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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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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트의 열매를 통한 마나 상승은 한도가 있는 모양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열매를 먹고 명상을 해도 오르지 않는 마나통.

그래도 지금까지 꾸준히 섭취해, 기존의 마나통보다 두 배가 넘게 오르긴 했다.

앞으로 한동안 마나가 부족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더 이상 16층에 머물러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도 사실.

[17층(EXTREME)에 입장하셨습니다.]

오늘은 새로운 층을 오르기로 했다.

이제 레벨업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글의 습한 공기가 다시 나를 맞았다.

“사막화.”

이번엔 힘을 제어했다.

딱 필요한 모래를 얻을 만큼만.

이어서 로브 품에서 미니 분신 한 마리를 꺼냈다.

AI를 탑재한 분신을 며칠간 관찰해 본 결과, 나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오래된 모래 분신일수록, 학습 효율이 올라간다는 것.

모래로 허물고 새롭게 만든 분신이어도 지금까지 배운 것이 0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오래 몸을 유지한 녀석이 더 똑똑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나는 며칠 전부터 한 마리는 허물지 않고 쭉 유지하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새끼 손가락 한 마디가 없는 채로 살아야 했지만.

“가라, 초호기!”

이름은 아직 지어주지 않았다.

정을 붙이면 나중에 모래로 허물 때 슬플 것 같았거든.

미니 분신 초호기가 내 어깨에서 뛰어내렸다.

사막화로 만든 주변의 모래가 초호기의 본체에 달라붙으며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나와 같은 크기까지 커지는 초호기.

나는 이어서 차례대로 분신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녀석들은 초호기와 비교하기 위한 용도의 분신들이다.

로브의 효과로 인공 마나 코어를 부여.

이쑤시개 대신 모래로 만든 창을 들려주었다.

창의 내구도는 허접하지만 어차피 훈련용. 부서지면 다시 만들면 된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아이템 하나씩 쥐여줄까?”

그럼 나만의 무적의 모래 군단이 생길 수도 있었다.

일인 군단이라니, 생각만 해도 멋지다.

“…내 장비도 없는데 무슨.”

나는 곧 고개를 저었다.

그러려면 돈이 많이, 아주 많이 필요할 것이었다.

당장 내 장비도 못 사는 상황.

모래 군단은 너무 먼 미래의 꿈이었다.

“자, 이제 알아서 해봐.”

나는 분신들에게 사냥 명령을 내리고 뒤로 물러났다.

분신들은 우르르 흩어지며 풀숲을 뒤지기 시작했다.

곧 리자드맨 몇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모래 탄환 몇 방만 쏘면 순식간에 정리될 전투.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경험치를 쌓게 둬야지.”

유해매체 필터링 앱을 설치한 휴대폰으로 교육시키고는 있지만, 영상은 영상일 뿐.

이 녀석들에게는 실전이 필요했다.

내가 겪었던 것과 같은 잔혹하고 힘겨운 실전이.

분신들은 창을 휘두르며 리자드맨들에게 달려들었다.

여전히 어설프지만, 이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진 움직임.

적어도 달리다가 발이 꼬여 넘어지거나 하진 않으니 다행이었다.

나는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했다.

분신들의 전투는 녀석들에게 맡겨두고, 나는 주변의 마나를 빨아들이는 데 집중했다.

정신을 맑게. 탑 내부의 짙은 마나 농도를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점점 더 깊은 집중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그때였다.

눈을 감고 있었음에도 통찰안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다.

오히려 기존의 시각 정보가 차단되자 다른 감각이 더욱 예민해졌다.

마치 열적외선 카메라를 켠 것과 같은 느낌.

그리고 그 예민해진 통찰안에 무언가 잡혔다.

허공을 흐릿하게 가로지르는 무언가.

“응? 이게 뭐지?”

그것은 엄청난 속도로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눈을 떴다.

일반 시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 기척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투명한 적이다.

“뭐야!”

나는 즉시 명상을 중단하고 허공을 향해 모래 탄환 몇 발을 쏘았다.

피슝!

투명한 적은 가볍게 내 공격을 피했다.

민첩 스탯이 상당한 모양.

탄환은 아무것도 맞히지 못하고 허공을 갈랐다.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럴 일이 한번은 있을 것 같았기에 미리 대응책을 생각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천마군림보.”

천마란 천재 마법사의 줄임말이라는 것은 상식.

나는 망설임 없이 땅을 강하게 밟았다.

내 의지에 따라 주변의 모래 바닥이 파도처럼 한차례 거세게 들썩였다.

모래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투명한 적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주춤하는 것이 보였다.

“걸렸다 요놈.”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사방으로 수십 발의 모래 탄환을 촘촘하게 흩뿌렸다.

마치 그물처럼 펼쳐지는 탄환의 세례.

아무리 민첩해도 이건 절대 피할 수 없을 터.

“천마데스빔.”

파파파팍!

과연, 탄환 몇 발이 무언가를 꿰뚫는 소리가 들렸다.

짧은 비명 소리와 함께 투명화가 풀리며 마침내 적의 모습이 드러났다.

“사람…?”

아니, 사람이 아니었다.

칠흑같이 검은 피부에 날카롭게 찢어진 눈, 길고 뾰족한 귀.

검은색 경갑을 입고 양손에는 날카로운 단검을 든 암살자의 모습.

자세히 보니 엘프였다.

피부가 검으니, 다크 엘프.

“이런 게 나온다는 말은 없었는데?”

갤러리에서도, 그 어떤 공략에서도 본 적 없는 몬스터였다.

“귀찮게 됐네 정말….”

이런 녀석이 대체 몇 마리나 더 숨어 있을지 모를 일.

나는 즉시 흩어져 있던 모래 분신들을 전부 회수했다.

작아진 상태로 다시 내 어깨로 올라타는 초호기.

나는 망설임 없이 탑을 가로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달리는 것이 아니었다.

내 발밑의 모래가 스스로 움직이며 나를 초고속으로 이동시켰다.

마치 축지법이라도 쓰는 것처럼 주변 풍경이 빠르게 뒤로 스쳐 지나갔다.

주변의 모든 것을 사막화로 밀어버리며 질주했다.

동시에 수십 개의 모래 탄환을 몸 주위에 둥둥 띄워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보이는 몬스터를 족족 쏴 죽이면서 전진해 나갔다.

얼마나 달렸을까.

곧 눈앞에 익숙한 클리어 알람이 떠올랐다.

[탑 17층(EXTREME) 클리어를 축하합니다.]

동시에 내 앞에 나타난 세 권의 스킬북.

“좋아, 드디어 레벨업이군.”

나는 기대감에 차 스킬북의 색을 확인했다.

오랜만에 레인보우 뜨나?

하지만 스킬북의 색깔은 한 가지였다.

은색. 은색. 은색. 트리플.

“아….”

순간 아쉬움에 한숨이 나왔다.

남들은 절하면서 먹겠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은색이 3개가 나오든 10개가 나오든 상관이 없었다.

차라리 브론즈, 브론즈, 골드가 이득이다.

나에게는 보너스가 있으니까.

[최초 클리어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랭킹 1위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예상대로의 시스템 메세지.

은색의 스킬북이 빛을 발했다.

은색이 금색으로, 다시 백금색으로 변했다.

“아 플레티넘은 비틱질하기 애매한데….”

사람들은 플레티넘이면 대박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레인보우도 아니고, 플래티넘은 갤러리에 자랑하기 애매하기 때문.

차라리 갈색 갈색 갈색. 트리플 브론즈가 갤러리 올리긴 더 좋은데….

“좋게 생각하자, 좋게.”

그래. 플래티넘이면 분명 효과는 좋다.

개안 스킬로 내가 얼마나 많은 꿀을 빨았던가?

나는 무심하게 플래티넘 스킬북을 골랐다.

어디 보자. 무슨 스킬이지?

[액티브: 모래 방벽]

[사용자를 보호하는 모래로 된 방벽을 만듭니다.]

“흠…. 방어 스킬? 나쁘지 않네.”

방금 암살자에게 훅 가버릴 뻔해서인가?

간단한 스킬이었지만 만족스러웠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곧장 컴퓨터를 켰다.

곧바로 마법사 갤러리에 오늘 겪었던 일을 토로했다.

[제목: 17층에서 암살자 나오는 거 실화냐?]

작성자: ㅇㅇ(P33.333)

방금 다크엘프 만나고 옴

이런 놈 나온다는 이야기는 첨 들었는데 뭐냐?

투명화 쓰고 기습 때리는데 뒤질 뻔했다 진짜.

ㄴ p깟쮸 : 그거 30층 몹인데 ㄷㄷ. 왜 거기서 나오냐에요.

ㄴ 마법은화력 : 익스트림 난이도라 그런가? 몸은 괜찮아?

ㄴ 냉장고 : 그러게. 다크엘프 그거 힐러랑 법사 킬러로 악명 높은데. 용케 살았네.

“하긴 은신 걸고 암살 찌르기하면 법사들 대부분은 죽겠네.”

ㄴ ㅇㅇ(P33.333) : 은신 켜도 마력 흐름은 흐릿하게 보여서 눈치챘음. 눈깔 안 좋았으면 죽었을 뻔.

ㄴ 냉장고 : 근데 걔는 거기 나올 애가 아닌데 진짜 뭐지?

ㄴ p깟쮸 : 탑이 뉴비 저격이라도 하는 거 아니냐에요.

ㄴ 냉장고 : 이거 왠지 그럴싸하게 들리는데?

다들 나를 걱정하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다 슬슬 파티 플레이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나오기 시작했다.

ㄴ 풍뎅이 : 이제 진짜 파티 구하는 게 어때.

ㄴ 냉장고 : 그래. 혼자서 탑등반 못하는 힐러 한 명만 구해서 끼고 다녀도 훨씬 안정적이야.

ㄴ 마법은화력 : 힐러 놈들은 죄다 쫄보라 어지간하면 탑 안 오르려고 해서 구하기 어렵겠지만.

그들의 반응에 나는 슬슬 파티 플레이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ㄴ ㅇㅇ(A55.555): 근데 나 익스트림인데, 파티하면 난이도 어떻게 조정됨?

내 질문에 풍뎅이가 답했다.

ㄴ 풍뎅이: 파티원의 평균 난이도로 맞춰질 거야. 예를 들어 너랑 하드 난이도 유저가 파티를 하면, 하드보다는 조금 더 어렵게 나오겠지.

ㄴ ㅇㅇ(A55.555): 그럼 보상도 낮아지는 거 아님?

ㄴ 냉장고 : 보상은 개인 기여도에 따라 달라져. 당연히 딜을 더 많이 넣는 네가 더 많이 받겠지. 물론, 혼자 익스트림 돌 때보다는 보상이 적겠지만.

ㄴ 냉장고 : 보통은 하드 딜러에 이지 서포터를 붙이는 게 정석이지.

ㄴ ㅇㅇ(A55.555) : 하드 서폿이나 힐러 붙이면 보상 더 좋은 거 아님?

ㄴ 마법은화력 : 이론상으로 그렇긴 한데…. 어렵지.

ㄴ 냉장고 : 서포터 직군 각성자는 1층 오르기도 버거워하니까. 하드 선택한 서폿은 없다고 봐야지.

ㄴ 풍뎅이 : 글쎄, 중국에는 A급 서포터도 좀 있다고 들었어.

ㄴ 냉장고 : 거기야 뭐…. 저층 통과 못하고 죽으면 새로운 사람을 집어넣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니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의문이 들었다.

ㄴ ㅇㅇ(A55.555): 그럼 이지 난이도끼리만 등반하면 되는 거 아님? 그게 제일 안전하잖아.

ㄴ 풍뎅이: 이지는 어느 순간부터 탑의 파워 인플레를 따라가지 못해서 막혀.

ㄴ 냉장고 : 영국이 이지로만 등반팀 만들었다가 20 층대에서 바로 막혀서 이제 자력으로 탑 못 오르고 있지.

ㄴ p깟쮸 : 탑 날먹하려다가 오히려 당했다는거에요. 지금 매달 외국에 돈 엄청 내면서 헌터 고용 중이라는 거에요.

ㄴ 마법은화력: 하여간 그래서 탑을 안정적으로 오르려면 하드와 이지를 적절하게 섞어서 밸런스를 맞춰야 해.

나는 그들의 설명을 듣고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고개를 저었다.

ㄴ ㅇㅇ(A55.555): 그래도 난 그냥 솔플 할래.

ㄴ ㅇㅇ(A55.555): 마법사 킬러라는 암살자가 나온 건 좀 무섭긴 한데, 마침 방어 스킬도 하나 얻었거든.

ㄴ ㅇㅇ(A55.555): 그리고 말했잖아? 난이도가 높을수록 더 이득이라고. 내가 여기서 막힐 것 같진 않음.

ㄴ p깟쮸 : 역시 우리 뉴비답다에요.

ㄴ 마법은화력 : 그래그래.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다음 날 나는 다시 탑에 들어갔다.

18층에 들어서기 전, 암살자 대비는 끝내 두고 싶었다.

따라서 17층을 선택.

얼마 지나지 않아, 마력의 시야에 무언가가 잡혔다.

은신 상태로 저 멀리서 내게 활을 겨누고 있는 다크엘프.

쉭-!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화살 하나가 쏘아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기습.

하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모래 장벽.”

내 앞에 거대한 모래 벽이 솟아올랐다.

가볍게 막히는 화살.

하지만 스킬에는 문제가 있었다.

“…이거 커도 너무 큰데?”

내 앞에는 건물 한층 높이의 장벽이 생겨나 있었다.

이래서야 방어 스킬이 아니라 건축용 스킬인 셈.

“…나중에 모래성 만들어서 찍어 올려야겠다.”

생각해 보니 저번에 바다에 가서 하려다가 못했었지.

언제 한번 가야 하는데. 바다….

“아니, 지금 이런 거 생각할 때가 아니지.”

나는 뺨을 탁 소리 나게 쳤다.

지금은 이 스킬을 어떻게 개조할 지부터 생각해봐야 했다.

곧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