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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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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 의뢰를 처리하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 거리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겨왔다. 커플들이 사방에 가득하고, 가게 내부에서 캐롤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옛날 생각나네.

이안은 천애 고아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가 없었고, 보육원에서 평생을 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바로 자립하기는 했지만, 어린 시절은 모두 보육원에서 보냈다. 동심 가득한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도 전부 그곳에 두고 나왔다.

봉사 활동으로 찾아온 산타 코스플레이어. 그 사람이 주는 양말 한 켤레를 받고 좋아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이제는 모두 과거의 추억이었다.

딱히 그립지는 않았다. 하느님을 섬기는 보육원이라서 생활이 되게 빡빡했던 터라, 굳이 따지자면 지금 생활이 더욱 나았다. 설마 소설에나 나올 법한 마법사가 되어 세상의 이면에 몸을 담그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다.

인생 참 특이했다. 이안은 픽 웃으며 믹스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이야, 죄송합니다. 제가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때,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던 부동산 가게 사장님이 청포도 사탕 하나를 건네주며 이안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안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슬슬 대학생들이 자취방을 미리 알아볼 시기니 바쁜 것도 이해가 됩니다.”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부동산 중개업소.

그는 돈이 생긴 김에 공방 하나를 구하기 위해서 직접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플로 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어플에 올라오는 매물은 전부 다 가격이 심상치 않아서 포기했다. 정 괜찮은 매물이 없으면 거기서 구해야겠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해볼 생각이었다. 직접 발로 뛰어다니는 것도 그 일환이었다.

“하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보다 미리 말씀해 주셨던 조건 말입니다만, 다행히 몇 개 추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네네. 여기 제가 따로 정리한 리스트입니다. 한번 확인해 보세요.”

사장이 이안을 향해 프린트한 종이를 내밀었다. 이안은 들고 있던 종이컵을 내려놓고 리스트를 꼼꼼히 살폈다.

그가 원하는 건 일단 값이 싸고,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으며 너무 좁지도 않은 원룸 내지는 오피스텔이었다.

좀 까다롭기는 하지만, 공방으로 쓸 거면 그 정도는 따져야만 했다. 괜히 연금술을 시도하다 일반인들에게 걸릴 바에야, 아예 그런 위험이 찾아오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게 나았다.

값이야 싸면 쌀수록 좋은 거고.

“흐음…….”

이안의 검은색 눈동자가 올라온 매물의 조건과 가격을 훑으며 천천히 내려간다.

조건은 다 나쁘지 않지만, 가격이 이상할 정도로 높다. 미련 없이 리스트를 한 장 넘기고 다음 장을 확인한다.

이번에는 가격이 조금 내려간 대신 방의 크기가 애매했다.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재료만 쌓아놓아도 좁아터질 것 같은 원룸들이 가득하다.

이것도 넘어간다.

이윽고 마지막 페이지.

모든 조건에서 애매한 매물들만 쭉 나열되어 있었다.

안타깝게도 마음에 드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이안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리스트를 닫으려던 순간, 가장 아래쪽에 있는 매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안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세워진 오피스텔 건물. 평수가 제법 넓고, 방도 여러 개인 데다가 기본적인 옵션 또한 상당히 많았다. 그런 주제에 보증금이 5,000도 안 한다.

비정상을 넘어서 사기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독보적인 매물이다.

이안은 해당 오피스텔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부동산 사장을 향해 물었다.

“여긴 왜 이렇게 싼 겁니까?”

“아, 그 오피스텔이요…….”

사장은 난처하다는 듯 말끝을 흐리다가, 이내 즉석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설명했다.

“거기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가득합니다.”

“……귀신이요?”

이안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되물었다. 사장이 고개를 주억였다.

“예에. 이 근방에선 유명합니다. 1층 경비원 귀신부터 시작해서 복도 귀신, 엘리베이터 귀신, 지박령 등등등. 아주 그냥 귀신 빌딩입니다, 귀신 빌딩.”

“…….”

“지난 1년 동안 주민을 8번 받았는데, 그 8명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그 뒤로는 아예 입주하는 주민이 사라졌지요.”

“……그런데도 용케 빌딩이 유지되고 있군요.”

“건물주가 돈이 많은 모양이죠. 아무튼, 저는 거기 추천 안 합니다. 무당도 거기 들어갔다가 역으로 죽었어요. 이거 진짜입니다. 농담 아니에요.”

사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경고했다. 이안은 잠깐 고민하다가, 웃으며 대답했다.

“여기로 하겠습니다.”

“아!”

사장이 뒤집어졌다.

“저 책임 안 집니다! 진짜 안 져요! 나중에 왜 안 말렸냐고 뭐라 하지 마세요, 진짜로!”

“안 합니다. 집주인이랑 만나서 직접 이야기나 좀 해볼 테니, 연락처만 알려주십시오.”

사장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뭐라뭐라 중얼거리더니, 이안에게 번호 하나를 넘겨주었다. 이안은 부동산을 나와서 곧장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착신음이 세 번 울린 후, 집주인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거기 빈방 계약 좀 하려고 하는데요.”

집주인은 연락을 받자마자 근처 카페에서 보자는 말을 남겼다. 다행히 손님은 별로 없는 카페라서, 이안은 적당히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집주인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년 여성 한 명이 카페로 들어왔다.

그녀는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안을 발견하고 그의 맞은편 자리로 다가가 앉았다.

“안녕하세요. 오피스텔 주인 맞으시죠?”

이안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소개가 아니었다.

“계, 계약은 거기 부동산? 어플? 어디서 보고 온 건지 모르겠지만 거기 나온 대로 해요. 입주는 당장 오늘부터도 가능하니까, 언제든지 와요.”

“어…… 예?”

“필요한 서류는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그냥 몸만 와요. 나 이제 귀신들 소리 듣는 것도 지긋지긋해! 사람 좀 보고 살고 싶어!”

그녀가 눈을 희번득하게 뜨며 이안을 노려보았다. 잔뜩 충혈된 눈동자에 그의 모습이 고스란히 비친다.

“원하면 조건도 더 좋게 해줄게! 보증금? 월세? 말만 해! 더 깎아줄 수도 있어!”

“그, 일단 알겠고요. 잠깐 진정 좀 하세요.”

“나, 이대로 살다 간 진짜 죽을 것 같아서 그래! 제발, 제발 총각이라도 들어와 줘!”

아, 이건 글렀군.

이안은 속으로 혀를 차며 열변을 토하는 집주인을 응시했다.

살짝 풀린 눈동자. 충혈된 눈자위. 물어뜯은 듯 피딱지가 앉은 손가락과 불어 터진 입술.

뭐 하나 정상적인 곳이 없었다. 미쳐도 진즉에 미쳐버렸다는 뜻이다. 적어도 멀쩡한 대화는 불가능한 상태였다.

하긴, 귀신이랑 부대끼며 살았는데 멀쩡하기를 바라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이안은 한숨을 푹 내쉬며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집주인이 미쳤다고 해서 바로 포기할 정도로 애매한 매물은 또 아니란 말이지.

어디 가서 이런 조건과 가격으로 비슷한 방은 못 구한다. 그냥 적당히 집주인의 비위에 맞춰주면서 지내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겸사겸사 건물에 있는 귀신은 처리해서 소재로 알뜰하게 써먹고.

안 그래도 최근 재료가 떨어지는 중이었다. 이럴 때 잔뜩 쟁여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결정을 내렸다.

“입주하겠습니다. 처리해 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처리해 주십시오. 돈은 그 후에 드리겠습니다.”

“……! 아이고, 총각 고마워! 내가 진짜 총각한테 유리한 조건들로만 꽉꽉 채워서 챙겨줄게! 자살하거나 갑자기 집을 나가면 안 돼!”

“안 그럽니다. 그보다 집은 지금 바로 구경해봐도 되겠습니까? 혼자서 둘러보고 싶은데요.”

이안의 물음에, 집주인은 흔쾌히 그러라는 답변을 돌려주었다.

그렇게 카페를 나온 그가 곧바로 오피스텔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얼마 지나지 않아 건물에 도착했다. 그와 동시에 보이는 것은 으리으리한 빌딩과 창문에 잔뜩 붙어있는 잡귀들이었다.

[어서 와.]

놈들은 하나 같이 입술을 뻐끔거리며 그리 말하고 있었다. 살벌한 풍경이지만, 이안은 망설임 없이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센서등이 그의 등장에 빛을 머금는다. 하지만 곧 다시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이안은 주변에 있는 CCTV의 위치를 확인하고, 사각지대에 서서 가만히 귀신의 등장을 기다렸다.

귀신은 그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깜빡이는 전등 밑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새하얀 소복을 입고, 얼굴이 아스팔트에 갈린 것처럼 아작 난 여자 귀신이었다. 그녀는 이안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히죽 미소를 머금었다.

[꺄하하하하하!!!]

곧 그녀가 이안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왔다. 그녀의 뒤쪽 작은 모퉁이에서 다른 잡귀들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이안이 어떻게 죽을지 기대하는 듯한 모양새다.

하지만 그는 당황하는 대신 마도서를 소환. 그대로 달려오는 귀신의 영체에 손을 대어 주문을 외었다.

“새롭게 태어나라.”

우드득!!

귀신의 형체가 으스러졌다. 작은 구체로 변모한 그것을 주워 든 이안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주머니에 쏙 집어넣었다.

그러곤 모퉁이 너머의 귀신들을 응시하면서 씩 웃었다.

“다음.”

[꺄아아아악!!]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말을 내뱉자 귀신들이 혼비백산하며 도망쳤다. 이안은 코트 속으로 마도서를 숨긴 채, 그들을 쫓아 복도를 달렸다.

[꺄아아아아아악!! 미친 인간이다!!!]

다행히 아직 밤은 길었다.

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