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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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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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서진 기계의 잔해를 힐끔 쳐다보고선, 김수호가 안내하는 새로운 기계 앞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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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것은 이전의 수정 구슬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거대하고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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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과 장갑처럼 생긴 장치를 머리에 쓰는 방식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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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한도 무제한이니까, 이번에야말로 정말 힘을 다 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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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헬멧과 장갑을 착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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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 매끄러운 감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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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가 차단되자, 다른 모든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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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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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마력을 남김없이 끌어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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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더 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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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거대한 댐의 수문을 열어젖히듯, 내 명치 아래에서부터 마나의 격류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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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아지경으로 마나를 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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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모든 것이 희미해지고, 오직 내 안의 힘의 흐름에만 집중하는 완전한 몰입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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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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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멈춰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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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의 목소리가 내 집중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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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을 다해보라고는 했지만…. 이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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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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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김이 팍 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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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숨을 내쉬며 헬멧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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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음 순간, 내 발밑의 풍경을 보고는 당황해서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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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던 자리 주변의 바닥이, 어느새 고운 모래로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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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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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말렸으면 이 기계, 전부 날려 먹었을걸. 한도 초과로 터지는 게 아니라, 모래가 되어버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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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쓱해져서 뒷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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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결과나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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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단말기 화면 앞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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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는 측정된 나의 상세 스탯이 빼곡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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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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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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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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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복잡한 숫자들을 봐도 이게 어느 정도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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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리둥절한 표정을 본 김수호가 친절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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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해서, 수치만 보면 아무리 못해도 S급 하위권 수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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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나도 S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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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은 단순히 스탯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야. 스킬이나 레벨, 출력 같은 걸 종합적으로 봐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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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가 나를 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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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금 레벨이 몇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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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레벨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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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은 몇 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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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모래늪, 통찰안, 모래 장벽, 풍화, 모래 토템…. 5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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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대답에 김수호는 잠시 무언가를 빠르게 계산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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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30 층대 헌터들이 5 레벨 정도인데… 성장 속도가 정말 빠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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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층이면 A급에서도 겨우 중간이잖아요? 낮은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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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지금 레벨링 속도를 봐. 당장은 차이가 덜 나 보여도 위로 올라갈수록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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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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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의 기준은 보통 7 레벨 이상으로 잡아. 기준에는 조금 못 미치지…. 스킬 한두 개 차이는 꽤 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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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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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S급이 사실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야. 마법사는 직업 특성상 보정을 좀 받거든…. 무엇보다 네 스킬 등급이 하나같이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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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그럼 지금 바로 S급 등록하러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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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이제 겨우 20층이잖아? 지금 S급들은 전부 50층 이상을 등반한 사람들이라고. 층을 오르는 건 단순히 레벨과 스탯만 올려주는 게 아니야. 그만큼 많은 히든피스와, 장비를 맞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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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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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30층까지만 올라도 어지간한 S급은 가볍게 넘어설 거 같아…. 원래 S급의 기준인 50층에 도달하면 데미갓이고 뭐고 다 작살낼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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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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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지금 S급으로 등록할 필요가 있을까? 불필요한 이목을 너무 끌 텐데. 최강이 된 다음에 공개해도 괜찮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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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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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논리는 완벽하게 납득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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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힘숨찐 놀이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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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모두를 뛰어넘을 때가 오기를 조용히 기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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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든 테스트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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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는 단말기에서 새로 발급된 카드를 뽑아 내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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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헌터 김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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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는 평범한 플라스틱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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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안에 담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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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손에 넣은 공식적인 신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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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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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있으면 헌터들을 위한 각종 편의 시설이나 훈련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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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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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 당장 당신이 이걸 들고 협회 정문으로 들어가면 한국이 발칵 뒤집히겠지만. A급인 건 숨기고 다닐 생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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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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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가 관련 시설 시스템에 권한을 미리 입력해 둘게. 카드를 사용해도 신원은 노출되지 않을 거야. S급 권한이니 아무도 네 신상을 들여다볼 수 없을 거고…. 대신 몇몇 지정된 곳에서만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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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는 시설의 위치를 내게 메모해서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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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죄다 서울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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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 아무리 촌동네라지만 그래도 정이 든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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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이사하긴 좀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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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민을 들은 김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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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는, 몇 달 정도 지난 뒤에는 A급인 건 공개해도 괜찮을 것 같아. 물론, 네 상세한 스펙이나 직업 같은 건 전부 비밀로 하고. 그냥 한국에 신규 A급 헌터가 등록되었다 정도의 사실만 슬며시 말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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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말뜻을 즉시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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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A급 등록 사실이 알려지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20층을 돌파한 랭커와 나를 연결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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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몇 달의 시간차를 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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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등반 기록 갱신과 A급 등록이라는 두 사건 사이의 연관성은 희미해질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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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되면, A급 헌터들만 쓰는 익명 갤러리에도 초대해 줄게. 뭐, 실명으로 활동하는 단톡방도 있긴 한데, 네가 좋아할 것 같지는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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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다음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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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의 지배권을 가져오면 돼. 어디 보자, 대전 탑의 주인이…. 정만호? 27층에서 등반을 멈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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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호라, 왠지 익숙한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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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 기억에서 그 이름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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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끼를 팔 때, 정태연과 경쟁했던 사람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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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28층을 오르는 순간, 탑 지배권은 네게로 넘어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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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런 건 필요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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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원한다면 그냥 방치해 둬도 괜찮아. 어쨌든, 그때가 되면 넌 암묵적인 대전의 지배자가 되는 거고, 그 근처 헌터 시설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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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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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지배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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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그래서 정부에게 계속해서 이권을 뜯어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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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마치 중세시대의 영주처럼 한 지역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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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그렇게 변했다고는 해도 별로 내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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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치를 알겠는가, 경제를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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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는 아차 하는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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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이야기는 익숙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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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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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내가 괜한 말을 한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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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생각해둬야 하는 일은 맞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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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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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표정이 조금 진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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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때가 되면 너 혼자 모든 걸 처리하기는 힘들 거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매니저를 맡기는 걸 생각해봐. 외모만 보고 널 얕보는 사람도 많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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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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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릿속으로 그 단어를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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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그런 사람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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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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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A급 헌터 자격증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그에게 가볍게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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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다줄 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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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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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를 뒤로하고 텅 빈 협회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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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저 너머의 반구형 결계가 사라지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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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도 내 머릿속에는 오직 한 단어만이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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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라…. 확실히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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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내 외모라면 관심을 끌어도 너무 끌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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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걸 대체 누구에게 맡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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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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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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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날이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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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아직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브로커 아저씨가 알아서 어련히 잘 구해줬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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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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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세권 집을 산 덕분에 통장 잔고가 시원하게 거덜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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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같은 촌동네 주제에 왜 이렇게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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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식간에 비어버린 통장 잔고를 보며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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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에 탑세권이라고, 비싸게도 받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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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비슷한 조건이었으면 수십억은 우스웠을 거라며 브로커가 말했지만,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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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답은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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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을 벌기 위해 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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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큼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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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21층(EXTREME)에 진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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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내 앞의 풍경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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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정글 졸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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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나를 맞이한 것은 차갑고 축축한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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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퀴퀴한 흙먼지와 석탄의 냄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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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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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벽에 박힌 희미한 광석만이 푸른빛을 내며 길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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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층대의 새로운 테마는 폐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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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어둡고 비좁은 공간에 왠지 모를 향수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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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1층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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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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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익숙하게 손을 들어 사막화를 발동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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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로 그 순간, 손의 묵직한 감각이 내 행동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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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실전에서 써보기 위해 들고 온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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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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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임 없이 지팡이의 끝을 흙바닥에 깊숙이 꽂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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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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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가 땅에 박히는 순간, 온몸으로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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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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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만을 조종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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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근방의 땅, 암석, 심지어 벽에 박힌 광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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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을 이루는 모든 대지의 지배권이 내게로 넘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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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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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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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 자체를 무너트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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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힘을 전력으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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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를 통해 내 마력이 동굴 전체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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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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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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