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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완전히 하늘로 떠올랐다. 기나긴 적막은 그제서야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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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제 손아귀를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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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부라진 검과 핏자국이 손아귀에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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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다고 생각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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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워낙 아득했던 탓에 감각에만 의지해야 했다. 무언가를 잡아챘다는 느낌은 들었으나, 그것의 정체까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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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는 잡아당겨 이곳까지 끌어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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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외로 뻗어나간 진기의 통제를 극한까지 발휘한 기예였다. 머릿속으로만 떠올릴 법한 절기를 직접 실현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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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의 백보신권 역시 이와 비슷한 원리로 작용하지 않을까. 그 묘리를 알았다면 지금처럼 놓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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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얼굴 위로 떠오른 희미한 아쉬움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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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초고수들은 각자를 상징하는 절세비기가 있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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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어깨의 결분혈(缺盆穴)부터 엄지손가락의 소상혈까지 가벼운 통증을 느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뻐근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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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를 장(丈)도 아니고 리(里) 단위로 펼쳤으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공량이 막대한 탓인지, 풀어놓은 진기를 회수하는 데에도 적잖은 힘을 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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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새하얀 팔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상처의 유무를 확인하다가, 허리춤 검집으로 납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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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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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이기 특유의 청아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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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주변이 시야에 들어왔다. 일대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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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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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성(省)에서 손에 꼽힐 초고수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온몸의 감각이 깨닫기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곤두섰다. 주변 행인들의 속삭임이 훤히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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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난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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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파도가 몰아치더니, 갑자기 한순간에 없어진 것만 보았소. 설마 환각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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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견문 떨어지는 무지렁이들은. 사방으로 이지러지는 기파를 못 느꼈나? 맞았으면 일격에 죄다 핏물이 되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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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파의 신선들보다 더 신선같은 분이 계셨구나. 어느 도문 출신이실까? 복을 빌고 싶은데. 쌀 한섬도 받아주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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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날개옷 좀 보렴. 필시 동호를 수호하는 여선(女仙)이실거야. 저 용모좀 봐. 어찌 저리 아름다우신지……. 손이라도 한 번 잡아주셨으면 좋겠다. 시녀 행세라도 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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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명문가의 여식이 그런 말씀을 함부로 하시면 아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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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인들과 뭣 모르는 민초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신분을 막론하고 다들 경탄을 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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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세가와 무당파가 자리한 호북 땅, 심지어 천하에서 드문 경치를 품었다는 동호 근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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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일대의 절대자 행세를 하던 이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혼란 가운데에서도 인파에 휩쓸리지 않고 진형을 유지하던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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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온전히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기에, 상황이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를 꿰뚫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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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의 출현에 관한 정보는 그 자체로 막대한 보화가 오가기 마련이다. 개중에는 대화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아예 기막까지 펼치는 이들도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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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본 적이 있소. 신녀문 문주의 머리카락이 도화를 품었다던데.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소만, 직접 목도하니 알겠더군. 도화 그 자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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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문이 웃돈을 요구하기에 왜 그런가 했더만, 이런 내막이 있었을 줄은. 구마교의 광명좌사가 수를 섞지 않고 물러난 것을 보면, 구파의 장문인 중에서도 수위에 속한다고 봐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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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배가 어찌될까. 분명 환골탈태는 했을테고……. 외양만 봐서는 약관이라고 해도 믿겠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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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 강자의 출현을 곧 기득권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무림 호족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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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수의 무위는 차치하고, 작금의 일이 자신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만 따져보는 것만 봐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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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퍼지지도 않은 명성을 깎으려 드는 이들도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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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광명좌사가 맞는지도 확실치 않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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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어검비행을 하는 고수를 무시한다면 옹이구멍이나 다름없는 안목을 가진 것을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없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겠지. 저 둘이 손속을 제대로 섞지 않았으니, 그 면을 파고드는 편이 맞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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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라도 청해볼까. 그리하면 우리 가문이 그 명성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을 듯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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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전신에서 새어나오는 기파 탓에 그것을 실제로 실행하는 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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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파 자체는 정순했지만, 사람 자체의 분위기가 패도적이었다. 압도된 무인들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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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다면 가문의 식객으로 모시는 것이 좋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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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의 이름도 알려지고 좋지 않겠소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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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파가 십파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오. 미리 연을 맺어두어 손해볼 것은 없겠지. 결국 속세로 나온 것을 보면 명예욕도 어느 정도 있는 모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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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깎아내리는 자들도 존재했다. 허나 신녀문주의 무위를 조금이나마 제대로 목도한 이들은 그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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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이 유독 뛰어난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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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주의 손끝에서 막대한 양의 진기가 뻗어가는 것을 목도했다. 내공이 많기로 소문난 작자들도 감히 흉내내지 못할 공력 파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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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한족으로 보이지 않는 도화빛 머리카락을 보고 도리어 안도한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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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행세를 하는 교룡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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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기막은커녕 전음조차 함부로 내뱉지 못했다. 여고수가 문책할 것을 염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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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검대가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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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내로라하는 기재들만 모인 집단이라 더더욱 그런 경향이 도드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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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으로 짧게 의견을 나누는 것이 고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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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명지은을 입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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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가 여식 복장을 한 여인이 절도 있게 허리를 숙였다. 당황한 기색을 완전히 감춘 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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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대명의 관리로 여긴다는 천명검이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예였다. 상대를 구파의 장문인과 동격으로 여기지 않고서는 불가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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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이러한 인사를 받아본 적이 있었다. 당소소를 처음 구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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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검은 다 좋은 사람들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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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들이 으레 드러내는 호승심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만날 때마다 호감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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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천천히 입술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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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방해하여 죄인을 놓친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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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리 생각하겠습니까. 고인께서 돕지 않으셨다면 호북 전역에 다신 없을 참사가 벌어졌을 것입니다. 감사를 드려야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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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검이 외인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아무리 말단이라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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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 아래로는 전부 말단이라 칭하는 기괴한 집단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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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로 따지면 정예 집단에 속하는 이들을 그 누가 말단이라 여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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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작금의 일이 민초들에게 더욱 크게 다가왔다. 눈앞의 여인이 그만큼이나 존귀한 인물이라는 뜻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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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검이 고개를……. 정녕 구파의 신선이신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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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현녀(九天玄女)의 환생이라도 되시는 걸까. 존성대명이라도 들어야 보시(布施)를 바칠텐데. 어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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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의 최고신인 서왕모에 버금간다는 여선을 들먹이는 이들도 생겨났다. 광명좌사를 쫓아낸 모습을 보고 치우를 물리쳤다는 여선을 떠올린 것이다. 웅성거림이 점차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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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검 여인, 단리가예(段離佳藝)는 그제서야 자세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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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많습니다. 자리를 옮기는 편이 좋을 듯한데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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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괜찮으니, 뒷수습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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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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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옅은 미소를 피워올리는데, 방금 전 패도적인 기세를 내뿜던 사람과는 동일인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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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지에 이른 고수들은 하나같이 괴이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패검대원들은 그 소문이 낭설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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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그들이 모시는 대주부터가 그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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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께서는 그 기질을 악인에게만 드러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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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광명좌사를 무슨 비충(飛蟲: 날벌레) 쫓아내듯 대하는 태도만 봐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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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하는 순간 곧바로 고기 경단으로 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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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태도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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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목족임에도 경어를 사용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눈 앞의 여인은 감히 연배를 추측할 수 없는 강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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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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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자신을 어린 후기지수로 여기는 듯한 미소만 봐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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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리가예의 외모는 한족으로 치면 어린 편에 속했다. 많이 쳐봐야 열 여덟은 될까. 실제로는 지천명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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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의 술법으로 뾰족한 귀를 숨기기는 하였으나, 이만한 고수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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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족의 높으신 분이라고 생각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둥그런 귀는 문제되지 않았다. 옛 어르신들에게는 뾰족한 귀를 숨길 수단이 무궁히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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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신체의 기질 자체를 변화시키는 고등한 술법도 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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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리가예가 서연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눈치빠른 나머지 패검대원들은 빠르게 일대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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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들은 통제를 따르는 도중에도 서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예 엎드려 절하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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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넘어 숭배에 도달할 지경이었다. 당연히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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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런 그들을 지켜보다 넌지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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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방해가 될 듯하니, 자리를 피해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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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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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리가예가 고개를 들었을 때, 서연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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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를 천천히 유영하는 유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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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판 꼭대기층에 앉은 여인이 아래를 힐끗한다. 그녀를 향하는 시선들을 느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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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사를 다시 써야 할지 고민이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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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제자들을 보며 그리 말했다. 원래도 제자들과 동호에서 유람을 즐길 생각이었다. 헌데 낮에 벌인 일 때문일까, 유람선에 탄 사람들의 시선이 꺼질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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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장포에 도화색 머리카락, 허리춤에 찬 신검에 죽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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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하기 쉬운 외형이었다. 그것을 아는 당소소가 조용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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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쯤 되면 면사를 쓰셔도 알아볼 사람은 알아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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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파를 퍼뜨려 존재감을 흐릿하게 만들 수는 있었다. 허나 민초라면 모를까, 일정 경지에 이른 무인들에게는 도리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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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도 그것을 알았기에 힘없이 웃었다. 제자들 앞에서 유약한 모습을 드러낼 수는 없었기에 대놓고 티내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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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편히 유람할 생각이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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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광인들 때문에 일이 꼬여버렸다. 운남에서 퍼진 소문이야 거리가 수천 리가 넘으니 그렇다 쳐도, 호북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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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이 지근거리였다. 소문이 퍼지기에 충분한 거리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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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에서 명성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서연도 잘 알았다. 당장 신녀문의 개파식을 연다고 하면 온갖 방파에서 참가 의사를 드러낼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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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까지면 괜찮다. 허나, 민초들이 찾아와 자신을 칭송할 생각을 하니 절로 부담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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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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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제자 둘을 가르치는 데에 전력을 다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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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개파식을 한다고 해도 지인들만 초청해서 약식으로만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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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파의 장문인들이 어찌하여 산문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지를 이해한 서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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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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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 놈, 뱃삯을 열 배를 올리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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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지가 낮아서 그런가? 죽립의 그림자 너머가 보이지가 않아. 용모를 다시 한 번 보고 싶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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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님 덕에 목숨을 건졌으니, 한 해의 복을 빌기 위해서라도 마땅히 공물을 드려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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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상을 그려낸 화가가 있다던데. 웬 대부호가 웃돈을 주고 사갔다고 들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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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얼추 정리하고, 곧장 제자들에게 달려가 손을 잡고 배에 탔는데도 따라오는 이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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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차림들만 봐도 평범한 민초가 아니었다. 다들 한가락 하는 작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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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눈동자에 동경을 품은 이가 대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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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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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한숨을 내쉬며 동호를 응시하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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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시선 끝에 웬 중년인이 비쳤다. 얼굴에 새겨진 흉터가 유독 선명한 사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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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물 위에 떠 있었다. 등평도수(登萍渡水)라도 펼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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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주변은 온통 붉은 빛으로 가득했다. 자세히 보니 잘려나간 시체들이 족히 수십 구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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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를 마무리한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시체들이 하나같이 세찬 기파를 내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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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정예 무력대를 상대하기라도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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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새겨진 천 자가 아니었다면, 사마외도로 오인할 법한 외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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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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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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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인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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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리가예는 황급히 일을 수습했다. 첫 폭발에 휩쓸려 중상을 입은 대원들이 셋이었다. 말이 중상이지 은퇴를 논해야 할 수준의 상처였다. 팔다리가 완전히 날아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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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정도는 와야 치료를 논할 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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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검대주가 홀로 적진을 타격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탓이었다. 설마 민초들이 대놓고 활보하는 동호를 노릴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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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몇 번이고 검증한 정보를 따라 선제타격하는 것을 합리적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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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상황이 이리 되었으니, 작당모의한 뭇 동창들이 숙청당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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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동호에 패검대원들만 있던 것은 그런 연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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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께서 늦으시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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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의 여고수가 갑자기 모습을 감춘 것과 연관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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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검대주는 뭇 대주들 사이에서도 호승심이 드높기로 유명한 사내였다. 둘이 충돌했다간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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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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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리가예는 괜시리 불안에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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