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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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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포에 먼지조차 묻히지 않은 채로 장로를 둘씩이나 제압했다. 흑룡회의 장로 풍뢰자(風雷子)는 처참한 몰골로 땅에 처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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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먼지 속에서도 뚜렷한 도화색 기운을 피워냈다. 진기를 체외로 유형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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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력이 끝도 없이 많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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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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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에 호응하듯 여인의 장포가 신비롭게 너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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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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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밑에 흑룡회 장로를 깔아두었음에도 선녀로 보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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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각력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풍뢰자의 전신은 지반에 절반쯤 파묻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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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고 있던 호신갑만 절묘하게 파괴했다. 만약 여인이 힘을 조절하지 않았더라면 그 몸은 이미 산산이 부서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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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회주와 음혈종주가 패퇴했다. 어쩌면 죽었는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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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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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천 종주들의 죽음을 서슴없이 입에 담았다. 오만한 기질을 타고난 것이기라도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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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가 다시금 침묵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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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이 전투의 중심부에 추락하듯 착륙하기 전까지 그 누구도 전조를 인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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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마저 완벽하게 통제하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경지였다. 분명 심상마저 완벽히 장악한 초고수임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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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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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반응한 것은 점창파 대장로 벽호검과 풍뢰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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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호검은 여인이 추락하기 직전에 검을 뽑아 대응했다. 신녀문주인 것은 알지 못했다. 너무 빠른 속도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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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뢰자는 겨우 고개를 돌리는 것이 전부였다. 벽호검보다 한 발 늦게 알아차린 것이 화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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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제압당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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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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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완전히 걷히고, 일대가 도화빛 진기로 완연히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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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파의 제자들은 눈앞의 여인이 적이 아님을 알았음에도 쉽사리 검을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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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검의 징치는 정사마를 가리지 않았다. 민초의 삶을 해치면 상대의 출신을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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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호검은 정면을 응시한 채 위지향에게 전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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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주라 하지 않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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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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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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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여태 알려지지 않은 신비문파의 문주라기보다는 황실 소속이었다는 쪽이 더 그럴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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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아직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천명검의 대주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명검의 대주들은 대문파의 문주들과도 손속을 겨룰 수 있다는 소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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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녀가 진정 천명검의 대주라면, 흑룡회주의 오른팔인 풍마나찰도를 손쉽게 압도한 것도 납득이 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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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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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하게 문장의 일부를 생략하여 말했다. 천명검이 무림인들의 사신으로 군림한다는 사실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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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을 억지로라도 끝내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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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사람이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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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을 해메는 도사들이 적지 않았다. 당장 위지향만 하더라도 방금 전에는 없었던 상처가 수십 개나 생겨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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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를 이어나간다면 당장이라도 목숨을 잃을 도사들이 십수 명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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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모습을 연기하며 사방으로 위압적인 기파를 드러낸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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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사칭과도 거리가 멀었다. 저들이 멋대로 착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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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향이 놀란 얼굴로 자신을 응시하기는 했으나, 당장은 정정할 생각이 없었다. 천명검의 고수로 착각하게 만드는 편이 적들을 압도하기에 더욱 유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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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흑룡회의 무인 하나가 발작적으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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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이다! 천명검이 벌써 당도했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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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 있는 가문의 귀공자로 보였다. 이제 보니 짓밟고 있는 풍뢰자와 어딘가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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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라도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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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진정 천명검이었다면 그리 말할 시간에 우리를 하나라도 더 베어 넘겼겠지. 시간을 끌려는 같잖은 수작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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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사파의 무인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린다. 무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곧장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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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사파였다. 상대가 틈을 보이면 곧장 물어뜯을 기회를 노리는 것이, 흡사 인간의 탈을 쓴 짐승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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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점창 산문을 기점으로 퍼져나가던 기파도 잠잠해졌지. 회주님과 음혈종주가 합심하여 점창 장문인의 수급을 베어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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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귀공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수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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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잔향검을 출수하자, 그녀를 중심으로 도화빛 진기가 물결치며 너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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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잔잔한 호수에 거대한 바위를 떨어뜨린 듯. 그녀의 공력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주변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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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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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높게 솟아있던 나무들이 처참하게 잘려나갔다. 귀공자의 머리카락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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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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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가 추락하는 굉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깔리지 않기 위해 다급히 엎드리거나 바닥을 구르는 사파의 무인들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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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로 납검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녀의 시선은 줄곧 귀공자를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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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말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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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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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는 입술을 파들거리고 있었다. 그의 시선 앞에 잘려나간 머리카락이 나풀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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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하게 머리카락만 베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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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그런 광경을 목도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 중에는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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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는다면 한 수에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베어낼 수 있는 강자임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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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한 고수가 어찌 시간을 끌겠는가. 그저 명검에 헛된 피를 묻히기 싫은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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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이 고개를 자연스럽게 치켜들었다. 갸름한 턱선이 면사 너머로 슬며시 비쳤다. 도화색 기운을 가득 품은 눈동자가 세차게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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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항복하지 않을 종자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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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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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는 말을 잇지 못했다. 눈앞에 펼쳐진 경악스러운 광경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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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여인이 코앞까지 다가와 그의 명치를 손바닥으로 찍어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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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이 닿기도 전에 흐릿한 파동이 번져나갔다. 묵직한 바위에 짓눌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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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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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중수의 묘리였다. 맞은 순간 복부 부근이 완전히 구겨지더니 그대로 튕겨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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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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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도 서연의 주변은 고요했다. 적막이 일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섣불리 입을 떼었다가 목숨을 잃을 것을 염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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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이 보이지도 않았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여인이 귀공자의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정예에 속하는 무인들은 물론, 반쯤 이성을 놓았던 혈귀들조차 침묵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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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말하지 않겠다. 꿇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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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회와 음혈종은 끝내 패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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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련 팔천의 종주 둘이 나섰음에도 점창파의 산문을 넘지 못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천하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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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점창파의 도사들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산문은 대부분 불에 타 재만 남았고, 장차 문파를 이끌어야 할 일대제자들 태반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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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대제자와 삼대제자들 역시 반수 아래로 줄었으니, 산문 바깥에 나가있던 장로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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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했으면 봉문을 입에 담아야 할 정도였다. 쇠락을 감수하고 상처를 추스를 시간이 절실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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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검의 단주가 제때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멸문당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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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 장문인이 놀라운 신위를 보여주기는 했으나, 종주들이 도주한 것은 천명검 단주의 검격을 마주한 까닭이라는 이야기가 힘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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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것은 점창산에 있던 그 누구도 천명검을 마주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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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날 새벽에 펼쳐졌던 검격이 너무나 선명했기에, 황실이 점창을 예우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떠났다는 이야기가 알음알음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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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중에는 신녀문주에 관한 소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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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회의 사 장로와 음혈종의 육 장로를 제압한 것으로 모자라, 흑룡회주의 오른팔인 풍마나찰도마저 꺾었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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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나타난 신진 문파, 그것도 여고수가 벌였다기엔 믿기 힘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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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장문제자인 청운마검을 비롯한 점창의 도사들이 하나같이 소문의 진위를 인정한 탓에, 코웃음을 치고 무시하는 자들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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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주의 위명이 바야흐로 천하로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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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 신녀문주님, 맞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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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자신을 부르는 꼬마 도사의 말에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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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전투를 마치고 나서 오해를 풀 생각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곳곳에서 자신을 신녀문주라 부르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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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수습하기에는 너무나 늦어버린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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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천하에 소문이 퍼졌는데, 이제 와서 아니라고 부정하면 모양새가 너무 우스꽝스럽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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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자신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꼬마 여도사만 보아도 그랬다. 구석진 곳에서 동문 남자 도사들을 향해 신녀문주가 최고라고, 닮고 싶다고 외치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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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 잡것들에게 수많은 사형제를 잃었을 꼬마 여도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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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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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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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연은 신녀문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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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문주가 아닌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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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파식 같은 거창한 것은 생각지도 않았다. 무림에 문파가 어련히 많은가. 열에 아홉은 동네 무관 수준이니, 개파식은커녕 그보다 못한 것도 하지 못하는 문파가 태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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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자신도 하남으로 돌아가면 변변찮은 현판도 없이 산속에 틀어박혀 여자아이 둘만 가르치고 있을 터인데, 개파식을 연다면 웃음거리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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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해도 너무 거창한 이름이구나. 도대체 누가 퍼뜨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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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모르는 것도 아는 척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았다. 곤명에서 전투를 구경하던 민초들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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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을 신녀(神女)라 칭하는 것은 어느 마을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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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립에 면사까지 쓰고 사파 무인들을 물리치니, 뭣 모르는 민초들이 신녀라 칭할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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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신녀문주라 소개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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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라는 이름을 대는 것보다는, 신녀문의 이름을 대는 것이 더 나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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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을 전해들은 사파 잡것들이 알아서 설설 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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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피를 보지 않아도 될테니, 서연으로서는 기꺼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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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의 문주를 자칭한다는 부끄러움만 어찌저찌 이겨내면 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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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생각이 짧았다고 여기기까지는 며칠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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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파의 산문이 대부분 불탄 탓에, 서연은 빈객 대접을 받고 있음에도 점창산에 머무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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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객을 잿더미 속에 묵게 할 수는 없다는 말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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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서연은 줄곧 점창산 지근거리에 위치한 점창의 속가에 머물렀다. 점창 도사들의 동경어린 시선을 받으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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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운남에 오려던 목적도 대리(大理)에서 펼쳐지는 대리석 경매에 참여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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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파와 팔천의 충돌로 경매 자체가 몇 주 뒤로 미뤄졌기에, 서연 일행과 일월상단은 대리에 하염없이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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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서연은 속가의 정문 밖을 함부로 나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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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신녀(桃花神女), 도화신녀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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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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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무심잔월(無心殘月)이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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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전에 금룡상단의 별채에서 머무를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허나 그때는 마냥 당황스럽기만 했다면, 지금은 당황을 넘어 부끄러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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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신녀는 뭐고, 무심잔월은 또 뭐란 말인가. 도화경에서 온 신녀에, 무심하고 잔혹한 달? 신녀문주가 선녀처럼 느껴질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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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인들은 전부 본인의 명호를 스스로 외치고 다니는 철면피라는 말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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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는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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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별호가 무인의 정체성이라고 하지만, 저런 단어를 입에 직접 담을 자신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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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천명검의 단주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명성을 얻기는커녕, 지금처럼 몸 성히 서있지도 못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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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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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절세고수라는 것일까. 전투가 마무리되고, 무수한 사파 무인들을 추포하는 그 순간까지도 그의 기파를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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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고수들은 구름 위에 산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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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점창파 장문인과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점창파 제자들의 탈출을 도운 은인인 서연에게 마땅히 사례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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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화련과 소소 둘다 당과를 사러 잠시 외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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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조각이나 하며 초심이라도 다잡으려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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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에 웬 소년이 앉아 있었다. 아리송한 얼굴로 서연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등에 천 자가 새겨진 옷을 당당하게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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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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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모르는 아이가 천명검 행세를 하고 다니는 것이 분명했다. 관리들에게 잘못 걸렸다간 경을 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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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놀란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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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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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눈만 깜빡거렸다. 그는 고개를 뒤로 돌려 뒤편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다가, 아무도 없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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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널 부른 게 맞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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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눈이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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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소년의 입술이 살짝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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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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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늙은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말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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