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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2 KiB

내 새끼손가락만 한 굵기의 지렁이가 나를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땅의 신이라고?

나는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애걔… 겨우 이 정도 크기야?”

실망감이 온몸을 덮쳤다.

이걸로 저 성벽을 부수라고?

땅의 신은 무슨. 그냥 벌레잖아.

그때였다.

꿈틀. 꿈틀.

내 발치에 있던 작은 벌레가 갑자기 자라기 시작했다.

새끼손가락만 하던 몸통이 순식간에 내 팔뚝만큼 굵어졌다.

이제 녀석은 거대한 구렁이처럼 보였다.

“어….”

녀석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버스도 통째로 삼킬 것 같은 두께의 몸통이 모래 아래에서 계속해서 솟아 나왔다.

동굴의 천장에 머리가 닿을 지경.

내 얼굴 위로 길쭉하고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어어…. 이건 너무 큰데….”

나는 당황해서 뒷걸음질 쳤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거대한 탑처럼 솟아오른 샌드웜을 올려다보았다.

원통형의 몸체는 바위와 모래가 뒤섞인 듯한 갑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 달린 흉측한 머리. 그곳에는 눈도 코도 없었다.

대신 세 갈래로 갈라진 거대한 입만이 존재할 뿐.

입이 열리자 그 안쪽으로 수천 개의 이빨이 나선형으로 돋아나 있는 것이 보였다. 안쪽은 전혀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이었다.

그 거대한 입이 나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우, 우왓…. 거, 거짓말이지?”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본능적인 공포.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고 온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쿠구구구궁!

거대한 입이 내 바로 눈앞까지 다가왔다.

뜨거운 입김이 내 얼굴에 후, 하고 불어왔다.

“끼야야아아앗!”

나는 공포에 질려 눈을 질끈 감았다.

“작다는 말은 취소! 용서해 줘! 아니, 용서해 주세요!”

내 처절한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대한 머리가 나를 향해 돌진했다.

이제 끝이다.

저 수천 개의 이빨에 온몸이 갈가리 찢겨나갈 터였다.

하지만 예상했던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다.

대신 계속해서 뜨거운 입김만 주기적으로 불어올 뿐.

나는 실눈을 떠 조심스럽게 앞을 확인했다.

샌드웜의 입은 여전히 내 코앞에서 멈춰 있었다.

그때였다.

머릿속으로 직접적인 의지가 흘러들어왔다.

[샌드웜은 당신이 자신의 몸에 타기를 바랍니다.]

나는 잠시 내 귀를 의심했다.

타라고? 어디에?

나는 눈앞의 거대한 입을 쳐다보았다.

설마?

“… 혹시 입안으로 들어가라는 소리야?”

샌드웜의 거대한 머리가 위아래로 미세하게 움직였다.

긍정의 의미였다.

나는 기겁하며 소리쳤다.

“미쳤어? 내가 거길 왜 들어가!”

상상만 해도 구역질이 나왔다.

저 기분 나쁜 벌레의 입 안으로 기어 들어가라고?

하지만 샌드웜은 끈질겼다.

[샌드웜이 자신은 벌레 따위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샌드웜은 이곳이 가장 안전하다고 설득합니다.]

녀석의 의지가 다시 한번 머릿속에 울렸다.

나는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다른 생각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 녀석은 레인보우 등급의 소환수. 성능하나는 확실할 것이다.

결국 난 이 스킬을 써서 성벽을 뚫어야 한다.

“까짓 거, 한번 타보자.”

나는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심을 굳힌 채 샌드웜의 입을 향해 걸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으으, 기분 나빠….”

마침내 입구에 한 발을 내디뎠다.

예상과 달리 축축하거나 끈적거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숲 속에라도 들어온 것처럼 시원하고 맑은 공기가 흘러나왔다.

“오… 생각보다 괜찮네.”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아늑했다.

사방은 부드러운 카펫 같은 촉감.

은은하게 빛나는 포자가 공중에 떠다녀 어둡지도 않았다.

나는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 샌드웜의 의지가 다시 전해졌다.

[샌드웜이 출발해도 되겠냐고 동의를 구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바닥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거대한 존재가 땅속을 헤엄쳐 나아가는 감각.

진동은 거의 없었다.

마치 최고급 세단에 올라탄 듯한 편안한 승차감이었다.

“오오, 이대로 정문을 뚫는 건가?”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밖이 안 보이는 게 조금 불편하긴 하네.”

저 거대한 성문이 어떻게 박살 나는지는 직접 보고 싶었다.

나는 샌드웜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잠깐 밖을 보여줄 수 있….”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눈앞에 익숙한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26층 EXTREME 난이도 클리어를 축하합니다.]

[랭킹 1위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

나는 잠시 멍하니 메시지 창을 바라보았다.

클리어? 벌써?

성문은 어떻게 하고?

나는 상황을 잠시 이해하지 못했다.

“이게 뭐야?”

얼떨떨한 기분으로 서 있는 사이, 익숙한 감각이 온몸을 감쌌다.

탑에서 강제로 배출되는 느낌. 시야가 흐려지며 몸이 공중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순간 떠오르는 한 생각.

“설마 이 크기 그대로 밖으로 나가는 건 아니겠지?”

대전 한복판에 거대한 괴수가 나타난다?

S급 헌터 긴급 출동과 대전 멸망을 알리는 9시 뉴스가 보이는 듯했다.

끔찍한 상상이 주르륵 스쳐 지나갔다.

제발 그것만은 안 된다.

다행히 대전이 멸망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밖에 나오자마자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거대한 벌레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다행이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허벅지에서 무언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감촉이 느껴졌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내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작은 뱀.

아니, 뱀이 아니다. 방금 전의 그 샌드웜이었다.

평범한 뱀 정도의 크기로 줄어든 녀석이, 내 다리를 휘감으며 올라오고 있었다.

“끼야아아악!”

나는 비명을 질렀다.

차가운 껍질이 맨살에 닿는 느낌이 소름 끼치게 혐오스러웠다.

나는 본능적으로 외쳤다.

“소환 해제!”

내 다리를 휘감고 있던 샌드웜의 형체가 순식간에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졌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이, 이 미친 새끼가 어디로 올라오는 거야….”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감촉이었다.

한참 동안 바닥에 앉아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을 때였다.

머릿속에 다시 그 목소리가 울렸다.

[샌드웜이 바깥을 보고 싶다고 요청합니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소환 해제를 했는데도 의지가 전해져 왔다.

이 녀석, 나와 정신적으로 계속 연결되어 있는 건가?

귀찮은 일이 더 늘었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녀석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었다. 어쨌든 유일한 레인보우 등급 소환수였으니.

“하아…. 알았어, 알았다고.”

나는 마지못해 다시 녀석을 소환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크기를 생각하고 소환했다.

내 손바닥에 올라올 정도로 작게.

뿅.

가벼운 소리와 함께 내 손바닥 위에 작은 샌드웜이 나타났다.

새끼손가락만 한 크기. 처음 탑에서 봤던 그 모습이었다.

녀석은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손바닥에서 꿈틀거리더니 다시 내 몸을 타고 올라오려고 했다.

“야! 가만히 못 있어?”

나는 기겁하며 녀석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선, 인정사정없이 발로 밟기 시작했다.

퍽! 퍽! 퍽!

“이 변태 같은 놈이 자꾸 어딜 기어 올라와!”

하지만 내 공격은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것은 단단한 돌을 밟는 감촉뿐.

녀석은 아파하는 기색도 없이 몸을 꿈틀거렸다.

“으엑, 기분 나빠….”

[샌드웜은 붙어있어야 기운이 보충된다고 전합니다.]

[움직이는 것에는 에너지를 많이 쓴다고 전합니다.]

녀석의 의지가 머릿속에 울렸다.

나는 밟는 것을 멈췄다.

나에게 붙어 있어야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쩐지 자꾸만 몸에 달라붙으려고 하더라니.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웅크린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결국 내가 졌다.

“좋아. 대신, 얌전히 있어야 해. 꿈틀거리면 바로 해제할 거야.”

나는 마지못해 손가락을 내밀었다.

샌드웜은 내 검지를 향해 다가왔다. 녀석의 크기가 더욱 작아지더니, 몸을 말아 손가락을 휘감았다.

가만히 있으니 마치 반지 같아 보였다.

“이게 무슨 꼴이람….”

다행히도 차갑고 단단한 바위 같은 촉감이라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이 정도라면 어떻게든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침대에 누워 편하게 과자를 주워 먹고 있었다.

텅 빈 공간에 울리는 소리라고는 컴퓨터 팬이 돌아가는 소리와, 내 입에서 나는 바삭거리는 소리뿐.

“역시 이 맛이야.”

과자 한 상자에 나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을 만끽했다.

나는 다음 과자 조각을 집기 위해 상자로 손을 뻗었다.

벌써 두 조각밖에 남지 않은 과자.

휙.

내 검지 손가락에 반지처럼 감겨 있던 샌드웜이 갑자기 머리를 쭉 뻗었다.

녀석은 번개 같은 속도로 내 손가락이 닿기도 전에 과자를 낚아채 갔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원래의 반지 형태로 돌아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

나는 잠시 내 눈을 의심했다.

방금 뭐가 지나갔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지막 과자를 집으려 했다.

휙.

또다시 샌드웜이 과자를 가로챘다.

이번에는 똑똑히 봤다.

내 손가락에 붙어있던 돌멩이 반지가 살아 움직이는 기괴한 광경을.

“이런 미친놈이?”

내 입에서 험한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나는 내 손가락을 눈앞에 가져다 대고 소리쳤다.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샌드웜은 내 고함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머릿속으로 뻔뻔한 의지를 보내왔다.

[샌드웜은 더 많은 공물을 원합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더 달라고? 네가 뭔데 내 과자를 훔쳐 먹어!”

[샌드웜은 수만 년 동안 먹어본 공물 중에 가장 만족스러운 물건이라고 말합니다.]

녀석은 내 말을 완전히 무시했다.

나는 분노에 차서 손가락을 마구 흔들었다.

“마지막 조각을 훔쳐먹어? 뱉어! 당장 뱉어내!”

하지만 녀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이 소환수에게 어떻게 해야 벌을 줄 수 있을지 잠시 고민했다.

그때 현관 벨이 울렸다.

띵동-.

나는 인상을 쓴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터폰 화면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오리할콘의 판매 대금을 가지고 온 브로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