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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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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 시각 미국 워싱턴 D.C.

검은 탑의 문이 열렸다.

수천 개의 카메라 플래시가 한꺼번에 터지며 주변을 밝혔다.

그 빛의 한가운데로, 한 남자가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성조기가 그려진 망토, 온몸에 딱 달라붙는 파란색 코스튬.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미소.

세계 랭킹 1위, S급 헌터 데미갓이었다.

[67층 클리어! 인류의 수호신, 데미갓!]

[신기록 경신! 그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상공을 맴도는 방송국 헬기.

기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였다.

데미갓은 그 모든 환호와 스포트라이트를 온몸으로 만끽했다.

그는 한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자신의 시그니처 포즈와 함께 우렁차게 외쳤다.

“호우—!”

“와아아아아!”

군중들은 환호로 그 외침에 답했다.

이어서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 세례.

“데미갓! 이번 층은 어떠셨습니까!”

“인류를 대표해서 싸우는 기분이 어떻습니까!”

데미갓은 자신에게 아부를 떠는 기자들을 향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쉬웠지, 언제나처럼!”

하지만 그때였다.

한쪽 구석에서, 한 젊은 기자가 인이어를 만지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 속보라고요? 방금… 더블오가 20층을 돌파했다고….”

웅성웅성.

그 말에 주변의 몇몇 기자들이 잠시 속닥이기 시작했다.

그 작은 속삭임은 군중의 함성에 묻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데미갓은 초인 중의 초인.

그의 괴물 같은 청력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입꼬리는 여전히 완벽한 미소를 연기하고 있었지만, 눈은 전혀 웃지 않았다.

‘젠장….

마음 같아서는 당장 저 눈치 없는 기자를 붙잡아 태평양 한가운데에 던져 넣고 수영 강습이라도 시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는 수많은 대중과 카메라 앞.

데미갓은 대중 앞에서 자신이 어떤 이미지로 보여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바보 같고, 흥분을 쉽게 하는 것.

그것은 분명 자신의 본래 성격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자신의 모습에 친근함을 느낀다.

데미갓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대중은 영웅이 선을 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도.

대중에게 공개되는 자신은 적당히 멍청하고 흥분을 잘하지만, 결코 직접적인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는.

그런 바보 같지만 든든한, 동네 형 같은 영웅이어야 했다.

카메라가 없는 곳이면 몰라도 여기서는 자제해야 했다.

그 정도의 사리분별 능력은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이목을 다시 자신에게로 끌어오기 위해 다시 한번 한 팔을 번쩍 들고 외쳤다.

“호우—!”

그리고는 그대로 땅을 박차고 하늘로 솟아올랐다.

검은 탑 주위를 보란 듯이 빠르게 한 바퀴 돌았다.

“와아아아!”

갑작스러운 퍼포먼스에 다시 열광하는 사람들.

그러나 데미갓은 아까와 같은 짜릿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 자식이 결국 20층까지….

추적 마법은 전부 박살 났고, 봉쇄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제 무슨 수로 그놈을 찾아내야 한단 말인가.

이미 국가 전력에 준하는 A급이 된 녀석을 찾아낸다 쳐도, 이제 또 뭘 어쩐단 말인가?

데미갓은 머리가 아파왔다.

68층 솔로 클리어? 아니야 이건 불가능해…. 아니면 게이트 폐쇄 작전? 근데 게이트 닫는 방법을 아직도 모르잖아!

무언가 방법이 필요했다.

앞으로 녀석에게로 향할 관심을 자신에게로 돌릴 방법이.


이튿날 아침, 나는 이른 시간부터 집을 나섰다.

거대한 지팡이는 너무 눈에 띄기 때문에 집에 두고 나섰다.

오늘은 드디어 풍뎅이 김수호를 만나는 날.

약속 장소는 서울이었다.

대전에서 서울까지.

차를 타더라도 족히 두 시간은 걸리는 거리.

그리고 나는 차가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나만의 방법이 있었다.

나는 씨익 웃으며 영화의 한 대사를 나지막이 읊조렸다.

“법사란 무엇이냐? 법사는 바람을 다스리고, 땅을 접어 달리며….”

나는 발을 한번 굴렀다.

내 발 밑이 모래로 변했다. 나는 그 위에 가볍게 올라섰다.

나 자신은 가만히 둔 채, 발밑의 모래만 앞으로 빠르게 이동시켰다.

스르르륵-!

몸이 총알처럼 튀어 나갔다.

주변 풍경이 흐릿한 잔상으로 변하며 빠르게 뒤로 스쳐 지나갔다.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탄 기분.

내가 지나간 길은 역풍화를 사용, 즉시 원래의 흙으로 되돌려놓았다.

나는 핸드폰으로 내비게이션을 켰다.

“이대로면 한 시간이면 도착하겠네.”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면서도 나는 여유롭게 핸드폰을 만졌다.

이제 이 수법에도 능숙해져서 반자동으로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

주행 중 핸드폰은 금지라지만 난 운전 중이 아니니까 상관없다.

나는 지난번에 캡처해 둔 내 글의 반응을 다시 읽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건 언제 봐도 안 질린다니까….”

실실 웃으며 스크롤을 내리던 바로 그때였다.

쾅-!

“히엑!”

갑작스러운 충격과 함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거대한 소나무 하나가 길 한가운데를 막고 서 있었다.

핸드폰에 정신이 팔려 미처 피하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충돌 직전, 자동 모래 방벽이 에어백처럼 튀어나와 충격을 전부 흡수해 준 덕분이었다.

하지만 급정거의 여파까지 막아주지는 못했다.

나는 툴툴거리며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씨, 깜짝이야….”

한 발짝 늦게,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의 상태를 확인했다.

화면 한가운데에 선명하게 그어진 선.

내가 넘어지면서 액정이 깨져버린 것이다.

“아니, 내 핸드폰이!”

내 비명이 텅 빈 도로 위에 울려 퍼졌다.

차라리 몸이 다치는 게 덜 고통스러울 터였다.


우여곡절 끝에 나는 서울에 도착했다.

살면서 거의 와본 적 없는 거대한 도시.

촌동네 대전과는 차원이 다른 서울의 풍경에 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저 멀리 보이는 높은 빌딩과 거리의 인파에 저절로 위축되는 기분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사람이 많으니 함부로 마법을 쓰면 안 되겠지.”

나는 이동마법을 그만두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은신 관련 마법 하나 있으면 좋겠네….”

그럼 이런 귀찮은 과정 없이 편하게 다닐 수 있을 텐데.

나는 잠시 걸어 약속 장소인 카페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벌렸다.

카페를 중심으로 한 반경 3km가, 거대한 반투명의 장막에 완전히 뒤덮여 있었다.

보랏빛을 띤 바람의 장막은 내부의 풍경을 아지랑이처럼 일그러트려, 밖에서는 도저히 안을 엿볼 수 없게 만들었다.

“칫, 결계인가….”

S급의 결계. 그 규모와 위압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나는 감탄하며 결계로 다가갔다.

이걸 어떻게 뚫고 들어가지?

“모래장벽으로 뚫리려나?”

힘을 제어해서, 2m 크기에서 멈춘 장벽을 만들었다.

결계의 사이를 비집고 솟아난 장벽.

내가 장벽에 손을 대자, 벽이 문처럼 열렸다.


카페 안, 창가 자리에 앉아있던 김수호는 눈을 감은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가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이 펼쳐놓은 바람의 결계에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누군가 들어오고 있었다.

결계가 부서진 것은 아니었다.

‘…뉴비군.

김수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과연 어떻게 생긴 인물일까.

갤러리에서의 행적만 보면,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의 소유자.

그는 왠지 모를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딸랑-

그때, 카페의 문이 열리며 맑은 종소리가 울렸다.


결계를 통과하자, 세상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나는 완전히 텅 빈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신기한 기분이었다.

거대한 빌딩 숲과 화려한 간판들.

그 속을 가득 채우고 있어야 할 사람이 전혀 없는 기묘한 풍경.

S급의 힘이란 이런 것인가.

도시의 한복판을 통째로 빌려버릴 수 있다니.

저 멀리, 약속 장소인 카페 햄햄치즈가 보였다.

유리창 너머로 한 남자가 보였다.

새카만 반팔 로카티. 짧은 스포츠머리와 날카로운 눈매.

저 사람이 분명 풍뎅이, 김수호일 것이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S급 마법사는 어떤 느낌일까….

나는 안력을 돋구어 그의 마력 흐름을 관찰하려다, 곧 그만두었다.

김수호 또한 비슷한 스킬을 가지고 있고, 이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후우….”

살짝 긴장된다.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카페 문을 향해 걸어갔다.

딸랑-

맑은 종소리와 함께 문을 열자, 창가에 앉아있던 김수호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나와 그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그 순간, 그의 눈에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마법사 뉴비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눈치.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지금 내 모습은 누가 봐도 열세 살 남짓한 어린 소녀에 불과했으니까.

김수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로 다가왔다.

그 얼굴에는 곤란함과 걱정이 뒤섞인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이런, 여긴 어떻게 들어왔니? 결계칠 때 미처 못 빠져나간 사람이 있었나…?”

그는 곤란해 보이는 표정으로 애써 다정하게 물었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이 레퍼토리인가.

브로커도, 경찰들도, 모두가 나를 보면 이런 반응이었다.

지긋지긋했다.

나는 말없이 그의 앞으로 걸어가 손가락을 뻗었다.

내 손가락 끝에서 모래 한 줌이 흘러나왔다.

모래는 테이블 위에서 스스로 뭉쳐지더니, 이내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내 모습을 만들어냈다.

모래로 만들어진 미니 분신이 김수호를 향해 꾸벅 인사를 건넸다.

“…….”

김수호는 잠시 눈앞의 풍경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멍하니 서 있었다.

그의 눈이 흔들렸다.

모래, 마법사, 그리고 이 어린 소녀.

그의 머릿속에서 한 가지 결론이 떠올랐다.

나는 그런 그를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내가 단순한 애가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했다.

나는 다리를 꼬며 말했다.

“여기, 블랙커피 한 잔 주세요.”

내 주문에 김수호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결계 안의 카페에 종업원이 있을 리 만무했다.

“아, 커피…. 지금 직원이 없어서…. 잠깐 기다려 봐.”

김수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어색한 발걸음으로 카운터 안으로 들어갔다.

S급 헌터이자 대한민국 최강의 마법사인 그가, 난생처음 만져보는 듯한 커피 머신 앞에서 쩔쩔매기 시작했다.

나 때문에 여전히 정신이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 커피 심부름을 시키려는 생각은 아니었는데?

뭐, 그래도 해준다는 거 감사하게 받자.

어디 가서 S급이 따라주는 커피를 다 마시겠는가?

“으음….”

알 수 없는 버튼과 레버 앞에서 김수호의 손가락이 허공을 헤맸다.

그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새겨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불안감에 혀를 찼다.

‘괜찮나 저거…?

그가 무언가 결심한 듯 가장 그럴싸한 버튼 하나를 꾹 눌렀다.

삑삑삑 하는 경고음이 머신에서 울려 퍼졌다.

“어어….”

당황한 그가 손을 휘젓는 순간이었다.

바람이 카페 내부를 휘몰아쳤다.

와장창!

선반 위에 놓여있던 컵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카페.

김수호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엉망이 된 카페를 보며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으음….”

나는 턱을 괸 채 그 모든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