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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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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동하자.”

나는 부서진 기계의 잔해를 힐끔 쳐다보고선, 김수호가 안내하는 새로운 기계 앞으로 걸어갔다.

이번 것은 이전의 수정 구슬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거대하고 복잡했다.

헬멧과 장갑처럼 생긴 장치를 머리에 쓰는 방식인 듯했다.

“이건 한도 무제한이니까, 이번에야말로 정말 힘을 다 써봐.”

김수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헬멧과 장갑을 착용했다.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

시야가 차단되자, 다른 모든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나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내 안의 마력을 남김없이 끌어모았다.

더, 더 강하게.

마치 거대한 댐의 수문을 열어젖히듯, 내 명치 아래에서부터 마나의 격류가 터져 나왔다.

나는 무아지경으로 마나를 운용했다.

주변의 모든 것이 희미해지고, 오직 내 안의 힘의 흐름에만 집중하는 완전한 몰입 상태.

바로 그때였다.

“잠깐, 멈춰봐.”

김수호의 목소리가 내 집중을 깼다.

“전력을 다해보라고는 했지만…. 이건 좀.”

“….”

순간 김이 팍 샜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헬멧을 벗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내 발밑의 풍경을 보고는 당황해서 말을 잃었다.

내가 서 있던 자리 주변의 바닥이, 어느새 고운 모래로 변해 있었다.

김수호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내가 안 말렸으면 이 기계, 전부 날려 먹었을걸. 한도 초과로 터지는 게 아니라, 모래가 되어버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네….”

나는 머쓱해져서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무튼, 결과나 보죠.”

우리는 단말기 화면 앞으로 다가갔다.

화면에는 측정된 나의 상세 스탯이 빼곡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김수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어느 정도죠?”

하지만 나는 복잡한 숫자들을 봐도 이게 어느 정도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내 어리둥절한 표정을 본 김수호가 친절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간단히 말해서, 수치만 보면 아무리 못해도 S급 하위권 수준이야.”

“그럼 이제 나도 S급?”

“S급은 단순히 스탯만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야. 스킬이나 레벨, 출력 같은 걸 종합적으로 봐야 해.”

김수호가 나를 보며 물었다.

“혹시 지금 레벨이 몇이야?”

“5 레벨이요.”

“스킬은 몇 개고?”

“음… 모래늪, 통찰안, 모래 장벽, 풍화, 모래 토템…. 5개네요.”

내 대답에 김수호는 잠시 무언가를 빠르게 계산하는 듯했다.

“보통 30 층대 헌터들이 5 레벨 정도인데… 성장 속도가 정말 빠르네.”

“30층이면 A급에서도 겨우 중간이잖아요? 낮은 거 아닌가?”

“아니, 지금 레벨링 속도를 봐. 당장은 차이가 덜 나 보여도 위로 올라갈수록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질 거야.”

그가 말을 이었다.

“S급의 기준은 보통 7 레벨 이상으로 잡아. 기준에는 조금 못 미치지…. 스킬 한두 개 차이는 꽤 크거든.”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뭐, S급이 사실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야. 마법사는 직업 특성상 보정을 좀 받거든…. 무엇보다 네 스킬 등급이 하나같이 높아.”

“앗, 그럼 지금 바로 S급 등록하러 갈까요?”

“… 넌 이제 겨우 20층이잖아? 지금 S급들은 전부 50층 이상을 등반한 사람들이라고. 층을 오르는 건 단순히 레벨과 스탯만 올려주는 게 아니야. 그만큼 많은 히든피스와, 장비를 맞췄지.”

그가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30층까지만 올라도 어지간한 S급은 가볍게 넘어설 거 같아…. 원래 S급의 기준인 50층에 도달하면 데미갓이고 뭐고 다 작살낼 것 같고.”

그는 결론을 내렸다.

“굳이 지금 S급으로 등록할 필요가 있을까? 불필요한 이목을 너무 끌 텐데. 최강이 된 다음에 공개해도 괜찮잖아?”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논리는 완벽하게 납득가능했다.

뭐, 힘숨찐 놀이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나는 내가 모두를 뛰어넘을 때가 오기를 조용히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모든 테스트가 끝났다.

김수호는 단말기에서 새로 발급된 카드를 뽑아 내게 건넸다.

[A급 헌터 김한별]

겉보기에는 평범한 플라스틱 카드.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드디어 손에 넣은 공식적인 신분증.

김수호가 말했다.

“이게 있으면 헌터들을 위한 각종 편의 시설이나 훈련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거야.”

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물론, 지금 당장 당신이 이걸 들고 협회 정문으로 들어가면 한국이 발칵 뒤집히겠지만. A급인 건 숨기고 다닐 생각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관련 시설 시스템에 권한을 미리 입력해 둘게. 카드를 사용해도 신원은 노출되지 않을 거야. S급 권한이니 아무도 네 신상을 들여다볼 수 없을 거고…. 대신 몇몇 지정된 곳에서만 해야겠지만.”

김수호는 시설의 위치를 내게 메모해서 건네주었다.

이런, 죄다 서울이잖아?

대전이 아무리 촌동네라지만 그래도 정이 든 도시다.

서울로 이사하긴 좀 그런데….

내 고민을 들은 김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에는, 몇 달 정도 지난 뒤에는 A급인 건 공개해도 괜찮을 것 같아. 물론, 네 상세한 스펙이나 직업 같은 건 전부 비밀로 하고. 그냥 한국에 신규 A급 헌터가 등록되었다 정도의 사실만 슬며시 말하는 거지.”

나는 그의 말뜻을 즉시 이해했다.

지금 당장 A급 등록 사실이 알려지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20층을 돌파한 랭커와 나를 연결 지을 것이다.

하지만 몇 달의 시간차를 둔다면?

탑 등반 기록 갱신과 A급 등록이라는 두 사건 사이의 연관성은 희미해질 터였다.

“그때가 되면, A급 헌터들만 쓰는 익명 갤러리에도 초대해 줄게. 뭐, 실명으로 활동하는 단톡방도 있긴 한데, 네가 좋아할 것 같지는 않고….”

“그런 다음엔?”

“탑의 지배권을 가져오면 돼. 어디 보자, 대전 탑의 주인이…. 정만호? 27층에서 등반을 멈췄군.”

정만호라, 왠지 익숙한 이름이었다.

나는 곧 기억에서 그 이름을 찾아냈다.

내가 도끼를 팔 때, 정태연과 경쟁했던 사람이었지.

“너가 28층을 오르는 순간, 탑 지배권은 네게로 넘어갈 거야.”

“난 그런 건 필요없는데….”

“뭐, 원한다면 그냥 방치해 둬도 괜찮아. 어쨌든, 그때가 되면 넌 암묵적인 대전의 지배자가 되는 거고, 그 근처 헌터 시설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겠지.”

“으음….”

대전의 지배자라니?

헌터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그래서 정부에게 계속해서 이권을 뜯어낸 결과.

그들이 마치 중세시대의 영주처럼 한 지역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그렇게 변했다고는 해도 별로 내키지는 않았다.

내가 정치를 알겠는가, 경제를 알겠는가?

김수호는 아차 하는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

“아…. 이런 이야기는 익숙하지 않겠지?”

“뭐, 그렇죠?”

“미안. 내가 괜한 말을 한 것 같네….”

“아뇨, 생각해둬야 하는 일은 맞으니까요.”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의 표정이 조금 진지해졌다.

“아무튼, 그때가 되면 너 혼자 모든 걸 처리하기는 힘들 거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매니저를 맡기는 걸 생각해봐. 외모만 보고 널 얕보는 사람도 많을 테니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

나는 머릿속으로 그 단어를 되뇌었다.

내 인생에 그런 사람이 있었던가?

잘 모르겠다.

나는 A급 헌터 자격증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그에게 가볍게 인사를 했다.

“바래다줄 수도 있는데?”

“괜찮아요.”

나는 그를 뒤로하고 텅 빈 협회를 빠져나왔다.

잠시 뒤, 저 너머의 반구형 결계가 사라지는 게 보였다.

그때에도 내 머릿속에는 오직 한 단어만이 맴돌고 있었다.

매니저라…. 확실히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특히 내 외모라면 관심을 끌어도 너무 끌 테니.

하지만 이걸 대체 누구에게 맡긴담?


며칠이 지났다.

이삿날이 결정되었다.

집을 아직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브로커 아저씨가 알아서 어련히 잘 구해줬으리라 믿는다.

문제는 돈이었다.

탑세권 집을 산 덕분에 통장 잔고가 시원하게 거덜 났다.

“대전 같은 촌동네 주제에 왜 이렇게 비싸….”

나는 순식간에 비어버린 통장 잔고를 보며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

꼴에 탑세권이라고, 비싸게도 받아먹는다.

서울에 비슷한 조건이었으면 수십억은 우스웠을 거라며 브로커가 말했지만,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결국 답은 하나뿐이었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탑으로 향했다.

이것만큼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탑 21층(EXTREME)에 진입합니다.]

익숙한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내 앞의 풍경이 바뀌었다.

“드디어 정글 졸업인가….”

대신 나를 맞이한 것은 차갑고 축축한 공기.

그리고 퀴퀴한 흙먼지와 석탄의 냄새였다.

사방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간간이 벽에 박힌 희미한 광석만이 푸른빛을 내며 길을 밝혔다.

20 층대의 새로운 테마는 폐광.

나는 이 어둡고 비좁은 공간에 왠지 모를 향수를 느꼈다.

마치 1층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

물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존재.

나는 익숙하게 손을 들어 사막화를 발동하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손의 묵직한 감각이 내 행동을 멈췄다.

처음으로 실전에서 써보기 위해 들고 온 지팡이.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망설임 없이 지팡이의 끝을 흙바닥에 깊숙이 꽂아 넣었다.

쿵-!

지팡이가 땅에 박히는 순간, 온몸으로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감각.

모래만을 조종하는 게 아니다.

이 근방의 땅, 암석, 심지어 벽에 박힌 광맥까지.

이 공간을 이루는 모든 대지의 지배권이 내게로 넘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거….”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폐광 자체를 무너트려볼까?”

나는 힘을 전력으로 끌어올렸다.

지팡이를 통해 내 마력이 동굴 전체로 퍼져나갔다.

동시에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동굴이 무너지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