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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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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

“네???”

영문을 모르는 샤론이 당황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하지만 설명할 시간은 없었다.

난 이미 알고 있다.

저것은 상대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나는 그대로 샤론을 끌고 투기장 벽을 향해 내달렸다.

“현자님! 대체 무슨…!”

바로 그때.

내 몸에서 무언가 스르륵 빠져나가는 기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어라?”

고개를 돌리자, 검고 희미한 연기 한 줄기가 내 몸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연기는 마법 깎는 중년의 코와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뭐지?

마법 깎는 중년의 움직임이 순간 멈칫했다.

그의 눈이 잠시 초점을 잃고 허공을 헤맸다.

멍하니 굳어 있는 마깎중.

뭔진 모르겠지만 기회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었으니.

“현자님, 들어온 입구가 사라졌어요!”

샤론이 숨을 헐떡이며 외쳤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우리가 들어온 출구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다른 출구 아는 곳 없어요?”

“어, 어, 어. 저기! 저쪽!”

나는 샤론이 가리킨 방향으로 마법으로 땅을 움직여 나아갔다.

사람이 뛰는 것보다 배는 빠른 속도.

“튄다고 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아 씨, 근데 싸우는 건 더 말이 안 되잖아.”

내 생각에, 다른 헌터들이 저것과 싸워 이겼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게 가능하려면 아마도 뭔가 엄청난 제약이 걸려 있었겠지.

하지만 나는 EXTREME 난이도.

지금까지 그의 초월적인 모습을 볼 때, 그딴 제약은 없는 게 확실했다.

우리가 출구를 찾아 허둥대는 사이.

마법 깎는 중년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빛은 명백하게 변해 있었다.

단순 호기심에서, 소유욕으로 바뀐 눈빛.

마깎중의 시선이 정확하게 나를 꿰뚫었다.

“… 아무래도 깊은 대화를 나눠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 시간의 이방인.”

소름 끼치는 목소리.

마깎중이 우리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두 그림자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거대한 모래 먼지와 함께 땅을 뚫고 솟구쳐 오른 샌드웜.

그리고 날렵하게 달려 나가 창을 겨누는 초호기.

나의 두 소환수가 주인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나선 것이다.

“야, 뭐 해! 못 막는다니까?”

나는 기겁해서 소리쳤다.

저건 힘으로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내 소환수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마법 깎는 중년은 자신의 앞을 막아선 두 존재를 흥미롭다는 듯 훑어보았다.

“영락한 신의 잔재와 갓 태어난 흙의 정령이라.… 꽤 재미있는 조합이로구나.”

그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것뿐이었다.

샌드웜의 거대한 몸체가 허공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초호기 역시 마찬가지.

창을 찔러 넣으려던 동작 그대로,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순식간이었다.

나의 최강의 소환수들이,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무력화되었다.

“현자님!”

바로 그때, 내 손을 뿌리친 샤론이 갑자기 뒤돌아섰다.

그녀는 등에 메고 있던 활을 꺼내 들고 망설임 없이 시위를 당겼다.

핑-!

마력이 담긴 화살이 마법 깎는 중년을 향해 날아갔다.

“아니, 이 자식들 왜 이래! 그냥 튀라니까!”

“어차피 도망가도 금방 잡힐 것 같은데요!”

“그건 그래!”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화살은 마법 깎는 중년의 코앞, 허공에서 마치 투명한 벽에 부딪힌 것처럼 멈춰 섰다.

마법 깎는 노인은 고개를 돌려 샤론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다시 한번 흥미로운 빛이 스쳤다.

“모든 언어를 이해하는 세계의 열쇠? 오랜만에 보는군.”

그가 샤론을 향해 손짓했다.

샤론의 몸 역시 활을 쏘던 자세 그대로 허공에 굳어버렸다.

내 동료 셋이 살아있는 조각상이 되어버렸다.

“씨발…. 안 되겠다.”

나는 허리춤의 벨트를 움켜쥐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도망치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

나는 허리춤의 마법 배터리에 손을 얹었다.

“매직 캔슬!”

적어도 저 셋을 묶고 있는 마법 정도는 풀어줄 수 있겠지.

벨트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강력한 마법 해제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내 가까이 있던 샤론부터 차례대로 경직에서 풀려나는 듯했으나.

“드워프를 만나고 왔나?”

마법 깎는 중년이 손바닥을 펼쳤다.

벨트에서 뿜어져 나온 모든 빛과 마력이 그의 손바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씨발… 진짜 뭐 저런 개사기….”

나는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내 마지막 비장의 수단마저 허무하게 무력화되다니.

마법 깎는 중년은 방금 흡수한 마법을 음미하듯 눈을 감았다.

그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이미 멸망한 종족의 유산까지 있다니.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쯤에서 모든 것을 포기했다.

저항은 무의미했다.

힘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

“저기, 어르신…. 지성인답게 대화로 풀 생각 없으신가요?”

내 제안에 마법 깎는 중년은 유쾌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대화? 나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네만?”

“어? 진짜요?”

나는 얼빠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로브 이야기까지 하길래 당연히 날 잡아서 이것저것 하려는 줄 알았다.

괜히 찔려서 도망갔나?

“그럼 저들도 풀어주실 건가요?”

나는 허공에 박제된 샤론과 샌드웜, 초호기를 가리켰다.

“원한다면 그리하지. 하지만 우리의 대화가 끝난 이후에 말일세.”

그가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나는 우리 둘만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싶거든. 아, 물론 저들도 충분히 흥미로운 표본들이야. 아주 희귀한 조합이지.”

마깎중은 마치 박물관의 전시품을 감상하듯 내 동료들을 훑었다.

“그러나 자네만큼은 아니네.”

그의 시선이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너무나도 강렬한 눈빛.

“제가요?”

“글쎄, 믿게나. 이 세상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자네만큼 내게 강렬한 흥미를 가져다주진 않아.”

“정말로 저를 해치지 않으시는 건가요?”

“내가 자네를 왜 죽이겠나?

그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가 내 로브를 가져가서?”

‘… 씨발, 역시 알고 있는 것 맞잖아.

혹시나 싶었는데 마깎중은 그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내 예상을 깨고 호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겨우 로브 정도에 그럴 리가 없잖은가?”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자네는 나의 아주 소중한… 마일스톤이니까 말이야.”

“예? 마일스톤?”

내가 그 의미를 되새기기도 전.

마법 깎는 중년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딱.

허공에서 빛의 입자들이 모여들더니, 순식간에 화려한 테이블과 푹신해 보이는 의자 두 개를 만들어냈다.

테이블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주전자와 찻잔까지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자, 한잔하게나.”

그가 의자를 권하며 말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저 차에 무슨 짓을 했을지 알 수 없는 일.

‘아니, 굳이 그런 수를 쓸 필요도 없나.

그와 나는 압도적인 경지의 차이가 있다.

굳이 그런 치졸한 수를 쓸 필요도 없을 터.

나는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아 따라주는 찻잔을 받아 들었다.

맑은 황금빛 찻물에서 기분 좋은 향기가 피어올랐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

차를 마신 순간, 온몸에 따뜻한 활력이 퍼져나갔다.

몸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졌다.

방금 전 싸우며 소모했던 마나가 순식간에 회복되는 것은 물론, 마나의 총량 자체가 미세하게나마 늘어난 듯한 감각.

마시기만 해도 마나가 늘어나는 차라고?

“이 차는….”

“어떤가? 숲요정들에게서 받은 선물이라네.”

“맛있네요. 마나도 늘어나는 것 같고….”

“한번 마시는 것만으로도 수명이 10년씩 늘어나지. 내가 좋아하는 향이라 자주 마신다네.”

마법 깎는 중년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진짜 좋은 거였구나.

나는 남은 차를 원샷하듯 들이켰다.

“한잔 더 주세요.”

“허허, 그래. 얼마든지.”

내 뻔뻔한 요구에 마법 깎는 중년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다시 차를 따라주었다.

“그래서, 제게 무엇을 원하시는 건가요?”

“무엇을 원하냐라….”

내 질문에 마법 깎는 중년은 잠시 찻잔을 들어 향을 음미했다.

그의 눈빛이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듯했다.

잠시 뒤 그가 입을 열었다.

“자네는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지.”

그가 내뱉은 첫마디는 너무나도 뜬금없었다.

“네?”

나는 되물었다.

내게 그런 능력이?

아, 탑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그렇게 표현한다면 틀린 말은 아닌가?

그는 내 생각을 읽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자네 스스로에게는 그런 시공간을 뛰어넘는 기술이 없지. 이해하네. 어떤 상황인지.”

마법 깎는 중년이 찻잔을 내려놓고 테이블에 팔꿈치를 올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나 자신이 여행객인 줄 알았네.”

“….”

“적어도 조금 전, 자네에게서 그것을 받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지.”

아마 그것은 아까의 검은 연기를 말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아무래도 진짜 여행객은 자네인 모양이야. 그리고 나는 이 시간대에 속박된 원주민에 불과했던 거고.”

그의 목소리에는 자조가 섞은 쓴웃음이 묻어있었다.

나는 전혀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까 그 검은 연기 말인데, 대체 그게 뭐였던 거죠?”

내 몸에서 빠져나가 그에게 흡수되었던 정체불명의 연기.

그것을 흡수한 직후, 그의 태도가 미묘하게 변했었다.

“기억을 전달하는 마법이라네.”

“기억이라고요? 제 기억이요?”

“아니, 내 기억일세.”

그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다른 시간대의 ‘나’를 만나면, 자동으로 나의 기억을 전달하도록 설계해 둔 일종의 보험 장치지. 내가 젊을 때 직접 만든 마법이고.”

그는 텅 빈 찻잔을 내려다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예전부터,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네. 이 넓은 세상에서 나만 이런 힘을 가지고 있을 리는 없으니까…. 분명 나처럼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난 자가 있을 거라고.”

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누군가는, 미래나 과거의 나를 만나고 현재의 나에게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네. 지금 자네처럼 말이야.”

그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걸 실제로 경험하고 나니 심경이 복잡하군.”

“어떤 기억을 받으신 거죠?”

내가 이전에 눈앞의 존재를 만난 것은 총 두 번.

5층, 노인 시절의 그.

그리고 15층, 청년 시절의 그.

그중 어떤 기억을 받은 것일까?

마법 깎는 중년이 대답했다.

“청년 시절의 기억을 받았다네. 그때의 나는 자네의 마법을 연구하다가 불현듯 깨달았지. 이것은 ‘미래의 나’에게서 온 마법이라고….”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즉 눈앞의 존재는 내가 항상 상상해 왔던… 시간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