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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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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부산의 화연 길드장실.

화려하게 빛나는 금발. 그리고 대조적인 한쪽 눈가의 흉측한 화상 흉터.

몸에 딱 달라붙는 검은색 정장이 그녀의 풍만한 가슴 라인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태연은 턱을 괸 채 책상 위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오늘도 갤러리는 평화롭게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제목: 방금 템 먹었는데 이거 좋은 거예요?]

작성자: ㅇㅇ(V33.332)

(마법 깎는 노인의 로브 사진.jpg)

괴상한 아이피.

정태연이 요즘 가장 주목하고 있는 뉴비의 글이었다.

사진 속 로브는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물건이었다.

“이건… 마깎노 드랍템이잖아. 30층대에 나오는 걸 무슨 수로 얻은 거야?”

정태연 역시 본 적이 있는 아이템이었다.

30층대 히든 보스인 마법 깎는 노인을 잡으면 낮은 확률로 드랍되는 유니크 등급 로브.

하지만 뉴비가 올린 사진 속 로브는 어딘가 달랐다.

로브는 그녀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어두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등급이 더 높은 건가?”

설마. 정태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마깍노 레이드는 전 세계에서 이미 몇 번이나 진행되었다.

상위 등급 아이템이 있었다면 진작에 알려졌을 터.

정태연은 댓글창을 내렸다.

역시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유니크 등급으로 알고 있었다.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중요한 것은 뉴비가 또다시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다는 사실이었다.

정태연은 그 사실이 못내 뿌듯했다.

그래, 한국에는 초인이 필요하다.

자신과 함께 한국의 탑을 모두 밀어줄 초인이….

정태연의 시선이 책상 한쪽에 놓인 상자로 향했다.

얼마 전 경매장에서 거금을 주고 낙찰받은 ‘고요한 현자의 로브’가 담겨 있는 상자였다.

마법사 뉴비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아이템.

“…하.”

갑자기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자신이 준비한 선물은 고작 레어 등급.

마나 회복 속도를 조금 올려주는 게 전부인 평범한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뉴비는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유니크 아이템을 손에 넣었다.

이런 상황에서 레어 등급 아이템을 선물로 준다면?

“젠장.”

정태연은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뉴비의 성장 속도를 너무 얕봤다.

그의 재능을 과소평가했다.

선물을 하려면 겨우 이따위 아이템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을 준비했어야 했다.

레어 등급 따위를 선물로 주려 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쓰레기가 되어버렸잖아. 짜증나.”

정태연은 상자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촤아악-

상자 안에서 작은 불꽃이 피어오르더니, 순식간에 로브를 한 줌의 재로 만들어버렸다.

타오르는 불꽃을 잠시 지켜보던 태연이 곧바로 부하 직원을 호출했다.

“길드장님, 부르셨습니까.”

문을 열고 들어온 부길드장은 정태연의 싸늘한 표정에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 당장 시장에 나온 마법사 아이템 매물 전부 알아봐. 유니크 등급으로. 아, 로브는 빼고.”

“예? 지금 바로 말입니까?”

“그래, 지금 당장.”

부길드장은 짧게 대답하고 핸드폰을 조작했다.

몇 분간의 정적. 정태연은 말없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릴 뿐이었다.

잠시 후, 부길드장이 곤란한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봤다.

“저… 길드장님. 마침 시장에 유니크 등급 스태프가 하나 나와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 잘됐네. 그거 사.”

“가격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길드 자금으로도 부담이 될 정도라….”

“아니, 내 개인 자금으로 살 거야. 얼마면 되는데?”

부길드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가격을 말했다.

확실히 정태연 개인으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거금.

하지만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사.”

짧고 단호한 명령.

부길드장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정태연은 다시 갤러리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뉴비는 신이 나서 댓글로 사람들과 떠들고 있었다.

“후후….”

그 모습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뉴비가 이 스태프를 받으면 얼마나 기뻐할까.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부길드장은 밖으로 나가며 조용히 문을 닫으려 했다.

바로 그때, 닫히는 문틈 사이로 그의 눈에 비친 것이 있었다.

정태연의 입가에 걸린 희미한 미소.

그는 저도 모르게 문을 닫던 손을 멈칫했다.

잘못 본 것인가?

하지만 그녀는 분명 웃고 있었다. 컴퓨터 화면을 보며 진심으로 즐거운 듯이.

‘길드장님이 저런 표정을 지으실 줄도 알았나…?

부길드장은 서둘러 소리 없이 문을 완전히 닫았다.

복도를 걸어가면서도 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헌터 갤러리에서의 자랑을 마친 나는 마법사 갤러리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이곳에서만 풀 수 있는 더 내밀한 정보를 공유할 생각.

“어떤 사진을 올려야 가장 충격이 클까….”

나는 신중하게 사진을 골랐다.

마깎노…, 아니 마깎청과 어깨동무를 하고 브이자를 그리고 있는 사진이 가장 반응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얼굴과 몸이 전부 나오는 사진이라 제외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마찬가지 이유로 손 하트와 따봉을 하는 사진도 폐기했다.

“이게 제일 무난하네.”

결국 나는 가장 처음 찍었던 사진을 골랐다.

[제목: 마깎노 더블피스 인증.]

작성자: ㅇㅇ(D55.555)

(마깎청이 두 손으로 브이를 그리고 어색하게 웃고 있는 사진.jpg)

내 글이 올라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ㄴ p깟쮸 : 이건 또 무슨 혐짤이냐에요….

ㄴ 냉장고 : 처음 보는 NPC인데. 몇 층이야?

다들 처음 보는 얼굴에 어리둥절한 반응.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정답을 공개했다.

ㄴ ㅇㅇ(D55.555): 마법 깎는 노인 젊은 버전임. 마깎청.

ㄴ 마법은화력 : 저게 마깎노라고???

ㄴ 풍뎅이: 이해가 안 가네. 저 포즈는 대체 뭐야?

ㄴ ㅇㅇ(D55.555): 내가 시킴.

ㄴ 냉장고 : 마깎노한테 더블피스를 시키네….

ㄴ p깟쮸: 다른 사진은 더 없냐에요. 뉴비 성격에 절대 한 장만 찍진 않았을 거다에요.

“너무 예리한데?”

ㄴ ㅇㅇ(D55.555): 더 있긴 한데, 내 얼굴도 나와서.

ㄴ p깟쮸: 슬슬 얼굴 공개해도 되지 않냐에요. 애초에 뉴비는 우리 신상 다 아는데 불공평하다에요.

ㄴ ㅇㅇ(D55.555): 야 난 A급이 아니잖아.

“아니, 생각해 보니 못할 건 또 없나…?”

마깎노의 VPN이 무적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가끔은 인증을 박고 어그로를 끌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얼굴이나 몸 전체가 나오는 것은 당연히 기각이지만, 손 정도까진 괜찮지 않을까….

“하여튼 갤러리는 여자인 것 같기만 하면 정신을 못 차리는 녀석들 뿐이니까 말이지….”

어그로 효과는 확실할 것이다.

역시 인터넷에는 답이 없는 녀석들 뿐.

나는 슬슬 본론으로 들어갔다.

[제목: 근데 이 로브 아는 사람 있음?]

작성자: ㅇㅇ(D55.555)

(마법 깎는 청년의 로브 사진.jpg)

아니나 다를까, 마법사 갤러리의 고인물들은 이 아이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ㄴ 냉장고: 마깎노 레이드 보상템이네. 아니 근데 이게 왜 15층에서 나오지?

ㄴㅇㅇ(D55.555) : 마깎노랑 직접 딜해서 입고 있던 거 받아옴.

ㄴ 풍뎅이 : ?????

ㄴ p깟쮸 : (얼탱콘)

ㄴ 마법은화력 : 뭔 딜을 해야 입고 있는 옷을 뺐어오냐?

ㄴ 냉장고 : 팔 생각은 없지? 한번 조사해보고 싶은데. 대여도 괜찮고.

ㄴㅇㅇ(D55.555) : 당연히 내가 입어야지.

ㄴ 냉장고 : 쩝.

“아니, 옵션 설명이나 해달라고 이 사람들아.”

곧 마법사 갤러리의 유일한 S급, 풍뎅이가 정보를 풀었다.

ㄴ 풍뎅이 : 근데 네가 쓸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스탯 보너스가 빵빵하긴 한데, 특수 옵션은 미트 골렘 하나 소환하는 게 끝이라.

ㄴ 냉장고 : 넌 이미 모래로 골렘 만드니까. 그냥 파는 건 어때?

“에이, 첫 법사템인데 절대 못 팔지. 게다가 레전더리인데?”

풍뎅이의 설명은 내가 헌터 갤러리에서 봤던 정보와 일치했다.

상당한 스텟 보너스.

그리고 고기 방패용 미트 골렘 1체 소환.

하지만 여전히 이상한 점이 있었다.

내 아이템 설명을 다시 열었다.

[??? 의 로브]

[등급: 레전더리]

[효과: 인공 마나 코어 제조.]

스텟 보너스도, 골렘 소환도 없는 아이템.

그런 주제에 등급은 한단계 위. 레전더리.

얼핏 봐서는 유니크보다 안 좋아보이는 옵션.

“그럴 리가 있나.”

그렇기에, 역으로 이 옵션은 분명 무언가가 있다.

스텟 보너스가 없어도 될 정도의 무언가가.

“유니크가 아니라 레전더리인 이유야 뭐, 익스트림 때문일 거고.”

아직 효과는 자세하게 모르겠지만 분명 좋을 것이다.

레전더리인데, 뭐라도 있겠지.

“이럴게 아니라 지금 바로 입어봐야겠다.”

나는 새로 얻은 로브를 입어보았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거 왜 이렇게 커…?”

로브는 내 몸에 전혀 맞지 않았다.

어린아이의 몸에는 너무나 큰 로브.

소매는 손을 완전히 덮고도 남았고, 옷자락은 바닥에 질질 끌릴 정도였다.

후드를 내리자 얼굴을 완전히 덮는 로브.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시험 삼아 몇 걸음 걸어보았다.

꽈당-!

“으앗!”

몇 발 가지도 못해 결국 제 옷자락을 밟고 넘어지고 말았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중얼거렸다.

“원래 이런 건 사이즈 자동 조절 옵션 걸려있는게 국룰 아니었어…?”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그냥 입기로 했다.

발로 직접 걷는 대신 바닥의 모래를 이동시켜 움직이면 되겠지.

로브 끝자락이 바닥에 질질 끌리는 건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마법사라면 로브와 스태프.

내 로망을 포기할 수는 없다.

나는 소매를 서너 번 접어 올려 겨우 손을 드러냈다.

거울 앞에 서 마법사가 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 너무 모양 빠지는데.”

아무리 봐도 어린애가 아빠 옷을 훔쳐 입은 듯한 모양새.

나는 시무룩해졌다.

간지 철철 나게 망토를 휘날리며 마법을 쓰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현실은 초등학생의 할로윈 코스튬이라니.

그래도 나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래, 어차피 중요한 건 겉모습이 아니라 아이템 효과니까!”

나는 다시 아이템의 설명을 읽어보았다.

인공 마나 코어 제조.

대체 이게 뭘까?

어떻게 쓰는 거지?

“인공 마나 코어 제조, 발동!”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법을 쓰는 것처럼 정신을 집중해 봐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했다. 유니크 등급 설명으로는 분명 소환 스킬이라고 했는데.

이 망할 놈의 탑은 설명을 제대로 해주는 법이 없었다.

나는 이것저것 시도를 몇 번 해봤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러다 문득, 유니크 옵션에 붙어있던 ‘소환’이라는 단어에 다시 집중했다.

“나도 소환 스킬이 있잖아?”

나는 내 손바닥 위에 작은 모래 분신을 만들었다.

내 모습을 그대로 축소한, 손바닥만 한 크기의 귀여운 분신.

분신을 이렇게 작은 모습으로 만든 건 처음이었다.

멀뚱멀뚱하게 서 있는 모습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핫, 이럴 때가 아니지.”

나는 정신을 차리고, 내 분신에게 새롭게 얻은 로브의 스킬을 적용해 보았다.

결과는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