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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찾아온 두 방문객의 겉모습을 탐색하며 컵에 찬 물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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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총기류는 보이지 않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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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춤, 허벅지, 가슴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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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디에도 권총을 넣을 만한 공간은 보이지 않았다. 비정상적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온 곳도 없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무기류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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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이 가져온 가방 안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갑자기 그 안에서 총이나 칼을 꺼내 들 수도 있는 노릇이다. 무턱대고 그러지는 않겠지만,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무언가 확신을 느낀다면 곧장 태도를 바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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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되면 대화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마도서를 소환하고 대응하는 게 첫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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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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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인 경험은 없지만, 필요하다면 망설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도 여러 번 돌려보았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은 아니지만, 신비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정상적인 머리로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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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싫으면 죽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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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괴이에게도, 같은 인간에게도 통용되는 이야기였다. 예외라는 건 사치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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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죽인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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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귀가 될 생각은 없다. 일단 제압부터 하고, 그 뒤에 심문한 후 판단에 의거하여 처리해야 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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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다면 이안도 사람을 죽이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상대가 먼저 이빨을 드러내지 않는 이상, 살인은 최후의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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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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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정리하고 따라둔 물에 녹차 티백을 담갔다. 이안은 접시 위에 컵을 올려 테이블을 중심으로 앉아 있는 두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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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녹차입니다. 죄송합니다, 마땅히 대접해 드릴 게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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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괜찮습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건 저희니까요. 주시는 대로 감사히 먹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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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가 싱긋 웃으며 차를 홀짝거렸다. 그러고는 이안의 주머니에서 살짝 삐져나온 부적을 확인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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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이군요? 혹시 불교 신자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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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아닙니다. 그냥 최근 친구를 따라 무당집을 갔었는데, 거기서 곧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으니 부적 하나를 사라고 해서 속는 셈 치고 샀습니다. 그리 비싸지도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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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무속을 믿는 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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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입니다. 솔직히 헛소리를 하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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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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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한 차례 웃고 테이블 위에 양손을 포갰다. 여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방을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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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그 모든 움직임을 경계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그는 언제든지 마도서를 꺼내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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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가 그런 그를 향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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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말씀드린 대로 짧게 질문만 하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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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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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점장님이 말씀하시길, 신이안 씨가 편의점을 그렇게 망가트려 놓은 사람이 취객이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그게 사실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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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습니다. 좀 특이하게 생긴 여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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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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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말해보라는 듯, 그가 상체를 살짝 숙였다. 이안은 미리 머릿속에서 짜놓았던 이야기를 망설임 없이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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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은 좀 길었고, 키는 평범했습니다. 다만 비틀비틀 걸어 들어오는 게 딱 봐도 술에 취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시간대가 새벽이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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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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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편의점에 들어와서 물건을 고르기는커녕, 가만히 서서 저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무슨 귀신처럼요. 그래서 조금 쫄았는데, 갑자기 팔을 휘두르며 진열장을 망가트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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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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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당황해서 곧바로 그러면 안 된다며 카운터를 뛰쳐나갔습니다. 근데 가까이서 본 진열장이 아주 그냥 박살이 난 겁니다. 여자 혼자 날뛴 것 치고는 좀 심하게 부서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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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가 침묵했다. 여성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몸을 움직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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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괜찮다. 이안은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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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귀신 아닌가? 뭐 그런 거요. 흔한 일이지 않습니까. 혼자 있는 편의점에 갑자기 귀신이 들이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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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나오는 사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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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도 그런 건 줄 알고 순간 무서웠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서 여자에게 다가갔습니다. 근데 제가 다가가니까, 갑자기 그 사람이 발광을 하며 편의점 문을 부수고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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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몸으로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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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이야기는 이게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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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거기까지 말하고,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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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런 건 CCTV를 확인하면 다 알아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굳이 저한테까지 와서 물어볼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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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가 딱 그 순간에 고장이 났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얻을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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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혹시 진짜 귀신이라서 그런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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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맞을 수도 있죠. 다만 확실한 건, 그 취객이 저희가 쫓던 상습범이라는 사실입니다. 아직 근방은 못 벗어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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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는 그렇게 말하며 녹차를 전부 들이켰다. 그러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안에게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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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조 감사드립니다. 불미스러운 일로 고생이 많으실 텐데, 대접까지 해주시다니. 나중에 범인을 잡으면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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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예.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요. 딱히 크게 알려드린 건 없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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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거라도 주의 깊게 봐야죠. 아무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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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여성을 향해 눈짓했다. 여성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안을 향해 허리를 살짝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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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이안에게 가벼운 안부 인사를 전한 뒤, 현관문으로 걸어가 벗어둔 신발을 착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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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김민수가 이안을 돌아보며 툭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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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적. 좋은 물건이니까 가지고 계십시오. 그게 당신 목숨을 한번 살린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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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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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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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안의 되물음에 대답하는 대신 자취방을 떠났다. 이안은 잠깐 가만히 현관문 앞에 서 있다가, 픽 웃으며 부적을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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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물건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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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다 스러져가는 무당집에서 몇만 원 주고 산 물건인데. 좋기는 뭐가 좋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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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관리국의 시선을 한번 흘려냈으니, 그렇게 불필요한 지출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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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기지개를 쭉 켜고, 방으로 돌아가 마도서를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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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팔척과 관련된 일은 끝났다. 남은 건 원숭이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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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인 목격자를 낳은 팔척과 달리, 원숭이 꿈은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었다. 관리국에서도 이스라엘이랑 기독교 마도서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으니, 당분간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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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으로서는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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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유를 좀 즐기면서, 이서아가 카르텔과 관련된 정보를 건네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 듯싶었다. 모아 놓은 돈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며칠 동안 가만히 지내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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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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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손에 쥔 마도서를 가방에 넣고, 근처 마트에서 먹을 걸 사와 간단한 요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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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먹는 직접 만든 음식은 생각보다 먹을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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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이걸로 괜찮은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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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으로 돌아가는 승용차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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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를 잡은 여성이 김민수를 향해 물었다. 그는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창문에서 눈을 떼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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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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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렇게 쉽게 넘어간 거요. 기억 소거도 안 하고, 이야기만 듣고 온 게 잘한 건가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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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난 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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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는 픽 웃음을 터트리며 근처 카페에서 산 커피를 쪽쪽 빨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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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발언에 문제는 없었잖아. 기운이 애매하게 강해서 약하거나 강한 사람처럼 신비의 형태를 정확히 보지 못하는 인간. 많지는 않지만 드물게 존재하는 체질이야. 우리 관리국에도 한 명인가 두 명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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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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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리고 아마 팔척이 데미지를 입고 거기서 도망친 건, 그 사람이 지니고 있던 부적 덕분일 거야. 대충 봐도 퇴마의 부적이던데, 그럼 팔척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 정도는 가능하겠지. 아마 잡귀였으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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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서 요원이 혹시 마법사가 아닌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한 건 어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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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서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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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척귀신을 직접 때려잡은 대응과 3팀 소속 요원이다. 편의점에서부터 발생한 출혈을 직접 목격한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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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는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고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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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되게 머리 아픈 부탁인 거 알기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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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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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 여자 말대로 신이안? 그 남자가 마법사였다고 쳐. 그럼 우리 방금 대놓고 마법사의 거주지에 들어간 건데, 거기서 ‘당신 마법사죠?’라고 물어봤으면 우리 둘 다 뒈졌어. 조금이라도 의심하고 있는 티를 냈으면 그냥 죽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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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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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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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입을 다물었다. 김민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커피를 컵홀더에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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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아, 우리는 주제를 잘 알아야 해. 아무 능력도 없는 우리가 괴이에게서 살아남고 관리국에 들어왔는데, 요원 한 사람 말만 듣고 죽음을 각오할 수는 없잖아? 난 아직 죽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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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렇기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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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인류를 수호하겠다는 숭고한 뜻을 따라 죽는 거라면 또 모를까. 우리 거기서 죽었으면 그냥 개죽음이었어. 안 그래도 요즘 협상과 인원이 부족한데, 우리까지 죽을 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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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에요…… 요즘 업무가 좀 살인적이기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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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아가 관리국에 쌓여있는 서류들을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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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는 의자를 뒤로 젖히고, 차의 천장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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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뭐, 아마 마법사일 가능성은 낮을 거야. 명함 확인했잖아. 날 형사라고 알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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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그거 알아보는 건 마법사도 불가능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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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명함도 격리된 괴이의 부산물 중 하나야. 신비랑 마주쳤다는 자각이 있으면 관리국 명함이라는 걸 알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냥 아무 명함으로나 보이는 물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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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가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고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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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트릭을 알아차리고 블러핑을 친다는 건, 수준이 미쳐 돌아가는 마법사라는 뜻인데…… 그럼 우린 이미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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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능통한 마법사는 관리국의 눈치를 잘 보지 않는다.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할뿐더러, 시선을 끈다고 한들 도망칠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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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마법사들은 죄다 관리국의 눈치는 보지 않고 세상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참 정신 나간 족속들이지만, 그럴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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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신이안이 그런 마법사 중 하나였다면, 지금 나랑 민아의 머리는 몸뚱이와 분리되어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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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커피를 쭉 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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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상대가 마법사라는 의심은 할 필요 없어. 그 남자는 그냥 일반인이야, 일반인. 자기가 뭘 만났는지도 모르는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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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네요. 김이서 요원에게는 제가 따로 보고할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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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라. 유능한 후배를 두니 제법 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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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도 유능하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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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우리 페어가 좀 유능하기는 해.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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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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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으로 돌아가는 차량 내부에 웃음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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