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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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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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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을 모르는 샤론이 당황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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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설명할 시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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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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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은 상대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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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로 샤론을 끌고 투기장 벽을 향해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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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님! 대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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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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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서 무언가 스르륵 빠져나가는 기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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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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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리자, 검고 희미한 연기 한 줄기가 내 몸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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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는 마법 깎는 중년의 코와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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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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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깎는 중년의 움직임이 순간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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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이 잠시 초점을 잃고 허공을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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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굳어 있는 마깎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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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진 모르겠지만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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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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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님, 들어온 입구가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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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이 숨을 헐떡이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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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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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들어온 출구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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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출구 아는 곳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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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어. 저기! 저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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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샤론이 가리킨 방향으로 마법으로 땅을 움직여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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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뛰는 것보다 배는 빠른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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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튄다고 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아 씨, 근데 싸우는 건 더 말이 안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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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다른 헌터들이 저것과 싸워 이겼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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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가능하려면 아마도 뭔가 엄청난 제약이 걸려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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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EXTREME 난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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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그의 초월적인 모습을 볼 때, 그딴 제약은 없는 게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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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출구를 찾아 허둥대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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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깎는 중년이 천천히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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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빛은 명백하게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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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호기심에서, 소유욕으로 바뀐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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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깎중의 시선이 정확하게 나를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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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깊은 대화를 나눠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 시간의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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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끼치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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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깎중이 우리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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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두 그림자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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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모래 먼지와 함께 땅을 뚫고 솟구쳐 오른 샌드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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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날렵하게 달려 나가 창을 겨누는 초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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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소환수가 주인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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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뭐 해! 못 막는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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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겁해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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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힘으로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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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 소환수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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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깎는 중년은 자신의 앞을 막아선 두 존재를 흥미롭다는 듯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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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락한 신의 잔재와 갓 태어난 흙의 정령이라.… 꽤 재미있는 조합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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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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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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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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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웜의 거대한 몸체가 허공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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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기 역시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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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찔러 넣으려던 동작 그대로,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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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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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강의 소환수들이,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무력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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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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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내 손을 뿌리친 샤론이 갑자기 뒤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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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등에 메고 있던 활을 꺼내 들고 망설임 없이 시위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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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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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이 담긴 화살이 마법 깎는 중년을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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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자식들 왜 이래! 그냥 튀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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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도망가도 금방 잡힐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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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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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예상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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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은 마법 깎는 중년의 코앞, 허공에서 마치 투명한 벽에 부딪힌 것처럼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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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깎는 노인은 고개를 돌려 샤론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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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에 다시 한번 흥미로운 빛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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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언어를 이해하는 세계의 열쇠? 오랜만에 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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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샤론을 향해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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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의 몸 역시 활을 쏘던 자세 그대로 허공에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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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료 셋이 살아있는 조각상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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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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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허리춤의 벨트를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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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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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도망치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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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허리춤의 마법 배터리에 손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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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캔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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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저 셋을 묶고 있는 마법 정도는 풀어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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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트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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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마법 해제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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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까이 있던 샤론부터 차례대로 경직에서 풀려나는 듯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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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워프를 만나고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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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깎는 중년이 손바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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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트에서 뿜어져 나온 모든 빛과 마력이 그의 손바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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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진짜 뭐 저런 개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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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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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지막 비장의 수단마저 허무하게 무력화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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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깎는 중년은 방금 흡수한 마법을 음미하듯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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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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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멸망한 종족의 유산까지 있다니.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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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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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쯤에서 모든 것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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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은 무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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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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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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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어르신…. 지성인답게 대화로 풀 생각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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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제안에 마법 깎는 중년은 유쾌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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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나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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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진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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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빠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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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브 이야기까지 하길래 당연히 날 잡아서 이것저것 하려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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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찔려서 도망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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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들도 풀어주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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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허공에 박제된 샤론과 샌드웜, 초호기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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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다면 그리하지. 하지만 우리의 대화가 끝난 이후에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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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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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둘만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싶거든. 아, 물론 저들도 충분히 흥미로운 표본들이야. 아주 희귀한 조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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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깎중은 마치 박물관의 전시품을 감상하듯 내 동료들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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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네만큼은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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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선이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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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강렬한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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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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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믿게나. 이 세상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자네만큼 내게 강렬한 흥미를 가져다주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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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저를 해치지 않으시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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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네를 왜 죽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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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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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내 로브를 가져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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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발, 역시 알고 있는 것 맞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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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싶었는데 마깎중은 그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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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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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내 예상을 깨고 호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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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겨우 로브 정도에 그럴 리가 없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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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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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나의 아주 소중한… 마일스톤이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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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마일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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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의미를 되새기기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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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깎는 중년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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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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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서 빛의 입자들이 모여들더니, 순식간에 화려한 테이블과 푹신해 보이는 의자 두 개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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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주전자와 찻잔까지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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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한잔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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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의자를 권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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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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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차에 무슨 짓을 했을지 알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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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굳이 그런 수를 쓸 필요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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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나는 압도적인 경지의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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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그런 치졸한 수를 쓸 필요도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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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아 따라주는 찻잔을 받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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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황금빛 찻물에서 기분 좋은 향기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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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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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질끈 감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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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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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신 순간, 온몸에 따뜻한 활력이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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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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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싸우며 소모했던 마나가 순식간에 회복되는 것은 물론, 마나의 총량 자체가 미세하게나마 늘어난 듯한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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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기만 해도 마나가 늘어나는 차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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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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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 숲요정들에게서 받은 선물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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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네요. 마나도 늘어나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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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마시는 것만으로도 수명이 10년씩 늘어나지. 내가 좋아하는 향이라 자주 마신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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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깎는 중년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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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좋은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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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은 차를 원샷하듯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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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 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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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그래.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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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뻔뻔한 요구에 마법 깎는 중년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다시 차를 따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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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게 무엇을 원하시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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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원하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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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질문에 마법 깎는 중년은 잠시 찻잔을 들어 향을 음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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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빛이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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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그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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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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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뱉은 첫마디는 너무나도 뜬금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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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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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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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그런 능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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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탑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그렇게 표현한다면 틀린 말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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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 생각을 읽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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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네 스스로에게는 그런 시공간을 뛰어넘는 기술이 없지. 이해하네. 어떤 상황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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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깎는 중년이 찻잔을 내려놓고 테이블에 팔꿈치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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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나 자신이 여행객인 줄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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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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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조금 전, 자네에게서 그것을 받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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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것은 아까의 검은 연기를 말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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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래도 진짜 여행객은 자네인 모양이야. 그리고 나는 이 시간대에 속박된 원주민에 불과했던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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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목소리에는 자조가 섞은 쓴웃음이 묻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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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혀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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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그 검은 연기 말인데, 대체 그게 뭐였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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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서 빠져나가 그에게 흡수되었던 정체불명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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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흡수한 직후, 그의 태도가 미묘하게 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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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전달하는 마법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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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라고요? 제 기억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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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 기억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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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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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간대의 ‘나’를 만나면, 자동으로 나의 기억을 전달하도록 설계해 둔 일종의 보험 장치지. 내가 젊을 때 직접 만든 마법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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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텅 빈 찻잔을 내려다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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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네. 이 넓은 세상에서 나만 이런 힘을 가지고 있을 리는 없으니까…. 분명 나처럼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난 자가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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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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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누군가는, 미래나 과거의 나를 만나고 현재의 나에게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네. 지금 자네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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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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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실제로 경험하고 나니 심경이 복잡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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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억을 받으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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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전에 눈앞의 존재를 만난 것은 총 두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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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 노인 시절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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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5층, 청년 시절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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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어떤 기억을 받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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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깎는 중년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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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시절의 기억을 받았다네. 그때의 나는 자네의 마법을 연구하다가 불현듯 깨달았지. 이것은 ‘미래의 나’에게서 온 마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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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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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눈앞의 존재는 내가 항상 상상해 왔던… 시간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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