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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화연 길드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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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빛나는 금발. 그리고 대조적인 한쪽 눈가의 흉측한 화상 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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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딱 달라붙는 검은색 정장이 그녀의 풍만한 가슴 라인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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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연은 턱을 괸 채 책상 위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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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갤러리는 평화롭게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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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방금 템 먹었는데 이거 좋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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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ㅇㅇ(V3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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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깎는 노인의 로브 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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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한 아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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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연이 요즘 가장 주목하고 있는 뉴비의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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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로브는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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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마깎노 드랍템이잖아. 30층대에 나오는 걸 무슨 수로 얻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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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연 역시 본 적이 있는 아이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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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층대 히든 보스인 마법 깎는 노인을 잡으면 낮은 확률로 드랍되는 유니크 등급 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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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뉴비가 올린 사진 속 로브는 어딘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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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브는 그녀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어두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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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이 더 높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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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정태연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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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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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깍노 레이드는 전 세계에서 이미 몇 번이나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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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등급 아이템이 있었다면 진작에 알려졌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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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연은 댓글창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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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유니크 등급으로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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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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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뉴비가 또다시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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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연은 그 사실이 못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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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한국에는 초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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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함께 한국의 탑을 모두 밀어줄 초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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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연의 시선이 책상 한쪽에 놓인 상자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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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매장에서 거금을 주고 낙찰받은 ‘고요한 현자의 로브’가 담겨 있는 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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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뉴비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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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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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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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준비한 선물은 고작 레어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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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 회복 속도를 조금 올려주는 게 전부인 평범한 아이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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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뉴비는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유니크 아이템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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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레어 등급 아이템을 선물로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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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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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연은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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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의 성장 속도를 너무 얕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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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재능을 과소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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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하려면 겨우 이따위 아이템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을 준비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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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어 등급 따위를 선물로 주려 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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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되어버렸잖아. 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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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연은 상자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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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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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안에서 작은 불꽃이 피어오르더니, 순식간에 로브를 한 줌의 재로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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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불꽃을 잠시 지켜보던 태연이 곧바로 부하 직원을 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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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장님, 부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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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온 부길드장은 정태연의 싸늘한 표정에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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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시장에 나온 마법사 아이템 매물 전부 알아봐. 유니크 등급으로. 아, 로브는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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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지금 바로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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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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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길드장은 짧게 대답하고 핸드폰을 조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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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간의 정적. 정태연은 말없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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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부길드장이 곤란한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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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길드장님. 마침 시장에 유니크 등급 스태프가 하나 나와 있기는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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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잘됐네. 그거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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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길드 자금으로도 부담이 될 정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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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 개인 자금으로 살 거야. 얼마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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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길드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가격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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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정태연 개인으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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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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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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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단호한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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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길드장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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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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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연은 다시 갤러리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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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는 신이 나서 댓글로 사람들과 떠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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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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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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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가 이 스태프를 받으면 얼마나 기뻐할까.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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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길드장은 밖으로 나가며 조용히 문을 닫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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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닫히는 문틈 사이로 그의 눈에 비친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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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연의 입가에 걸린 희미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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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저도 모르게 문을 닫던 손을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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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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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는 분명 웃고 있었다. 컴퓨터 화면을 보며 진심으로 즐거운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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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장님이 저런 표정을 지으실 줄도 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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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길드장은 서둘러 소리 없이 문을 완전히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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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를 걸어가면서도 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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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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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갤러리에서의 자랑을 마친 나는 마법사 갤러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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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이곳에서만 풀 수 있는 더 내밀한 정보를 공유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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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진을 올려야 가장 충격이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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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중하게 사진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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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깎노…, 아니 마깎청과 어깨동무를 하고 브이자를 그리고 있는 사진이 가장 반응이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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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 얼굴과 몸이 전부 나오는 사진이라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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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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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 이유로 손 하트와 따봉을 하는 사진도 폐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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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제일 무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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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가장 처음 찍었던 사진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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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깎노 더블피스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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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ㅇㅇ(D5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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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깎청이 두 손으로 브이를 그리고 어색하게 웃고 있는 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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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이 올라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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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p깟쮸 : 이건 또 무슨 혐짤이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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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냉장고 : 처음 보는 NPC인데. 몇 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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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처음 보는 얼굴에 어리둥절한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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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정답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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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ㅇㅇ(D55.555): 마법 깎는 노인 젊은 버전임. 마깎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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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마법은화력 : 저게 마깎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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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풍뎅이: 이해가 안 가네. 저 포즈는 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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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ㅇㅇ(D55.555): 내가 시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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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냉장고 : 마깎노한테 더블피스를 시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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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p깟쮸: 다른 사진은 더 없냐에요. 뉴비 성격에 절대 한 장만 찍진 않았을 거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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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예리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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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ㅇㅇ(D55.555): 더 있긴 한데, 내 얼굴도 나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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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p깟쮸: 슬슬 얼굴 공개해도 되지 않냐에요. 애초에 뉴비는 우리 신상 다 아는데 불공평하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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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ㅇㅇ(D55.555): 야 난 A급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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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생각해 보니 못할 건 또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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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깎노의 VPN이 무적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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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인증을 박고 어그로를 끌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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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나 몸 전체가 나오는 것은 당연히 기각이지만, 손 정도까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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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갤러리는 여자인 것 같기만 하면 정신을 못 차리는 녀석들 뿐이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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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로 효과는 확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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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인터넷에는 답이 없는 녀석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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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슬슬 본론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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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근데 이 로브 아는 사람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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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ㅇㅇ(D5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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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깎는 청년의 로브 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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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마법사 갤러리의 고인물들은 이 아이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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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냉장고: 마깎노 레이드 보상템이네. 아니 근데 이게 왜 15층에서 나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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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ㅇㅇ(D55.555) : 마깎노랑 직접 딜해서 입고 있던 거 받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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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풍뎅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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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p깟쮸 : (얼탱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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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마법은화력 : 뭔 딜을 해야 입고 있는 옷을 뺐어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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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냉장고 : 팔 생각은 없지? 한번 조사해보고 싶은데. 대여도 괜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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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ㅇㅇ(D55.555) : 당연히 내가 입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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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냉장고 :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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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옵션 설명이나 해달라고 이 사람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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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마법사 갤러리의 유일한 S급, 풍뎅이가 정보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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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풍뎅이 : 근데 네가 쓸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스탯 보너스가 빵빵하긴 한데, 특수 옵션은 미트 골렘 하나 소환하는 게 끝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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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냉장고 : 넌 이미 모래로 골렘 만드니까. 그냥 파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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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첫 법사템인데 절대 못 팔지. 게다가 레전더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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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뎅이의 설명은 내가 헌터 갤러리에서 봤던 정보와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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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스텟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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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기 방패용 미트 골렘 1체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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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이상한 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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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템 설명을 다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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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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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레전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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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인공 마나 코어 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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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텟 보너스도, 골렘 소환도 없는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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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주제에 등급은 한단계 위. 레전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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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봐서는 유니크보다 안 좋아보이는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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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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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역으로 이 옵션은 분명 무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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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텟 보너스가 없어도 될 정도의 무언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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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크가 아니라 레전더리인 이유야 뭐, 익스트림 때문일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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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효과는 자세하게 모르겠지만 분명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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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더리인데, 뭐라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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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게 아니라 지금 바로 입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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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로 얻은 로브를 입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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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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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왜 이렇게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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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브는 내 몸에 전혀 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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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의 몸에는 너무나 큰 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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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는 손을 완전히 덮고도 남았고, 옷자락은 바닥에 질질 끌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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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를 내리자 얼굴을 완전히 덮는 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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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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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험 삼아 몇 걸음 걸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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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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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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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발 가지도 못해 결국 제 옷자락을 밟고 넘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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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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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런 건 사이즈 자동 조절 옵션 걸려있는게 국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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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그냥 입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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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직접 걷는 대신 바닥의 모래를 이동시켜 움직이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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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브 끝자락이 바닥에 질질 끌리는 건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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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라면 로브와 스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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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로망을 포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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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매를 서너 번 접어 올려 겨우 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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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 서 마법사가 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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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모양 빠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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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어린애가 아빠 옷을 훔쳐 입은 듯한 모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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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무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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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 철철 나게 망토를 휘날리며 마법을 쓰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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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초등학생의 할로윈 코스튬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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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좌절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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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차피 중요한 건 겉모습이 아니라 아이템 효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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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아이템의 설명을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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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마나 코어 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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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게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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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쓰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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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마나 코어 제조,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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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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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쓰는 것처럼 정신을 집중해 봐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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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했다. 유니크 등급 설명으로는 분명 소환 스킬이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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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망할 놈의 탑은 설명을 제대로 해주는 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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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것저것 시도를 몇 번 해봤지만 모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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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유니크 옵션에 붙어있던 ‘소환’이라는 단어에 다시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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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소환 스킬이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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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손바닥 위에 작은 모래 분신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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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습을 그대로 축소한, 손바닥만 한 크기의 귀여운 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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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을 이렇게 작은 모습으로 만든 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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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뚱멀뚱하게 서 있는 모습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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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이럴 때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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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신을 차리고, 내 분신에게 새롭게 얻은 로브의 스킬을 적용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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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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