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2 KiB
Raw Permalink Blame History

“자, 영역전개 대결이다.”

내 의지에 따라 사막의 모래가 꿈틀거렸다.

동시에 슬라임도 움직임을 시작했다.

오염된 늪에서 수십 개의 끈적한 촉수가 솟아올랐다.

나를 향해 채찍처럼 휘둘러지는 촉수.

“모래 토템.”

때맞춰 소환한 모래 분신 둘이 촉수를 막아섰다.

촉수가 내 모습을 한 모래 분신 하나를

그대로 휘감았다.

휘감은 촉수는 그대로 모래를 파고들며 조이더니, 모래 분신을 산산조각 냈다.

허물어진 모래 분신이 바닥에 흩어졌다.

“젠장….”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슬라임의 점액이 묻자, 모래가 독기에 검게 물들었다.

오염된 모래는 내 통제에 따르지 않았다. 다시 회수하여 사용하기 어려웠다.

토템에 사용한 손가락 2개를 잃어버린 상황.

“쳇….”

다시 촉수 몇 가닥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오른손을 통째로 사용한 거대 모래 분신을 만들었다.

순식간에 내 앞에 3m에 달하는 거대한 모래 거인이 나타났다. 거인 역시 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모래 거인의 팔다리에 여러 개의 촉수가 뱀처럼 휘감겼다.

“이익….”

거인이 신음하며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근처의 모래를 퍼 올려 만든 수십 발의 탄환.

거인이 촉수를 묶고 있는 동안 슬라임의 본체를 향해 탄환의 다발을 날렸다.

퍼버버버벙!

슬라임의 몸체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역한 냄새를 풍기는 점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점액이 떨어진 곳마다 부글부글 끓으며 검게 오염되기 시작하는 땅.

오히려 적의 필드가 오히려 넓어진 꼴에 머리가 아파왔다.

“꾸르르륵!”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염된 땅에서 점액으로 만들어진 작은 슬라임들이 꾸물꾸물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와. 진짜 패턴 뭐 같네….”

나는 계속해서 모래를 소모해 보통 크기의 모래 분신들을 만들어 냈다.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미니 슬라임들을 하나씩 맡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점차 난전으로 흘러가는 전투.

거대한 분신은 여전히 본체의 촉수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고, 수십 개의 작은 분신들은 미니 슬라임들과 뒤엉켜 싸웠다.

나는 작게 혀를 찼다.

“이거 안 좋은데….”

소모전은 내게 불리했다.

내 모래 분신은 모래 토템이라는 기술을 독자적인 방법을 통해 응용한 것.

자유롭게 움직이는 모래 토템을 만들기 위해선 조금이라도 내 신체의 일부를 집어넣어야 했다.

문제는 오염이었다. 한번 무너진 모래가 오염되어 돌아오지 않아 계속해서 몸이 소모되고 있었다.

조금씩 집어넣던 내 오른팔은 어느새 팔꿈치까지 사라진 상태.

“으읏….”

설상가상으로 과부하로 인해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조종하고 있는 것은 거대 모래 거인 하나와 작은 모래 분신 열 마리.

평소 내가 컨트롤하던 수를 아득히 넘어서는 숫자였다.

컨트롤이 너무 어려웠다.

마치 모니터 열개를 동시에 띄워두고 게임을 하는 기분.

이대로 가다가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끝이었다. 작은 실수 하나가 전황을 뒤집을 수도 있었으니.

“플랜 B로 가야겠어.”

나는 결심을 굳혔다.

오른팔의 팔꿈치부터 어깨까지를 전부 모래로 만들었다.

그리고 사막화로 생성한 모래 대부분을 끌어서 뭉쳤다

마나가 빠르게 소모되며 거대한 형상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잠시 뒤, 내 등 뒤로 5m짜리 거대 모래 골렘이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역시도 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주변에 드리우는 그림자.

늪 슬라임이 뻗었던 촉수를 황급히 회수하기 시작했다.

녀석이 명백한 경계심을 드러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

나는 전력을 다해 모래 골렘을 돌진시켰다.

거인이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땅이 울리고, 마나가 쑥쑥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쿠우우웅!

모래 골렘이 그대로 늪에 몸을 던졌다.

엄청난 질량의 충격. 오염된 늪이 사방으로 튀었다.

나는 미리 만들어 둔 토템 뒤에 숨어 튀기는 오물을 막았다.

“…작전 성공.”

질척이던 늪이 골렘이 가져온 막대한 양의 모래로 순식간에 메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늪의 가장 깊은 곳에 숨어있던 슬라임의 핵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10층에서 오크 대족장을 사냥할 때 썼던 마법을 준비했다.

남은 반대쪽 팔 전부를 사용하는 마법.

거대한 모래 말뚝이 내 팔을 대신했다.

망설임은 없었다. 제자리에서 거칠게 회전하던 말뚝을 쏘았다.

쇄애애액!

거대한 모래 말뚝이 공기를 찢으며 날아갔다.

퍼퍼펑!

북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슬라임의 핵이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짧지만 긴 전투가 끝났다.

“하아…. 이번엔 힘들었네 진짜.”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괜히 대형 파티로 오는 층이 아니구나.

눈앞에 익숙한 클리어 메시지가 떠 있었다.

[탑 15층(EXTREME)을 클리어했습니다.]

[탑을 나가시겠습니까? Y/N]

[남은 시간 : 1h 17m]

5층에서와 마찬가지의 메시지.

하지만 지금 나갈 생각은 없었다.

아직 몸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으니까.

나는 우선 오염된 신체 일부와 모래들을 회수했다.

세계수의 씨앗을 가까이 하자 오염된 모래들이 점차 제 색을 되찾았다.

다른 정화의 씨앗은 용량의 한도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 녀석은 그런 게 없는 모양. 벌써 몇 층째 잘 쓰고 있었다.

그럼에도 모든 모래를 정화하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검게 물들었던 모래를 다시 원래의 색으로 되돌리고, 조심스럽게 몸으로 흡수했다.

이제 기다리던 히든피스 파밍의 시간이었다.

15층에 온 진정한 목적.

무적의 VPN 수리를 위한 마깍노 만나기.

“여전히 좀 쫄리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엔 여러 대책을 세워왔으니까.

괜찮을 것이다.

마침내 통찰안에 무언가 보였다.

이제는 모래로 채워진 늪의 바닥 아래에 무언가가 꿈틀대고 있었다.

나는 팔을 뻗어 바닥을 덮은 모래를 조종했다.

컨트롤할 모래의 양이 많아서 꽤 힘이 들어갔다.

쩌저적-.

팔을 앞으로 뻗자 땅이 갈라졌다.

늪 바닥의 물건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심장처럼 계속해서 박동하는 어떤 생물의 알이었다.

표면은 매끄러운 유리 같았고, 그 위로는 붉은 혈관 같은 무늬가 기분 나쁘게 꿈틀거렸다.

“어휴, 냉장고는 이런 걸 무슨 수로 발견한 거야?”

나는 이 물건을 들고 길을 찾았다.

손에 직접 들기는 괜히 꺼림칙했기 때문에 모래로 공중에 둥둥 띄워서 들고 갔다.

길을 찾는 것은 쉬웠다.

알에 가까워질수록 박동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이윽고 한 거대한 나무 앞에 도달했다.

성인 몇 명이 손을 잡고 둘러쌀 수 있을 만큼 거대한 두께의 나무.

나무에는 이질적인 돌문이 있었다.

“아, 씨. 괜히 긴장되네.”

문을 열면, 그때의 그 미친 마법사가 있다.

냉장고 말로는 분명 안전하다고는 했지만, 그건 하드 난이도 기준이다.

익스트림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확실하게 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

나는 일단 시간을 들여 주변을 모두 모래로 만들었다. 긴급 탈출을 위한 발판을 만든 셈.

마깍노를 만나기 전에 할 수 있는 준비는 모조리 해두는 게 좋았다.

그걸로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나는 아예 멀리 떨어져 내 모래 분신을 시켜 문을 열게 했다.

문을 여는 조건은 하나. 늪지대 바닥에 있던 이 알을 나무 앞으로 가져갈 것.

끼이이익-.

과연 곧 문이 열리고,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음? 자네는 누군가?”

안녕 마깍노….

응?

나는 눈을 찌푸렸다.

익숙한 대사. 하지만 목소리는 전혀 달랐다.

늙고 광기 어린 음성이 아니었다. 젊고 차분하며 지적인 억양이 섞인 목소리.

“뭐야 이 사람은?”

나는 문 안쪽을 확인했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은 미치광이 노인이 아니었다.

대신 20대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서 있었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흑발. 지적인 인상을 주는 안경. 몸에 딱 맞는 로브.

“어…?”

칠흑 같은 눈동자는 여전했지만, 그 안에는 광기가 차있지 않았다.

대신 청년의 눈은 모든 이치를 꿰뚫어 보려는 듯한 탐구심으로 빛났다.

이런 말은 없었는데?

마법 깎는 노인, 아니 마법 깎는 청년이 박동하는 검은 알을 보고 혀를 찼다.

“음, 이건 결국 실패한 것인가….”

그는 아무렇지 않게 손을 뻗었다.

알이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순식간에 먼지처럼 바스러져 사라졌다.

내 임무의 핵심이었던 물건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처리된 것이다.

알을 치운 그의 시선이 이번엔 내 모래 분신에게로 향했다.

그는 흥미롭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호오, 모래로 만든 골렘이라…. 작동방식이 재미있군. 단순한 골렘과는 달라…. 제어 범위는 어느 정도지? 마력 회로는?”

청년은 혼잣말을 연신 중얼거리며 모래 분신 주변을 뱅글뱅글 돌았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고개를 휙 돌렸다.

분신 너머, 멀리 떨어져 있는 나에게로.

마치 처음부터 내 위치를 알고 있었다는 듯한 태도였다.

“아, 자네가 이 골렘의 제작자인가 보군. 들어오지 그러나? 차라도 한 잔 대접하고 싶은데.”

정중한 말투.

하지만 나는 모래 분신의 고개를 저어 거절을 표했다.

내 눈은 여전히 한쪽 구석에 있는 긴급 탈출 버튼을 보고 있었다.

5층에서는 저 녀석의 방안에 들어가는 순간 에러가 났었지….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할 생각은 없다.

아직까지는 괜찮다.

뭔가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싶으면 바로 탈출 버튼을 누르면 되니까.

내 반응에 청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 경계하는군. 하긴 처음 보는 마법사의 진지 안으로 들어가긴 힘들겠지. 자네를 이해하네.”

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내 연구실에 들어오지 않겠다면, 내가 나가면 될 일.”

청년이 말을 마치는 순간, 그 모습이 아지랑이처럼 일그러졌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청년은 문 안쪽이 아닌 내 본체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

“어떤가? 이 정도 거리라면 자네도 안심하고 대화를 할 수 있겠지?”

나와는 대여섯 걸음 정도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

어디까지나 나를 배려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게 보이는 태도였다.

5층에서의 모습과 전혀 다른 청년의 태도에 의문을 품을 때였다.

나를 가까이서 뚫어져라 관찰하던 청년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 표정은 마치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것을 본 사람 같았다.

“자, 자네…. 그것은 대체 뭔가?”

응? 뭐가?

모르겠다. 뭘 말하는 건지는.

하지만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알고 있다.

“아아, 이것말인가? 그런가…. 모르는 건가.”

내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 남자에게선 뭔가 많이 뜯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