 건네주며 이안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안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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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슬슬 대학생들이 자취방을 미리 알아볼 시기니 바쁜 것도 이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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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부동산 중개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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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돈이 생긴 김에 공방 하나를 구하기 위해서 직접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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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로 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어플에 올라오는 매물은 전부 다 가격이 심상치 않아서 포기했다. 정 괜찮은 매물이 없으면 거기서 구해야겠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해볼 생각이었다. 직접 발로 뛰어다니는 것도 그 일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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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보다 미리 말씀해 주셨던 조건 말입니다만, 다행히 몇 개 추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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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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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 여기 제가 따로 정리한 리스트입니다. 한번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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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 이안을 향해 프린트한 종이를 내밀었다. 이안은 들고 있던 종이컵을 내려놓고 리스트를 꼼꼼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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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원하는 건 일단 값이 싸고,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으며 너무 좁지도 않은 원룸 내지는 오피스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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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까다롭기는 하지만, 공방으로 쓸 거면 그 정도는 따져야만 했다. 괜히 연금술을 시도하다 일반인들에게 걸릴 바에야, 아예 그런 위험이 찾아오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게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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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이야 싸면 쌀수록 좋은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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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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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의 검은색 눈동자가 올라온 매물의 조건과 가격을 훑으며 천천히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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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은 다 나쁘지 않지만, 가격이 이상할 정도로 높다. 미련 없이 리스트를 한 장 넘기고 다음 장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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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가격이 조금 내려간 대신 방의 크기가 애매했다.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재료만 쌓아놓아도 좁아터질 것 같은 원룸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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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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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마지막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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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조건에서 애매한 매물들만 쭉 나열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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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마음에 드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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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안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리스트를 닫으려던 순간, 가장 아래쪽에 있는 매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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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세워진 오피스텔 건물. 평수가 제법 넓고, 방도 여러 개인 데다가 기본적인 옵션 또한 상당히 많았다. 그런 주제에 보증금이 5,000도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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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을 넘어서 사기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독보적인 매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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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해당 오피스텔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부동산 사장을 향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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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왜 이렇게 싼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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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오피스텔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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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난처하다는 듯 말끝을 흐리다가, 이내 즉석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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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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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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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되물었다. 사장이 고개를 주억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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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에. 이 근방에선 유명합니다. 1층 경비원 귀신부터 시작해서 복도 귀신, 엘리베이터 귀신, 지박령 등등등. 아주 그냥 귀신 빌딩입니다, 귀신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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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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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동안 주민을 8번 받았는데, 그 8명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그 뒤로는 아예 입주하는 주민이 사라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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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용케 빌딩이 유지되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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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가 돈이 많은 모양이죠. 아무튼, 저는 거기 추천 안 합니다. 무당도 거기 들어갔다가 역으로 죽었어요. 이거 진짜입니다. 농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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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경고했다. 이안은 잠깐 고민하다가,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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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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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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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 뒤집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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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책임 안 집니다! 진짜 안 져요! 나중에 왜 안 말렸냐고 뭐라 하지 마세요,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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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합니다. 집주인이랑 만나서 직접 이야기나 좀 해볼 테니, 연락처만 알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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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뭐라뭐라 중얼거리더니, 이안에게 번호 하나를 넘겨주었다. 이안은 부동산을 나와서 곧장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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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신음이 세 번 울린 후, 집주인이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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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거기 빈방 계약 좀 하려고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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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은 연락을 받자마자 근처 카페에서 보자는 말을 남겼다. 다행히 손님은 별로 없는 카페라서, 이안은 적당히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집주인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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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중년 여성 한 명이 카페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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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안을 발견하고 그의 맞은편 자리로 다가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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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피스텔 주인 맞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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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소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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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계약은 거기 부동산? 어플? 어디서 보고 온 건지 모르겠지만 거기 나온 대로 해요. 입주는 당장 오늘부터도 가능하니까, 언제든지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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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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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서류는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그냥 몸만 와요. 나 이제 귀신들 소리 듣는 것도 지긋지긋해! 사람 좀 보고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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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눈을 희번득하게 뜨며 이안을 노려보았다. 잔뜩 충혈된 눈동자에 그의 모습이 고스란히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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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면 조건도 더 좋게 해줄게! 보증금? 월세? 말만 해! 더 깎아줄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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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단 알겠고요. 잠깐 진정 좀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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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대로 살다 간 진짜 죽을 것 같아서 그래! 제발, 제발 총각이라도 들어와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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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건 글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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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속으로 혀를 차며 열변을 토하는 집주인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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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풀린 눈동자. 충혈된 눈자위. 물어뜯은 듯 피딱지가 앉은 손가락과 불어 터진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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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나 정상적인 곳이 없었다. 미쳐도 진즉에 미쳐버렸다는 뜻이다. 적어도 멀쩡한 대화는 불가능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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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귀신이랑 부대끼며 살았는데 멀쩡하기를 바라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이안은 한숨을 푹 내쉬며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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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미쳤다고 해서 바로 포기할 정도로 애매한 매물은 또 아니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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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서 이런 조건과 가격으로 비슷한 방은 못 구한다. 그냥 적당히 집주인의 비위에 맞춰주면서 지내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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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사겸사 건물에 있는 귀신은 처리해서 소재로 알뜰하게 써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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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최근 재료가 떨어지는 중이었다. 이럴 때 잔뜩 쟁여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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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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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하겠습니다. 처리해 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처리해 주십시오. 돈은 그 후에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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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총각 고마워! 내가 진짜 총각한테 유리한 조건들로만 꽉꽉 채워서 챙겨줄게! 자살하거나 갑자기 집을 나가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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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럽니다. 그보다 집은 지금 바로 구경해봐도 되겠습니까? 혼자서 둘러보고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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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의 물음에, 집주인은 흔쾌히 그러라는 답변을 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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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카페를 나온 그가 곧바로 오피스텔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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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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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건물에 도착했다. 그와 동시에 보이는 것은 으리으리한 빌딩과 창문에 잔뜩 붙어있는 잡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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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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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은 하나 같이 입술을 뻐끔거리며 그리 말하고 있었다. 살벌한 풍경이지만, 이안은 망설임 없이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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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등이 그의 등장에 빛을 머금는다. 하지만 곧 다시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이안은 주변에 있는 CCTV의 위치를 확인하고, 사각지대에 서서 가만히 귀신의 등장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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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은 그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깜빡이는 전등 밑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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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소복을 입고, 얼굴이 아스팔트에 갈린 것처럼 아작 난 여자 귀신이었다. 그녀는 이안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히죽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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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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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그녀가 이안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왔다. 그녀의 뒤쪽 작은 모퉁이에서 다른 잡귀들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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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어떻게 죽을지 기대하는 듯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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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당황하는 대신 마도서를 소환. 그대로 달려오는 귀신의 영체에 손을 대어 주문을 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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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태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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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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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형체가 으스러졌다. 작은 구체로 변모한 그것을 주워 든 이안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주머니에 쏙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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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곤 모퉁이 너머의 귀신들을 응시하면서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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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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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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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말을 내뱉자 귀신들이 혼비백산하며 도망쳤다. 이안은 코트 속으로 마도서를 숨긴 채, 그들을 쫓아 복도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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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아아악!! 미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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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아직 밤은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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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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